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파농

프란츠 파농

$26.29
Description
탄생 100주년을 맞은 프란츠 파농과 우리 이야기

2025년은 프란츠 파농의 탄생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 책은 불꽃처럼 강렬했던 그의 짧은 삶과 철학, 반식민 투쟁과 알제리 전쟁,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서의 개혁적인 시도에 대해 말한다. 1961년 8월, 그는 자신의 책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의 서문을 써주기로 한 사르트르를 만나러 로마로 향한다. 서구 제국의 식민지 수탈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 신음하던 알제리와 운명을 함께하던 그는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죽음이 임박한 상태였다.
그가 로마에서 사르트르와 함께 보낸 사흘은 역사적인 만남이었고, 예외적인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제국주의, 식민지의 현실, 알제리 반식민 투쟁 그리고 정신의학에 관해 때로 대립하고 때로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탄압과 저항으로 점철된 마르티니크 섬 출신 흑인 지식인 파농의 생각과 전 세계 지성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유럽인 철학자 사르트르의 생각에서 과연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반식민 저항운동의 아이콘이자 정신병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프란츠 파농의 지적·정치적 전기이자, 그의 업적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다. 특히 반식민 투쟁의 상징이었던 알제리 전쟁의 배경과 과정 그리고 주요 조직과 인물들이 소개되고, 책 맨 뒤쪽에 여러 장에 걸쳐 게재된 매우 충실한 주석이 독자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알제리 독립 투쟁의 방식을 두고 독립운동가들이 강경파와 온건파로 분열되고 서로 대립하거나 해방 후 독립 정부의 주도권을 두고 서로 대립하던 양상은 일제강점기와 이후 해방정국에서 벌어졌던 우리 정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대부분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했지만, 세계가 강대국 미국과 소련 영향권 두 블록으로 양분된 동서 냉전이 시작되면서 약소국가들은 또다시 이념 선택을 강요받고 경제적·군사적 종속 상태에 놓였다. 기나긴 제국주의 일본 지배를 받다가 해방되자마자 곧바로 미소 이념 대립의 격전장이 되었고, 아직도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비극적이면서도 위대했던 혁명가 프란츠 파농의 삶과 철학을 그래픽 노블의 형태로 돌아보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검은 예수 또는 폭력의 사도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난 파농은 정신과 의사이자 사상가로 알제리 독립투쟁에 참여한 ‘흰 가운의 전사’였다. 1960년대 미국의 흑인민권운동은 물론 독일의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일본의 좌익 학생운동, 라틴 아메리카의 반제국주의 운동, 80년대 한국 학생운등 등 억압과 차별에 대항하는 활동가들에게 큰 영감을 준 파농이 소설가 프레데릭 시리에와 일러스트레이터 로맹 라미의 손에서 되살아났다. 그래픽 노블 『프란츠 파농』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평가한 ‘날카로운 지성과 생명력 넘치는 열정과 냉소적인 유머 감각을 갖춘’ 파농을 독자들 앞에 소환한다.
아프리카 민족주의자들과 미국 흑인민권운동가들은 그를 ‘검은 예수’로, 서구 학계 보수 지식인들은 ‘폭력의 사도’로 평가하는 파농은 프랑스에서 언급하기 ‘거북한’ 사상가였다. 식민지 시기 피지배자들이 겪는 소외와 신경증은 물론이고 지배자인 백인의 심리상태까지 분석한 충격적인 저서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 대한 당시의 프랑스 출판시장과 학계의 반응은 냉담했고, 식민지 지배자들의 억압과 식민지 피지배자들의 저항을 ‘폭력’이라는 유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이들에게 파농은 위험하고 과격한 사상가일 뿐이었다. 또한 알제리 국민해방전선(FLN)의 일원으로 알제리독립투쟁에 깊숙이 간여한 파농을 언급하는 일은 폭력적인 식민 지배자로서의 프랑스의 민낯과 마주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탈식민지화를 위한 파농의 정신적, 육체적 투쟁의 일지

이 책은 탈식민지화를 위한 정신의학자로서의 투쟁과 알제리 독립운동가로서의 투쟁의 궤적을 그린다. 그는 아랍인과 원주민의 정신을 ‘원시적 구조’로 특징짓고 ‘하위인간’으로 정의하며 인종차별을 합리화했던 정신의학자들에게 반기를 들었다. 파농은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통해 식민지 상황에서 아랍인이나 흑인이 겪는 정신적 질환이 인종적 특성이 아니라 오히려 식민주의 산물임을 증명했다. 파농은 정신 질환을 앓는 원주민을 분석하면서, 식민지화의 희생자들이 겪는 자기 부정과 자기 분열을 해결하고자 이론 투쟁을 전개했다.
그는 특히 정신과 치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프랑수아 토스켈의 가르침을 받아 정신 질환 환자들의 사회성 회복과 사회 복귀를 목표로 삼는 ‘사회요법’을 통해 환자의 수용소 감금을 거부하고 병원 관계자, 의료진, 환자 사이의 상하관계도 철폐했다. 그렇게 환자를 소외시키거나 고립시키지 않고 공동체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새로운 사회화의 길로 인도했다. 환자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인격, 새롭게 사회화되고, 스스로 선택하고, 주장하고 거부하는 인격’을 갖춘 존재가 될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새로운 인간의 출현에 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폭력

