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다른문화의만남,문화란모름지기서로흐르는것,
영국에서근대조선으로,‘그쪽’에서‘이쪽’으로건너온것만이전부가아님을…
‘이쪽’에서‘그쪽’으로건너간흔적을통해
새롭게다시보는영국과근대조선의만남의순간들
그리고조선의호랑이……
백여년전,일제강점기로요약되는그시대근대조선은서양여러나라와무수히많은접점이만들어졌다.이들과우리의최초의만남은어디에서어떻게이루어졌을까.이책에서주목하는것은1876년강화도조약이후앞다퉈이루어진서양여러나라와의통상조약무렵이다.미국을비롯한서양의여러나라와연이어이어진통상조약으로인해흥선대원군의쇄국정책으로인해굳게닫혔던문이열리고바닷길을통해서양의온갖문물들이근대조선의세상으로건너왔다.‘그쪽’에서‘이쪽’으로전해지는다양한문물들은우리의일상과사고를변화시켜이전에없던새로운세상을접하게했다.
시기적특성이그러한만큼그동안우리의주된관심사는근대조선에유입된서양문물에관한것,즉‘그쪽’세계에서‘이쪽’세계로건너온것들을둘러싼이야기였다.그리고주로‘그쪽’은주로미국이대상이었다.그런데,과연그쪽에서이쪽으로만,미국에서만흘러온것이다일까.서로다른문화권이만날때는힘이있는쪽에서없는쪽으로흘러오는것이전부인것처럼보이는까닭에그방향으로시선이쏠리게마련이다.하지만자세히들여다보면그양과영향력의범위의우위를따지지만않는다면상호작동하는지점이반드시존재하게마련이다.서양의세상과조선의접점에도이런일반적인원리는동일하게적용되었고,미국만이아닌영국과의관계에서도그러했다.
그렇다면그동안우리가눈여겨보았던일방의방향이아닌,이쪽에서저쪽으로향하는서양과조선의접점,나아가영국과조선의접점은어디에서어떻게무엇으로시작이되었을까.
이책은바로그런점에주목하여오늘날영국에남아있는여러경로의자료,즉매우다양하고포괄적이면서동시에매우구체적인조선에관한흔적과자취를통해당시영국인들이조선을만나게된경위,이들의눈에비친조선의풍경,나아가이들에형성된조선에관한이미지까지를아우르고있다.나아가시대적배경의이해를위해시누아즈리,자포니즘,황화론등서양으로전해진동양문화의흔적과의미,그리고영국인들의일상속에드러난현상까지를꼼꼼하게살피고있다.그런이해를전제로지금까지우리에게익숙한,그쪽에서이쪽으로건너온문화적흐름과는사뭇다른방향으로그시대를바라보도록안내하고있다는점은이책이가진각별함의하나로꼽을만하다.
그리고빼놓을수없는것이이책에서다루고있는,조선의호랑이를둘러싼제국주의자들의태도다.전통적으로친근한이미지,또는수호신의이미지로여겨졌던조선의호랑이는제국주의자들에의해수탈과침략,정복의상징으로대상화되었는데,저자는이를동물원과영국황제의호랑이사냥,나아가일제에의해집행된해수구제정책,호랑이가죽수출현황을통해있는그대로서술하고있다.그러나있는그대로써내려간역사적사실이당시조선의현실과맞물려읽는이로하여금당대의시대적정서를고스란히공유하게만드는것또한이책에서눈여겨보아야할지점이다.
이른바‘K-컬처’라는이름으로,전방위로주목받는한국의문화,
그러나백년전,영국에서바라본조선의모습은?
그들사이에만들어진조선의이미지,
생각보다일찍시작된조선을향한그들의관심에대한탐구의총합
우리가미처의식하지못한사이,이름하여‘K-컬처’라는이름으로한국의문화예술이전방위로주목을받고있다.이런흐름은한국안에있는우리보다나라밖에살고있는이들에게더강렬한경험을갖게한다.우리보다선진국이라고여겨지던서양의대중들이한국의다양한문화예술을향유하고일상의즐거움으로선뜻받아들이는모습은미디어를통해보고있긴하지만여전히과연실제인가싶을만큼비현실적인풍경이기도하다.그도그럴것이이런풍경은우리에게익숙해진지그리오래되지않았으며,불과몇십년전만해도그들이한국에대해관심을가질것이라고여긴이들은많지않았다.
