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꽃빛 비치고 (김덕진 시집)

바다에 꽃빛 비치고 (김덕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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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땅엔 유명세를 타는 훌륭한 시인도 많지만 이름도 빛도 없이 내 안에 그림 그리듯 사는 무명시인이 더 많다. 하지만 무명의 작품이 오히려 작품성도 뛰어나고 울림이 클때도 많다.

에리히 프롬은 비록 사랑의 정의를 성숙한 사랑은 “고독을 해소하는 가장 생산적인 기술이다.”라고 말했지만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삶을 바라보는 가장 생산적인 기술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김덕진 시인은 시를 통해 버린 것이 얻은 것이요, 낮아짐이 곧 높아짐이며, 이름 없음이 오히려 전 우주를 가진 사유라는 것을 시로써 우리에게 얘기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도 숨김없이 벌거벗은 그대로 이순耳順이라는 시기를 지나며 이 세상에 하나뿐인 시어로 우리에게 온 김 시인에게 문운도 함께 오길 바래본다.
- 이훈식(서정문학 발행인, 시인)
저자

김덕진

국립목포해양전문대학항해과졸업
2021년서정문학신인상수상
서정문학작가회회원
서정문학운영위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공저:『한국대표서정시선12,13』,
『서정뜨락에핀꽃』
adis7z@naver.com

목차

4 시인의말

1부바다
12 3월의아라비아
14 7월밤의항해
17 바다
19 가거도
21 곡생曲生
23 가거도에서
25 꿈꿈
27 남양의하루
29 대양에서
31 둔주곡遁走曲
33 묘박錨泊
35 무지개꿈
37 바람장미WINDROSE
38 함께한바다
40 항해
42 연안沿岸
44 배에서
46 사람낚는어부
48 비구름
50 빛의미로
52 사랑의거울
54 월광단상月光斷想
56 연륜
58 물에비친자화상
60 삶의바다
61 표류
63 미시시피강에서
66 북해에서홍해로
68 적도제
70 적도의노래
72 적도에서

2부자연의꽃
76 꽃생각
78 겹꽃
80 그대가
81 금새우난초
82 꽃
84 꼭두서니
86 노루귀꽃
87 꽃과함께
88 누리장나무
90 꽃길
91 동백꽃
92 꽃을보며
93 때죽나무꽃
94 꽃을찾는나비처럼
96 무궁화
98 민들레
100 벚꽃십리길
102 별꽃
104 부초浮草
106 삶의꽃
108 송악
110 술패랭이꽃
111 배롱나무
112 야생화
114 얼음새꽃
115 올괴불나무꽃
116 인동초
118 자연의꽃
120 짚신나물꽃
122 창질경이
124 칡

3부거대한시계
128 그곳은어떤가요
130 거대한시계
132 2021만재도
133 가볍게걷는거야
134 감상感傷
135 만남의길
136 꿈이야기
138 봄의산책
140 탐조探鳥
142 종이집
144 불면不眠
146 탈피
148 고독사피하기
150 별빛
151 경유지
152 개울가의조약돌
154 고드름
155 보물찾기
156 뚝배기
158 바위
160 박물관
162 병病
164 꿈길
166 과부하
167 덮개
168 괜찮아요
170 꿈의눈길
173 맥
174 동토에훈풍을
176 민달팽이

180 해설바다와꽃그리고바람의노래|이훈식

출판사 서평

바다와꽃그리고바람의노래

이훈식(서정문학발행인,시인)

김덕진시인의첫시집출간을먼저축하드린다.1부바다,2부자연의꽃,3부거대한시계로나누어진이번시집을읽으면서참많이도외로웠고,그외로움이삶의자산이되었고,시어가되었으며경륜의나이테로그려져있음을보았다.

안으로만삼킨속울음이승화된시어들속에서끝까지살아남아야한다는명제들이적도를건너게하고꽃으로피어나게했으며작가자신을객관화시킨그정점에서유유자적관조하듯곱게담아낸시어들이세상을향해‘나여기있소’하며소리치고있었다.

