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붓꽃 (오상연 시집)

정오의 붓꽃 (오상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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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 시인의 시의 텃밭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 같은 것이어서 그 어떤 것으로도 메울 수도 채울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시인을 천형天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자연을 노래하고. 떠나간 부모를 그리며. 헤어짐과 만남을 시어로 의인화(擬人化-personification) 시켜놓은 오 시인,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이었고 그리움의 그림자이다.

시인들은 자신의 정서를 자연에 이입하거나 은유의 상관물로서 택하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자연을 동일시하고 입체화시켜 보려는 그 노력 속에서 그리움의 참된 근원을 알고자 하는 물음이요, 그 물음 속에서 대답을 찾고자 하는 연민, 그게 구도자의 길이었음을 알게 된다.

오 시인이 추구하는 시의식의 범주는 삶의 인고를 노래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겸허히 그 모든 걸 자기화시켜 보려는 노력이 참으로 신선하다.
- 이훈식(서정문학 발행인, 시인)
저자

오상연

경북의성출생
서정문학시인상
카페상
서정문학운영위원
서정문학작가회회원
형상시학사무국장

시집:『그리워할수있었음에』
osy5015@naver.com

목차

5
시인의말

제1부
13 암묵
14 줄세운꽃들
16 고백,가을길의
17 가을단상
18 가을산조散調1
20 가을산조散調2
21 가을산조散調3
22 오더니,가더라
24 둥근연못
25 갈바람
26 강물의길
27 거리연주자
28 늙은고로쇠나무
29 구절초
30 강원도사람
31 한잔에
32 따뜻한마당
34 꿈많았던소녀들
35 나는누구의별?
36 영원하지않는거
37 쨍그랑,깨어질수없는
38 황매산연가

제2부
41 나는진행형
42 나대로살고싶다
43 낙엽독백
44 남자이름
45 고향집부엌엔
46 내일은네일아트로
47 모래의눈물
48 단풍놀이
49 구름같은폐
50 동유럽여행후기
51 빙하
52 땅거미
53 멍청이
54 마늘도둑
56 갈대의이름
57 가을여자
58 바람처럼
59 뱃전에서
60 강변의누각樓閣
61 그런날이있었기에
62 반죽
64 불면
65 닮아가는나,닳아가는나

제3부
69 백운산계곡
70 다시피는백일홍
71 벽에꽃
72 잠자는별
73 부케
74 보슬비
75 신경통봄날
76 부초浮草인생
77 가시덩굴
78 산타
80 도회지의들길
81 저무는다방
82 살아가고있다는
83 지나간5월,남겨진5월
84 감성팔이
86 아침이슬
87 기도
87 다인연이다
88 십리길
89 꽃도장
90 끈적한
91 가거라
92 빗길지우기
93 별보기

제4부
97 계절정리
98 화인火印
99 폐목
100 기다리는약손
101 어깨의힘
102 여자였다
103 영덕가는길
104 오늘하루
105 그림자놀이
106 우연일까
107 겨울숲에서
108 안착
109 음지
110 의미
111 시작이없어서끝도없는
112 사랑,일렁이는
113 폐총의그늘
114 포말의꿈
115 향나무독백
116 바다의족보
117 휘청거리는골목
118 치솟는전세가

해설
120 별빛에묻어놓은사연들|이훈식

출판사 서평

〈해설〉

별빛에묻어놓은사연들

이훈식(시인.서정문학발행인)

오상연시인의두번째시집을축하하는마음으로시평을맡았다,이순耳順이가까운연륜에서정문학으로등단했고또서정문학운영위원으로서열심히활동하고있음에그동안시에대한열망이얼마나간절했는지그마음을알수가있다.

일상의많은일들을해오면서도끊임없는삶의도전을거듭하고있는오시인이다시새로운출발점에섰다.문학을통한배설의기쁨,문학을통한자아정체성을찾고자하는그뜨거움이시어마디마디로살아있음을본다.이제또한권의어여쁜시집을탄생시키니그감회의구장곡절이눈에보인다.늦깎이시인으로서일상의이야기들을정제된진솔한고백으로혼을불태우고있는시인의다부진구도求道의길에진심으로박수를보낸다.