파농의 이론에서 탈식민화를 위한 저항의 중심에는 ‘폭력’이 있다. 그는 사회요법으로 환자를 ‘병든 인격’에서 해방하고 자주성을 회복하도록 치료했듯이 식민 상황에서 파괴된 식민지 피지배자들의 자아의식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치료법으로 폭력을 제안했다. 그가『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에서 강조한 것은 폭력 자체가 아니라 식민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식민지 피지배자의 자기표현이었으며 지배자들의 폭력에 맞서는 대응 능력의 확인이자 억압받는 운명에서 벗어날 힘을 확인하는, 이를테면 자기 긍정과 자기 존중을 위한 도구로서의 폭력이었다. 폭력은 자아 회복의 가능성이었으며, 탈식민화의 단계이자 궁극적 목표인 ‘노예제와 식민지주의에서 해방된, 회복된 자의식으로 충만한 새로운 인간의 출현’에 도달하는 수단이었다.

타인의 고통에 연대하는 새로운 인간의 탄생

파농이 갈망했던 새로운 인간은 필연적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인정의 능력을 갖춘 존재이다. 해방을 위한 폭력은 결국 차이의 인정으로 이어지므로,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인간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파농이 네그리튀드 운동에 내재한 인종의식, 민족주의와 종족 중심주의의 위험을 지적하고 경계하면서 꿈꾼 인간형은 타자와의 상호 인정을 넘어 타자의 고통과 연대하는 존재였다.
저자

프레데릭시리에

저자:프레데릭시리에
1971년프랑스브르타뉴펭폴에서태어난프레데릭시리에는브레스트와렌에서문학과언어학을공부했다.
소설가로데뷔하기전에는브르타뉴의지역신문『라프레스다르모르다르모르(LaPressed’Armor)』에서풍자작가로활동했다.현재강의,편집,비평,영화등다양한분야에서일하고있다.

그림:로랭라미
1982년프랑스그르노블에서태어난로맹라미는지역언론사에서기자로일하다가앙굴렘고등예술학교와스트라스부르장식예술학교에서공부한후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고있다.
현재파리에서거주하고있는그는출판과언론분야에서일하며여러미술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이책은그의첫번째그래픽노블이다.

역자:김현희
프랑스클레르몽II-블레즈파스칼대학에서<로맹가리소설속에나타나는예술가의형상과예술의기능Lafiguredel'artisteetleroledel'artdanslesromansdeRomainGary>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프랑스가르니에출판사의『로맹가리총서』에소논문<피카로,로맹가리미학Lepicaro,l’esthetiquegaryenne>이실렸다.역서로는파트릭모디아노의『메모리레인』(이숲출판사)이있다.신현림시인의에세이모음집『선물우체통』에저자로참여했다.피에르가니에르,울라레이머등유명인내한통역사로도활동중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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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탄생100주년을맞은프란츠파농과우리이야기

2025년은프란츠파농의탄생100년이되는해이다.이책은불꽃처럼강렬했던그의짧은삶과철학,반식민투쟁과알제리전쟁,그리고정신과의사로서의개혁적인시도에대해말한다.1961년8월,그는자신의책『대지의저주받은사람들』의서문을써주기로한사르트르를만나러로마로향한다.서구제국의식민지수탈로피폐해진아프리카국가들의독립을위해투쟁하고,프랑스의식민지배에신음하던알제리와운명을함께하던그는젊은나이에암에걸려죽음이임박한상태였다.
그가로마에서사르트르와함께보낸사흘은역사적인만남이었고,예외적인시간이었다.두사람은제국주의,식민지의현실,알제리반식민투쟁그리고정신의학에관해때로대립하고때로공감하며이야기를나눴다.탄압과저항으로점철된마르티니크섬출신흑인지식인파농의생각과전세계지성인들의시선을한몸에받던유럽인철학자사르트르의생각에서과연어떤공통점을찾을수있을까?

