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떡갈나무한테 시집간 처녀 이야기

늙은 떡갈나무한테 시집간 처녀 이야기

$20.07
Description
소설의 새로운 모험, 그림 소설

30여 년 전 한국의 소설 문학 분야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을 기억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얼마 전 작고한 강수연 씨가 출연한 동명 영화도 당시 관객에게 새로운 정서로 다가왔고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던 일을 기억하는 이도 많다. 이 소설은 또 다른 의미에서 많은 독자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이 책은 그림과 글의 비중이 비슷한 새로운 형태의 ‘그림 소설’이다. 흔히 글에 대한 이해를 돕거나 흥미를 더하고자 곳곳에 삽화를 삽입하던 과거의 구성이 아니라 글과 그림이 독립적으로 제시되면서 때로 서로 조명하고 서로 길항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이는 아마도 소설가에서 화가로 거듭난 작가 하일지의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구성인지도 모른다.
이 그림 소설의 원고는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누나』이지만 여러 대목이 수정되고 새로운 일화들이 보완되어 새로운 서사로 태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33점의 그림이 수록되면서 제목도 작품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늙은 떡갈나무한테 시집간 처녀 이야기’가 되었다.
저자

하일지

프랑스푸아티에Poitier대학에서불문학석사학위,리모주Limoges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
1990년소설『경마장가는길』을시작으로12편의장편소설을발표했다.영시집BlueMeditationoftheClocks와불시집LesHirondellesdansmontiroir,문학이론서『소설의거리에관한하나의이론』,철학서『하일지의나를찾아서』등저술이있다.
2018년11월1일부터그림을그리기시작해여러차례작품을전시했다.

개인전
시계들의푸른명상(논밭갤러리,파주헤이리)
순례자의여정(자인제노갤러리,서울)
VoyagedePelerin(TheArtGallery,Vichy)
늙은떡갈나무한테시집간처녀(자인제노갤러리,서울)
순례자이야기(모나리자산촌,서울)
늙은떡갈나무한테시집간처녀(영월문화예술회관,영월)

단체전
말하고싶다(나무갤러리,서울/담갤러리,담양/만호갤러리,목포)
사람사는세상(마루아트센터,서울)
7Artists(Têt’del’Art,Forbach)
설렘…그리고기분좋은날(자인제노갤러리,서울)
ÉtéàLimoges(ÉlémentairelaGalerie,Limoges)

목차

작가의말5
박수만과박노마11
귀신을보는할멈18
몽달귀신이된허도27
조죽36
가영이네집뒤란48
중절모54
늙은떡갈나무한테시집간처녀60
아기장수의형님태돌영감68
큰진영감네밤나무와작은진영감네대추나무81
산너머남촌에는누가살길래92
오석기의장래희망97
떡102
정미소집처녀의젖통가리개106
소두영네소111
소소소미-이도도도라-아119
백양나무가된성춘희123
동출이작은어머니의비밀135
문둥이의노래141
허풍쟁이상구152
티티새를닮은아주머니160
질경이씨앗으로짠기름168
봉남이네라디오179
뱀이된동호어머니184
착한기염이189
나무의비밀194
태화사가는길200
벼락맞아죽은사람의딸217
나무이름대기차차차224
호랑이보시231
겨울이야기238
김화의안경과팬티스타킹243
봄손님248
난쟁이가되어돌아온사람들257
시체찾기265
복수274
커다란물고기에게강간당한처녀278
물레방앗간나그네285
목신의노래292
가영이의소원299
계모307