그러나이미오래전서양의많은여행가나학자들이한국의역사와문화에대한책을집필했으며,관광홍보용자료에도이미조선은가볼만한여행지로자주등장하고있었다.또한다양한직업을가진영국인수집가들은직접한국을찾아골동상을다니며고려청자와조선백자와가구등을비롯한다양한유물들을사들였으며,나아가영국의주요박물관에서는조선에거주하는자국인들을통하거나,직접큐레이터들이한국을찾아여러점의유물을구입해박물관에소장하거나수집가들로부터기증을받기도했다.
물론한국에관한당대의문헌과자료들이정확한정보를담고있다고말하기는어려우며,이가운데는한국에대한몰이해로부터비롯한엉뚱한내용도포함되어있다.나아가다분히일본편향적인정보는물론일본을통해제공된정보만을바탕으로서술된것들도상당수다.이책은이러한당대의오류와인식의미흡함,정치적편향성등의현황을있는그대로드러내고,보여줌으로써동양의한나라를바라보는서양지식인들의시선을직접적으로접할수있게한다.
저자는또한영국인수집가와박물관큐레이터들이조선에서구입한물품의영수증부터쇼핑목록,경매도록까지그들이남겨둔수많은자료를통해영국으로건너간조선의흔적들을고스란히책에담아냈고,영국과한국나아가일본의여러수집가와골동상들의활동반경까지샅샅이살펴한국의유물이어떤맥락으로그들의관심대상이되었는가의경위를소상히밝혀냈다.여기에더해경성에서서양인수집가들을상대하던서양인골동상들의다양한활동상,한국인골동상과일본인골동상등의활약에대해서도깊이있게다루고있다.
말하자면이책은지난10여년동안저자가달항아리한점으로시작한물음표를좇아오랜시간영국아카이브의목록으로존재하던수많은자료들을섭렵하여일군,그야말로탐구의총합이라고할수있다.
백년전영국,조선,그리고삼각관계를이룬또하나의꼭지점일본……
시공간을초월하여넘나든그때그시절,
자유자재로활용한거시와미시의줌인줌아웃
당시조선을향한새로운시선의획득!
백년전영국과조선의만남의현장과자취를찾는일은곧이제막서양을향해문을열기시작한근대조선의시공간으로거슬러올라가는것을뜻한다.오늘날영국은물론전세계인들에게한국은힙하고세련된문화예술의전진기지로여겨지지기도하지만,그때는낯설고이질적인먼나라의세상이었다.게다가영국과조선의만남에는또다른꼭지점,일본이마치삼각관계의한축처럼존재하고있었다.
아시아를벗어나서양의세력과동등한존재로스스로를부각시키기위해노력하던일본은서양의여러나라와의관계구축에매우공을들였다.그러나이무렵부각되던황화론의영향으로유럽과러시아여러나라에서는일본을향한경계가점차고조되고있었다.유럽의다른나라와는조금다른미묘한입장을취하고있던영국은일본이서방세계와가까워지는데교두보로삼을만한나라였다.때마침개최하게된1910년일영박람회는일본이영국을발판삼아세계에스스로를알릴절호의기회였다.그리고그무렵근대조선은전달자일본을통해영국대중과의본격적인접점이마련되었다.이러한시대적배경속에펼쳐지는조선을향한영국의관심은어쩔수없이시대적,국제적관계지형의영향을받을수밖에없었고,이를전제하지않은상태에서양국의만남이갖는의미를제대로설명할수없음은자명했다.
이책은이러한시대적배경을날줄로두고,구체적인양국간의만남의현장을씨줄로삼아영국과조선,나아가서양과동양의접점의풍경을종합적이면서동시에세부적으로조망한다.
이런과정에서일본인들의고려청자애호의근원,야나기무네요시로상징되는조선예술을바라보는또다른일본인들의인식배경,일본으로부터영국으로건너가는조선예술을둘러싼오해와억측의양상이드라마틱하게펼쳐지고있는것또한이책의특징이다.