한편의시를창조하기까지애증을잘라내고가슴붉었던그리움의언어로형상화시키면서마디마디새겨놓은김시인의깊은사유가저바다끝검푸른파도로밀려오는듯했다.
고통이심하면오히려통증이마비가된다고했던가.아픔도사랑도깊이가라앉히고홀로견딤을깃발로세운김시인의시는바로자신만의언어를가지고세상을,우주를,인간을,바라보는구도의길이었음을알수있었다.

시는은유요,함축이요를떠나소재가주는이미지를의식의틀안에서자유롭게펼쳐낸시들은허영과가식을과감히생략한기법이고필력이다.말초신경만을자극하는피부적표현이아니라깊은상념을침전시켰다되새김질한시어들에서는연륜이숨결로묻어있고시향이행간의빈자리를채우고있음을보게된다.

살아오면서차마버릴수없는이야기들을가슴조각으로모아두었다가새생명으로탄생시킨그간의노력이맑은바다그수평선처럼밝고환하다.언어는그작가의사유이고눈높이고살아온삶의한단면이다.화려한기교와는먼단아한시어들이김시인의심성을가늠하게만든다.

독자들을의식하지않고내가나에게쓰는시,그저시가좋아서내가슴에새기듯쓰는시,살다간흔적으로만남아도좋을시는욕심이없는시이기에난해하지도않고조금어눌하고투박해도전혀상관없다.계층별세대별관계없이누구나쉽게공감할수있는시는어려운어휘나난해한사유가아니라가슴저밑바닥에서올라오는울림의언어그건자신만의색깔자신만의무늬를가질때덤으로찾아오는결실이다.

요즘은시인도시를읽지않는다는말이회자될정도로시가어려움에처해있지만시를머리로쓰지않고가슴으로긁어낸시들은그생명력이길수밖에없다.지금은무명작가라해도그런것에연연해하지않는작가의우뚝선자부심이그리운때이다.그런면으로보면김덕진시인의시는누구나편안하게읽을수있고남들이쉽게겪을수없는오랜항해생활에서얻어진신선한시어들이어느때는달빛파도처럼어느때는노도같이휘돌아친다.

1부바다

남반구에서북동으로항해하며
떠오르는강한빛의오전
눈부시어비낀주위로시선을옮기며
순수치못하다는생각으로문을닫고
십여평의조타실을배회한다.
자기것아닌것에욕심을내고
그저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자신을잃어버리는생
강한빛을마주하다
감다만눈으로
기다랗게짜인곡선을보았다.
뱀의허물같은
그허상의곡선은
현실과이상사이에
꿈틀거리며부영하고있었다
-「곡생曲生」중에서-
무지개의꿈은하나로되고싶은여로의삶인가
나머지반원은솟아나지않고
나타나지않은꿈이되어
계획에없었나침묵으로깊은잠을자고
가슴설레게하는태어난반원에는
태양의환상속에고운희망이서려있었네
-「무지개꿈」중에서-

위의시를보면한시절을바다에서보낸시인의생생한체험의시어들이꿈틀거리며부영하고있다.현실과이상속에서오는그괴리감을스스로굴곡진생으로표현한언어는어쩌면보다더나은내일을위해오늘을반추해보면서그래도해는또다시뜬다는사실을스스로에게각인시켜보려는시어들이행마다살아움직인다.

시도소설처럼빈자리읽기가있다.즉행간에숨겨둔시인의사유를훔쳐보는맛이시를읽어보는참맛이기도하다.지구를다덮어버릴것같은아니이세상을다삼켜버릴것같은공포의바다,그러면서도잠잠할때는평온의곡선,한없는너그러움,선망의대상이기도한바다와동고동락한시인,그바다의생리를누구보다도잘알기에.

