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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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사회에서 로버트 파우저의 위치는 매우 독특하다. 1980년대 초중반부터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한 이래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이라는 제한된 영역에 갇히기보다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영역을 스스로 개척하며 언어학자이자 도시 탐구자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오늘날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어에 능통한’, ‘한국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은 어느덧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로버트 파우저는 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외국인을 ‘신기하게’ 바라볼 때부터 한국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으나, 그는 그 관계의 자장 안에서 활동하기보다 독자적인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구축한 세계를 통해 한국과 소통하는 쪽을 택했다.

그에게 한국, 특히 서울은 자칭 ‘제2의 고향’으로 여겨질 만큼 끈끈한 대상이며 한국어는 제2의 언어가 될 정도로 익숙한 세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모어인 영어 외에 한국어, 일본어를 비롯한 수많은 언어를 순례해온 그의 관심사는 자신이 습득한 몇 개의 언어에 국한하지 않고 언어 그 자체의 역사로 확장하기 일쑤이며, 자신의 전공 분야인 언어학을 넘어 도시를 탐구하는 데도 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데 거침이 없다.
그런 그의 관심사는 언어와 도시라는 두 개의 커다란 축을 이루어 발전하는데, 이 두 개의 축은 각각의 새로운 관심사를 향해 뻗어나가기도 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넓은 영역을 구축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그는 꾸준히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고, 언어의 양상을 둘러싼 전 세계 곳곳의 기류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며, 온 세상의 수많은 도시들을 틈나는 대로 다니며 두 발로 걷고, 관찰하고, 탐구한다.
도시를 향한 그의 탐구는 보이는 것만이 아닌, 그 도시의 역사와 맥락으로 뻗어나가기도 하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다녀온 도시들마다의 변화상을 통해 그만의 시각으로 도시의 정체를 포착해내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그가 특별한 지점은 그가 이러한 자신의 연구와 관심사의 결과물을 책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성취를 가장 먼저 한국의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번역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통하기 위해 기꺼이 모어인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집필하는 데 공을 들인다. 그에게 한국을 사랑한다는 의미는, ‘한국의 문화를 사랑한다’는 입밖으로 꺼내는 말이 아닌, 학자로서 자신의 성취를 가장 먼저 한국의 독자들과 나누려는 바로 그 행위에 있다.
이로써 한국 사회는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애정하는 어떤 외국인의 책’이 아닌 한국의 독자들을 존중하는 독립적인 한 사람의 인문학자의 오랜 분투의 결과물을 지난 몇 년 동안 차곡차곡 책으로 만날 수 있었고, 그의 이런 축적은 한국어에 더 익숙해질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책을 쓰는 시대의 문을 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그렇게 한국 사회에 펼쳐질 새로운 시대의 맨 앞자리에는 그의 이름이 놓일 것이다.
이미 언어의 전파 과정과 학습에 관한 두 권의 책 『외국어 전파담』과 『외국어 학습담』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견고한 스킨십을 쌓아온 그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책은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역사적 경관 보존에 관한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와 지난 2019년 출간한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의 전면 개정 증보판 『도시독법』이다.
저자

로버트파우저

저자:로버트파우저RobertJ.Fouser.독립학자

그는각국도시생활자이며탐구자다.그에게‘도시’란여행자로스치는장소가아닌,일상의터전이며삶의기반이다.어디에서나경계밖이방인으로살지않았으며기꺼이그도시의일원이되었다.얼핏보이는도시의풍경보다그뒤에쌓인시간과도시를이루는수많은‘입자’야말로그의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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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앤아버에서태어났으나주로이도시밖에서살았다.고교시절도쿄에두달여다녀간이후여러대륙의수많은도시에머물렀다.한국과일본과의인연은여러모로남다르다.서울?교토?대전?구마모토?가고시마등의여러학교에재직하며짧게는1년반,길게는13년여를살았다.서울과교토등에살면서한국과일본의여러도시를수시로다녔다.그가운데한국에서첫발을딛은부산과오늘날도시를둘러싼현실적인고민의시작점인인천,한국전통건축한옥에대한관심사로시작한전주와대구등과의인연은특히오래되었다.이외에도학업을위해살았던더블린은물론런던과뉴욕,어머니가말년에살았던라스베이거스역시그에게는늘어제본듯선한도시다.이밖에미국과유럽의여러도시에도매우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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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언어사용자이기도한그에게사는도시의언어는경계안으로들어가는유용한도구다.언어학전공자로서모어인영어외에한국어?일본어?독일어?에스파냐어?프랑스어?중국어?몽골어를공부했고,한문과라틴어?북미선주민언어?중세한국어?에스페란토어?이탈리아어등을따로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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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사진에도각별한관심을가지고있는그는단순히애호가의수준을넘어지속적으로촬영작업을해오고있다.2016년교토에서열린국제사진전에작품을출품하기도했고,2017년과2018년인천과홍천에서마을공동체사진프로젝트를진행했으며,이후에도다양한전시를준비하고있다.이책에실린사진역시대부분그가수십년동안꾸준히찍은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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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미국미시간주앤아버출생.미시간대학교에서일어일문학을전공하고,동대학원에서응용언어학석사과정을,아일랜드트리니티칼리지더블린에서응용언어학박사과정을밟음.1988년부터1992년까지고려대학교영어교육과객원조교수,한국과학기술대학(현재카이스트)교양영어초빙조교수등으로,1995년부터2008년까지일본리쓰메이칸대학교,교토대학교외국어교육론강좌부교수,구마모토가쿠엔대학교경제학부부교수,가고시마대학교교육센터교양한국어부교수등으로,2008년부터2014년까지서울대학교국어교육과부교수로재직함.



