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19470301-19540921 : 기나긴 침묵 밖으로

4·3, 19470301-19540921 : 기나긴 침묵 밖으로

$23.00
Description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2,762일,
한국 현대사의 빼놓을 수 없는 비극, 4ㆍ3,
우리는 4ㆍ3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의 제목은 낯선 숫자의 조합이다. 『4ㆍ3, 19470301-19540921』. 4ㆍ3의 첫날과 마지막 날짜다. ‘제주4ㆍ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4ㆍ3을 이렇게 정의한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해마다 봄이 오면 제주에서는 4월 3일을 기려 추념식이 열린다. 그러나 4ㆍ3은 오랜 시간 입밖에 낼 수조차 없는 일, 때문에 그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드문 일이었다. 누군가는 4월 3일, 하루에 일어난 일이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한두 달, 또는 길어야 1~2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라고도 한다. 또 누군가는 여기에 사상과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이었다고도 한다.

1947년 3월 1일 오후 2시 45분, 제주도 관덕정 광장에서 38발의 총성이 울렸다. 경찰이 쏜 총에 6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직전,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채여 넘어졌다. 그냥 지나치려는 경찰을 향한 사람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 직전, 인근 제주북국민학교에서 제28주년 3ㆍ1절 제주도 기념대회가 열렸다. 제주도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대회를 치르고 관덕정 앞 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모든 역사의 순간은 누적된 시간들의 결과값이다. 4ㆍ3도 예외가 아니다. 관덕정 광장을 울린 총성은 이 무렵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팽팽한 긴장으로 둘러싸여 있던 제주를 순식간에 혼돈으로 밀어넣었다.
그 긴장은 어디에서 비롯한 걸까. 때는 해방 직후였다. 이 땅을 강점한 일본은 물러갔으나 정부 수립은 아직이었다. 일장기 대신 성조기가 게양된 미군정 체제, 평화는 아직 도래하기 전이었다. 일제강점기 각처로 떠났던 이들이 고향 제주를 찾아 돌아왔다. 인구가 급증했다.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 업체는 태평양전쟁을 전후하여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보리 작황은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다. 여기에 콜레라가 온 섬을 휩쓸었다. 해방군으로 여긴 미군정은 친일 경찰 출신 모리배들과 손을 잡았다. 민심은 무섭게 분노하고 있었다. 관덕정 광장에서 총성이 울린 건 바로 그런 때였다.
분노한 민심은 곧바로 타올랐다. 3월 10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제주도 전역에서 총파업이 일어났다. 3월 1일 발포자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군정은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그들의 대응은 뜻밖에도 제주에 온통 ‘붉은색’을 덧입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공포와 테러였다. 새로 임명된 도지사는 극우주의자였으며, 그를 위시한 우익 단체들이 제주도 곳곳을 활보하며 도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거와 고문을 일삼았다. 제주 사회는 극심한 혼돈을 겪어야 했으며, 외부 세력의 침탈에 제주 도민들의 인내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냉전의 시대였다. 정부 수립 이전 한반도 남으로는 미국이, 북에는 소련이 각각 들어와 있었다.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 점령군이 직접 대면하는 세계 유일의 지역이며, 동과 서 투쟁의 장으로 여겨졌다. 남한은 반공의 전초 기지가 되었으며 미국은 모든 정책의 초점을 소련의 팽창, 남한의 공산화 저지에 맞추고 있었다. 이를 위한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권력을 쥔 이들은 자신들이 덧칠한 붉은 섬 제주를 더욱 더 극단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고문 치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고, 가까스로 해방된 조국은 분단과 민족의 분열로 향해 가고 있었다.
4월 3일, 제주도 오름 곳곳에 봉화가 타올랐다. 제주도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 무장봉기의 신호탄이었다. 제주 지역 선거는 실패했고, 미군정은 좌시하지 않았다. 그뒤 단독 선거로 들어선 이승만 정부는 제주에 온통 붉은색을 덧입혀 초토화 작전과 계엄령을 진행했다. 제주도는 온통 죽음의 섬이 되었다. 섬 전체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 참극은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로 겨우 마침표를 찍었다. 2,762일 만이었다.
이로써 4ㆍ3은 끝난 듯했으나 끝이 아니었다. 이후로 반세기 남짓 4ㆍ3은 금기의 역사였다. 폭도나 빨갱이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던 생존자들은 겪은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으며, 희생자 유족들은 폭도 가족,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국가 권력은 4ㆍ3 담론을 독점, 그 역사는 완전히 봉인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엄연히 존재했으나 몰라야 했던 그 역사를 오랜 시간 잊고 지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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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호준

『한겨레』기자.