이를위해저자는1851년개최한세계최초의박람회인영국수정궁박람회장으로우리를안내하기도하고,일영박람회장에서조선이서양인들의눈앞에어떤모습으로등장했는지를세세하게살피기도하며서양제국주의자들과나란히구경꾼이되고싶었으나스스로도구경거리가되었던일본의모습을구체적으로들여다보기도한다.이뿐만아니라비슷한시기조선에서문을연이왕가박물관과미술관,조선총독부박물관,야나기무네요시의활약으로문을연조선민족미술관,일본민예관의성격과의미까지를구체적으로들여다봄으로써단순히한국과일본양국의범주안에서바라보던당대조선의문화사를전세계적인맥락속에자리하게한다.이로써독자들은일본과의관계속에서만바라보던당대조선의모습을조금더확장된세계속에서바라볼수있게될뿐만아니라일본이라는필터를통해전달된조선의이미지가서양인들사이에서어떻게받아들여졌는가에관한새로운시선을획득할수있게된다.
싸구려왜사기가조선도자기로둔갑한사연,
구경꾼이되고싶었으나구경거리가되었던일본,
도쿄에서열린조선도자기전시도록이영국으로건너간의미,
고려청자값의폭등과조선백자애호의상관관계……
물건이면물건,사람이면사람,장소면장소,공간이면공간,
국경과대상을종횡무진누비며일궈낸그때그시절!
이책이들여다보는것은더있다.제국주의자들의권력게임의또다른주인공이되고싶었던일본을바라보는유럽인들의시선,그런시선속에등장한황화론,철도와증기선의보급으로일어난세계여행의붐,이를매개로한국을찾은영국인들의다종다양한여행동기등다루는이야기는넓고도깊고,다양하고도흥미롭다.
아울러그렇게직접조선땅을밟은서양인들은누구인지,이들이어떤물건을어디에서얼마에구입하여자국으로어떻게가지고갔는지를샅샅이훑어냄으로써시대적맥락을읽는큰흐름속에구체적인정보를아울러독자로하여금전세계를조망함과동시에마치그들과함께경성정동의거리를걸으며골동상을다니고,물건들을직접보는것같은생생함을전하기도한다.
이러한생생함과아울러그당시일본의싸구려왜사기가한국의유물로둔갑했다는것,중국의영향을받은초기청자들이고려청자로오인되어영국의골동상과큐레이터들의혼란을야기했다는것,이러한오해와혼란으로한국도자기에대한그릇된인식이형성되기도했다는것,일본인골동상들을통해입수한한국도자기의품질에대해의구심을가진이들이한국에직접방문하여물건을구매함으로써점차제대로된평가를받게되었다는것,고려청자못지않게영국에서는조선백자에대해서도일찌감치관심을가져왔다는것등구석구석감춰진수많은이야기들이독자로하여금시대적흐름에깊이몰입할수있게한다.
달항아리의마지막행보로마무리한한권의책,
영국에서영국과한국의만남의순간에주목한연구자의탁월한성취,
영국주요박물관의아카이브를샅샅이뒤져찾아낸탐구의집성,
이책의마지막은이책의시작점에서있는달항아리의영국에서의족적에관한리포트로꾸려졌다.저자는이를위해버나드리치이후오랜시간달항아리를간직해온세계적인도예가루시리와의인연을살피고,영국박물관한국관에입성하기전까지달항아리를사랑하고아낀이들과의인터뷰를통해영국도예가들사이에달항아리가어떤의미를가졌는지에대해서술한다.
또한이런과정을통해백년전한국의유물이여러겹의인연이겹쳐져그들의세계에서새로운문화적영감의근원으로받아들여지고있음도확인한다.
한국에서건축을전공했으나,영국으로건너가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에서현대미술사를공부하고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디자인사를공부한저자는오래전달항아리와의짧은인연을그대로흘려보내지않고,그것을매개로10여년에걸쳐영국에서의조선의흔적을찾아냈다.이를위해영국의주요박물관에이미백여년전부터소장되어온다양한유물에관한수많은문헌자료를살피고,그것을수집하고박물관에기증해온이들의기록을분석하고이를바탕으로마침내한권의책을한국독자들앞에내놓았다.
그의이러한시도는그간이시기를둘러싼연구가한국과일본과의관계에만주목하여진행된것과는달리당시한국과일본을대상으로적극적으로유물수집에나선영국본진의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