시인은실상에서뱀의허물같은허상을보았고조타실을배회하는자아를객관화시킨언어로삶의한부분을투영해놓고있다.반원으로하늘에뜨는무지개를두고나머지반원은비록잠겨있어보이지않지만태양의환상속에고운희망으로불러낸시인의사유가눈에환하게보인다.시는간접체험보다는직접체험에서우러난시어들이생동감을더해준다.바다를아는시인만이쓸수있는시어에서바다향음이물씬묻어난다.

험난하고예측할수없는세상에서우리인간이찾아야할참된덕목은무엇인가?한없는욕심에함몰되어가는이시대의환경속에서김시인은나름대로자신의가치와영역을지나간시간을통해현재를들여다보며우리에게무엇이진정참다운것인가를되묻고있다.

흐르며잇듯떠오르는하루
먼훗날의잊힌기억을떠올리는가?
품어환생하듯구름이솟고
또다시감쌀듯비로내리고
함께하는적도의삶을본다
머물러있을줄알았던모든것
가져오가며흐르는삶속에
진정남겨떠나야할것은무엇인가?
적도는깨우듯출렁이고있다
-「적도에서」중에서-

위의시를보면적도를지나며망망대해의일엽편주같은선상생활속에서김시인은생과사의경계를보았고짧은한생애가찰나임을온몸으로느꼈을것이다.하늘의섭리그절대자앞에놓인가냘픈존재에대한자기물음또한수없이씹고또씹었을김시인,그래서누구보다더존재에대한사유의폭이사유의깊이가남달랐을것같다.

수시로밀려드는거센파도앞에생존과영욕에대한물음을화두처럼달고살았을김시인.깨어있는자만이내일을꿈꿀수있다는말처럼지는노을에물들었을향수와고독의감성을화려하게색칠하거나과장하지않고수식어를과감히생략해버린평온한바다같은시어가제몫을다하고있음을본다.

오랫동안자신의기억이라는회로속에서잠자던생각들을옆사람에게속삭이는듯한작품들이우리를깨우듯재생시키고있다.사실시를쓴다는것은결국나를들여다보는행위이며그걸두고우린언어를통한구도자의길이라고한다.

2부자연의꽃

시는시인의자화상이다.자연을보고꽃을보고다듬어낸사유는시인의세계이고시인의우주이다.원죄처럼가지고사는원초적그리움의이면은아픔이요,외로움의또다른이름이다.살면서오랫동안간직하고싶은그리움의원형이시어로그려질때는꽃이작가자신의정체성의한부분이며언제까지나머물고싶었던순간들의집합어이다.

2부에있는시들이제목과소재는다르지만주제는한결같이너를통해나를들여다보고자하는이미지의시들이다.그동안삶이힘들때도있었지만그래도스스로낮아지고더버리고자애쓴시어를통해김시인자신이욕심없이살기를얼마나원했는가를알수가있다.시에서화자는작가자신이다.지나온삶이고스란히녹아져있는시어들을볼때청청한성품작은것하나에서우주를바라보고자하는사유가가볍지않다.

굴곡진삶속에서도그모든걸자기안에서승화시킨시어들이그간경륜을얘기해주고있다.오랫동안원고지를잃고살다가책갈피로끼어둔낙엽그무늬진시간을잊지못했던시인의마음이아픈것은아픔대로그리운것은그리운대로그의미가있다는시인의생각이시적대상이되고시인이꿈꾸는세계이다.시인이그이름을불러주면죽어있던꽃도다시꽃을피운다.실상과허상을알고고락간에그간극을경험과연륜으로채운김시인은아픈조개만이찬란한진주를품는다는것을아는시인이다.