제주출생.1989년기자가된뒤운명적으로4·3을만난이래,30여년동안4·3의진실과그의미를밝히는데천착해왔다.연구와취재를통해4·3의진실을밝히고,드러내는데대한노력으로제주4·3평화재단이주는제1회4·3언론상본상(2022)을수상했다.기자이자연구자로활동하며폭넓게해온취재의기록이이책의바탕이되었다.

지역사,한국사의범주를넘어4·3과미국의관계,세계사속에서의4·3의의미에주목하여제주대학교에서정치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그리스와제주,비극의역사와그후』(2014),『4·3,미국에묻다』(2021)등꾸준한저술작업을이어왔다.이밖에『현대사회와제노사이드』(공동,2005),『20세기의대량학살과제노사이드)(공동,2006)등의책을우리말로옮겼고,제주4·3연구소가펴낸『무덤에서살아나온4·3수형자들』(2002),『그늘속의4·3』(2009),『4·3과여성』(전3권)등4·3생존희생자들의육성을담아낸여러구술집작업에도참여했다.

목차

사진으로보는4?3
책을펴내며
Preface

1.역사그날로부터2,762일
제주섬을감싼태평양전쟁의소용돌이|제주역사에흐르는단결과투쟁의정신|해방,자치의섬을꿈꾸다|미군정실시,혼란이시작되다|경제난·식량난·전염병,삼각편대의검은먹구름|3월1일,제주를뒤흔든총성,분노한민중의총파업|미군정의무능,경찰·우익의전횡,고문과테러|미국의봉쇄정책,남한을반공의전초기지로!|탄압과잇단고문치사사건,무장봉기에불을끼얹다|1948년4월3일,임계점의폭발,오름마다타오른봉홧불|실패로끝난제주도5·10선거,강력한토벌작전의예고|잿더미로변한제주도,빨갱이로불린제주섬사람들|1947년3월1일부터1954년9월21일까지2,762일

2.끝나지않은역사그날이후오늘까지
반세기에걸친탄압과금기의시대|1987년6월항쟁,진상규명을향한여정의시작|2007년제주국제공항유해발굴,세상밖으로나온희생자들|노무현대통령,국가권력의잘못을공식사과하다|문재인대통령,“4·3은부정할수없는역사적사실입니다”|2021년,4·3특별법전면개정|4·3수형인명예회복,재심의이름으로|더디지만전진해온역사,멈춰서는안되는진실규명의길

3.흔적1올레길위의그날들
올레1코스,성산일출봉터진목학살터에묻혀있던어머니의은반지|올레8코스,중문성당에서만나는‘4·3을기억하는기도’|올레10코스,일제강점기의슬픈역사,길목마다드리워진4·3의이면|올레14코스,무명천할머니진아영의사연|올레17코스,제주국제공항을지나관덕정으로|올레18코스,주정공장수용소와핏빛바다곤을동|올레21코스,해녀투쟁의진앙지가학살터로

4.미국냉전의렌즈
미국의얼굴,그들에게제주도란|이데올로기의전쟁터,남한|지정학적요충지제주를둘러싼미-소논쟁|“미군은개입하지않는다”는미군정의작전계획,그러나|5·10선거실패,미구축함제주로급파|‘민간인대량학살’의책임으로부터그들은자유로운가|“소련잠수함들이제주에나타났다”,이허위보도의이유는?|제주도진압을둘러싼이승만과무초의교감|제주도를향한미국의지속적인관심

5.떠난사람들4·3디아스포라
북으로간우리오빠|“어떻게든제주를떠나야겠다”,그들이선택한땅은다시일본|“날마다한국의밀항자들을붙잡고있다”|“죽어도돌아오지말라”,종손을향한할머니유언|”어머니를죽인자들에게머리숙이고싶지않다”,일본에서이름바꿔산사연|“기억이너무생생해서,잊은적이없습니다”,지금도분노하는재일동포

