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라이프스타일이열어주는지금여기,일상의가능성으로
페미니즘은양비론이나이분법이아니라‘라이프스타일’입니다.라이프스타일은평생가져가야할삶의태도이자세상을보는관점입니다.다시말해누구와무엇을모색하며,어떤희망과목적을갖기위해서내에너지를생성하고재분배할것인가에대한윤리적입장입니다.그리고무엇이중요한일,기쁜일인지에대한‘참조체계’를바꿔내는과정입니다.-본문중에서
재난과위기,불안의시대,2030여성앞에놓인삶의선택지는무엇인가?
최근청년여성들,특히20대여성의자살률급등과젊은여성들의고용위기의심각성,그리고그에대한침묵이‘조용한학살’이라일컬을만하다는진단이크게주목받았다.2019년20대여성의자살률은전년대비25퍼센트이상증가했고,2020년상반기20대여성자살시도자는전체자살시도자의약32퍼센트로전세대를통틀어가장많았다.또한고용통계를보면,지난1월실업자수가사상최대를기록한가운데전년대비여성실업자의증가폭이남성의두배를기록했고,여성구직단념자역시사상최다치를찍었다.코로나19팬데믹과같은재난앞에서서비스업,비정규직·시간제등불안정한일자리에많이고용되어있는여성들이직격탄을맞은것이다.이같은몇가지지표들은재난의불평등함뿐아니라,심각한고용불안정,돌봄부담,사회적고립감,우울과불안에시달리고있는20,30대젊은여성들의현재를여실히드러낸다.
이런현실에대한문제의식과변화에대한열망은2015년이후의페미니즘의대중화를촉발했고,미투운동과혜화역시위,낙태죄폐지,탈코르셋운동등을이끌었다.하지만최근페미니즘은생물학적여성에대한강조와분리주의,피해를증명하고경쟁하는문화,또는능력주의에대한맹신등의논란과과제에부딪힌상황이다.
『페미니스트라이프스타일』은현재한국여성들의일,삶,관계를둘러싼복합적인사회구조적조건을분석하면서새로운‘라이프스타일’의선택지들을찾아가는책이다.현재한국청년여성들이처한문제와최근페미니즘논의의한계양쪽에대한분석과대안을담고있다.달리말하자면,다양한사건과이슈,이론과현장연구,개인적체험,한국페미니스트의역사등을아울러가부장제와신자유주의질서가짜놓은틀에서벗어난생활방식의밑그림을그려보인다.페미니스트문화인류학자인저자김현미는젠더경제학,이주,환경문제를중심으로현지조사,심층인터뷰등의방법론을활용해오랜기간여성의일경험을해석해왔다.이런이력과함께청년들을만나고가르쳐온경험,시니어페미니스트로서관점을밀도있게녹여낸이책은,동시대여성들의불안과고민을세심하고현장감있게다루고있다.동시에노동과소비문화,감정과경제,협력과친밀성,일과삶의재배열같은굵직하면서도일상과밀접한주제에관한명확하고유쾌한통찰을들려준다.
소비없이즐기고,회복하고,친밀성을쌓아가는라이프스타일
포스트코로나시대에라이프스타일을화두로삼는이유는무엇일까.이라이프스타일의변화없이는,불안정노동과과도한감정노동,일터와삶터의분리불가능성속에서20,30대여성들이겪고있는불안과고립감을종식하기어렵기때문이다.이를이해하기위해서는라이프스타일의재정의가필요하다.이책이말하는라이프스타일은각종미디어에서흔히쓰이는분류처럼오락,연예,음식,패션등의‘소비’가아니다.여성들이소비나문화를통해자신의감각,쾌락,취향에맞는삶의형태를확인하고누리는것이곧여성의지위와권력을향상하는방법이라여기는,소비자본주의의확장과함께등장한‘라이프스타일페미니즘(lifestylefeminism)’과도다르다.‘페미니스트라이프스타일’이란소비에의지하지않고,삶의태도와가치,지향점을일관되게지켜나가는것을뜻하는‘통합적라이프스타일’로서의페미니즘을고민하고실험하는것이다.
