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밥: 미음의 마음 (반양장)

병원의 밥: 미음의 마음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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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수술 잘 하는 것은 노력하면 되지만 수술 잘 받는 것은 노력으로 안 되잖아.
의사보다 환자가 훨씬 더 용기 있는 사람이야.”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는 와중에도 각종 암과 뇌, 심장 등의 위중증 환자의 병동과 수술실은 예전과 다름없이 긴박하고 치열하다. 우리 몸 어느 장기 하나 제 역할을 다 하지 않는 곳이 없지만, 특히 심장은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심장을 매일 들여다보고 수술을 집도하는 흉부외과 의사 정의석의 두 번째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전작에 수록된 에피소드 중 일부가 화제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1〉를 통해 극화되면서 그의 글에 더 많은 독자가 주목하고 있다.
6년 만에 출간하는 산문집 『병원의 밥 : 미음의 마음』 역시 병원에서의 단상이 모여 있다. 평소 중환자를 살피고 외래 진료와 수술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는 그이지만, 언제나 짬을 내어 기록하고 복기하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아온 노력의 결과다. 이번에 모인 글에 주목할 것이 있다면, 병원에서의 음식을 중심에 두었다는 점이다. 1부에서는 의사 자신의 ‘병원의 밥’을 모았고, 2부에서는 환자들의 ‘병원의 밥’을 묶었다. 여기에는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 음료, 혹은 담배와 같은 ‘기호품’까지 폭넓게 적용된다. (물론 병원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들이다.)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이지만 오히려 너무 일상적이어서 때를 놓치기도 일쑤인 ‘밥’도 병원 안에서는 한 끼 한 끼 소중하며 저마다의 사연이 깃들어 있다.
저자

정의석

심장과대동맥수술을하는흉부외과의사.대부분의시간은수술을하고중환자실에서환자를살핀다.나머지시간에는가족과함께보내거나글을쓰고그림을그린다.쓴책으로『심장이뛴다는말』이있으며,〈외과의사봉달희〉〈흉부외과〉〈슬기로운의사생활1〉등의의학드라마에참여했다.현재강북삼성병원흉부외과에서근무중이다.

목차

프롤로그병원의하루가시작되었다

(나의)

병원의밤은길고밥은없다
오늘밤은잠을자고싶지않네요
불가능작전1
불가능작전2
차이니스레스토랑신드롬을아시나요
할수있는일을했지만
용기있는사람
처음이자마지막
어디로든갈수있는
기대와예상은언제나다르다
취향의숲
달콤한것들은모두녹아내려
밥이라도먹을까?우리

(환자의)

이건정말맛이없어요
매일매일이이렇게힘든거야
미음의마음
가장맛있게밥을먹는사람
몰래의의미
마음이모이고모이면
개와늑대의시간
겨울딸기는슬프다
좋지않다,정말
봄꽃처럼환하게
퇴원할때가되었다는신호

에필로그돌아오는길은항상가는길보다길지않아

출판사 서평

24시간불이꺼지지않는종합병원흉부외과
의국에서쌓여가는‘의사의밥’

그사연은다름아닌사람의‘마음’에서비롯된다.환자든보호자든의료진이든,지금병원에존재하는모든사람의마음.그것은의사에게도마찬가지로존재하는마음이라서,겨우손에든커피한잔따뜻할때마시지못하고책상에는반쯤먹다만삼각김밥같은것들이뒹굴기마련이지만,그것은곧한사람이라도건강하게병원을떠날수있기를염원하며최선을다하는마음이다.
의사도언제나의사이기만한것은아니다.작가는머리를삭발하고수술장으로들어간어머니를발동동구르며기다리기도하고,생식을금지당한아버지의항암치료과정을지켜보며안타까운눈물을훔치기도하며영락없는환자의보호자가되기도했다.여동생과함께엄마몰래떡볶이를만들어먹다가설탕대신붕산을넣는바람에그길로입원해야했던어린시절웃지못할추억도꺼내놓았다.
그런개인적경험에덧붙여,낙지나문어와같은두족류를먹지않게된음식취향에대한이야기를하면서지금은같이일하지않는비건동료를떠올리기도하고,전공의시절질리도록먹었던불어터지다못해딱딱하게굳어버린짜장면등의국한켠에서쌓여가는음식에대한이야기가활자위를잔잔히흐른다.의료진에게좋아하는음식을물으면“눈앞의음식.”이라고답할만큼치열한곳이병원이라서물론먹지못한끼니가대부분이긴하지만.
고인이된환자의영정을앞에두고장례식장에서먹었던날카롭게매운육개장과같은안타까운사연도있다.이것은드라마도아니고,영화도아닌,병원그자체의삶이자인생이다.전기톱으로가슴뼈를열고,망가진심장판막을고치고,터진대동맥을잇는일.흉부외과전문의의하루는오늘도계속되고있다.

미음에서죽으로,죽에서밥으로,
회복을향해한발자국씩나아가는‘환자의밥’

병원에서의‘미음’은곧회복의시작을뜻한다.환자가수술이끝나면며칠간금식이이어지다가가장먼저먹는것이미음이기때문이다.비릿하고아무맛도나지않지만미음을먹을수있게되었다는것은,나아가곧죽을먹고,또밥을먹을수있다는희망을뜻한다.그러다보면퇴원을하고일상으로돌아갈수있을것이다.
물론병원의밥에는미음만있는것은아니다.병원내식당조리실에서는매일다양한환자의경우의수를일일이고려한환자식이준비된다.콧줄을통해제공받는유동식,저염식,특정성분을제외한특수식등등환자개개인의상태와예후를고려하여세심하게살펴야한다.그럼에도병실로배식되어온하얀식판을받아든대부분의환자는짜거나싱겁거나맛이없다고한다.
투병중인환자가조금이라도기력을차릴까싶은기대로면발까지직접뽑아정성껏만든냉면한그릇,수술후금식하는남편이안타까워집에서몰래쑤어다먹인호박죽,그들이먹은것은‘음식’이아닌‘마음’이었을것이다.그마음에는죄가없다.

이책에는병원에서각자에게허락된혹은허락되지않은‘밥’들의나열을통해병원에서의긴박하기도하고때로는평온하기도한일상을짧은다큐멘터리처럼가감없이보여준다.여기에는의료진과환자의생생한목소리가고스란히담겨있다.
“사람이먹어야힘을내지.”어느보호자의말씀처럼,우리는절망스러운순간에도먹어야힘을낼수있다.‘밥심’으로어려움도헤쳐갈수있다.우리는누구나언제든예고없이아플수있고,살면서병원에가는일이전혀없으면좋겠지만그럴수는없을것이다.이책은환자든,보호자든,의료진이든병원에온모든사람들의집으로돌아가는길이멀지않기를바라는마음에서출발했다.
지금과같은팬데믹상황에서더욱우리는이들의이야기를통해의료진의일상을조금이나마들여다보고그들의헌신적인노고를다시한번깨닫는다.이세상에서가장중요한것은건강이며,모든생명은귀하다는사실도다시한번마음에새긴다.부디이들을포함한누구나의건강하고안전하고평온한일상이유지되기를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