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옥탑방

꿈꾸는 옥탑방

$15.00
Description
연작소설 〈꿈꾸는 옥탑방〉에는 모두 일곱 개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당연히 일곱 편을 독립적인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일곱 편을 관통하는 나와 미연의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그렇게 연결된 이야기로 읽어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지할 수 있다.
전편에 걸쳐 이어지는 이야기는 물론 ‘나와 미연’ 두 사람의 사랑 이루기이다. 그러나 중간중간 오복주택 다섯 가구, 세입자들이 들며 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펼쳐진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사하고 세 들어오는 과정을 통해 인물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진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군상들의 삶이 독립적으로 혹은 이어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첫 작품이었던 〈독구〉는 그야말로 나와 미연의 만남과 연애 그리고 동거로 이어지는 사건이 중심인데, 마침 세 들게 된 옥탑방에서 ‘독구’를 돌봐야 하면서 이야기가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두터운 삶의 모습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곱 편으로 이어지는 연작들이 서로 얼키고설켜서 작가 임부택의 문학적 상상력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재능이 한껏 발휘된다.
‘독구’와 또다른 ‘독구’ 그리고 처음 ‘독구’로부터 개집을 빼앗은 ‘짜장’은 동물들의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동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얽힌 반려견, 반려묘의 문제까지 드러낸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던 ‘독구’, 새로이 입양된 또 다른 ‘독구’ 역시 버림을 받는 모습, 게다가 맹금류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에서 결국에는 인간의 부속물인 개와 고양이들의 삶과 함께 약육강식의 자연생태까지 드러난다.
‘나와 미연’의 이야기는 끝까지 이어지면서 욕정에 하나가 된 청춘남녀가 모텔비를 아끼려 상대의 방을 찾아들고, 나아가서 동거라는 방식을 통해 돈을 아끼려는 모습에서 결혼, 주택 마련 등 요즘의 젊은이들이 마주하게 되는 장애물들이 드러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랑으로 맺어졌고, 하나가 되고자 하는 믿음으로 8년의 각고 끝에 부모로부터 동거를 허락받고,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위해 옥탑방을 떠난다. 결국 옥탑방에 들 때 꾸었던 꿈을 옥탑방을 떠나며 이루는 것이다.
월남 여자인 응이와 그녀의 아들 병호를 통해 다문화가정문제가 엿보이지만, 실은 가정폭력 그리고 병호와 그의 할머니를 통해 혈육의 정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메텔’을 통해서는 교권을 침해하는 학부모는 물론 그 피해자인 여교사가 부딪히게 되는 자괴감에 울분이 솟기도 하지만, 그 자학에서 벗어나려는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부모의 이혼으로 해체된 가정의 자매인 ‘희주, 미주’는 결코 나락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 부모 세대의 이혼이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이 지대하지만, 직업을 갖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내는 젊은 자매의 건강한 모습이 참 아름답다. 자식에게 재산을 다 빼앗기고 딸의 자식 -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를 통해서는 노인문제와 부모와 자식 간의 재산 다툼을 생각하게 한다.
은둔형 외톨이인 ‘대 바리스타’와 사이비 냄새가 나는 ‘서 도사’는 오히려 서술자인 ‘나’의 삶의 자세 혹은 꿈을 이루게 북돋우는 역할을 한다. 결국 ‘삼인행이면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이라 했듯이 오복주택에 세 들어 사는 가구원들 하나하나가 ‘나와 미연’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중개사 아주머니, 201호 아저씨 그리고 집주인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정(精)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들이다. 소설 속에 이렇게 착한 사람들만 등장해서 어떻게 사건 구성이 되는가 싶겠지만, 사실 이들의 삶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는 사랑이 그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오복주택에 세를 든 다섯 가구 어느 누구도 현재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들의 과거가 어찌 되었던지 현재는 모두가 흙수저의 삶이다.
그러나 옥상에 꾸며진 꽃밭에서 혹은 옥탑방 앞에 차려진 평상에 둘러앉으면 모두가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 가족은 피붙이는 아니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마음 - 사랑을 통해 오늘을 버텨내는 것이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란 성경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작가가 그리는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그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란 사실이다.
이런 점이 작가 임부택의 삶의 자세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을 쓰면서 작가는 신이 되지만 결코 등장인물을 죽이지 말라고 했던 어느 노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바로 빌런 혹은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꿈꾸는 옥탑방〉이지만, 임부택은 그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비록 가난하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병렬(소설가ㆍ문학박사), 해설중에서
저자