주요저서로『외국어전파담』,『외국어학습담』(2022세종도서교양부문선정),『도시독법』,『도시는왜역사를보존하는가』등이있고이밖에『서촌홀릭』,『미래시민의조건』,『서울의재발견』(공저),『Hanok:TheKoreanHouse』등을쓰고,『한국문학의이해』UnderstandingKoreanLiterature(김흥규지음)를영어로옮김.



『한겨레』?『아시아경제』?『프레시안』등에칼럼을쓰고있으며,그이전에도『동아일보』?『한국일보』?『중앙선데이』?『넥스트데일리』및영자신문『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코리아중앙데일리』등에꾸준히칼럼을게재해왔음.2012년한국어교육과관련한공로를인정받아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장을받음.

목차

*책을펴내며

제1장
종교유산을적극적으로보존했던‘그들’의속사정_이탈리아로마와일본교토
호기심의출발,전세계도시들이오래된건물과경관을보존해온배경과그맥락은무엇일까|로마제국의도시,로마와1100여년동안일본의수도였던교토,다른듯같은두개의도시|로마의복원과보존으로‘그들’이얻으려고했던바,로마의정통성획득과권력의안전한장악|교토문화유산을보호하고전통권력과협력하여,역사적인정통성을취하려했던새로운권력자들|역사적경관보존의또다른기여자,로마와교토를찾은순례자들|때로는같고때로는다른,하나의도시가문화유산을보존하는이유와목적

제2장
더욱더견고한‘우리’를만들기위한애국주의전시장_미국윌리엄즈버그와일본나라
미국윌리엄즈버그와일본의나라,더욱더견고한‘우리’를만들기위해,도시는어떻게활용되는가|복원과보존을통해드러내려했던것,그리고이두도시를연결하는공통점|한걸음더들어가면더보이는것들,애국주의는역사를어떻게활용하는가,그것은어떻게구현되는가|애국심고취를위해테마파크가된도시들,오늘날우리에게애국주의란무엇인가를되묻다

제3장 ‘나의살던고향’을아름답게!단,‘우리’에게아름다운것만_미국찰스턴뉴올리언스샌안토니오
애향심으로똘똘뭉쳐만들어낸도시보존의행위,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사이의그무엇|미국찰스턴뉴올리언스샌안토니오살던옛주민들의애향심,그들이선택한‘나의살던고향’은|백인부유층여성들이발벗고나선동네경관지키기,오래된집한채가‘역사보존지구’지정으로이어지다|주유소설치고속도로건설에반대하고나선이들,그들이지켜낸도시마다의역사적경관들|목소리조차내지못했던또다른존재들,말없이사라진그들은어디에

제4장 오래된도시의흔적으로남은사회적저항_미국뉴욕과독일베를린
다양한사회적저항은오래된도시에서어떤흔적을남기고그것들은또어떻게보존,기억되어왔을까|뉴욕과베를린,격동의시대를거쳐변화무쌍한시대를겪은이도시가쌓아온시간들|주류사회에서해방을꿈꾼이들의근거지,뉴욕그리니치빌리지|고속도로건설계획,그리니치빌리지역사보존지구지정의도화선이되다|그리니치빌리지를지켰으나,방값부담을피해선택한새로운해방구,브루클린하이츠|서베를린의크로이츠베르크,불법거주운동이도시재생사업으로|크로이츠베르크를넘어쇠네베르크까지,펑크와인디문화의중심지로떠오르다|뉴욕그리니치빌리지와브루클린하이츠,서베를린의크로이즈베르크와쇠네베르크의공통점은?

