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즐겁게 살겠습니다 (반양장)

어쨌든 즐겁게 살겠습니다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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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국제구호개발 NGO 활동가로서 12년간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케냐와 차드에서 숨가쁘게 일하던 나에게 직장 사직과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발병이 동시에 찾아 왔다.

“그래, 내가 엄마를 돌보면 되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된 간병의 시간, 하지만 이미 갱년기에 접어든 나에게 독박 간병은 몸에도 마음에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슬픔과 좌절, 불평 불만 그리고 마음 다잡기가 반복되던 지난 7년.

그래도 이것저것 준비하고 도전하며 열심히 달려온 시간들.

나를 걱정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전하는 진심

“어쨌든 즐겁게 살겠습니다.”
저자

손수진

저자:손수진
국제개발협력컨설턴트
국제구호개발NGO활동가로서12년간아시아와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에서일했다.
직장사직과갱년기증상,어머니의알츠하이머발병이겹치면서지난7년간고향에서간병을도맡아왔다.
그와중에도틈틈이미용사자격증을취득하고요가와마라톤을하며프리랜서로국제개발분야의강의와컨설팅도이어가고있다.

저서[천진난만국제개발]
공저[크리스천교양필수]

목차

들어가는말4

아프리카를떠나고향집으로10/
익숙한듯낯선한국적응기16/
한국의역문화충격20/
세월의냄새가스며있는도서관24/
나의첫직장,사회복지공무원29/
등짝이불타오르네33/
삐뚤어져버릴테야38/
엄마를통해나를보다43/
죽을까봐죽을것같은공황증상48/
엄마의달라진일상생활55/
나의만학도제자62/
슬기로운코로나생활69/
패밀리미팅하던날75/
내인생의멘토였던언니81/
행복하지못할이유가없다88/
100점짜리엄마93/
뜻밖의선물102/
빨간스마일저금통107/
내안의어린아이를만나다115/
나의만만한실험대상자118/
누구나묵묵히버텨야하는때가온다125/
다시찾은추억의교회131/
혼자묶여있는작은새137/
노마드와정착민148/
나를치유한구호현장152/
내가가면,그게길이된다158/
괜찮아,이건문제도아니야166/
피눈물나는미용사도전기172/
낡아질수록새로워지는것들181/
우리요양보호사선생님185/
딸기생크림케이크와국밥192/
마지막을어떻게풀어낼지소망을가져라198/
잃고나서야깨닫는것들204/
미용봉사하는날209/
감동을주는뜻밖의친절214/
기억은과거를왜곡한다219/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작성하던날225/
따뜻한말한마디가옳은말을이긴다230/
러닝(Running)을하니러닝(Learning)이된다236/
엄마의오래된발톱무좀241/
나의카리스마요가선생님245/
개발협력프리랜서253/
일상은생각보다다채롭다258

감사하며265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스승의예언처럼베드로는그를모른다고세번부인했고곧닭이울었다.그가통곡한이유는단순히스승을배신했다는죄책감이나자괴감때문만은아니었을것이다.새로운세상을꿈꾸며보냈던지난세월과예수에게걸었던마지막희망이산산이부서지며좌절과허탈,수치와공포가가슴을찢는울음으로터져나왔을것이다.베드로처럼,내안에서도한동안주체할수없는통곡이터져나왔다.그동안켜켜이쌓여있던감정들이화산처럼분출했다.지난12년간해외에서쏟아부은열정과헌신은허탈감으로되돌아왔고,조직체계의견고한벽앞에서나의신념과신앙은초라해졌다.좌절과실패감을안고고향으로돌아온내앞에는,이제막알츠하이머판정을받은,어느덧여든을넘긴엄마가기다리고있었다.
---p.5

집에도착하니,엄마는약후유증으로그동안죽으로만끼니를떼우며누워있었다.알츠하이머약은속이메스꺼워지거나다른부작용이나타날수있어적응시간이필요하다.다음날의사에게증상을말했더니가장낮은단계의약으로바꾸어주었다.

“엄마의증세는하루아침에나타난게아닙니다.오랜세월에걸쳐진행된것일텐데가족이함께있지않아서몰랐던것이지요.”
모니터를쳐다보면서의사가덧붙여말했다.

사실빨래를태우기전부터엄마는은행카드를자주잃어버렸고,같은물건을반복해서사오는일도잦았다.앨범세권에들어있던사진을,몇장만남기고는전부찢어버린일도있었다.그토록사진을좋아했던엄마의달라진모습에우리삼남매는기겁을했다.사진은언제,어디서,누구와함께있었는지존재를증명해주는추억의선물이다.엄마는더이상추억하고싶지않은걸까?
---p.14

술취하면사무실로찾아와의자를던지며행패부리던수급자아저씨와맞짱뜨기도했다.맞으면뼈도못추릴거구의아저씨였는데,쪼그만내가겁대가리없이덤벼들었다.그일후로아저씨는내앞에서만은온순해졌다.

