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코트

트렌치코트

$15.38
Description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리즈, 복복서가 ‘지식산문 O’
복복서가 ‘지식산문 O’는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 가운데 특히 흥미로우면서도 새로운 사고를 촉발하는 책들을 선별해 국내 독자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사물에 관한 깊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로, 독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늘 곁에 있는 물건들, 그래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탐험하며 교양을 쌓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모양과 형태가 다양한 사물만큼이나 자유로운 구성과 형식으로 쓰였으며, 특정 사물에 대한 작가 저마다의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다. 블룸즈버리 출판사는 이 시리즈를 “짧고 아름다운 책들”로, “예술가·학자·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하며, 명확한 문체, 상상력, 간결함을 중시한다”고 소개한다.
간결함. 아름다움. 상상력.
독자들이 이 작은 책들을 펼쳤을 때 지적이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하게 둔 가치들이다. 그런 목표 아래에서 탄생한 이 시리즈의 세번째 책은 ‘트렌치코트’다. 우리나라에서 봄가을 옷은 일 년에 일주일도 못 입으니 살 필요가 없다는 농담도 있지만, 그래도 봄기운이 슬슬 느껴지거나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트렌치코트들이 어김없이 길거리를 누빈다. 그런데, 이 코트 한 벌에 무슨 얘깃거리가 그렇게 있다고? 믿어보시라. 제1차세계대전의 참호에서부터 이 옷이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 생각보다 훨씬 길고 복잡한 역사가 있으며 그 역사는 인간의 불안하고 어두운 내면과 깊게 얽혀 있다. 옷장에 트렌치코트가 한 벌 있는가? 그렇다면 이 작은 책을 주머니에 넣으시길. 비참한 폭력이 난무하는 전쟁터와 음험한 비밀을 품은 누아르 영화 속 골목길과 화려한 런웨이가 모두 당신 것이다.
저자

제인타이넌

저자:제인타이넌JaneTynan
문화역사학자로,얼스터대학교와유니버시티칼리지더블린에서학위를취득했다.‘제1차세계대전의문화적유산에서군복이가지는의미’라는주제로런던예술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20년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에서디자인역사및이론을연구하는부교수로부임했다.『유니폼:현대세계에서의복식과규율』(공저)등을썼다.

역자:이상미
성균관대학교의상학과졸업후런던예술대학세인트마틴에서여성복디자인을전공했으며,현지디자이너브랜드에서어시스턴트로근무했다.현재번역에이전시엔터스코리아에서출판기획및패션분야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패셔너블』『스타일리시』『보그:더가운』『위대한사진가들』외여러패션전문도서를번역했다.

목차

들어가며
1.본질
2.전쟁
3.이동성
4.반란
5.르포
6.영웅또는악당
7.아웃사이더들
8.스타일
결론
덧붙이며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오’하고새롭게보게되는
우리를둘러싼일상속사물들

여행가방,트렌치코트,퍼스널스테레오,청바지,유아차,인형,먼지,쇼핑몰등이시리즈에서조명하는사물의종류에는한계가없다.작가들은사물이겪어온다양한변화들을,어떻게지금에이르게되었는지를풀어낸다.형식에도제한이없다.작가가선택한,아니작가를선택한사물이무대에앉아마치감독이자주연배우처럼책의장르와연구방향을지시하는것같다.그결과독자들은갖가지주제와형식의다채로운책들을만날수있다.

‘지식산문O’의세번째책은『트렌치코트』다.트렌치코트는제1차세계대전의참호에서군용외투로탄생했다.이코트는미지의세계로떠나는현실및허구의인물들과함께하며탐정,작가,기자,반항아,예술가,지식인의내면을투사하는상징이되었다.이책은이상징적의상이미디어,디자인,문학,영화,패션영역에서지나온궤적을8개의주제를통해보여준다.이를따라가는동안독자들은이옷이얼마나복잡한역사와의미로짜여있는지알게될것이다.