오시인의마음의텃밭에서는시심詩心의햇살이계절마다꽃을피우고어눌했던시간마저도꽃바람의향을내뿜고있다.어찌삶의아픔이없었겠는가?필설로다얘기할수없는삶의갈피마다얼룩진시간을갈고닦아죽어있던기억들에새생명의이름을붙여주고있는오시인의시는때로는가슴아픈그리움으로때로는절정의아픔으로그의족적을아낌없이그려내고있다.

시는가장함축된언어로자연과인생을말하는것이다.오시인의시가안으로삭힌상상력의소산으로읽는사람의심금을울리는것은어눌하면어눌한대로부족하면부족한대로그간살아온진솔한삶을시어로연결시켜놓고있기때문이다.

1부

재빠르게빠져나가던갈바람
후미진고샅길에떨며서서
가야할길을묻는다
엉금엉금기던과수댁이
봄부터일궈놓은길가의화초들
곁에서잔뜩웅크린채로
빛이던져준털모자를쓰고
떠날준비는이렇게하는거라고
날리는흰머리로훈수를둔다
사는게너무힘들어
입술부르트고뻘겋게익은얼굴들
몰래키워온입덧행여들킬세라
스스로불태워버린제몸
능금나무는
가슴에깃발을꽂았다해야하나
한바탕웃어대는목덜미가
애초기칼날같은
첫서리에차갑다
-「가을산조散調2」

위의시를보면가을산,갈바람이주는이미지를후미진고샅길과대비하여그풍경을중의적표현으로그려내고있음을본다.이시에서갈바람,길가의화초,능금나무는바로오시인의또다른모습이다.말하자면원관념은숨기고보조관념을통해화자인작가자신을표출해놓고있다.가을이주는일반적이미지는회의懷疑요,소회의김정이지만오시인은행간에본인은숨겨놓고관조觀照하듯은유와함축으로그정서를노래하고있다.

관조는자연을조용한가운데응시하고그로부터울리는미세한떨림과인간내부에서상응하는심미적자아를대응시키는일이다.표면적인세계의내면성을들여다보고그세계의이미지작업을하는것이결코쉬운일이아니다.

오시인의첫번째시집「그리워할수있었음에」보다더한층숙성된관념이고필력이다.시인의시적대상은그저소재주의에있지않다.소재는단지작가의상상력에의해관념적인이미지를투사시키기위한형상물에지나지않는다.그간살아온질곡의시간들을뒤돌아보는시인의선한눈이보인다.오늘보다더나은내일을추구하는게사람이다.두번째시집의시를보면서느낀것은살아온나날보다남은날이얼마되지않을지라도생의남은기간을붓이뭉뚝해지도록시라는창조작업을멈추지않을것같은그열정이녹아져있음을보았다.어쩌면쓰지않고는배길수없는창작열은오시인에게는축복인지도모르겠다.일회적이고유한적인우리네삶속에서초연해지고싶은욕망이시로서표출될때마다오시인도독자도함께가보는낯설음의그길이낯익음으로가득해지리라.

일상의집착을버리고한발자국물러난자리에서주체를객관화시켜보는시인의여유,그게시인의특권이고그게시인만이누릴수있는자유라는것을오시인은알고있다.

시인들은누구나한번쯤경험하는일이지만원고지에단한자도옮겨쓸수없는그절박함이공포로느껴질때가있다.그러나그런아픔을극복한후에오는환희는그무엇과도바꿀수없는가치이다.오시인의시는은유와상징으로이어지는시어들마다연륜이묻어있고깊은사유가행간마다맑은시냇물로흐르고있다.사실병든사슴이사향을품는다는말처럼오시인이그려낸사물과대상을보는그인식은통증이심하면오히려그아픔이마비된다는사실을우리에게시어로보여주고있다.아픔과외로움과그리움을시어로다듬을때마다밤을하얗게새웠을시간이보인다.