어느날은정신질환을앓고있는아줌마가빈집에서출산했단소식을들었다.정의감에불탄나는갓난아기를들쳐업고,그녀의시댁으로쳐들어가시어머니와대판싸우기도했다.시어머니가며느리를쫓아낸바람에,아줌마는인근의폐가에서두딸과함께인간이하의삶을살고있었던것이다.그아기는지금성인이되었을것이다.당시는힘들었지만,지금생각해보면말할수없이따스하고그리운날들이었다.

공무원사회에서면장,과장,실장은그야말로가장높은지위다.발령동기들은지금그‘탑포지션’을찍고있다.그말은오래일해서정년퇴직이얼마남지않았다는뜻이기도하다.만약내가사직하지않았다면나도그들속에있었을것이다.그들이부럽거나후회되지는않나?
---p.30

사실이런자리는진작에마련했어야했다.엄마의병명이밝혀졌을때,앞으로간병계획과병원비,생활비,간병비를어떻게마련할지논의했어야했다.병든부모를모시는일은현실적으로쉽지않고,들어가는비용도만만치않다.자녀중누구하나가희생하지않는한해결되기어려운문제다.

엄마를간병한지2년이지났지만,오빠와언니는예전과동일한생활비를보내왔고,나는모자라는부분을내퇴직금으로충당하며살아왔다.더늦기전에이런상황을논의해야했고,다행히삼남매의관계는나쁘지않아한자리에모일수있었다.

간병하기전부터엄마는자신이사는아파트를막내인내게물려주고싶어하셨다.막내가다른형제보다경제적으로넉넉하지않고,결혼도하지않았기때문이다.유산과관련된아파트가언급되자오빠는이렇게말했다.“나도막내주고싶은데,올케입장은다르다.”
---p.76

첫번째실험은,엄마의새하얀머리와갈수록늘어가는나의새치머리를위해천연염색에도전했다.기존화학염색약은아무리좋은성분이라도머릿결이상해서유튜버들이소개하는다양한천연염색방법을따라하기로했다.

먼저커피로염색하는방법인데,그들의주장에따르면서너번만염색해도머릿결이좋아지고새치염색도잘된다고했다.
커피가루를물과잘섞어적당한농도로엄마머리에듬뿍발랐다.비닐캡을씌우고1시간넘게기다렸다.그런데머리를헹구는내내커피물이빠져나와나중에는다시허옇게예전머리가되었다.허리아픈엄마만고생시켰다.

다음은생강끓인물로염색하는방법이다.생강은커피보다염색효과가더좋다고했다.햇생강을잘라끓인뒤식혀서그생강물을머리에발랐다.하지만생강물이얼굴로줄줄흘러내리는바람에엄마가눈과코가너무따갑다고했다.정성과에너지가고도로투입된시도였지만,역시실패였다.생강은역시감기걸렸을때생강차로만.

그외에도홍차를진하게끓여발라보기도하고,레드와인도처발처발했지만,누리끼리한변화조차없었다.왜염색이안되냐고묻는엄마에게천연염색이라그렇다며,대신머릿결이좋아지고모근도튼튼해진다고허풍을떨었다.

두번째실험은요즘핫한식초로점빼기다.밀가루에식초를넣어요지를사용해서점에콕찍어두면식초에들어있는산성분이피부에침투해서점을쏙빼는방법이다.
---p.120

그날저녁,센터직원에게서전화가왔다.미술시간에엄마가손이떨려그림을잘그리지못하자,옆에있던할머니가도와주려했지만엄마는“나도할수있으니까건드리지말라.”며화를냈다고한다.또,귀가할때엄마가가장늦게내리게되자짜증을내며중간에내리려고실랑이를벌이기도했다한다.평소에순하던엄마의이런모습이믿기지않았다.엄마는하루다녀오고는다시는안가겠다고했다.온갖좋은말로구워삶아도소용없었다.엄마는순하지만한번싫다고하면절대안하는고집이예전부터있었다.‘그럼그렇지,내팔자야~’

공단직원이다녀간후며칠뒤4등급이나왔다는연락을받았다.덕분에다음달부터요양보호사를받을수있게되었다.
교회언니가복지센터를오픈해서,센터를통해소개받은요양보호사가방문했다.요양보호사와수혜자가서로잘맞기어려운데,좋은분이와서정말안심이되었다.요양보호사는주5회,하루3시간방문하며,우리가지급할자부담은일한날짜에따라다르지만대략한달에15만원내외라고했다.
---p.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