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세상의 끝

내가 알던 세상의 끝

$18.50
Description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시적 스릴러
슬픔과 사랑과 용기와 야생에 대한 경이로운 탐구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이전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일이 가능할까?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단 하루도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한 사람이 사라졌을 뿐인데, 세계가 통째로 뒤집힌다.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난 일상, 너무 가혹해서 진짜라고는 차마 믿기 힘든 현실. 세상은 어제와 똑같이 굴러가는데 내가 알던 세상은 끝장난 심정. 영국 시인 리처드 램버트가 쓴 첫 소설 『내가 알던 세상의 끝』은 바로 이 ‘끝’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은 열다섯 살 소년 루커스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 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가눌 길 없는 슬픔과 운명에 대한 분노를 안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는 모습이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시적 문장 아래 펼쳐진다. 인적 드문 숲속에서 죽음의 그림자와 쫓고 쫓기는 싸움을 하는 한편, 스스로가 실은 죽음을 불러오는 존재는 아니었을지 혼란에 빠지기도 하는 루커스의 내면을 따라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펼쳐 보이는 몰입감 강한 시적 스릴러로, 2020년 출간된 해 가디언,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눈을 뗄 수 없는 스릴러이기도 하다. 환상을 슬쩍슬쩍 넘나들며 슬픔을 사실적으로 파고든다. 소설은 마치 늑대처럼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간다. 리처드 램버트는 시인의 눈으로 마법 같은 작품을 완성해냈다. _조너선 스트라우드(작가)
선정 및 수상내역
◆ 가디언,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2020 최고의 책
◆ 말 핏 상 수상작, 요토 카네기 상 후보
저자

리처드램버트

저자:리처드램버트RichardLambert
1971년영국런던에서태어났다.작가가되기전,중세사를가르치는일을포함해다양한직업을거쳤다.현재는잉글랜드노퍽주노리치에거주하며글쓰기강의와작품활동을병행하고있다.
2008년부터시를발표하기시작했다.2012년첫시집『밤길NightJourney』을출간했다.오년뒤출간한두번째시집『이름모를장소들TheNamelessPlaces』은이스트앵글리아북어워드최종후보에올랐으며예술위원회상수상작으로선정되었다.
2020년출간한『내가알던세상의끝』은아름답고시적인문장들이빛나는그의첫소설로,그해가디언,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에서최고의책으로뽑혔다.뜻밖의사고로한순간에부모를모두잃은한소년의이야기로,슬픔과상실을받아들이고변화에적응해나가며새로운시작을향해나아가는과정을환상적이면서도사실적으로그려낸다.

역자:황유원
시인이자번역가.서강대학교종교학과와철학과를졸업하고동국대학교대학원인도철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3년『문학동네』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하얀사슴연못』『초자연적3D프린팅』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모비딕』『바닷가에서』『어둠의심장』『폭풍의언덕』등이있다.김수영문학상,현대문학상,김현문학패,노작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
2부

옮긴이의말|어둠속을걸어다니기

출판사 서평

평화로운삶을찢는슬픔의굉음
창밖에어른거리는죽음의사신

토요일의평범한가족외출,루커스는부모님과함께차를타고가던중사고를당한다.요동치는차안에서내동댕이쳐지고떠밀렸다가다시들어올려진뒤찾아온완전한적막.고요속에서루커스는차바로앞길한가운데서있는짐승을본다.늑대처럼보이는그짐승을피하려다사고가난것이다.무겁고깊은잠에빠져들었다가깨어나자,엄마와아빠는보이지않고살면서고작두번본게다인할머니가말한다.“네부모님은죽었어.”

하루아침에혼자가된루커스는원래살던집을떠나외딴고원지대에자리한할머니의시골집에서지내게된다.이제학교에서무슨일이있었는지이야기할엄마도,새와나무의이름을자상하게알려줄아빠도없다.냉기가감도는집에는무뚝뚝한할머니와루커스,두사람뿐이다.엄마와아빠가삶을멈춘세상,모든것이정지된것만같은데지금이순간에도변함없이시간이흐른다는사실이루커스는이해되지않는다.

