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아니다, 맞다 (배막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시가 아니다, 맞다 (배막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가난한 영혼을 위한 노래
배막희 시인의 시집은 정갈하고 깊은 풍경을 담아놓은 유화같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어서 눈으로 담았다가 오래 삭히고 하나하나 덧칠해가는 감정의 붓터치를 하나씩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파르르 익은 뱃살이/ 삶고 두드린 무명옷을 닮”(「봄을 먹다」)은 삶이 서글퍼보이지 않는 것은 “애초에/ 잉태하지 못 할 줄 알면서/ 까마귀의 날개 같은/ 검은 눈물로 너를 키우는” (한 편의 시를 낳다)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간 때문이 아닐까?
배막희 시인의 시선은 섬세하고 따스하다. “열두 마리의 새끼들을 데리고 꿩이 떠나고/ 시끄러운 자리에 얄궂은 궁둥이 자리도 남겨졌다”(「생명」)고 들여다보다가 “아직 대접할 상을/ 차리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작은 걸음으로 오시던 길/ 되돌아가시었나보다”(「비」)라고 빗방울 하나에도 마음을 담는다.
시인의 시선에 담긴 “깨어진 시멘트 담 위에서/ 달빛 받은 눈이 살아 있다/ 초저녁 잠시 살다가 가는 널 보았다”(「버려진 인형」)와 같은 무엇하나 허투루 보지 않는 그 깊이가 시집 가득 담겨있어 그 깊이를 함께 느끼다보면 삶의 단상을 혼자 읊조리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출판사
저자

배막희

·서정문학시부문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서정작가협회회원
·서정문학운영위원
·동주대학교졸업

목차

1부
봄,그서늘함에대해

해맞이 013
벚꽃 014
봄이여 016
그나무의열매-버찌 018
기린이된소나무 020
봄이라서 022
목련 024
절벽 025
제비꽃 026
동백 028
노루 029
봄을먹다 030
봄날 032
쑥-뿌리를뽑히다 034
새들의대화 036
네일아트 038
한편의시를낳다 039
바닷가그다방 040
부적을태우며 042
생명 044
비오는날 046

2부
여름,이뜨거움을

매미의눈물 051
소그리고잡초 052
고양이 053
안개와구름 054
처서 056
멸치 058
씨를묻다 060
염소 061
팔월 062
옥수수 063
울엄마 064
불꽃 066
바위 068
나무의무덤 069
그곳에는 070
치자꽃 072
꽃 073
까마귀 074
장미가피었다는것은 076
터 077
마삭이 078
군산여행길에 080


3부
가을,떠나보내고다시

욕심 085
안개 086
그리움 088
단풍 089
어둠이널키우고 090
이기적시점 092
염소똥 094
아니,벌써 095
버려진인형 096
코스모스 098
야생화 100
가을이왔음을 102
홍시 104
이사를하다 106
낙엽 108
영시미 110
머리자르는날 112
풍선인형 114
닭,터널을지나다 116
가을 118
병실에서 119
은행잎날다 120
먼지 121
맨드라미? 122

4부
겨울,다시채워야할것들

가로등 127
고독 128
커피를내리다 130
55 132
옥이 134
구속 136
단한사람?????????????????????138
생각 139
방황 140
통증 141
한해살이 142
고드름 143
가라훨훨 144
승마장가는길 146
나들이 148
붉은동백 150
버스에서 151
엄마꿈 152
종려나무처럼 154
달팽이 155
목화꽃 156
석양지다 157
아버지의겨울밤 158
누군가는말한다 160

해설|내면의소리그큰울림|이훈식 162

출판사 서평

[시평]
내면의소리그큰울림

이훈식(시인.서정문학발행인)

