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기억들

기억의 기억들

$20.20
저자

마리야스테파노바

저자:마리야스테파노바

소설가,시인,저널리스트

1972년모스크바에서태어났다.막심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공부했다.현재예술,문화를전문으로하는러시아독립미디어콜타Colta.ru의편집장으로일하며작품활동을병행하고있다.2005년파스테르나크상과안드레이벨리상등러시아의주요문학상을수상했으며장편소설『기억의기억들』로2021년부커인터내셔널상최종후보를비롯,전미도서상,더블린문학상,페미나상,메디치상후보에올랐고2022년프랑스최우수외국어문학상,2023년스웨덴베르만상등을수상했다.시집『옷없는소녀들』로2023년라이프치히도서상을수상하기도했다.“올가토카르추크,스베틀리나알렉시예비치에이어앞으로가장많이회자될작가”로평가받으며러시아문학의현재로일컬어지는스테파노바는푸시킨,레르몬토프,만델슈탐,츠베타예바와같은러시아시문학의계보를잇는시인이자,실비아플라스,앤카슨,잉거크리스텐센과맥을같이하는시인으로평가받기도한다.스테파노바는정치와기억이만나는지대를‘포스트메모리’라는개념으로명명하는데,『기억의기억들』은정치와역사,기억에대한그의각별한탐구가담긴작품이다.



역자:박은정

조선대학교러시아어과를졸업하고러시아페테르부르크게르친국립교육대학교에서언어학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조선대동북아연구소학술연구교수로있으면서,전남대학교와조선대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옮긴책으로스베틀라나알렉시예비치『아연소년들』『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도스토옙스키『백야』,안톤체호프『갈매기』,톨스토이『무도회가끝난뒤』『이반일리치의죽음』및『러시아의영웅서사시』(공역)가있다.

목차

1부
1장타인의일기…11
2장시작에대하여…33
3장사진몇장…60
4장죽은자들의섹스…77
1942년또는1943년의료냐구레비치…94
5장알레프와그것이나를인도한곳…100
6장사랑의관심…112
7장불의와그면면들…126
콜랴스테파노프,1930…141
8장해진구멍과전환…143
룔랴프리드만,1934…159
9장선택의문제…168

2부
1장젊은이드가몸을숨기다…189
사라긴즈부르크,1905~1915…205
2장셀피와그결과…222
3장골드체인은더하고우드먼은뺀다…241
4장만델스탐은버리고제발트는모은다…262
룔랴구례비치,1947…282
5장한편과다른한편…284
6장샤를로테혹은불복종…302
스테파노프네,1980,1982,1983,1985…326
7장야곱의목소리,에서의사진…336
8장료디크혹은침묵…353
9장요셉혹은순종…398
10장내가모르는것…422

3부
1장운명은피할수없다…455
2장육아실에서온료냐…496
3장소년들그리고소녀들…535
4장사진사의딸…569

출판사 서평

기억의본질과기록의의미에대한경이롭고도시적인탐구

‘나’는갈카고모의죽음을계기로자기가써야할이야기가멀리있지않고바로자신의가계임을깨닫고는흐릿한사진몇장,불완전한기록몇줄에의존해지난세기격동의현장을관통해살아남은조상들의삶을불멸의기록으로만들겠다고결심한다.

이상한생각이지만,어쩌면이보잘것없는사건들속에고모가불멸의존재로만들고싶었던,중요한증언은없지만뭔가이야기를가진텍스트,불속에던져져재로변하지않을텍스트속으로꼭데려오고싶었던어떤기쁨의실체가담겨있는건아닐까?만약그렇다면고모는성공했다.(21-22쪽)