6.양과자반대운동제주도미군정과의최초대립
달콤한양과자의유혹|조선착취의미끼,눈깔사탕|드롭프스대신쌀을달라!|미군정의양과자수입비용,백미10만5천석|학생들이직접나선제주양과자반대운동|제주청년학생들의시위와미군정의해산|양과자반대운동에나선그,죽음을피해일본으로

7.목격자최초의순간,거기있던사람들
3·1사건,그날그희생자들|가장나이어린희생자,오라리출신허두용의동네후배가보고들은그날|어린아이를안고있던박재옥,그녀가쓰러지는걸본국교생|아버지를잃은아들,살려달라던아버지를잊을수없어|아라리출신오영수,딸의기억속아버지의마지막|모든현장에‘그들’이있었다,목격자들의증언|정당방위?진상과는거리가먼진상조사단의발표|지지부진한진상조사,3·10민·관총파업을부르다|3·1사건과3·10민·관총파업의영향

8.흔적2정방폭포에남은수용소와학살의기억
정방폭포에흐르던붉은선혈|고문과학살의현장,정방폭포|화가이중섭이거닐던해안,죽음의수용소|‘석’방과‘대’석방사이,재판아닌재판|정방폭포위에서부모를잃다|산속으로피신한가족,토벌대에잡혀수용소에갇히다|“똑똑히봤다,정방폭포에널린시신들을”

9.그날그곳1949년1월17일북촌리
하루,한마을,300여명,집단학살|불타는집들,학교운동장으로향하는사람들|운동장을채운공포|군인들의장대밀어내기,삶과죽음의선|유리알처럼반짝이는핏빛땅|다시학교운동장,노을지듯불타는마을|집으로돌아가는길|고구마한개,사랑의쌀한줌모으기운동|이들의목숨을앗아간‘그들’은누구인가

10.흔적3한라산눈위에뿌려진붉은동백꽃
그해겨울,12살그녀의한라산|한밤중한라산을오르는소녀|갑자기밀려온고난의시작|도피자가족으로몰린식구들,아버지가총에맞다|“살려줍서!살려줍서!”,어머니의마지막몸부림|피신또피신,수용소,다시만난동생|꼬리에꼬리를무는수많은기억들,시간의고문|남원면살던11살소년의한라산|“일주일이면평화가온다”,삼촌들따라한라산으로|볼레로연명하다,11살에산에올라12살에내려오다|한라산도꼬리낭이파리로견딘20살한남리청년|수용소에서징역15년형,죽을고비넘기고7년반만에고향으로

11.대살代殺도피한가족대신죽다
대살,대신하여죽다|국정감사장에선4·3증인,“가족을쏜사람이경찰이라는말입니까?”|도피의대가를치러야했던가족들|기적적으로살아남다,평생트라우마로고통받다|“자손하나만이라도살려달라”,그렇게말하고떠난하도리의그부모|“살려만줍서,살려만줍서”,애원하던동생들|경찰에게고문당해피신한형님,도피자가족이된남은식구들|도피자가족학살,국가의폭력

12.여성들침묵넘어세상밖으로
침묵넘어진실은세상밖으로|비학동산의비극,그여인|형무소가는품안에서아기를잃은어머니|임산부가보고겪은패륜과가혹의현장|남편잃고청상이된그녀,토벌대를피해산으로,수용소로|수용소에서출산한며느리,이름이바뀐탓에육지로끌려간시어머니|12살소녀,고문을당하다|여성들,살아남은자들의살아남기|굶주림,먹을수있다면무엇이든|식모로,농사로,물질로,군대로그렇게꾸린생|“살암시난살앗주”

13.정명正名우리이름불러줄자누구인가
4·3을바라보는서로다른시각들|이름짓지못한역사|탄압에맞선저항의역사그리고4·3|섬공동체,그것이갖는특별한의미|4·3,정명正名과정명定名

에필로그
부록
-대한민국대통령4·3관련연설문전문
-제주4·3주요연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1947년3월1일오후2시45분,제주도관덕정광장에서38발의총성이울렸다.경찰이쏜총에6명이숨지고,다수의부상자가발생했다.그직전,기마경찰의말발굽에어린아이가채여넘어졌다.그냥지나치려는경찰을향한사람들의항의가이어졌다.그직전,인근제주북국민학교에서제28주년3?1절제주도기념대회가열렸다.제주도전체인구의약10퍼센트에해당하는이들이이곳에모여대회를치르고관덕정앞광장까지거리행진을이어갔다.