제5장 전쟁의상처를평화의상징으로남겨두다_일본히로시마와독일드레스덴
전쟁의상처로평화를기념하다,도시의역사를넘어세계평화를호소하다|군국주의일본제국의종지부,히로시마와나치독일의비극,드레스덴이역사를기억하는방법|평화의상징을꿈꾼히로시마,그희망은과연이루어졌을까|이데올로기와전통복원의필요사이에선드레스덴의선택은?|역사적경관보존의의미,어제와오늘과내일의연결,하나더나아가평화를위한경고

제6장 제국주의수도들,개발과보존의갈림길에서_런던파리이스탄불베이징빈
제국권력의중심,다섯도시들의역사적경관보존복원법|런던파리이스탄불베이징빈을상징하는공간들,권력자들그리고시간들|시대와지배계층에따라변화무쌍했던도시들,무엇을남기고무엇을지울것인가|도시들마다품고있는이면의맥락,그것을끌고온보이지않는손

제7장 도시는왜역사적경관을보존하는가_보존의이유그리고한국경주전주서울
때로는종교적의미를위해,때로는권력의상징을갖기위해|도시의옛모습,국가의전시장,평화의호소,도시복원의다양한이유들|때로는거시적으로,또때로는미시적으로|경주의보존과복원,한국대표관광지이자국가문화유산의전시장|전주의한옥마을과서울북촌의한옥마을,거주지를꿈꿨으나관광지가되어버린|역사적경관보존이낳은결과,그결과가말해주는새로운방향

출판사 서평

전세계주요도시들이지키고보존해온역사적경관의풍경들,
그풍경들을지키고만든것은누구인가,그도시들은왜역사를보존하고지켜왔는가
우리에게지극히당연한당위로받아들여지는,도시가품고있는역사적경관의보존은과연그렇게당위들이축적된결과이기만한걸까?
한번도정면으로마주한적없는이질문을시작으로로버트파우저가호출한도시들은동양부터서양까지,세계적으로손꼽히는주요도시부터도시의한지역까지,크고작고,넓고좁고,오래되고비교적새로운곳들까지종횡으로넘나든다.
그렇게도시들마다간직해온,도시들의역사적경관을둘러싼이면을들여다보니뜻밖에도거기에는한번도생각하지못했던다양한이유와배경,맥락,논리가작동하고또분출하고있었다.
짧게는몇백년,길게는수천년을이어온도시들에쌓여있는숱한역사의집적물들가운데무엇을남기고보존할것인가를둘러싼결정의이면에는다양한욕구와욕망,이해의반영,의도와기획이전제되어있기도하고,또때로는누구도의도하지않았으나개인과시민들의인권과자유의추구를향한노력이저절로만들어낸것들이존재하기도한다.오늘날에그러한것처럼그때그시절에도다양한좌절과분투의기록이고스란히남아있고,시행착오또는쟁투와승리의전리품으로남아있는곳들도있다.

정통성의획득부터시민정신의구현까지
역사적경관보존을둘러싼전세계수많은도시들의복잡한맥락과그이면!
우리는왜역사적경관을보존해야하며,그것의가치는어디에있는가를되묻는
로버트파우저의남다른탐구의결과!
이를위해로버트파우저는종교라는키워드로로마와교토를엮어서같기도하고다르기도한맥락을살피기도하고,애국주의고취를위해권력자들이지난시대의풍경을어떻게되살리려했는가를미국의윌리엄즈버그와일본의나라를통해냉철하게분석하기도한다.또한애향심이라는아름다운대의명분을내세워화려했던시절을되살리려한여성들의분투의결과를미국의찰스턴,뉴올린언스,샌안토니오를통해살피는동시에이들이가난하고힘없는이들을어떻게소외시켰는가또한복합적으로아우른다.
그의탐구는또다른방향으로확장한다.미국뉴욕그리니치빌리지와브루클린하이츠,독일베를린의크로이츠베르크와쇠네베르크를통해예술가와지역민들이자신들의동네를지키기위해치른고군분투의현장을들여다봄으로써그것이가진의미와사회적맥락,그것이가진또다른얼굴을조우하게하고,전쟁의상처를평화의상징으로환원하려는일본히로시마와독일드레스덴을통해전쟁의책임에대한이들도시의다른태도를꼬집기도한다.또한세계사에서빼놓을수없는제국주의수도들다섯곳(런던파리이스탄불베이징빈)을묶어이들도시들의공통점과차이를통해제국의역사를이들도시가어떻게기억하고도시를통해구축해왔는가를살피는것또한남다른인식을갖게한다.마지막으로이러한역사적경관의다양한맥락의연장에서한국의경주와전주,서울의북촌마을등을살펴정치적상황과자본주의,주민들의이해에따라오늘날우리에게남은이들지역의역사적경관을다시돌아보게하는것또한로버트파우저만이펼칠수있는탐구와사유의결과라할수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