그러나자신이조상들에대해제대로알고있는것이거의없다는것을발견한다.증조할머니인사라긴즈부르크처럼혼자프랑스파리에가서의대를졸업한후러시아로돌아와서는볼셰비키로혁명에참여했다가이후신분을세탁하고시골에숨어아픈사람들을치료하며살았던문제적인인물도없지않았다.그러나다른가족들은차르의폭정,러시아혁명,두차례의세계대전,홀로코스트,레닌그라드포위전,그리고스탈린시대로이어지는역사의격동기를거치면서과거에대해침묵하는법을배웠고,기록을남기지않거나적극적으로없애버렸다.그리하여가족에관한많은이야기가출처가불분명한설화처럼남는다.‘나’는작은단서들에의지해가족사의흔적을좇아유럽과러시아곳곳을찾아다닌다.그렇게찾아낸공문서,건물,사진,편지,일기들이간직한기억은무엇이며어떤의미를지니고있을까?
‘나’는가족의내밀한이야기를대중에게드러낼때모든작가가겪는어려움에도직면하는데“언젠가내가가족이야기를책으로쓰리라는사실을알고있었다.(…)이네들에대해말하고이들을대신해서말할필요가있다고느꼈지만,첫발을떼기가두려웠고(…)공개하지않은전체가족사에서어느부분에조명을비춰야하는지,또어느부분을어둠속에남겨두어야하는지,즉어둠속에두느냐,빛가운데로드러내느냐를결정하는자가되는게무서웠다”고고백한다.“할아버지와할머니가평생을보이지않는존재로살기위해갖은애를다썼다는사실”도잘알고있었다.그래서‘나’는“가족사를더흥미롭게만들려는모종의시도를한적이거의없었”던가족의전통을따라몇년에걸쳐집요하게취재한사실을드라마로꾸미지않는채로,아니,꾸미지않는정도가아니라아예한무더기의옛날사진과자료처럼독자에게제시한다.

(…)나에게무엇을쓰느냐고물었고나는설명을시작했다.그는“아,작가가자기뿌리를찾아전세계를여행하는책중하나로군요.지금은그런책이많이나오지요“라고말했고,나는“네,그런책이한권더나올겁니다”라고대답했다.(450쪽)

그러나『기억의기억들』은“그런책”중하나가되기를거부하며“그런책”에대한메타적고찰에가깝다.이소설은잊힌집단의일원이었던자신을찾아가는이야기일뿐아니라,때론서정적이고때론사변적으로,과거를이해한다는것이무엇인가,역사와개인의기억이어떻게교차하는가를집요하게성찰한작품이다.

페이스북과인스타그램의시대에쓰인가장전위적인문학적기억법

『기억의기억들』은자서전,픽션,여행기,비평등다양한형식을활용하면서지적탐험과개인의기억을절묘하게엮어낸다.이작품을읽는것은‘나’와함께러시아와유럽곳곳을여행하며그녀가찾아낸가족사진,옛날신문기사,공문서,그림과편지들을같이읽고보는것에가깝다고할수있다.그러나마리야스테파노바가고심끝에창안한이형식이야말로드라마틱하게조율된가짜이야기들,페이스북같은SNS가무한에가깝게생성하는‘타임라인’과맞서는문학적응전의방식임을느끼게된다.

여기서흥미로운점은친절한페이스북이나를대신해서그리고나를위해기억하는게(기억할것과잊어버릴것선택하기)아니라,유동성과불완전성이나에게의무로전가된다는사실이다.계속흘러가는그특성때문에한없이새로운사진으로채워야한다.내얼굴도계속업데이트해야한다.그러지않으면예전얼굴이어땠는지잊을지도모른다.(224쪽)

기억을복원하고그것을이야기로만드는것은문학이맡아온가장중요한역할이었다.하지만페이스북과인스타그램의시대,우리의기억은전송되고,게시되고,쉽게휘발된다.데이터센터에전자적신호로저장된우리의기억들은우리의육체가허용하지못할정도의양과속도로불어나고지나간다.이런시대에오래된사진과파편화된기록에만의존해역사의격동기를겪어낸가족사를오롯이복원하겠다는스테파노바의시도는그자체로문제적이다.그리하여『기억의기억들』을읽는것은‘기억을기억’하려는,동시에기억이란과연무엇이며어떻게기록되어야하는가를집요하게탐구하는,이전혀새로운문학적응전에동참하는잊지못할경험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