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끝나지 않는 물음 : 인문학으로 재즈를 사유하다

재즈, 끝나지 않는 물음 : 인문학으로 재즈를 사유하다

$16.00
저자

남예지

재즈보컬리스트이자음악교육자이며,가끔은글도쓴다.중앙대학교심리학과재학시절,동아리활동을통해음악을시작했으며,이후중앙대학교공연영상학과에서실용음악을,고려대학교응용언어문화학협동과정에서문화콘텐츠학을전공했다.박사논문인『재즈의미학적연구』를시작으로활발하게재즈와인문학의융합연구를진행하고있으며,재즈전문월간지《재즈피플》에‘인문학으로재즈횡단하기’라는제목으로칼럼을연재했다.정규음반으로는1집〈AmIBlue〉,2집〈TerraIncognita〉,3집〈인형의집으로오세요〉가있으며,현재공연기획사재즈올로지(Jazzology)의대표이자,중앙대학교예술대학글로벌예술학부초빙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글을시작하며

1장재즈,끝나지않는물음
-재즈란무엇인가

2장즉흥의미학
-재즈의흥은즉흥에있다
-위반과전복의음악

3장과거와현재가공존하는법
-과거와현재의끊임없는대화
-아는만큼들리는음악
-아도르노는재즈를싫어했을까?
-누군가의기억과만나는일

4장말할수없는것들을말하는음악
-작은차이가만들어내는세계
-건반들틈새로부터나오는음악
-‘음악’혹은‘음악하기’

5장재즈는끊임없이변화한다
-변증법으로바라보기
-이원적세계의병존
-익숙함과낯섦의사이
-비극정신으로부터재즈의탄생

6장모던재즈와포스트모던재즈
-음악을위한음악
-재즈를넘어선재즈
-일상의재즈가소비되는방식

7장재즈의영토확장
-모던걸과모던보이의음악
-환영받지못한음악

글을마치며
후주

출판사 서평

재즈는어떤음악인가?

재즈는어떤음악인가?재즈에특별히관심이없는대중들에게재즈는일상의곳곳에서멜로디를의식하지않고무심하게들을수있어편안한음악,아늑한분위기의카페나레스토랑에서흘러나오는음악,왠지분위기로기억되는그런음악이다.하지만많은이들의사랑을받은영화<라라랜드>의한장면에나오는,재즈연주자이면서재즈를너무나사랑하는주인공세바스찬의말을들어보자.

“재즈는그냥듣는음악이아니에요.얼마나치열한대결인지직접봐야해요.저친구들보세요.저색소폰연주자요.방금곡을가로채서멋대로가지고놀아요.다들새로작곡하고,편곡하고,쓰면서선율까지들려주죠.이젠또트럼펫이할말이있군요.서로충돌했다가다시타협하고그냥…매번새로워요.매일밤이초연이에요.진짜기가막혀요.”(본문193쪽)

세바스찬에게재즈는그냥흘려듣는음악이아니다.음악이만들어지는과정에관심을기울이면서특별한관심과이해를가지고능동적으로청취해야하는음악이고,그렇게해야제대로들을수있는음악이다.물론그냥듣는다고해서재즈의아름다움을알수없다는뜻은결코아닐것이다.다만재즈는그내용이만들어지는메커니즘을알고나면더욱다양한재미와매력을발견할수있는종류의음악이라는뜻이다.

인문학으로재즈를사유하다

이책은이제까지와는다른새로운방식으로재즈에대해이야기한다.실제무대에서재즈를연주하는재즈보컬리스트이면서동시에재즈와인문학의융합연구에매진하는학자이기도한저자는인문학적사유라는낯선방식을통해재즈에대해탐색해간다.이책은단순히재즈를연주하는것에서그치지않고끊임없이‘재즈란무엇인가?’라는문제에천착해온저자가철학,미학,심리학등좀더다른시각에서재즈의정체성에접근해보고자했던학문적고민의결과물이다.