모든역사의순간은누적된시간들의결과값이다.4?3도예외가아니다.관덕정광장을울린총성은이무렵금방이라도터질듯한팽팽한긴장으로둘러싸여있던제주를순식간에혼돈으로밀어넣었다.
그긴장은어디에서비롯한걸까.때는해방직후였다.이땅을강점한일본은물러갔으나정부수립은아직이었다.일장기대신성조기가게양된미군정체제,평화는아직도래하기전이었다.일제강점기각처로떠났던이들이고향제주를찾아돌아왔다.인구가급증했다.경제를떠받치던제조업체는태평양전쟁을전후하여대부분가동을멈췄다.보리작황은최악의흉작을기록했다.여기에콜레라가온섬을휩쓸었다.해방군으로여긴미군정은친일경찰출신모리배들과손을잡았다.민심은무섭게분노하고있었다.관덕정광장에서총성이울린건바로그런때였다.

분노한민심은곧바로타올랐다.3월10일누가먼저랄것도없이제주도전역에서총파업이일어났다.3월1일발포자와책임자처벌을요구했다.그러나미군정은이에대해응답하지않았다.그들의대응은뜻밖에도제주에온통‘붉은색’을덧입히는것이었다.그리고이어진것은공포와테러였다.새로임명된도지사는극우주의자였으며,그를위시한우익단체들이제주도곳곳을활보하며도민들을대상으로대대적인검거와고문을일삼았다.제주사회는극심한혼돈을겪어야했으며,외부세력의침탈에제주도민들의인내는임계점에다다르고있었다.

냉전의시대였다.정부수립이전한반도남으로는미국이,북에는소련이각각들어와있었다.한반도는미국과소련점령군이직접대면하는세계유일의지역이며,동과서투쟁의장으로여겨졌다.남한은반공의전초기지가되었으며미국은모든정책의초점을소련의팽창,남한의공산화저지에맞추고있었다.이를위한남한단독정부수립을위한선거일이다가오고있었다.권력을쥔이들은자신들이덧칠한붉은섬제주를더욱더극단으로몰아가기시작했다.고문치사사건이연달아일어났고,가까스로해방된조국은분단과민족의분열로향해가고있었다.
4월3일,제주도오름곳곳에봉화가타올랐다.제주도민중들이들고일어난무장봉기의신호탄이었다.제주지역선거는실패했고,미군정은좌시하지않았다.그뒤단독선거로들어선이승만정부는제주에온통붉은색을덧입혀초토화작전과계엄령을진행했다.제주도는온통죽음의섬이되었다.섬전체는완전히고립되었다.이참극은1954년9월21일,한라산금족령해제로겨우마침표를찍었다.2,762일만이었다.이로써4?3은끝난듯했으나끝이아니었다.이후로반세기남짓4?3은금기의역사였다.폭도나빨갱이로매도당하기일쑤였던생존자들은겪은일을입밖으로꺼내지못했으며,희생자유족들은폭도가족,빨갱이가족이라는낙인이찍힌채레드콤플렉스에시달렸다.국가권력은4?3담론을독점,그역사는완전히봉인되었다.그렇게우리는엄연히존재했으나몰라야했던그역사를오랜시간잊고지냈다.

4?3의시작점부터끝점까지,
그배경부터이후의역사,세계사속에서의의미까지
제주땅항쟁의역사부터오늘날제주에남은흔적까지
이모든것의종횡교직을통해마침내일구어낸,
이제야,이제라도,이제야비로소등장한4?3으로가는길!
4?3을알고싶다면,가장먼저읽어야할한권의책!