바다에묻힌황금의미련
꺼내어씻고또씻는다
멀리떠나고
새롭게태어나
자라서꽃을피워보이니
어찌삶이귀하지않으랴
마음가득빛을
노래하는금새우난초
-「금새우난초」중에서-

극단적방향이아닌것을알지만
운명처럼뻗어가는꼭두서니
대체로열매두개씩달리며
가까이서마음함께하자는듯해
수고로운방황이전율케하지만
생이허무해서만되겠나?
너도나도나아가야해
부서지지않는꿈속에꼭두서니가떠오른다.
-「꼭두서니」중에서-

처음엔예상외로꽃이작아
지나치듯잘못알아본꽃
물어서라도만나고픈나의마음을
꿈속으로알아냈는지
눈빛으로알아냈는지
밤하늘의별처럼
여기저기알리듯하얗게피었네
-「별꽃」중에서-

위에“금새우난초”를보면씻고또씻고새롭게태어나마음가득빛을노래하니어찌삶이귀하지않으리.금새우난초를보고읊은시이지만실제로는금새우난초를시인의자신으로의인화(擬人化-personification)시킨기법이돋보인다.

시는의인화만잘시켜도시의반은써진것이라는말이있다.“꼭두서니”“별꽃”도마찬가지이고2부의전체시들의정서와작법이별반다르지않다.

작가의사유,경험,감성이문자언어라는도구를통해표출되고있다.우린시인의작품을통해시인삶의한단면을표백해볼수도있고또사물을대하는인식과생을저울질해보는시인의필력도맛볼수있다.화려하고이름이난것보다는숨어있는듯피어있는작은꽃들을보고“생이허무해서만되겠나?”“물어서라도만나고싶은나의마음”이러한시어들은바로작가의물음이고대답이다.
우린이땅에그냥던져진존재가아니다.자아에대한남다른인식과맞물린김시인의그냥흙묻은시어들이여기저기소박한웃음으로자신을알리듯하얗게피어나있다.초야에묻혀사는시인의걸음이여유롭다.먼발치에서바다같은마음으로바라보면슬픔도슬픔이아니고아픔도아픔이아니다.

이땅엔유명세를타는훌륭한시인도많지만이름도빛도없이내안에그림그리듯사는무명시인이더많다.하지만무명의작품이오히려작품성도뛰어나고울림이클때도많다.
에리히프롬은비록사랑의정의를성숙한사랑은“고독을해소하는가장생산적인기술이다.”라고말했지만시를사랑하는마음이삶을바라보는가장생산적인기술이라고덧붙이고싶다.

김시인은시를통해버린것이얻은것이요,낮아짐이곧높아짐이며이름없음이오히려전우주를가진사유라는것을시로써우리에게얘기해주고싶었는지도모르겠다.하나도숨김없이벌거벗은그대로이순耳順이라는시기를지나며이세상에하나뿐인시어로우리에게온김시인에게문운도함께오길바래본다.

3부거대한시계

사람마다삶을,사랑을,시를바라보는시각이다다르다.그런데다른것은다른것뿐인데우리사회한쪽에선나와다른것은무조건틀린것이라고주장하는사람도많다.김시인의시는그런면에서보면보편적사고를가지고남과다름을시어를통해자기애愛로가꾸고있음을본다.

자기만의세계가없다면시인이아니다.어찌보면외로운섬생활속에서홀로고고한삶의여유와마주보는세상을시로창조해내는작업이야말로새생명의가치이다.그걸알고있는시인이라참반갑다.

박범신소설가는삶의결핍을메꾸기위해글을쓴다고했다.시라는것은작가마다다다르겠지만배설하지않으면질식할것같은절실함에서써지는것이시이기도하다.어쩌면비명이라도지르지않으면터져버릴것같은절망감의소치인지도모른다.그러나김시인의시는지나간시간을반추해보며배려와균형을찾고우리서로함께함이최고의선善임을얘기하고있다.

남겨두는극으로잇닿은
배려와균형같은두얼음왕국
투명함의깊이를가늠할수있으랴
섭리의삶이사방으로비쳐
허튼가식을심판하는영역
더나은감사를알기위해
그윽이은혜로운빛을받고
울너머미지로보내며
그런세상도온전히함께해야한다
-「거대한시계」중에서-

커서도따라잡지못하는날
비쳐오는눈망울과나래짓은

육신을통해대하는세상에
우리의날이영원하지않다는것
어느날하나의낙엽처럼
바람속에나래비치면
무정함에울리는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