먼저배막희시인의첫시집출간을축하드린다.시를쓴다는것은시인마다다르겠지만살면서그무엇으로도채울수없는공허함을그나마문자언어라는도구를통해표출하고자하는창조행위이며좀더미래지향적인세계로승화시켜보려는긍정적인욕망이다.어쩌면시인자신조차도의식하지못하고있던무의식의세계요,머리가아닌가슴으로쓰다가새롭게얻어지는사물과대상對象에대한새로운인식이요,새로운가치의발견이기도하다.
또한,시는시인에게잠재되어있던결핍의한단면일수도있다.혼탁하고어려운세상불확실성이가중되는시대에시를통해소통하고시를통해자아정체성을찾아보고확인하려는본능에가까운욕구그게문학이고시이다.
문학의효용성중의하나는쌓여있던감성을배설함으로써오는청량감이요,기존의진부한사고의틀을벗어나새로운것에대한도전이고그리움이다.오직자신만의이름으로대상을부르고자신만의이름으로나누고싶은세계,그게시인이꿈꾸는유토피아이다.그래서시를쓴다는것은자아표출로시작되는구도의길이기도하다(구상시인).무에서유를창조하는창조행위는인간만이누릴수있는원초적지성이다.그러므로시는문학이라는장르중에가장밑바탕이되며끊임없이나를향한발걸음의길이다.
어떤소재이든대상이든시인이새롭게그이름을불러주었을때는이미꽃은꽃이아니고이별은이별이아닌것이다.왜냐하면시인의내재한사유를통하여인식된사건은시인안에서다시태어난창조물이기때문이다.
배시인의시는희로애락의정서가가슴안에서한번삭혀졌다가다시토해놓은시어들이따스한붓놀림으로살아날때면하얀눈물마저그리움이되고아물지못한상처마저도소중한기억으로살아나가슴에풀물들듯배여든다.조금은어눌한것같으면서도할말은다하고마는뼈대가강한시어들이그간시인이살아온날들을조명해주고있다.생명에대한경외감이물음이되고대답이되는시들이곳곳에서붉은맥박으로뛴다.예쁘게살아있는시들을대할때마다동질감속에서느끼게되는그친밀감이배시인의시의정서이다.
단순히소재에대한관찰자입장이아니라끊임없이해부하고되씹어보는주관자로서의시어들이밀도있게행간을채우고있다.

1부봄,그서늘함에대해

무관심속의그것은풋것이었던적이있었다
바쁘게변해버린중년의하루앞에
별도의것으로?원래의영역을차지하고띄엄띄엄
익어갔다
많지않은날에?그것한번바라보며걸었고
많지않은날에?그것한번차마만지지도못한것
허리가펴지지않던깔딱고개가끝날?때쯤
빈손바닥을?들이밀고갈수있는곳에있었다는걸
저새큼한것은알기나했었는지?
-「그나무의열매-버찌」일부

시는상상력을통한꿈과그리움이주류를이룬다.배시인은버찌라는열매를두고단순한외향적의미의재생이아니라지난날에의미들을되새기며“저새큼한것은알기나했었는지”무관심했던지나간날의기억을내재적의미로담아내고있다.표피적인사고를떠나되새김질로육화된(incarnation)언어로소재가주는이미지를자기화시키는데성공하고있다.깔딱고개같은삶이었다는원관념은행간속에감춰놓고버찌가새큼한열매로맺히기까지를보조관념으로삼아조곤조곤이끌어낸시어들이마디마디살아서움직인다.사소한일상의이야기들을확대하기보다는오히려함축을통해자기성찰의도구로삼아보려는작업이신선하다.그간의쌓인연륜없이는쉽게흉내낼수없는기법이다.끝없는상상을통해인식된사물을자기안에서투영해보려는시인의감성이이성을앞서고있음을본다.데미안서문에서헤르만헤세는이성보다감성으로살기를원했으나그게더힘들었다는말이떠오른다.
그래서시는해석이아니라느낌이라고하나보다.