이책에서저자는인문학적사유를통해재즈가과연무엇인지묻고또묻는다.때로는독일철학자테오도어아도르노의재즈비평을소개하며그에대한동의와반박을통해,때로는정신분석학자라캉의이론이나린다허천의패러디이론,질들뢰즈의《프루스트와기호들》을인용하거나움베르토에코의대중음악에대한분석을빌려재즈에대해사유한다.또니체의《비극의탄생》을통해재즈에서이원적세계들이어떻게관계를맺고있는지탐색하기도한다.

저자가재즈와인문학의융합연구를시작하게된것은우리나라의재즈연구가음악이나연주스타일에대한분석혹은재즈역사나재즈음악시장에대한연구를중심으로늘어나고있는데반해타학문과의융합연구는왜찾아보기힘들까,하는의문에서비롯되었다고한다.그래서이책은재즈역사혹은재즈명반이나연주자등을소개하는기존의재즈도서에서는찾아볼수없는색다른방식으로재즈에대해서말한다.재즈를잘알지못하는독자들에게는재즈라는음악을제대로감상해보고싶다는흥미를불러일으킬것이며,재즈애호가들에게는좀더깊이있는재즈듣기로안내하는길잡이가될것이다.


재즈를한다는것

기존의음악적질서를위반하고전복하며끊임없이진화하면서그영역을확장해가는‘재즈’는그어느누구도명확한답을찾기어려운복잡미묘한음악이다.인류학자존스웨드는저서인《재즈오디세이》서두에서재즈는다른음악과달리정의자체를거부한다고말하기도했다.그래서‘재즈란무엇인가?’라는물음은이책의제목처럼답을찾기어려운‘끝나지않는물음’일지도모른다.다만저자는이렇게말한다.

“내가이책을통해얻고싶은것은‘재즈’라는음악에대한나와우리의관습적사고에‘틈’을내어보는것이다.재즈의정체성을단지음악내적으로만사유할것이아니라,음악외적으로그사고의지평을넓혀보는것이다.”(본문7쪽)

그래서음악을단지음악적으로사유하는데그치지않고인문학적으로사유함으로써‘관습적사고에틈을내어보고자’하는이책은‘차이에집중하며고정된세계를깨뜨려줄낯선만남을기대하게하는음악’재즈와무척닮아있다.재즈와인문학의융합연구를지금도계속해서진행중인저자는여전히재즈가무엇인지명확한답을찾지못했고어쩌면연구의첫시작점보다좀더혼란스러워졌는지도모르겠다고솔직히고백하면서이렇게말한다.

“하지만나는이런식으로계속고민하며사고에틈을내다보면언젠가는우리의‘재즈’가더깊어지리라고확신한다.크리스토퍼스몰의용어를빌려오자면,이글을읽고있는우리는(아마도)모두‘재즈를하고있다’.악기로재즈를연주하고,재즈에대한글을쓰며,재즈공연을만들기도하고,재즈음악을감상하거나재즈에관한공부를하며나름의‘재즈를하고있다’.본격적으로재즈를하는일이아니더라도우리는삶을통해재즈를하기도한다.일상의정해진틀안에서자유를꿈꾸며,억압된것들을통해말할수없는것들을말하려하고,크고작은위반과전복을통해끊임없이보편에저항하며나만의특별한삶을살아낸다.”(본문233쪽)

이책은재즈에관심있는사람들만을위한책이아닌,재즈라는음악을통해우리의삶을사유해보고자하는우리모두를위한책이기도하다.



