빛의 제국 : 김영하 소설 (개정판)

빛의 제국 : 김영하 소설 (개정판)

$12.31
Description
시대의 센세이션에서 명중한 예언적 자화상으로! 『빛의 제국』 개정판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3종이 출간되었다. 김영하라는 이름을 문단과 대중에 뚜렷이 각인시킨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분단 이후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빛의 제국』,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이다. 북으로 귀환명령을 받은 남파간첩의 24시간을 긴박하게 묘사한 『빛의 제국』은 냉전문학의 이념적 계보를 스파이스릴러라는 장르로 해체해버리고, 신념과 가치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묻는 문제작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기존판에는 없었던 작가의 말을 싣고 오류를 바로잡았다.
저자

김영하

1968년강원도화천에서태어나군인인아버지를따라여러지역을옮겨다니며성장했다.잠실의신천중학교와잠실고등학교를졸업하고연세대학교경영학학사와석사를취득했다.한번도자신이작가가될것이라고생각하지않았지만,대학원에재학중이던1990년대초에PC통신하이텔에올린짤막한콩트들이뜨거운반응을얻는것을보고자신의작가적재능을처음으로깨달았다.서울에서아내와함께살며여행,...

목차

AM07:00말_달리자_009
AM08:00꿈을_꾸는_문어단지_027
AM09:00너무_일찍_도착한_향수_050
AM10:00권태의_무게_075
AM11:00바트_심슨과_체_게바라_094
PM12:00하모니카_아파트_110
PM01:00평양의_힐튼호텔_166
PM02:00세_나라_205
PM03:00쇄골절흔_228
PM04:00볼링과_살인_231
PM05:00늑대_사냥_280
PM06:00Thosewerethedays289
PM07:00처음처럼_319
PM08:00모텔_보헤미안_340
PM09:00프로레슬링_360
PM10:00늙은_개_같은_악몽_369
PM11:00피스타치오_402
AM03:00빛의_제국_416
AM05:00변태_420
AM07:00새로운_하루_422
개정판_작가의_말_425

출판사 서평

『빛의제국』을읽는한국인,『빛의제국』을읽는외국인

한국작가의소설이경쟁입찰등을통해해외출판사와정식계약을맺고번역소개되기시작한것은2005년무렵부터이다.김영하는이새로운흐름의선두에서문을연작가가운데한사람이다.특히그의소설은도발적소재,거침없는속도감,유려한스타일로동양작가에대한서구인들의‘이국적호기심’의허를찔렀다.2006년한국어초판이출간된『빛의제국』은지금까지미국,프랑스,독일등17개국출판사와판권계약이이루어졌다.하지만2010년『빛의제국』영어판이출간되었을때만해도,미국아마존톱100순위에랭크된최초의한국소설가라는사실이신문에기사화되었을만큼,한국문학은아직세계문학의주변부에머물러있었다.
바로그런이유로,『빛의제국』이해외독자들에게소개되고수용된방식은우리에게많은시사점을남긴다.『빛의제국』의영어제목‘YourRepublicIsCallingYou’는대부분의한국인들은거의잊고지내는사실,우리가1945년이래줄곧분단국이었음을날카롭게환기시킨다.남파간첩김기영의서사가발붙이고있는사실성은다름아닌우리의분단현실에서나오고,그래서이소설은실제보다더‘정치적’으로비쳐진다.여러해외리뷰들이『빛의제국』에서소설의형식을취한유사(類似)현실을읽어내는이유다.그에반해조국분단의비극이익숙하다못해진부해져버린한국독자들은21세기간첩의블랙코미디같은하루를시대의센세이션으로받아들였다.그것은실체없는이념의형해를,바뀐세기에걸맞은허무를,추구도지향도불분명한시대의탈정치성을투영하는듯보였다.

세개의나라,세가지실존:사이보그,부적응자,불법이민자

스파이김기영은북한,1980년대남한,21세기남한이라는“세나라”를겪은예외적소수자다.북한에서그는‘개인’이아니었으며,1980년대의남한에서그는주사파운동권의일원이었다.하지만21세기의평범한중년가장김기영은자신이다만불법이민자에불과하지않은가생각한다.어쩌다보니이곳에정착하게됐고,잘적응하는게가장중요했다고.맡은배역에최선을다하다보니본래의내가누구였는지모르겠다고.아무렴어떠냐고.
지금도어딘가에서진짜스파이가암약하고있는나라,전세계의유일무이한장기휴전국의중견소설가가그린스파이김기영은어째서이토록무력하고세속적인가.권총도비정함도탄탄한복근도모두잃어버린타락한간첩김기영은자본주의의영광을치장하지도이데올로기의실패를웅변하지도않는다.바로이점이『빛의제국』이도달한남다른핍진성이다.허구적상상력의빈틈을파고들어현실을정교하게복원할때,독자는지금껏지각하지못했던냉엄한실존의조건에새삼스러운눈길을던지게된다.

운명에대한명상,또는내삶의주인되기

김기영은한번도자기삶의주도권을쥐어본적이없고,자의로무엇을선택할기회도없었지만,그럼에도같은운동권출신인대학동창과결혼해아이를낳아기르고,서울시내에아파트를장만하고,영화수입업자로무난히밥벌이를하고있다.그런데깜빡잊고있던운명이그를소환한다.이‘부름’은고통스러운방식으로‘일상에매몰된삶’의소중함을부각시키고,인간존재의항구적불확정성을폭로한다.김기영의갈등은전형적인현대인의신경증,자아찾기를지상과제로추구하는동시에몰개성과익명성속에서편안하게자아분열을즐기는현대인의이중성과일맥상통한다.
오랫동안『빛의제국』의의의는한국현대정치사와리얼리즘의관점에서설명되었다.“역사와개인의문제를균형있게포착해힘있는서사로풀어냈다”는만해문학상수상작선정이유는그러한시각을잘압축하고있다.그로부터10여년이흐른2017년,프랑스에서연극으로상연된『빛의제국』을리뷰하면서《르몽드》지가분단국가의상징인스파이김기영을가리켜“삶의연속성을상실함으로써파편화와자기소외에시달리는분열적존재”라고했을때,마침내『빛의제국』은역사와현실의특수성에서벗어나오롯이한편의소설로,보편문학으로읽히고있음을입증해보였다.
어느누구도자기생에대해서만은정치적일수없고,매일을필사적으로살고있어도자기로부터분리된채로는생의이유를납득할수없다.『빛의제국』은극단적조건에놓인한사람을통해평범한하루하루의유의미를깊이명상하게한다는점에서,김영하의소설들가운데서두드러지게묵직하고성찰적인작품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