출판사 서평

한국인무의식의원형을보여준작품

1960년대충청북도단양의한산골마을.화자이자주인공인12세소년은성적욕망에눈뜨면서주변에서일어나는사건들을자기나름대로하나하나체험하고해석하며현세의삶에입문한다.그세상에는귀신을보는할멈이있고,소는마치사람처럼학교에다니며,나무들은떼를지어걸어다닌다.합리와이성이아니라집단무의식과억압된성이꿈틀거리는이몽환적인세계에서는아리따운처녀가늙은떡갈나무에게시집가고,길이가4킬로미터나되는거대한붉은뱀이살고있으며,백양나무로변한소녀도있고커다란물고기에게강간당한처녀도있다.이신비스럽고,위험하면서도순수한세계에는작가의놀라운상상력이숨어있다.이처럼그가펼치는서사에는한국인의무의식에각인된원형(原型)의세계가절묘하게형상화하고있다.정수모전경희대교수는“하일지예술에서가장놀라운것은대범하고분방한상상력일것이다.그의상상력에는끝이없어보인다.현기증나는상상의세계를그는끊임없이쏟아놓는다”고평가했다.

새로운문체의실험

사건이실제공간에서펼쳐져관객이모든것을듣고볼수있는연극과달리영화는감독의카메라가보여주는것만보고,등장인물이들려주는것만을들을수있다.마찬가지로소설의독자는작가가보여주는것만보고들려주는것만을듣는다.따라서독자는어쩔수없이이야기를들려주는화자를전적으로신뢰하고,주인공을통해서사의세계를탐험한다.하지만이소설에서주인공은지각이충분히깨어있지않은소년이어서그의서술은황당하고비현실적이다.저자는바로그것이산업화이전사회사람들의의식이었으리라생각했다고고백한다.그시대사람들의삶과의식을가장잘드러내려면독자가마음놓고믿지못하는소년의진술이합당하다고판단했다는것이다.
화자의서술과마찬가지로소설의구성또한완결되었거나완전하지않다.40가지서사가계속해서덧붙여지고보완하는‘열린’형식으로전개된다.작가는바로이점이이소설에서기대했던효과라고말한다.따라서작가만이아니라독자도끊임없이새로운이야기를덧붙이고싶은충동을느끼게된다.‘스스로자라는형식’,이것이현대소설이추구하는미학적최고지향점중하나라고믿는작가는이소설에서‘열린서사’로독자를초대하고대단히성공적으로작업을완수했다.
‘작가의말’에서그는이렇게말한다.
“30년간소설을써오면서나는소설의형식적변화를끊임없이추구해왔다.무엇을쓰느냐가아니라그것을어떻게쓰느냐가나에게는항상중요했다.아무리내용이특이하고재미있는것이라할지라도남들이흔히쓰는낡은형식으로써서는무가치하다고나는생각했다.그도그럴것이형식이곧작가의세계관이요,소설이예술이되기위해서는형식적독창성을가지지않으면안된다는생각을,나는젊은시절부터하고있었다.”

책에수록된그림의의미

소설가이자화가인저자는경험을통해형식적탐구에대한압박감이소설가일때훨씬심하다고고백한다.화가도끊임없이형식적변화를추구하지만,하나의새로운형식을발견하면꽤오랫동안“자기복제”를하는것이어느정도용납되기때문이다.피카소는스스로개척한입체파형식의작품을수없이생산했지만,유사한형식의그림을양산해냈다고그를폄훼하는일은없다.반면에소설가에게는형식적자기복제가용납되지않는다고,저자는말한다.
그렇게이책에수록된30여편작품은주로2021년에그린것으로서양의나이브아트(NaiveArt),동양의민화분위기가풍기는매우강렬한개성을선보인다.작가는이그림들도소설의서술과마찬가지로어설프고황당하고과장되어있다고말한다.그것은이소설의이야기가당시사람들의삶과의식을있는그대로표현하기위한것이듯이그림도같은목적을지향하고,작가가다른서사,다른주제에천착할때까지이작품에전적으로몰입했음을고백한다.
실제로지난30여년간소설을쓰고강의하며살아온저자가이처럼짧은기간에화가로서거둔성공은다소놀랍기도하다.이시리즈작품으로여러차례개인전을열었고,책출간에맞춰10월12일에서23일까지영월문화회관에서전시가예정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