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16.80
Description
60만+ 독자의 선택, 김영하 산문의 정수 〈여행의 이유〉

모방이 불가한 독보적인 사유와 치밀한 문장으로,
여행-일상-여행의 고리를 잇는, 열 개의 매혹적인 산문
출간 이후 6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읽혀온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이 복복서가에서 출간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여행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김영하만의 현란하면서도 정밀한 사유의 경로를 통해 비로소 이해해보게 되는 글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이 추가되며 새롭게 출간된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 산문의 정수로 불릴 만하다.
『여행의 이유』는 여행지에서 겪은 이런저런 경험을 풀어내는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로 그 주제가 점차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기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이 작가의 독보적이고 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따라 각기 그 맥락과 형태를 갖춰가는 독서의 경험은 마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처럼 강렬하고도 긴 파장을 남긴다. 이는 떠나기 전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가다듬기 위해, 혹은 자신이 다녀온 여행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헤아리기 위해 수많은 독자가 『여행의 이유』를 집어드는 이유일 것이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_본문 252쪽
저자

김영하

저자:김영하
소설가.장편소설로『작별인사』『살인자의기억법』『검은꽃』『나는나를파괴할권리가있다』『빛의제국』『아랑은왜』『너의목소리가들려』『퀴즈쇼』,소설집으로『오직두사람』『오빠가돌아왔다』『엘리베이터에낀그남자는어떻게되었나』『무슨일이일어났는지는아무도』『호출』이있고,산문『오래준비해온대답』『다다다』등을냈다.F.스콧피츠제럴드의『위대한개츠비』를번역하기도했다.서울에서아내와함께살며여행,요리,그림그리기와정원일을좋아한다.

목차

여행이불가능한시대의여행법
추방과멀미
상처를몽땅흡수한물건들로부터달아나기
오직현재
여행하는인간,호모비아토르
알아두면쓸데없는신비한여행
그림자를판사나이
아폴로8호에서보내온사진
노바디의여행
여행으로돌아가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번잡한일상으로부터달아나고싶을때,
인생의난제들에포위당했다고느낄때,
그리하여언제나,우리는여행을소망한다

「여행이불가능한시대의여행법」에이어지는글「추방과멀미」는2005년,작가가집필을위한중국체류계획을세우고중국으로떠났으나입국을거부당하고추방당했던일화로시작한다.흔치않은경험인추방으로부터뻗어나가는작가의이야기는,여행의목적에대한질문으로이어진다.누군가에게여행의목적은일상으로부터벗어난휴식일것이고또다른누군가에게는새로운경험과깨달음일것이다.그러나여행에는늘예측하지못한변수가생겨나기마련이고,이는행로를바꾸고어떤경우엔삶의향방까지바꾸기도한다.애초품었던여행의목적이우연한사건들로미묘하게수정되거나예기치못한무언가를대신얻게되는경험,작가는이것이이야기의가장오래된형식인여행기가지닌기본구조이며인생의행로와도닮았기에사람들은아주오랜옛날부터모험소설과여행기를좋아해왔다고말한다.
이어지는「상처를몽땅흡수한물건들로부터달아나기」는제목이암시하듯,일상과가족,인간관계에서오는상처와피로로부터도망치듯떠나는여행에관해다룬다.집안벽지의오래된얼룩처럼마음의상처는손쉽게치유되어없던일처럼아물지는않지만,여행은불현듯이그에맞설힘을부여해주기도한다.

풀리지않는삶의난제들과맞서기도해야겠지만,가끔은달아나는것도필요하다.중국의고대병법서『삼십육계』의마지막부분은「패전계」로적의힘이강하고나의힘은약할때의방책이담겨있다.서른여섯개계책중에서른여섯번째,즉마지막계책은‘주위상走爲上’으로,불리할때는달아나후일을도모하라는것이다.흔히‘삼십육계줄행랑’이라고하는말이여기서온것이다.(...)인생의난제들이포위하고위협할때면언제나달아났다.이제우리는칼과창을든적과싸우는것이아니라보이지않는다른적,나의의지와기력을소모시키는,눈에보이지않는적과대결한다.때로는내가강하고,때로는적이강하다.적의세력이나를압도할때는이길방법이없다.그럴때는삼십육계의마지막계책을써야한다._본문93쪽

여행은과거에대한후회와아직오지않은미래에대한불안으로부터우리를지켜주는힘이기도하며(「오직현재」),인류의오랜속성이기도하다.철학자가브리엘마르셀은인류를호모비아토르HomoViator,즉여행하는인간으로정의하기도했다(「여행하는인간,호모비아토르」).앉은자리에서모든정보에접속가능한현대에이르러서도‘오버투어리즘’이라는말이생겨날정도로여행인구는멈출기색없이증가하고있다.왜일까.우리는왜끊임없이여행을갈망하는가.일상의장소를벗어나생생하고색다른모험을겪길바라는욕망,여러가지일들로번잡해진머리를비우고먼곳으로떠나홀로휴식을취하고픈간절함은우리를‘여행하는인간(호모비아토르)’으로만든다.

오로지김영하만이보여줄수있는,섬세하고도깊은사유의여행

<알아두면쓸데없는신비한잡학사전>에출연하면서겪은독특한‘여행’에관한글「알아두면쓸데없는신비한여행」에서는김영하의감각적이고도깊은사유와문장이유감없이발휘된다.유쾌하게만보이는예능프로그램<알쓸신잡>에대한독특한인문학적통찰이흥미진진할뿐아니라,예측불가한방향으로이야기를풀어가는김영하표스토리텔링의힘을느낄수있다.
「그림자를판사나이」에서는공동체로부터소외되어떠도는자들의쓸쓸한숙명과그로부터그들이벗어날반전이있는해법이담겼다.「아폴로8호에서보내온사진」은여행의또다른기쁨인타지에서경험하는환대에관한글이다.1968년12월24일아폴로8호가찍은지구돋이Earthrise사진에대한이야기로시작하는이글은인류모두가지구위의승객일수있는이유가바로타자에대한환대때문임을눈부시게보여준다.

인간이타인의환대없이지구라는행성을여행하는것이불가능하듯이낯선곳에도착한여행자도현지인의도움을절대적으로필요로한다.인류는오랜세월서로를적대하고살육해왔지만한편으로는낯선이들을손님으로맞아들이고,그들에게절실한것들을제공하고,안전한여행을기원하며떠나보내오기도했다.거의모든문명에,특히이동이잦은유목민들에게는손님을잘대접하라는계율들이남아있다._본문173~174쪽

“나는그무엇보다우선작가였고,그다음으로는역시여행자였다.”

「노바디의여행」은성숙한여행자의태도와한사람의정신적성장을유비해보여주는글로,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에담긴고대의지혜에대한반짝이는해석이담겨있다.허영과자만을버리고자신을낮추는지혜롭고겸허한여행자가되기까지의여정에관한이야기는,어떻게하면인생을현명하게살아갈것인가에대한하나의답이기도하다.마지막글「여행으로돌아가다」에는작가가자신의정체성을여행자로규정할수밖에없는이유가담겼다.한곳에평화롭게정착하지못한채로항구적인여행상태로떠도는삶을살아가는이들에게보내는담담한위로의글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