이책은그동안우리가몰랐던,또는안다고생각했으나어렴풋했던4?3의실체를정확하게담기위해4?3의시대적배경,그원인,진행과정을정면으로응시한다.이로써이미지나버린역사가아닌현재진행형으로이어지고있는4?3의진상,현대한국사에서4?3이차지하는의미를세상에알리는것은물론,4?3을단지제주지역,나아가한반도에서일어난일로바라보는시선에서나아가세계사안에서냉전체제의산물로바라보는인식의확장역시이책의존재이유다.
이책의흐름은철저히이러한목적을향해전진한다.첫장은역사다.일제강점기에서해방의국면,나아가대한민국정부수립과맞물리는시대적배경속에서4?3이일어나게된경위,제주도안팎을둘러싼내외부의상황,나아가세계사의흐름속에서왜하필제주도에서이런비극이일어나게되었는가를살피는것으로문을연뒤이어지는장은그날로부터오늘이순간까지를다룬,끝나지않은역사다.국가권력은4?3을어떻게은폐했는가,4?3을이야기한이들을어떻게대해왔는가,민주화의여정에발맞춰4?3은어떻게우리앞에다시등장했는가,정치권에서4?3을공론화하고존중해온이들은누구인가,그들은어떤역사를만들어왔으며또그역사는어떻게축소,왜곡,폄훼되었는가.참극속에서세상을떠난희생자들은때마다어떻게스스로를드러내왔는가.지난75년역사의이러한일별은지난시간의회고에서나아가앞으로오늘을사는우리가해야할바를해야한다는촉구이자요구에다름아니다.이책은또한멀리는일제강점기한반도최대규모의여성항일운동으로평가받는‘해녀투쟁’으로부터,미군정과의최초대립으로기록된제주청년학생들의‘양과자반대운동’을비롯한제주섬사람들의항쟁의역사의연장선으로4?3을자리매김한다.이러한항쟁사의연원을따라4?3의내력을설명함으로써단순하고획일적으로수식되던4?3의의미를다층적으로부여한다.

역사는흔적을남긴다.그리오래되지않은4?3의흔적은아름다운절경,제주섬곳곳에오롯이남았다.핏빛으로얼룩졌던길,참혹한학살의현장은오늘날올레길로,폭포의물줄기로,한라산풍광을찾는이들로분주하다.그러나바로같은그길,그땅위에그날들을포개어드러냄으로써오늘의그길이어떤역사의현장이었는지경험케한다.
또한이책은냉전의한축,미국의책임론을엄중하게제기한다.4?3은제주에서일어난일이기는하나,제주만의역사는아니다.1947년3월1일로부터1948년4월3일을거쳐1954년9월21일까지한반도는‘이데올로기의전쟁터’였으며,냉전체제의극단적인격전지였다.세계사의갈등이첨예하게부딪히던그때,제주는바로그격전지였으며,4?3은그렇게시작되었다.이러한4?3의의미에대해주목한이책은당시미군정보보고서와미군방첩대자료,당시한반도정세에관여한미국고위관리들의미국무부보고문서,국내외언론사기사등흩어진온갖사료를모아,매우구체적으로,매우정교하게당시미국의개입정황을밝히고그들의무능과무책임한대응의실상을낱낱이드러낸다.이로써한국현대사내에서,좌우익이념대결의한부분으로만여겨지던4?3에대한폭좁은인식을뛰어넘어제주에서일어난이비극이세계사복판에서냉전체제가만들어낸결과라는의미를명확히밝히고있다.

4?3의역사는곧희생자개인의역사,
관덕정광장의목격자,집단학살에서살아남은이들,
죽음을피해제주를떠난이들,피신한가족대신죽어야했던이들,
비극을온몸으로겪었으나폐허를딛고섬을일군여성들……
생존희생자,유족들100여명과의인터뷰를통해
직접들은그때그날의기록들!

