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앓기, 읽기, 쓰기, 살기)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앓기, 읽기, 쓰기, 살기)

$16.80
Description
통증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것에 관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 ‘아픈 몸을 산다는 것’에 관한 섬세하고 깊은 통찰이 담긴 에세이
이 책은 『아픈 몸을 살다』 『고통받는 몸』 등을 번역하며 병을 앓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탐구해온 작가 메이의 첫 단독 에세이로, 몸의 고통과 질병이 던지는 근원적이고 복잡한 질문들에 대한 작가만의 대답이 담겼다. 오랜 시간 동안 만성통증이라는 고통스럽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완치가 어려운 병을 앓아온 ‘병자’-작가로서의 삶과 생각을 담았으나 전통적인 의미의 투병기나 인간 승리의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욥기』와 같이 통증이 유발하는 곤경과 고통을 묘사해온 병자-작가들의 유구한 서사부터 알퐁스 도데나 버지니아 울프, 수전 손택 같은 작가들이 자신의 질병에 관해 쓴 글까지 정확하기에 아름다운 사유와 문장으로 탐색하며 결국엔 ‘몸을 지닌’ 인간의 근본 문제에까지 이르는, 독특하고 유려한 인문학 에세이이다.
저자

메이

저자:메이
이화여자대학교에서여성학을공부했다.질병을겪으며읽고쓰는일이삶의방식이되었다.에세이라는(무)형식의자유로움과가능성에서즐거움을느낀다.지식과사랑이담긴글을쓰고싶다.『새벽세시의몸들에게』(공저)를썼고,『아픈몸을살다』,『고통받는몸』,『버지니아울프의정원』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프롤로그:돌아온다

이야기를시작하며
몸:무덤,표지,구원의장소
기원
앓기의기술과쓰기의기술
거의보이지않도록작게
고통의그림
병자의성공적인인간관계를위하여
파이의이야기
통증의역사쓰기:알퐁스도데의「라둘루」
병이준것
무에서나오는건
버지니아울프,작가-여성-병자의초상
젊은투병인에게전하는책과문장들
중력
우리는나무들처럼잎을떨어뜨렸다

에필로그:쪽지들의바다


추천의글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타인의고통에공감하기만큼이나,
자신의아픔을온전히타인에게전하기도쉽지않은일이다

정신적육체적질병을직접겪지않더라도,사람들은병자들의이야기,아픔에관한이야기에귀기울인다.고통을주제로한예술작품이고대로부터지금까지이어지는이유일것이다.고통스럽다는감각자체가,부정할수없이인간이라면피할수없는삶의한조건이기때문이다.우리는병자-작가들의이야기로부터자신의안정되고‘정상적인’삶을다행스럽게여길수도있고,인간됨의고단함을미리간접체험할수도있다.그러나무엇보다현재자신만이겪고있는듯한아픔이보편적인것임을그들의이야기-예술로부터확인하고안도하고위안받는다.“나만이상한거아니지?나만답없는거아니지?”(36~37쪽)
그러나자신의피부안에서만일어나는절대적인고통을타인에게전하고온전히이해받기란거의불가능에가까운것이다.고통의재현이까다로울뿐아니라,이를수용해야하는타인에게도의무감을넘어선적극적인연민이나연대를요청하기때문이다.

현재맺고있는인간관계들을정리하고싶다면병에걸리길추천한다.힘들다는토로에사람들이화제를돌리는다양한기법에대해알게될것이다.상대가받지않는전화와구걸하는기분에대해알게될것이다.때로는매몰차게,때로는겸연쩍게문을닫으면서내미는말들에대해서알게될것이다.너만힘든거아냐.나는그런얘기하는거안좋아해.좀의연하게마주하는게어때.왜전화해서울어?
_본문87~88쪽「병자의성공적인인간관계를위하여」

“나는얼마나운좋은사람인가.늘감사하며살아야겠다”
:어떻게고통을타자화하지않으면서재현할것인가

영화<라이프오브파이>속주인공의고난과생존에관한성찰을담은「파이의이야기」에서작가는얄팍한고통의재현이필연적으로일으키는고통받는주체의소외문제와,고통스러운경험에서얻은진실을다른사람들에게전하고싶어하는욕망에대해이야기한다.

누구도알지못하는고통을겪은자는거기로부터얻은삶과죽음에관한비밀스러운지혜에청자가감응하길바란다.그러나대체로청자의기대와반응은기적의경험을나누는간증이나충격실화를통한카타르시스에그치는게일반적이다.그렇다면고통에관한‘좋은’이야기는어떻게가능할까.범상한정상성의세계가외면하고놓쳐버린진실은어떻게감지될수있을까.“당신과나사이의경계를무너뜨리는이야기”(107쪽)이자고통받은자가이야기의저자인이야기로서의‘파이의이야기’는어떻게쓰여야하는것일까.

그러나그모든환호와박수와칭송속에서소년이감지한건자신의의도와반대의일이일어나고있다는것이었다.나는내진실을말하고싶었다.나의삶전체를뒤흔든무언가를말하고싶었다.하지만당신에게나의진실은중요하지않다.나의실제삶도중요하지않다.끔찍한일을겪고생존한소년이라는사실만이중요하다.나는불운,운명의우연한희생자,당신이피하고싶은모든것이며,당신의정상성을공고히해주고그정상성에감사하게하는타자다.
_본문102~103쪽「파이의이야기」

앓기의기술과쓰기의기술,
작가-여성-병자버지니아울프의초상

이책의백미라할만한「버지니아울프,작가-여성-병자의초상」은병자로서의버지니아울프와함께버지니아울프를반복해서여리고병약하고불우했던여성작가로소환하는오래지속되어온상투적인언어들에대해논한다.영화<디아워스>속끊임없이죽음충동에시달리는우울한버지니아울프나창백한여인의옆얼굴로각인된버지니아울프는여성지식인에대한놀랄것없는전형적인훼손이다.작가는이글에서버지니아울프의삶과작품을그의지병과연결해세세하게펼쳐내며병자-여성-지식인에대한단순하기에폭력적인시선들을조용히,유쾌하게전복한다.

어린시절의불운과평생시달린조울병,자살이라는키워드로버지니아울프를집요하게고정하려는시도는작가로서의뛰어난역량과분투,냉철한지성과수다스러운유머,출판업자로서의집요한성실성같은,울프의첨단을걷는지식인다운면모를무색하게만든다.그러나취약하고불안정한여성지식인이불러일으키는도착적인여성혐오의오래된역사와는무관하게,작가-여성-병자버지니아울프는그의지복과불운을이분법적으로나누는닫힌사고회로의바깥에,“아픈여자들의수호성인”(204쪽)으로서우뚝서있다.

아프며산다는건행복의반대말이다,병자의인생은고난과동의어다,아픈삶은덜한삶이며욕망,성취,성공,쾌락,즐거움같은단어들과는상관이없다……인간의삶의역동과모순과다면성을방기하는이런관념에서병자버지니아울프는병자이므로불행한인물일수밖에없다.거기엔괴롭지만행복하기도한나날,곤경이많지만충만한삶처럼상충하는듯보이지만공존하는진실들을사고할공간이없다.
_본문190~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