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 김영하 장편소설

작별인사 : 김영하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
지켜야 할 약속, 붙잡고 싶은 온기
김영하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 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좇는다.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난생처음 날것의 감정으로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한다.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따뜻한 우정도 싹틔운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작별인사』의 탄생과 변신, 그리고 기원

『작별인사』는 김영하가 2019년 한 신생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으로부터 회원들에게 제공할 짧은 장편소설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집필한 소설이다.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는 소설이라는 점은 『살인자의 기억법』 발표 이후 6년이나 장편을 발표하지 못했던 작가의 무거운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작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2020년 2월, 『작별인사』가 해당 서비스의 구독 회원들에게 배송되었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420매 가량이었다.
원래 작가는 『작별인사』를 조금 고친 다음, 바로 일반 독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정식 출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2020년 3월이 되자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뉴욕의 텅 빈 거리에는 시체를 실은 냉동트럭들만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서 있었고, 파리, 런던, 밀라노의 거리에선 인적이 끊겼다. 작가들이 오랫동안 경고하던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갑자기 도래한 것 같았다. 책상 앞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썼던 경장편 원고를 고쳐나가던 작가에게 몇 달 전에 쓴 원고가 문득 낯설게 느껴진 순간이 왔다. 작가는 고쳐쓰기를 반복했고, 원고는 점점 2월에 발표된 것과는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름이면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은 겨울이 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렸고, 백신이 나와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작가는 『작별인사』의 개작을 마쳤다. 420매 분량이던 원고는 약 800매로 늘었고, 주제도 완전히 달라졌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가르는 경계는 어디인가’를 묻던 소설은 ‘삶이란 과연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어쩔 수 없이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팬데믹이 개작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고, 원래 『작별인사』의 구상에 담긴 어떤 맹아가 오랜 개작을 거치며 발아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치 제목이 어떤 마력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로 다시 쓰도록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탈고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애초에 내가 쓰려고 했던 어떤 것이 제대로, 남김 없이 다 흘러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_’작가의 말’에서
전면적인 수정을 통해 2022년의 『작별인사』는 2020년의 『작별인사』를 마치 시놉시스나 초고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리고 김영하의 이전 문학 세계와의 연결점들이 분명해졌다.

제목을 『작별인사』라고 정한 것은 거의 마지막 순간에서였다. 정하고 보니 그동안 붙여두었던 가제들보다 훨씬 잘 맞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작별인사’라는 제목을 내가 지금까지 발표한 다른 소설에 붙여 보아도 다 어울린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빛의 제국』, 심지어 『살인자의 기억법』이어도 다 그럴 듯 했을 것이다. _’작가의 말’에서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김영하

1968년강원도화천에서태어나군인인아버지를따라여러지역을옮겨다니며성장했다.잠실의신천중학교와잠실고등학교를졸업하고연세대학교경영학학사와석사를취득했다.한번도자신이작가가될것이라고생각하지않았지만,대학원에재학중이던1990년대초에PC통신하이텔에올린짤막한콩트들이뜨거운반응을얻는것을보고자신의작가적재능을처음으로깨달았다.서울에서아내와함께살며여행,...

목차

직박구리를_묻어주던_날_11
당신은_우리와_함께_가야_합니다_23
바깥이_있었다_41
사람으로_산다는_것_53
사용감_71
실패한_쇼핑의_증거_89
탈출_101
꿈에서_본_풍경_115
겨울_호수와_물수리_129
달마_137
재판_171
끝이_오면_알_수_있어_189
몸속의_스위치_205
기계의_시간_217
고양이가_되다_233
순수한_의식_239
아빠의_마음에_찾아온_평화_253
신선_263
마지막_인간_271
작가의말299