휘파람소리를내는단절의아름다움은
절정과함께끝이나고말았다
광기의눈을부라리며
광란의몸으로드러누운충혈된주검은
존재를저항하는분노

-「동백」일부

오늘그집의그여잔
커피잔은?밀쳐두고엎어진화투장을일으키며
눈두덩이에살을채우고있었나보다
포로가된듯?창문앞에앉은남자의
화투장이늙어가는관절을끊으며패대기쳐진다?
이렇게슬프지도무례하지도않은날
분노가들고날수있게문을열어두었나?
문을닫아두고오래된커피잔을씻던
빨간루즈를바른나이든여자는이제없다
-「바닷가그다방」일부

위에두시를보면얼마나치열하게시어와싸워왔는가를짐작해볼수있다.그렇다시어와싸움은침체된사유에끌려다니기보다는거듭나고자하는열망이요,끝까지짊어져야할삶의무게를눈금없는저울로한번쯤달아보려는몸부림이요,살아있음의비명이다.진정내가누구냐는말을화두로삼고생멸의길에서벌거벗어도부끄럽지않은영혼을만나보려는열정이다.봄이오는길목은참으로많은회고가있다.겨울이그렇고사는게그렇다.죽어가는흔적또한그렇다.낙화가된붉은동백을보고존재를저항하는분노라는표현이아주당차다.또한그다방의화투장을패대기치는여인을바라보며동병상련의아픔을느끼는시인처럼읽는사람도아프게한다.
‘시인은누구인가?’누군가는천형天刑을앓는사람이라고도하고누구는근원적으로이방인이라고하지만,시인은무사무욕無私無慾의삶을살고자애쓰는자요.외로움을물말아먹고살아도부러움이없는지족자知足者이다.그래서배시인의시를읽다보면가끔가난한영혼을위한시어들에서눈물타는냄새가난다.

뱃속의아이처럼
의식의?깊은부분까지
자라고자라서
뱃속을빠져나가야할시간까지
?
검은눈물로키운다
애초에불구자인너를
-「한편의시를낳다」일부

시는마지막행이살아나면시전체가살아나고마지막행이죽으면시전체가죽어버린다.그걸알고쓰는시인이많지않다.
시는은유이며함축이라는말을굳이말하지않아도“애초에불구자인너를”이마지막행이그모든걸얘기해주고있다.어떻게보면장난기많은소녀같기도하고어떻게보면다가갈수록멀어지는여인같기도하다.평범하면서도그평범을거부하는몸짓으로삶의진실을들여다보고그본질에관해직설적인화법이아니라은유가주는간접화법을통해우리에게다가오는시어들이정겹다.러시아의어느시인은시는머리나가슴으로쓰는게아니라피로쓰는거라고했다.그렇다.애초의불구자인너를사랑한게죄이다.너를더사랑할까그게두렵다.
?
2부여름,그뜨거움을

배시인은모든소재에자신을같은수평선상에다올려다놓고독백하듯시상을풀어놓고있다.어떤소재이든이성적이면서도감각적표현으로행간을메우는배시인은순간순간부딪쳐오는시상을놓치지않고자기만의색깔자기만의언어로형상화시키는솜씨는오랜습작기간이가져다준경륜이거나아니면타고난재능이다.남에게는그저스쳐지나갈일상인데독특한시인의시각으로저마다아름다운이름표를달아주는능력을칭찬해주고싶다.작은흔들림을큰울림으로묘사하는맛깔스러운사유의노래,낯선듯하면서도낯익음으로스며드는언어들이사진속배시인을닮았다.차가우면서도뜨거운이미지그것이2부에서보이는배시인의시이다.

어미아비와풀뜯던
구릉진언덕위에너하나남아서
늙은풀뿌리를품고앉아
꾸엑꾸엑?빈창자를끌어올리며?울고있다
?
휘청이는?작은몸이풀잎처럼떨리며울어대다가
사막의모래바람처럼휘날리며절규한다
토악질을하고비를맞으며비탈을오르고내린다
?
어린염소야
너의어미아비는구릉진그언덕을떠나서
널적시는비바람이되고말았나보다
-「염소」일부