임부택

이 책은 저의 첫 책입니다.
『서정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목차

6 출간을 축하하며 | 우한용

12 1. 옥탑방, 동거의 시작
32 2. 자연의 조화
52 3. 베트남 엄마, 응이
72 4. 선생님, 메텔
92 5. 가족의 해체, 그리고 구성
112 6. 학력 콤플렉스
130 7. 새로운 시작 - 옥탑방을 떠나며

152 해설 꿈꾸는 옥탑방, 그 꿈은 이루어진다 | 이병렬
165 리뷰들 | 이채정 박선경 문성혁 최정란

출판사 서평

출간을 축하하며

- 임부택의 장편소설 〈꿈꾸는 옥탑방〉

우한용 (禹漢鎔, 소설가,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 쓰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말의 모순과 역설의 과정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보다 소설을 잘 쓴다는 보장이 없다. 나를 따르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나를 밟고 넘어서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소설 쓰기를 이야기하기가 편하다.
소설 쓰기를 가르치는 장에서는 말 잘 듣는 ‘착한’ 학생보다는, 일을 낼 것 같은 학생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게 마련이다. 선생을 종착점으로 삼을 게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자면 다부진 자부심도 있어야 하고 나름의 내공을 착실히 쌓아가야 한다.
그런 학생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기식의 소설 쓰기를 고집스럽게 몰고 간다는 점이다. 가르치는 내용에 공감하더라도 자기식의 글쓰기를 고집한다. 선생이 고집이 제법 있는 경우, 당신은 가르칠 보람이 없다고 내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참고 넘어가야 한다. 학생이 선생보다 소설 잘 쓰는 게 선생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꿈꾸는 옥탑방〉을 낸 소설가 임부택은 다소 까다롭고 매력있는 수강생이었다. 태도는 겸손하고 공부하는 자세는 진지했다. 고집도 다소 있었다. 선생의 이야기에 흔쾌히 공감하지만, 내놓는 작품은 선생과는 소재가 엇나가고 소설 기법도 달랐다. 선생은 소설이 현실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은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데 소설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에 임부택 작가가 내놓은 소설 〈꿈꾸는 옥탑방〉은 별 볼 일 없는 흙수저들의 삶을 아무런 과장 없이 서술해 나간다. 낮은 집세가 매력인 옥탑방을 얻어 들어가는 데 조건이 하나 따른다. 전에 살던 이가 남겨 놓고 간 멍멍이 ‘독구’를 맡아 길러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된다. 별다른 저항 없이 이를 수용한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터가 잡히지 않은 젊은 남녀 둘이 옥탑방에 들기 위해 독구를 맡아 기르기로 한다. 독구를 매개로 다양한 인물들의 베리에이션을 보여주면서 소설은 차분히 진행된다. 옥탑방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동거하는 젊은이 두 사람이 주요 스토리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소재가 서사 가닥으로 얽혀든다. 이 소설이 잔잔한 재미로 읽히는 까닭은 현실을 바탕에 두고 전개하는 서사맥락의 힘 때문이다.
소설에 공식은 없다. 인간사에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사 혹은 어떤 인간 집단의 행태를 공식으로 추상화하는 작업은 사회학의 과제다. 강의에서 소설의 결말에 대해 일종의 ‘공식’을 제안한 적이 있다. 소설의 마무리를 ‘행복한 결말’로 처리할 경우, 현실에 대한 허위 보고가 되기 쉽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되는 지점에서 결말을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꿈꾸는 옥탑방〉에서는 행복한 결말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세상에는 선한 마음으로 착실한 노력 끝에 행복의 관문에 도달하는 생애도 있는 법이다. 그런 이야기를 과장 없이 진지하게 서술해 나간 작품이 탓을 들을 이유는 없다. 세속의 공식을 넘어서는 형상화의 한 측면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과장 없는 이야기가 감동에 이르는 방법을 〈꿈꾸는 옥탑방〉은 착실히 보여준다.
하나 부탁할 일이 있다. 소설은 작가가 서사적 긴장력으로 소재를 통어할 때라야 정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장르라는 점이다. 소설에서 허구적 상상력이 요구되는 이유는 이 부근에 있다. 앞으로 임부택 소설가가 시대 현실을 그리되 인간사 본원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당찬 기도를 지속해 나가길 바란다. 소설은 현실에 대한 허구적 비판을 통한 초월을 도모하는 문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