이책은반식민저항운동의아이콘이자정신병치료에새로운지평을열었던프란츠파농의지적·정치적전기이자,그의업적에대한독창적인해석이다.특히반식민투쟁의상징이었던알제리전쟁의배경과과정그리고주요조직과인물들이소개되고,책맨뒤쪽에여러장에걸쳐게재된매우충실한주석이독자들에게상세한정보를제공한다.특히알제리독립투쟁의방식을두고독립운동가들이강경파와온건파로분열되고서로대립하거나해방후독립정부의주도권을두고서로대립하던양상은일제강점기와이후해방정국에서벌어졌던우리정황과유사한점이많다.
2차대전이끝나고대부분식민지국가들이독립했지만,세계가강대국미국과소련영향권두블록으로양분된동서냉전이시작되면서약소국가들은또다시이념선택을강요받고경제적·군사적종속상태에놓였다.기나긴제국주의일본지배를받다가해방되자마자곧바로미소이념대립의격전장이되었고,아직도미국의경제적·군사적영향력에서벗어나지못한우리나라현실에서비극적이면서도위대했던혁명가프란츠파농의삶과철학을그래픽노블의형태로돌아보는일은흔치않은기회가될것이다.

검은예수또는폭력의사도
프랑스령마르티니크에서태어난파농은정신과의사이자사상가로알제리독립투쟁에참여한‘흰가운의전사’였다.1960년대미국의흑인민권운동은물론독일의베트남전쟁반대운동,일본의좌익학생운동,라틴아메리카의반제국주의운동,80년대한국학생운등등억압과차별에대항하는활동가들에게큰영감을준파농이소설가프레데릭시리에와일러스트레이터로맹라미의손에서되살아났다.그래픽노블『프란츠파농』은시몬드보부아르가평가한‘날카로운지성과생명력넘치는열정과냉소적인유머감각을갖춘’파농을독자들앞에소환한다.
아프리카민족주의자들과미국흑인민권운동가들은그를‘검은예수’로,서구학계보수지식인들은‘폭력의사도’로평가하는파농은프랑스에서언급하기‘거북한’사상가였다.식민지시기피지배자들이겪는소외와신경증은물론이고지배자인백인의심리상태까지분석한충격적인저서『검은피부,하얀가면』에대한당시의프랑스출판시장과학계의반응은냉담했고,식민지지배자들의억압과식민지피지배자들의저항을‘폭력’이라는유일한기준으로평가하는이들에게파농은위험하고과격한사상가일뿐이었다.또한알제리국민해방전선(FLN)의일원으로알제리독립투쟁에깊숙이간여한파농을언급하는일은폭력적인식민지배자로서의프랑스의민낯과마주하는일이었기때문이다.

탈식민지화를위한파농의정신적,육체적투쟁의일지
이책은탈식민지화를위한정신의학자로서의투쟁과알제리독립운동가로서의투쟁의궤적을그린다.그는아랍인과원주민의정신을‘원시적구조’로특징짓고‘하위인간’으로정의하며인종차별을합리화했던정신의학자들에게반기를들었다.파농은『대지의저주받은사람들』을통해식민지상황에서아랍인이나흑인이겪는정신적질환이인종적특성이아니라오히려식민주의산물임을증명했다.파농은정신질환을앓는원주민을분석하면서,식민지화의희생자들이겪는자기부정과자기분열을해결하고자이론투쟁을전개했다.
그는특히정신과치료에새로운바람을일으킨프랑수아토스켈의가르침을받아정신질환환자들의사회성회복과사회복귀를목표로삼는‘사회요법’을통해환자의수용소감금을거부하고병원관계자,의료진,환자사이의상하관계도철폐했다.그렇게환자를소외시키거나고립시키지않고공동체일원이라는인식을심어주며새로운사회화의길로인도했다.환자에게‘최대한자유로운인격,새롭게사회화되고,스스로선택하고,주장하고거부하는인격’을갖춘존재가될가능성을열어준것이다.

새로운인간의출현에도달하는수단으로서의폭력
파농의이론에서탈식민화를위한저항의중심에는‘폭력’이있다.그는사회요법으로환자를‘병든인격’에서해방하고자주성을회복하도록치료했듯이식민상황에서파괴된식민지피지배자들의자아의식과정체성회복을위한치료법으로폭력을제안했다.그가『대지의저주받은사람들』에서강조한것은폭력자체가아니라식민체제에서벗어나려는식민지피지배자의자기표현이었으며지배자들의폭력에맞서는대응능력의확인이자억압받는운명에서벗어날힘을확인하는,이를테면자기긍정과자기존중을위한도구로서의폭력이었다.폭력은자아회복의가능성이었으며,탈식민화의단계이자궁극적목표인‘노예제와식민지주의에서해방된,회복된자의식으로충만한새로운인간의출현’에도달하는수단이었다.

타인의고통에연대하는새로운인간의탄생
파농이갈망했던새로운인간은필연적으로차이를인정하고상호인정의능력을갖춘존재이다.해방을위한폭력은결국차이의인정으로이어지므로,타인의차이를인정하는인간으로거듭나기때문이다.파농이네그리튀드운동에내재한인종의식,민족주의와종족중심주의의위험을지적하고경계하면서꿈꾼인간형은타자와의상호인정을넘어타자의고통과연대하는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