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 김영하 소설

호출 : 김영하 소설

$11.50
Description
나르시시즘, 모방 욕망, 죽음 충동
가상과 실재의 모호한 경계
김영하 문학의 기원, 『호출』 개정판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6권 가운데 앞서 출간된 『오직 두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에 이어 나머지 3종이 모두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은 김영하식 슬픔의 미학을 볼 수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국의 이십대 또는 이십대적인 삶을 그려낸 『퀴즈쇼』 그리고 충격적인 첫 소설집 『호출』이다. 나르시시즘, 모방 욕망, 죽음 충동 등과 같은 현대의 증상을 명쾌하게 포착하면서 특유의 대담하고 건조한 문체를 보여주는 『호출』은 총 열한 편의 단편으로 매력적인 날것의 세계, 간헐천처럼 분출하는 위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수록작들의 순서를 재구성하고 표현을 세밀하게 다듬으면서도 첫 소설집이 주는 날것의 느낌은 살려 담았다. 또한 원숙기에 접어든 작가가 자신의 기원을 되돌아보며 쓴 ‘작가의 말’을 새로 실었다.
저자

김영하

1968년강원도화천에서태어나군인인아버지를따라여러지역을옮겨다니며성장했다.잠실의신천중학교와잠실고등학교를졸업하고연세대학교경영학학사와석사를취득했다.한번도자신이작가가될것이라고생각하지않았지만,대학원에재학중이던1990년대초에PC통신하이텔에올린짤막한콩트들이뜨거운반응을얻는것을보고자신의작가적재능을처음으로깨달았다.서울에서아내와함께살며여행,...

목차

거울에대한명상007
호출035
전태일과쇼걸059
삼국지라는이름의천국085
도드리115
베를가르다139
도마뱀165
총189
손221
내사랑십자드라이버241
나는아름답다271

개정판을내며301
2006년판작가의말306

출판사 서평

첨단의상상력,세련된감수성으로
현대의증상을일찍이예견한소설집

『호출』에수록된작품들은크게세부류로나뉜다.첫째는‘거울에비친나’를탐색하는이야기들이다.거울은자신을비추지만엄밀히따지면그것이자신자체는아니다.「거울에대한명상」에서‘나’는아내의친구와몰래성적인만남을갖는도중버려진차의트렁크에갇히게된다.그안에서‘나’는아내의친구에게자신의거울이라고믿었던존재들에대한배반적인이야기를듣고무너진다.표제작인「호출」에서는통신기기인삐삐가거울역할을한다.처음보는여자에게삐삐를건네는상상을하던‘나’역시자신의상상과삐삐라는거울장치에갇힌다.「내사랑십자드라이버」와「삼국지라는이름의천국」에서는각각기계와컴퓨터게임이거울역할을한다.사회에서소외된인물들은현실에서무력한자신의모습을마주하기보다는더완전하게만들어진세계에천착하지만결국현실을벗어나지못하는자신을발견한다.「도마뱀」에서‘나’는우연히만난남자가준도마뱀모형때문에현실과상상의경계에서혼란을겪으며,종국에는그경계가허물어진다.
둘째부류는자기파괴충동이지배하는이야기들이다.「총」에서는무장탈영병이파멸적인인질극을벌인다.편지형식으로쓰인「손」에서는사랑에실패한화자가타인의손에집착하는모습을보여주는데,마지막에그집착은자신의손에대한파괴적충동으로이어진다.「나는아름답다」의‘나’는‘진짜죽음’을찍고싶어하는사진작가다.우연히버스에서만난여자를따라외딴섬으로간‘나’는여자의비밀을듣고‘진짜죽음’을찍게된다.
마지막부류는믿고있던가치가무너졌을때그것을어떻게받아들여야할것인가에대한고민이담겨있는이야기들이다.「전태일과쇼걸」「베를가르다」「도드리」에는1980년대에대학을다니며학생운동을했던과거를가진인물들이나온다.믿었던이념이무너지고새로운세상이갑자기나타난상황에서,인물들은감상에빠져과거를추억하지않으려애쓰면서도어쩔수없이감상에빠져든다.

세기말의『호출』과현재의『호출』

1997년초판이발행된『호출』은김영하가1994년11월부터1997년7월까지약3년동안쓴단편을모아엮은것이다.소설속풍경은리얼한것또는리얼해야하는것이라믿었던1980년대이념의위상이유토피아적허구로추락한1990년대의혼란과허무를나타낸다.인물들은현대사회의피상적삶과소통불능의욕망에좌절하거나병적나르시시즘과자기기만에사로잡혀있다.작가는1990년대일상의지표를드러내는소재들을차용하고환상과현실을모호하게뒤섞으며폭력,죽음,에로티시즘이라는주제를전복적으로탐구한다.
『호출』은첨단의상상력과날렵한호흡,차갑고세련된감수성등김영하문학의특징들이원형그대로남아있는1990년대한국문학의뛰어난성과가운데하나로평가받는다.등단이후발표하는작품마다독자들의열렬한지지속에화제를불러일으키며한국을대표하는작가로우뚝올라선김영하의신세대적패기와비범한역량이녹아있는초기작들은25년이지난지금읽어도여전히새롭고문제의식은더첨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