4?3은제주의역사이며,한국현대사의한장이며,냉전체제가만들어낸비극이다.동시에4?3은부모와형제의죽음을눈앞에서지켜봐야했던,살아남았기에살아남기위해추운한라산골짜기를헤매던12살소녀,11살소년의역사다.산으로피신한오빠와내통했다는누군가의신고로전기고문을당해야했던소녀의한달,하루아침에온가족을잃어버린갓난아이의평생이그안에흐른다.
역사는때로크고거시적인시선으로조망해야할필요도있으나,실체를정확히마주하기위해서는그시간을온몸으로겪었던개인들의삶,바로그현장의하루를자세히들여다볼필요가있다.
이책의근간은바로이러한생존희생자들의증언에기대고있다.저자는4?3의실체적진실을드러내기위해4?3당시소녀소년이었던이들,4?3의불을당긴1947년3월1일관덕정광장의목격자들,가장큰규모의집단학살이일어난1949년1월17일북촌리의하루,4?3으로인해고향제주를떠날수밖에없던4?3디아스포라,도피한가족대신죽어야했던이들(대살)의유족들을만나그들이보고듣고겪은바를고스란히전달한다.때로그것은너무참담하여외면하고싶어지기도하고,그들이겪은고통이고스란히전해져아픈마음을주체하기어렵기도하나,이책은이들의고통을전시하여참상의비극성을드러내는데서멈추지않고,역사라는큰이름아래자칫가려지기쉬운개인의삶의총합이곧4?3의진상그자체임을바로당사자의목소리를통해오늘의독자에게증언한다.
또한4?3을누구보다힘들게겪었을여성들이폐허가된제주땅을어떻게복원하고일으켰으며자신들의삶을주체적으로쟁취했는가를서술함으로써“살암시난살앗주”라고스스로의생을회고하는이들의삶에경의를표한다.

이러한증언을통해우리는역사라는거대한존재안에서자칫가려지기쉬운개별적존재인한사람한사람의삶을발견한다.이역사를제대로성찰하지않는행위,그의미에대한축소와망각,섣부른이념의잣대로재단하는시선,나아가정치적유불리의계산아래오늘날에도잊을만하면등장하는4?3에대한왜곡과폄훼가건조한역사속수없이많은사건중하나를향하는것이아니라,그것을온몸으로겪고감내해야했던바로이들,매우구체적인한사람한사람들에게향하는무례이며모욕이자씻을수없는상처를주는가해임을직시하게하는것또한이책의유의미한효용이다.

이책의마지막장제목은정명(正名)이다.4?3은아직정식명칭도갖지못했다.이름을갖지못한것은그자체로4?3을둘러싼다양한견해의차가만들어낸오늘의과제를있는그대로보여준다.과제는이름에만있는것이아니다.희생자들의완전한명예회복,진상의구체적규명도갈길이멀다.머나먼길을돌고돌아4?3희생자들에대한보상금이지급되기시작했으나이것으로끝이아니다.이책은답을제시하고주장을전하기보다이후나아갈방향을함께모색해보자고독자들에게손을내민다.말하자면이책은지금오늘,이순간을발판삼아새로운전진을촉구하는제안이자,마중물인셈이다.2023년2월,4?3기록물을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등재하기위해추진위원회가출범한것역시마중물의일환이라할수있겠다.

30여년전,운명처럼만난4?3
기자로연구자로평생4?3과함께한,한사람의집요한추적의결과물
4?3을제대로바라보게하는창,매우유용한길잡이의획득!

제주에서태어나자란저자에게그러나학창시절4?3은어렴풋한옛날이야기에지나지않았다.성인이되어기자가된그는4?3과운명처럼만났다고회고한다.어느덧30여년전이다.그는30여년에걸쳐4?3관련기사를취재,세상을향해무수히발신했고,생존자와유족들을찾아숱한인터뷰를진행했다.한발더나아가저자는4?3을제주안에서만이아니라그시대적배경속에서바라보았고,미국과의관계를추적하는데도노력을기울였다.
이러한그의취재와기록은4?3의진상규명과희생자들명예회복의발판이되었으며,일반인들에게4?3의실체를널리알리는데기여함으로써이시대기자가할수있는,해야하는진정한역할이무엇인지를보여주었다.

4?3은그의삶에도영향을미쳤다.4?3을운명으로여긴그는취재및기록자로서의역할에멈추지않고,미국의역할과책임,세계사속에서의4?3의의미에주목하여정치학박사학위를받음으로써4?3을학문적화두로삼은연구자로서의길을걸어왔다.이책은이렇듯기자이자연구자로서저자가지난30여년동안천착해온4?3의진실과그의미의성취물이자압축본이라할수있으며,이책을통해이제야,이제라도우리는4?3을제대로바라보는창이며동시에매우유용한길잡이를갖게되었다.

다가오는2023년4월3일,제주에서는제75주년추념식이열릴것이다.우리는해마다봄이오면열리는추념식을어떤마음으로대해야하는가.이책이그답을찾는여정의시작점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