오시인의시의텃밭을한마디로말한다면그리움이다.그리움은기독교에서말하는원죄같은것이어서그어떤것으로도메울수도채울수도없는것이다.그래서혹자는시인을천형天刑을앓고있는사람들이라고표현하는것이다.자연을노래하고.떠나간부모를그리며.헤어짐과만남을시어로의인화(擬人化-personification)시켜놓은오시인.하지만결국그모든것은그리움의또다른이름이었고그리움의그림자이었다.

시인들은자신의정서를자연에이입시키거나은유의상관물로서택하기도하지만알고보면자연을동일시하고입체화시켜보려는그노력속에서그리움의참된근원을알고자하는물음이요,그물음속에서대답을찾고자하는연민,그게구도자의길이었음을알게된다.

오시인이추구하는시의식의범주는삶의인고를노래하면서주어진환경을탓하지않고겸허히그모든걸자기화시켜보려는노력이참으로신선하다.

시가다루는삶의진실은시대가바뀌어도결코변하지않는다.시의형태나언어감각은시대적배경에물들겠지만시인의정서와상상력은창작의순도에서멀어지지않을것이다.

오시인이견디어온삶의무게와그부피는시를창작하는데좋은자신이되고있음을본다.

2부

바람처럼자유로운
영혼으로살고싶다
한곳에머물지않고
떠날때는언제든미련없이
떠날수있는걸음
들꽃향기로
강변을떠돌기도하다가
성난파도가되어
모든걸휩쓸어버릴때도있지만
두려움없기에
자취또한
남기지않으련다
-「바람처럼」

토마스어네스트흄ThomasErnestHulme은“인간의지각은인상impression과관념Idea으로나눌수있는데인상은보통뚜렷한생생한지각이며관념은일단마음속에들어온인상이사유나추리에의해다시나타날때생기는의미라는것이다.그러기에인상은어떤관념보다원초적이며시간적으로선행하며.관념은인상이있었기때문에그결과로서생기는것이라고했다.”이처럼우리가사물을인식한다는것은실제사물의모습이오감을통해투영되면이를판단하는작용을말하는것이다.그래서시인은인상을언어를통해이미지화하며관념을통해사유의깊이를은유와함축으로풀어내는것이다.

그래서시인은관념화과정을통해그것을시어로형상화시킬때감동과깨달음을주게되는것이다.우리의삶이진지함을잃어갈때인간은표피적인것에머물게되고사물의깊은내면까지도달하지못함으로시는더욱안일해지기마련이다.

그러나오시인은「바람처럼」이라는시에서바람이가지고있는속성을짧은듯긴여운으로그이미지를시어로형상화시키면서바람이라는표면적세계가아닌작가자신의미세한마음의정서를바람의울림으로표출해놓고있다.시인은물질적대상과심리적대상의간격을좁히는데많은관심을가지고있다,대상과간격을좁힌다는것은이미지를구체화하는작업이다.어떤이미지를받아들였을때그걸내안에서침전시켰다가시어로재창조하는작업이너무힘들기에시창조작업을시인들은여인의산고産苦로비유하는것이다.같은소재와대상을가지고도시인마다그표현이다를수밖에없다.왜냐하면시는다른장르와다르게경륜과사유를필요로하기때문이다.

나만의상상력을동원하여서대상의실체를창조적시어로표출해낼때우리는감동을가지게되고그시속에서자아를발견하는계기도되는것이다.오시인의시가우리에게쉽게다가올수있었던것은시적이미지를독특한상상력과누구나공감할수있는감성언어로형상화시키고있기때문이다.사물의내면적세계에대하여진지하게다가서려는진솔함이오시인에게는있다.