<책속에서>
한편이러한관점에서보자면,재즈에서의즉흥연주가무無에서유有를창조하는과정이라고는할수없다.재즈의매력을말할때흔히음악적자유에대해말하지만그자유라는것이무작정의자유는아니다.연주자의내·외적자유를제한하는규범이존재하기때문이다.
―20쪽,‘1장재즈,끝나지않는물음’중에서

인간이속한언어의세계안에서무의식이만들어지듯,음악적언어또한수세기의전통과관습을통해형성되어왔으며,이세계안에서연주자각자의무의식이형성되는것이다.연주자의무의식속에침잠되어있는음악언어들은연주가이루어지는동안의식과무의식의경계를넘나들며연주에영향을미친다.
―29쪽,‘2장즉흥의미학’중에서

린즐러는어떤의미에서모든창조성의원천은자유연상에서기인하며,비단즉흥연주자만이아니라작곡가들도작곡의초기단계에서는자유연상을거친다고말한다.(…)즉흥연주에서의무의식적사고는주체를억압하고있던음악적관습을깨뜨리며,이전엔미처경험해보지못했던새로운세계와의만남을가능하게한다.
―31쪽,‘2장즉흥의미학’중에서

결국재즈에서연주자의존재는과거텍스트와현재텍스트사이의매개이자,변증법이일어나는일종의장소이다.연주자를통해재즈의현재와과거가만나게되는것이다.그래서재즈연주의순간은핑켈스타인의말대로“익숙한것과생소한것,옛것과새것”이공존하는순간이된다.
―53쪽,‘3장과거와현재가공존하는법’중에서

그럼에도불구하고아도르노는재즈라는음악안에있는가능성을하나의범주로묶어버리면서자신이《계몽
의변증법》을통해비판했던,이성의합리화가가져오는“보편과특수의잘못된동일성”이라는실수를범했다.
―78쪽,‘3장과거와현재가공존하는법’중에서

베렌트는이러한스윙의본질을두가지다른시간개념의중복으로본다.“심리학적시간”과“존재론적시간”,혹은“살아있는시간”과“계량된시간”이변증법적으로공존한다는것이다.
―94쪽,‘4장말할수없는것들을말하는음악’중에서

우리는일반적으로특정문화권안에서음악언어를받아들이고,관습적인사고안에서음악을듣고,또만들어낸다.결국블루스가미묘한이유는서양음악을기준으로‘식민화’된사고속에서는결코명확히설명할수없는,낯선것이되어버리기때문이다.
―109쪽,‘4장말할수없는것들을말하는음악’중에서

이러한전체적인형식은다른음악들과마찬가지로어느정도예측이가능하나,연주자들의즉흥연주로이루어지는부분은시클롭스키가말하는예술의본질적표현기법으로서의“낯설게하기”가주로적용된다.연주자들은즉흥연주과정에서테마의선율이나화성,리듬을다양하게변형하기도하며,기억에저장되어있던음악적정보를재조합하고변형하여테마와는전혀다른새로운선율을만들어내기도한다.
―149쪽,‘5장재즈는끊임없이변화한다’중에서

한편아폴론적인것과디오니소스적인것은재즈에공존하고있는정확성과모호성으로도설명할수있다.테드지오이아는그의저서에서재즈의본질은악보로옮겨적을수없는것들에담겨있으며,피타고라스식의음정체계에정복당하지않았던아프리카이민자출신의연주자들은음조나음정을왜곡하는방식과서양고전음악의체계를공존하게했다고말한다.
―163쪽,‘5장재즈는끊임없이변화한다’중에서

내가알고있는대로흘러가지않는다면그순간우리는일종의충격을경험한다.들뢰즈가말하는‘기호’
를마주치는순간이되는것이다.기호는우리를사유하도록강제한다.
―199쪽,‘6장모던재즈와포스트모던재즈’중에서

나치정권하독일의기조는새로운‘질서’에관한것이었다.인종에관한,권력에관한,세계정세에관한흐트러진질서를그들의편협한시각에서바로잡고자했다.이러한질서구축에있어재즈적자유로움은그들의정치적방향성과는함께할수없는것이었다.
―220쪽,‘7장재즈의영토확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