출판사 서평

『작별인사』의탄생과변신,그리고기원

『작별인사』는김영하가2019년한신생구독형전자책서비스플랫폼으로부터회원들에게제공할짧은장편소설을써달라는청탁을받고집필한소설이다.회원들에게만제공하는소설이라는점은『살인자의기억법』발표이후6년이나장편을발표하지못했던작가의무거운어깨를가볍게해주었다.작업은속도감있게진행되어2020년2월,『작별인사』가해당서비스의구독회원들에게배송되었다.분량은200자원고지420매가량이었다.
원래작가는『작별인사』를조금고친다음,바로일반독자들이접할수있도록정식출간할생각이었다.그러나2020년3월이되자코로나19바이러스팬데믹이시작되었다.뉴욕의텅빈거리에는시체를실은냉동트럭들만음산한기운을풍기며서있었고,파리,런던,밀라노의거리에선인적이끊겼다.작가들이오랫동안경고하던디스토피아적미래가갑자기도래한것같았다.책상앞에서가벼운마음으로썼던경장편원고를고쳐나가던작가에게몇달전에쓴원고가문득낯설게느껴진순간이왔다.작가는고쳐쓰기를반복했고,원고는점점2월에발표된것과는다른곳으로향하고있었다.여름이면끝날줄알았던팬데믹은겨울이되면서더욱기승을부렸고,백신이나와도기세가꺾이지않았다.세계보건기구WHO가팬데믹을선언한지2년이지나서야작가는『작별인사』의개작을마쳤다.420매분량이던원고는약800매로늘었고,주제도완전히달라졌다.‘인간을인간으로만드는것은무엇인가?’,‘인간과인간이아닌존재들을가르는경계는어디인가’를묻던소설은‘삶이란과연계속될가치가있는것인가?’,‘세상에만연한고통을어떻게하면줄일수있을것인가’,‘어쩔수없이태어났다면어떻게살고어떻게죽어야할것인가’와같은질문을던지는이야기로바뀌었다.팬데믹이개작에영향을주었을수도있고,원래『작별인사』의구상에담긴어떤맹아가오랜개작을거치며발아했는지도모른다.그것에대해작가는이렇게말하고있다.

마치제목이어떤마력이있어서나로하여금자기에게어울리는이야기로다시쓰도록한것같은느낌이다.탈고를하고얼마지나지않아원고를다시읽어보았다.이제야비로소애초에내가쓰려고했던어떤것이제대로,남김없이다흘러나왔다는생각이들었다._’작가의말’에서
전면적인수정을통해2022년의『작별인사』는2020년의『작별인사』를마치시놉시스나초고처럼보이게할정도로확연하게달라졌다.그리고김영하의이전문학세계와의연결점들이분명해졌다.

제목을『작별인사』라고정한것은거의마지막순간에서였다.정하고보니그동안붙여두었던가제들보다훨씬잘맞는것같았다.재미있는것은‘작별인사’라는제목을내가지금까지발표한다른소설에붙여보아도다어울린다는것이다.『나는나를파괴할권리가있다』,『검은꽃』,『빛의제국』,심지어『살인자의기억법』이어도다그럴듯했을것이다._’작가의말’에서

우리가알던김영하가돌아왔다.그런데다르다.

『작별인사』의인물들이‘태어나지않는것이낫다’는명제를두고논쟁하는장면은김영하의이름을세상에알린『나는나를파괴할권리가있다』의메시지와논리적거울상을이룬다.‘나는내가알던내가맞는가’를질문하며정체성의혼란을겪는주인공의모습은김영하소설에서는낯설지않은장면이다.『빛의제국』의기영이그랬고,『살인자의기억법』의병수가또한그랬다.낯선세계로갑자기끌려가극심한고난을겪는고아소년이좌절속에서도영적인초월을경험하는『검은꽃』의세계는『작별인사』에서도변주된다.기계와클론,휴머노이드와비인간동물들이모여살아가는『작별인사』의한장면에서사회로부터버림받은청소년들이오토바이를몰고탈주하는『너의목소리가들려』를떠올리는독자도적지않을것이다.
기억,정체성,죽음이라는김영하의주제가『작별인사』에서는근미래를배경으로새롭게직조된다.달라진것은필멸의존재인인간이반드시마주할수밖에없는죽음의문제로더깊이경사되었다는것이다.원고에서핵심주제였던정체성의문제는개작을거치며비중이현저히줄었다.대신태어남과죽음,만남과이별의변증법이작품전체를관통한다.

한층깊어진사유,날렵하고지적인문장,필멸의슬픔을껴안는성숙한시선

『작별인사』가김영하소설세계의돌연변이는분명아니지만앞으로의변화를예감케하는부분이있다.전복적세계인식속에반문화적요소를배음으로탈주하는인물들,두세계의경계에서배회하는존재들에주목하던작가의시선이문명의지평선으로향하기시작했다.인류라는종족의소멸,개인으로서자신의마지막을사유하기시작한흔적들이『작별인사』곳곳에서발견된다.하지만등단이후지금까지언제나그래왔듯이,작가로서김영하의미덕은그가무엇에천착하느냐가아니라그동안다른작가들이무수히다뤄온‘오래된문제’들을어떻게자기만의방식으로다루는가에있다.가장무거운주제를다룰때조차문장의발걸음은경쾌하고,빠른호흡속에서도서사적긴장을절묘하게유지하며,그러면서도독자로하여금평소외면해온문제들을자신도모르게직면하게만드는김영하의작가적재능은『작별인사』에서도여지없이빛난다.