“트렌치코트는시간을뛰어넘고,
약점을감추며,환상을불러일으킨다.”
옷자락속에감춰진불안과폭력,아름다움에대하여

디자인역사를연구하는문화역사학자제인타이넌은어느날생각했다.트렌치코트야말로제1차세계대전에서진정으로살아남은유일한장비가아닐까?딱히특징이없어보이는이옷에어떤비밀이있기에아직까지패션미디어,문학,텔레비전,만화,무대위와화면속에서끊임없이소환되고사람들의옷장을채우는걸까?미셸푸코,그레타가르보,시몬드보부아르,어니스트헤밍웨이,필립말로부터비욘세까지한자리에모을수있는지난세기의문화적유물은아무리봐도트렌치코트가유일했다.

트렌치코트는그것이차지하는풍경이나이옷을통해삶의방식에활력을얻은사람들만큼생명력을지닌존재다._29쪽

저자는‘생동하는물질’이라는관점으로트렌치코트에접근해그다채로운물질적변화를추적한다.그가찾은트렌치코트의기원은기성복의탄생을알린고무방수코트다.야외에서몸을감싸쾌적함을보장해준덕분에인기를모았으나고무채취산업때문에노예화된원주민과가공공장의유독한환경을견뎌야하는노동자의현실을감싸지는못한코트였다.고무특유의악취로인해어느덧‘쿨’하지못한것으로취급받고역사의뒤편으로사라진이방수코트의뒤를이어트렌치코트의시대가열렸다.새시대에도‘보호’라는상징성과보호받지못하는현실의대비는조금도줄어들지않았다.이코트가부상한곳이다름아닌전쟁터의참호(trench)였으니까.

트렌치코트는불멸의코트였을지는모르나참호에서죽음과부상을막아주는방패는아니었다.현대세계는경이로운동시에지옥과도같았다._68~69쪽

하지만그런건상관없었다.이제트렌치코트는매력적인유행아이템일뿐이었고,이군복스타일의코트를적극적으로입고나선이들가운데는여성들도많았다.많은여성들이입대를꺼리지않았고,제복차림으로자랑스럽게사진을남긴여성군인들의사진에서전시노동과페미니즘의연합을확인할수있다.즉,트렌치코트는단지패셔너블한액세서리가아닌위험한직종에서일했다는증거이자대담한활동에맞게디자인된제복에대한여성들의요구였다.

트렌치코트를선택한이들가운데는작가나기자도있었다.특히헤밍웨이는“겨울에입는트렌치코트야말로군복무경험을자랑할수있는,군복보다더좋은수단”(145쪽)이라고말할정도였다.‘트렌치코트산문’이라는장르가모험가와대담한인물들의선풍적인글을뜻했다는사실로헤밍웨이의마음을충분히설명할수있으리라.트렌치코트는그가원하는남성적삶,보이지않는곳에서전투를벌이는영웅들을대변했던것이다.

트렌치코트는전쟁이끝난뒤에도살아남았고,누아르에서SF까지,알베르카뮈에서비욘세까지두루두루근사하게어울렸다.범죄가스며든거리에서암약하는탐정이입는옷,폭력적인세계에서불안함을감추는옷,아웃사이더의옷,폭압에대한여성의저항을표현하는옷,지식인의자율성을드러내는옷등등으로활약했다.수많은상징들을껴안은덕분에낡아빠지고칙칙한이옷은패션계에서도‘클래식’‘아이코닉’‘필수품’‘자연스럽게멋진’등의빛나는수식어를차지할수있었다.

트렌치코트를탐구하기로하고그걸입었던사람들과입었던장소,트렌치코트를떠올리게만드는이미지와냄새와소리까지샅샅이담아내겠노라야심차게출발했던제인타이넌은이렇게결론내린다.“트렌치코트는공허한위로일수도있지만,현재로서는우리에게그포용력이꼭필요하기에굴복할수밖에없을것이다.”(257쪽)정말인지독자들이확인해볼시간이다.이책을읽고트렌치코트를한벌사게될지도모르니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