초침이원을그리며움직였고,그게그렇게계속움직인다는사실이당황스럽게느껴졌다.어떻게그럴수가있을까,엄마와아빠는삶을멈추었는데,그냥그렇게멈추어버렸는데._17~18쪽

다른사람은몰라도루커스는도저히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것처럼계속평범한삶을살아갈수없다.게다가어찌된일인지엄마와아빠를죽음으로몰고간그짐승,늑대의그림자가할머니집창가에어른거린다.늑대가루커스를쫓아온걸까?

나는그언덕들에늑대가있다고,늑대가산에서기어내려와나를따라여기까지와서이제어둠속에서서나를지켜보고있다고느꼈다.그것은무언가를원하고있었다.나를죽이는것?엄마와아빠에이어나까지죽여한가족을몰살시키는것?_226쪽

숲들을지나,강들을건너
“모든것의저편으로.모든인간의저편으로.야생으로.”

할머니집이자리한잉글랜드북부컴브리아주레이크디스트릭트는눈덮인산과얼어붙은호수,굽이진언덕이이어지는고원지대와골짜기로이루어져있다.날카로운바람이불어오는한겨울의강추위,묵직하게내려앉은어둠속헐벗은나무들과차가운언덕의형상은루커스의마음을어루만져주기는커녕한층더황량하고쓸쓸하게만든다.부모님의죽음으로루커스의세상은은유적으로뿐만아니라실제로도달라진다.낯선동네,할머니와함께하는생활,새로운학교,처음보는친구들과선생님……루커스는이제이모든것에홀로적응해나가야한다.

나는혼자멀리떨어져있는듯한기분이들었다.나없이모든게저먼아래에서흘러가는걸지켜보는듯한기분이._172쪽

부모가죽던순간,그참혹한장면을목격한루커스는이전처럼친구들과평범한이야기를나누며웃고장난칠수없다.숲속에사는늑대는야생의상징이자죽음을불러오는사신이다.루커스의정신은손에잡힐듯잡히지않고죽이지않으면기어코자신을죽이고말것만같은이무자비한포식자에게온통집중되어있다.
또래와어울리지못하고심각한트라우마와정신적상처로방황하던루커스는자신처럼친구가없고늘혼자다니는데브스와우연히말을튼다.대화상대라고는데면데면한할머니와무뚝뚝한데브스가전부지만,이들과함께하며서서히누구에게나살면서감당해야할각자의고통이있음을이해하게된다.인간생의불가피한과정이라할죽음의본질까지도.
늑대를추격하느라산과숲을헤매고다니던그는어느날,사람들이늑대를사냥하러나서자다시한번숲으로향한다.이번에는늑대를죽이기위해서가아니라,늑대를지키기위해서.

나는녀석이안전하기를바랐다.살아남기를바랐다.이세상에는늑대가필요하다._456쪽

칠흑같은어둠을건너마침내마주한빛
암전된세상에새어드는부드러운빛줄기

가까운이의죽음이란누구에게나일어날수있는상실이지만,아이러니하게도타인과나누기어렵고오롯이홀로감당해야하는슬픔이다.딸을잃은할머니의슬픔과엄마를잃은루커스의슬픔이제각기고유하듯이.그러니그슬픔을받아들이고대처해나가는방식또한저마다다를수밖에없다.

리처드램버트는날것그대로의거친슬픔을오랫동안전해내려온늑대에대한신화와엮어바라봄으로써,신비롭고도환상적인이야기를완성해냈다.한존재를집어삼키는어마어마한슬픔앞에서쉽게애도하지않고,조심스러운위로와함께연대의가능성을열어보인다.끔찍한비극과함께시작된긴밤을통과한루커스는저멀리서서히밝아오는새벽빛을바라보며마침내한발내디딘다.죽음이아니라삶쪽으로.그러니까끝으로부터시작으로.

어떤엔딩은어떤시작으로향하는길을뚫는다.엔딩이없었다면애초에있지도않았을새로운시작의길을._황유원(시인,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