기뻐서흘리는눈물과슬퍼서흘리는눈물의성분이다르다는글을본적이있다.절대고독앞에홀로선존재…,울고싶을때는아기염소처럼세상떠나가도록하늘이찢어지도록울어야한다.그래야여름밤소쩍새울음을제대로들을수있다.그래야만지는노을이햇살의울음임을안다.배시인은얄밉게도아기염소로대신울게해놓고본인은애써아닌척비바람으로불고자했다.그러나배시인은눈물만이그나마마음을진정시키는성분이라는걸체험을통해이미알고있었다.아기염소의울음은화자인작가의울음이다.사르트르가우린이땅에그냥던져진존재라고외쳤던그울음소리가이시에서는아기염소로태어났다.시를씀으로써얻어지는마음의정화(catharsis)과정,그래서시인은이모진세상시라도써야살수있는것이다.늙은풀뿌리를품고앉아우는게전부일수밖에없는아기염소가바로배시인이고우리이다.돌을씹으면서도살아야한다.너는피투성이가되어서라도살라(겔16:6)

엄마엄마울엄마
조롱조롱꽃을달고줄줄이?돈달아
알록달록꽃가마태워서시집보내드렸더니
이가시나생각도안나나
첫걸음도꿈속에서
십년간을꿈속에서울엄마만나네
?
울엄마
반질반질윤기나는?쪽진머리
고운옷차려입고고운각시낯으로?
내꿈에서웃으시게
-「울엄마」일부

엄마는내의식의고향내그리움의본향.누군가엄마라는이름으로내몸한구석이라도건드리면그만그렁그렁맺히는눈물,엄마는우리의우주우리에게세상을열어준영원한이름,배시인의시들은엄마의또다른이름들이다.
이세상에서가장측은하고,이세상에서가장따뜻했던이름,내가힘들때가장보고싶고,애증이함께서려있는이름,부르기전에먼저목이메는이름을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명제로풀어놨다.
이땅에서비상을꿈꿀수있었던것도엄마요,남은세월가는그길도엄마가간그길이기에한떨기들꽃이반갑고바리바리챙겨주던그사랑앞에들고갈것이마땅치않아시한줄로목을축이는배시인.살아있는동안들숨날숨으로길들었던기억들이몸세포속에숨어있다가세상을향해‘엄마나여기있어요!’하고외치는소리가메아리로들린다.
3부가을,떠나보내고다시

배시인의첫시집을전체적으로볼때가능한수식어는절제하고핵심성분만으로시상을전개하고있다.그렇다고메마를정도로감성을억제하지는않는다.소재의다양한의미를비유로무장하고분석적으로들여다보고있다.그런까닭에시가진부하지않고시를읽는이들에게그신선한감각이감동으로다가온다.아마대책없이수다스러워지는시들과차별화하고오직나만의정서,나만의울림,나만의사념의무늬로끊임없이보여주고싶은은근히욕심이많은시인이다.
배시인의자의식속에는생멸의대한깊은사유와돌하나풀한포기까지도그냥보지않고인연이라는순환의고리속에서자신을투영해놓고있다.살짝꼬집을것이있다면시를다쓰고나서꼭소리내어읽어보라고얘기해주고싶다.소리내어읽어보면눈으로읽을때와는다르게시의리듬이어디서막혔는지호흡이말해준다.왜냐하면시는외연적리듬도중요하기때문이다.

어둠속에서남의?발을밟고서서
한발짝도물러서지않는타인의소망따윈중요하지않다
청춘처럼꿈꾸게하는마성의매력을장착하고
서서히다가오는것
이기적인?심리가작동되는가장가까이서
절절하게눈을감아야할순간에
시작하다무너지고말것들을보내야한다
???????????????????????????????????
본능과욕심에대한극적인용서를바라는
행위를할수있는날
시점이다를뿐달라질것은아무것도?없다
-「이기적시점」일부

가을이왔나봅니다
바스러지는낙엽이되어버린?뼈마디에
벌레먹은흔적을내어단풍든열기를삭혀
노란액체를쏟아부었습니다
가을을지나가는중입니다
뒹굴고구르며가을을지나보려합니다
가을은겨울로가는길목에서바스러지는모양입니다
-「가을이왔음을」일부

위의시들은행간과행간사이에숨겨져있는시어들을읽어야제맛이난다.사실이타적시점이나이기적시점이나바라보는시각에따라달라질수있기에생의정답을구할수없는것처럼시점이달라도변할게없는그저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