책속에서

자작나무숲에누워나의두눈은검은허공을응시하고있다.한번의짧은삶,두개의육신이있었다.지금그두번째육신이죽음을앞두고있다.어쩌면의식까지도함께소멸할것이다.내가겪은모든일이머릿속에서폭죽터지듯떠오르기시작한다.한때회상은나의일상이었다.순수한의식으로만존재하던시절,나는나와관련된기록들을찾아다녔다.그리고기억을이어붙이며과거로돌아갔다.그때마다이야기는직박구리가죽어있던그날아침,모든것이흔들리던순간에서시작됐다._9쪽

“…노을같은무해하고장엄한카오스는그냥감상하면그만이야.뭐하러예측을하겠어?노을이우릴죽이는것도아닌데.”
“정말미래는알수없는거네요.”
“미래는알수없다는것도확실한사실은아니야.”
“그게무슨뜻이에요?그럼미래를알수도있다는거예요?”
“그건‘미래’라는말이뭘의미하느냐에달렸어.”_33쪽

겨울이면북쪽에서기러기들이줄을지어날아왔고,봄이면다시시베리아와극북을향해날아갔다.‘바깥’은분명히있었다.다만무슨이유에서든내가갈수없을뿐이라생각했다.그렇게아빠는나를일종의멸균상태로보호하려했지만결국실패했고,내삶으로틈입해들어온‘바깥’에나는면역이전혀없는상태로노출되어버렸다.물론지금은그를원망하지않는다.그로서는그게최선이라고믿었을것이다._44쪽

“난그냥모두를돕는거야.누군가가뭔가를간절히원하면난그걸느낄수있어.그럼외면할수가없어.”
선이는스스로를잘아는사람이었다.그녀는언제나누군가를돕는데서자신의존재의의를찾았다.마음의촉수가자신의도움을필요로하는존재들을향해뻗어있었다.하지만그녀의의도가항상있는그대로받아들여지는것은아니었다.모든거래에는만족하지못하는누군가가있게마련이었다.사기를당했다며달려드는놈이있는가하면,불량품을받았다고환불을요구하며거세게항의하는녀석도있었다._77쪽

“우리가대신할수있다고믿는건어리석은자만이에요.누가정말로의미있는일을하게될지아무도모르니까요.”
“의미있는일이란과연무엇일까요?인간들은의미라는말을참좋아합니다.아까고통의의미라고하셨지요?고통에과연의미가있을까요?인간들은늘고통에의미가있다고말합니다.아니,더나아가고통이없이는아무의미도없다고말하지요.과연그럴까요?”
선이는물러서지않았다.
“그래요.고통에는의미가없을지도몰라요.하지만세상의불필요한고통을줄이는건의미가있어요.태어나지않는것이최선이지만여러가지이유로의식이있는존재들이이우주에태어날수밖에없고,그들은살아있는동안고통을피할수없어요.의식과충분한지능을가진존재라면이세상에넘쳐나는불필요한고통들을줄일의무가있어요.우주의원리를이해하려노력하고더높은지성을갖추려고애쓰는것도그걸위해서예요.”
달마는그말을듣고손뼉을쳤다.
“맞는말씀입니다.동감입니다.세상의불필요한고통을줄이는것,그게바로여기서우리가하려는것입니다.”_152쪽

우리둘은부부같기도했고,때로모자같기도했다.무엇이든우리에겐중요하지않았다.선이의삶이얼마남지않았다는것을우리모두예감하고있었다.밤이면시베리아의광활한밤하늘을은하수가가로질렀다.나는밖으로나와하염없이그것을바라보았다.그럴때면『천자문』의두번째문장을생각했다.‘일월영측(日月盈?)하고진수열장(辰宿列張)이라.’해와달은차고기울며,별과별자리들은열을이루어펼쳐져있다.나는고대의중국인들과같은하늘을보며그들이적은문장을그대로읊곤했다._285쪽

“그부분다시읽어줄래?”
“어디?‘현실하고다른일을상상해보신적이한번도없으세요?’이부분?”
“그래,그부분.”
나는앤의대사를다시읽어주었다.선이는꿈을꾸는듯한눈빛으로말했다.
“어렸을때그지하실에동화책이몇권있었다고그랬잖아.”
“그래,네가『빨간머리앤』얘기했던거기억나.”
“방금든생각인데,그때도나는좀전에네가읽어준부분을참좋아했어.그후로나도앤처럼늘현실하고다른일을상상해보려고노력했던것같아.눈에보이는게전부일수는없다고,그럴리는없다고말이야.그덕분에그래도그럭저럭살아남아서여기까지왔는지도몰라.다시들으니참좋네…”_289쪽

나는그대로거기남았다.그리고공동체의구성원들이죽거나사라지는것을끝까지남아지켜보았다.오래지않아내몸여기저기에도서서히문제가생기기시작했지만그대로내버려두었다…가끔은바다에서날아온갈매기가거기앉아무심한표정으로나를내려다보곤했다…어느날,나는오두막의포치에서주위를둘러보았다.공동체는사라진지오래였다.문득이넓은대지에인간을닮은존재는이제나하나밖에남지않은것같다는강렬한확신이들었다._2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