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 김영하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김영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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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버려진 존재들의 분노와 슬픔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개정판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6권 가운데 앞서 출간된 『오직 두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에 이어 나머지 3종이 모두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은 김영하식 슬픔의 미학을 볼 수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국의 이십대 또는 이십대적인 삶을 그려낸 『퀴즈쇼』 그리고 충격적인 첫 소설집 『호출』이다. 작가 스스로 우울에 침잠하여 쓴 고아들의 이야기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버려진 존재들의 삶을 파격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취약성을 보여주며, 이와 동시에 구성원에 대한 돌봄을 수행하지 못하고 붕괴해가는 사회구조를 드러낸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대폭주가 사라진 시대에서의 감회를 담은 ‘작가의 말’을 새로 실었다.
저자

김영하

1968년강원도화천에서태어나군인인아버지를따라여러지역을옮겨다니며성장했다.잠실의신천중학교와잠실고등학교를졸업하고연세대학교경영학학사와석사를취득했다.한번도자신이작가가될것이라고생각하지않았지만,대학원에재학중이던1990년대초에PC통신하이텔에올린짤막한콩트들이뜨거운반응을얻는것을보고자신의작가적재능을처음으로깨달았다.서울에서아내와함께살며여행,...

목차

1장013
2장063
3장125
4장181
5장247

개정판을내며294

출판사 서평

고아에대한고아의기억과증언

이소설은제이의삶의궤적을따라진행된다.고속터미널의화장실에서태어나자마자버려진제이는그를돌봐주던양어머니가마약중독자가되어그를버리고도망간바람에중학교졸업도못하고기아와폭력의위험에노출된다.그후철거예정구역빈집에숨어살다가경찰에붙잡혀지방의어느보육원으로인계되고,그곳을탈출해서울로돌아온다음에는거리를전전하기시작한다.다른가출청소년들과방종하고난폭한생활을같이하기도하고자기나름의방식으로수련과학습을하기도하다가폭주족의리더가되기에이른다.제이는스스로를다음과같이요약한다.“나는길과길이만나는데서태어났대.앞으로도계속길에서살게될것같다는,그런예감이있어.”
이런제이의삶을기억하고증언하는이는동규다.어린시절부터제이와운명처럼맺어진또다른고아동규는아무도자신을원하지않는다고느끼며스스로를불청객이라칭한다.아버지가집을비운사이삼촌과엄마가‘각별한사이’로돌변했다는사실을깨닫게된순간,동규는말을하지않게된다.함구증을앓는동안동규는제이와단단히결합되어있었다.말하지못하는그대신제이가그의속내를읽고사람들에게번역해주었기때문이다.
그러나둘의관계는동규의함구증이낫고제이가폭주족의리더가되면서복잡한양가감정을띠게된다.이번엔동규가평생제이의‘분신’으로그의존재를증언하고기록하는운명에처해진것이다.그러나동규가제이의이야기를누군가써야한다고생각하고증언을시작했을때,그것은제이만을위한것도동규자신만을위한것도아닌양자모두를위한일이되었다.동규의증언은둘사이의양가감정을해소하기위한일종의시도였기때문이다.
제이를기억하는이는동규만이아니다.한때제이와스친적이있는다른인물들또한제이가남긴자국을아프게들여다본다.길에서제이를처음본순간부터그에게매료되는목란,할리데이비슨을타고제이를쫓는게이경위박승태,제이에게집과음식을내어주고자신의비밀을고백하는Y그리고길위의수많은고아들까지,우리는그들이제이에대해말하는것을들으며그들의비극을엿본다.그리고유사한방식으로이소설을읽는우리는제이에대한이야기에서우리자신의존재론적슬픔을마주하게되는것이다.

손을들어우리의아픈손가락을보라

그렇다면제이는누구인가?소설에서제이라는인물은‘증언들’에의해꽤나영웅적으로심지어신화적으로묘사된다.증언들은서로교차하며증폭하고,독자는의문에사로잡힌다.그러나그의문이결국도달하는곳은제이의정체가아니라우리자신의슬픔일것이다.그리고우리자신의기억과우리에게가능한증언일것이다.무엇에대한?우리의아픈손가락에대한.제이는“분명히우리곁에존재하지만보이지않는존재”이기때문이다.소설에서나오는‘대폭주’가사라진지금,그들은이사회에서더욱철저하게지워졌다.『너의목소리가들려』는지금여기“대폭주를상상할수없는독자들”의눈앞에고아들의분노와슬픔을들이민다.그리하여우리는번갯불처럼깨닫게될것이다.여전히고아들은사회곳곳에존재하고있다는것을.그리고우리또한세상에내던져진고아라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