3부

멈춰있던시곗바늘끝에서간지러움이핀다
미동도없어지워진줄알았던이름하나가
화들짝추억을깨운다
짙게내린어둠속화장을다지우고서야
왈칵밀려드는외로움에짙은커튼하늘을연다
배터리갈아끼워야할벽시계는
아주작은생명하나가끊어져있던기억을
언제쯤찰칵찰칵이어주려나
사는일에바빠밀쳐두었던그리움의목소리가
아버지가나를부르는정오의붓꽃처럼맑다
-「벽에꽃」

급하게돌아가는세상을쫓다보면우리가머물렀던자리가어디였는지아득할때가있다.세상은인간스스로가자각하는것을쉽게허락하지않는다.모질던세월속에오히려자신의존재를망각하며밑도끝도없이현기증나도록앞만보고달려온세월이있었을뿐이다.

그리하여혼돈과어둠의시대를살아온우리는자신이누구며지금은어디에위치해있는가?

되묻다보면고향에대한그리움,고생만하다가신부모에대한그리움에목이멜때가있는법이다.내가태어난곳이고향이지만알고보면부모가계신곳이고향이다.부모가돌아가시면낯익음의골목이낯설음의길이되고만다.

아버지“그리움의목소리가나를부르는붓꽃처럼맑다”부모는영원한마음의고향이요,그리움의근원이다.

누가시를왜?쓰냐고물으면시인마다다답이다를것이다.그러나공통분모가있다면그건바로나의현재를기록하는일이다.기록함으로서자신의존재를영원히현재화시키고픈욕망그게현실이다.「벽에꽃」시에서는작가자신이살아왔던공간을한번쯤객관적인시선으로바라보고자하는시인의마음이투영되고있음을본다.시인은바쁘게살아온세월속에서문득나를발견했지만,내가무척낯설어짐에서오는공허함을벽시계를통해배설하고있다.사는동안문득날아든사유의시어들이시인의가슴에서오랫동안머물다가이땅에언어의문향으로발아했다.시들이저마다새로운무늬새로운빛깔로낯선파문을일으키고있다.그저소재를연과행으로나눈다고시가될수는없다.아픔과연민이걷잡을수없이소용돌이칠때도있고내곁그모든것들이사랑의빛으로비쳐질때도있지만더이상참을수없는임계점에도달하면오시인은평범함을몰아내고고독한자기혁명을통해살아있는한.어떤낯선변화에도굴하지않고더높은곳을향해꿈꾸는낭만의작가가되고자함을본다.

4부

안개가속치마살포시들어올린다
햇살은흔들리는빗살무늬
허리가는풀이아양을떨고
산의8부능선은구름덮고누웠다
구름틈내려다보는하늘도
수줍은얼굴을감추기에급급하다
가을의문턱영덕가는국도변은
어느새중년을훌쩍넘어섰다
길좋은고속도로보다는
굽어지는시골길이좋아
옛길로간다,탁월한선택이었다
계곡에흐르는물소리는명랑그자체
들판은풍족해보였다
여름내비에젖었을밭들
허수아비꿋꿋한자세로서있다
길옆농부에흐뭇한미소
한계절은가고또다른계절에
벌겋게익어가는수수는절반의고개를
산비탈안개쪽으로숙이고있다
-「영덕가는길」

표면적으로보면1부2부3부4부에오시인의시들은외로움에아직익숙하지않은정서라고할수있다.그러나좀더깊이를확인해보면그것은인간이가지고있는보편적인정서의탐색이다.그만큼오시인의시가성숙해가고있음이다.또한오시인의시는다양한소재다양한가능성을향하여열려있다는것이다.따라서오시인의이번시집은현대인이가지고있는우울한징조를바탕으로하고있으면서도내면성과외면성의심층화를통하여시적의미를다변화내지다층화하고있다.특히실존적지각을통해시정신이치열하게전개되고있음을본다.

「영덕가는길」에서보면마지막행에서“수수는절반의고개를산비탈안개쪽으로숙이고있다”수수의이미지는바로시인의사유이고흔들리는빗살무늬햇살또한은유로나타낸작가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