신자유주의경제체제하여성들의일세계는대규모의불안정노동으로채워져있다.많은여성들이종사하고있는돌봄노동을포함한서비스업이나문화콘텐츠산업등은주로여러형태의시간제·기간제일자리,저평가된비숙련저임금일자리를양산한다.그속에서여성들은커리어를쌓고인정받기어려운횡단적하향이동을반복하고,이동이잦은일터에서홀로적응하기위해가짜친밀성(fakeintimacy)과‘애교’같은감정노동을수행하면서여전한성희롱·성폭력위협에노출되어있다.그러면서도이청년들은교육적성취등에서비롯된믿음에따라능력주의신화에더강하게매달린다.이는곧구조적인문제를개인의노력으로극복하는데집중한다는의미인데,그결과는불안이라는감정과심리상태의과잉화,일상화,여성화라고할만하다.
이런일터에서버티고있는여성들에게안전과회복의감각을불어넣는것은소비의영역이다.신자유주의소비문화아래우리는소비를통해개인성과개별성을확인하고,쾌락과친밀감을향유할수있다.디지털기술의뒷받침아래각종굿즈와크라우펀딩에돈을씀으로써사회운동과공동체에참여한다는정치적판타지도누릴수있다.이같은노동과소비의폐쇄적회로에갇힌여성들은‘치유적자아’에호소하며점(占)부터명상프로그램,심리치료,상담등을순환하며큰돈을쓰기도한다.심지어노동을계속하려면끊임없이자기계발의소비자가되어야하는심미노동분야가확대되고있다.
이책은소비가부추기는초감각적인시장감각에서놓여날수있도록덜소비할때생겨나는기쁨과즐거움의감각에다가가기를제안한다.향유도,정치도,연대도소비로해결하려는태도에서멀어져보자는것이다.배달음식,상품화된돌봄노동을구매하기보다,제손으로음식을하고직접생활공간을관리해보는것부터시작해볼수있다.디지털미디어가아닌내몸의속도에맞는대화와만남,활동을늘리고,여성에게요구되는‘꾸밈노동’에서벗어나는‘탈코’운동을소비를줄이는실천으로이어갈수도있다.1인가구여성들이신혼부부위주의주택사업에항의하며‘세금을내는만큼의혜택’을요구하는움직임도“라이프스타일의사회운동화와사회운동의라이프스타일화”의사례가된다.공기,물,토양등자연이라는공공재의건강과안전,생태위기까지고려하는관점으로나아가는것이다.
“우리는너무오래내옆에있는여성들을‘곁눈질’로봐왔다.”
고통,추종,능력주의에서벗어난일상의여성연대
이책은여성들간의관계와친밀성,연대의문제를깊이있게분석하며새로운실천들을제안한다.이는현재많은20,30대여성들이느끼는사회적고립감의원인을밝히고,소비와디지털중심으로구성되는관계의특성과한계를분석하는작업이기도하다.
저자는여성들간의자율적이고능동적인협력과연대를방해하는역사적,사회적,문화적요인으로‘여적여(여성의적은여성이다)’패러다임,즉여성동성사회(femalehomosocialsociety)의불관용을지적한다.높은지위에오른여성이여성동료나하급자가조직내에서인정받는것을허용치않는경향을일컫는‘여왕벌신드롬’이대표적사례다.여러‘여초’조직을들여다보면,가부장적위계가작동하거나,이질서에순응하지않는‘이탈자’여성에게는‘보복’을가하는일이흔히벌어지고있다.의료계‘태움’논란이보여주듯“직장생활의팁,훈련,프로페셔널리즘으로전수되는여초조직의생존매뉴얼”은집단적통제로기능한다.이러한현대적관계맺음의특징은페미니즘운동과인식에도영향을미쳐,여성이라는범주를동질화해결속을드러내려는본질주의또는분리주의흐름을낳고있다.
한편SNS를기반으로한셀프브랜딩,‘마이크로셀럽’문화는온라인상의관계에서여성들이느끼는높은긴장과불안의해결을어렵게한다.구독자들의즉각적인열광과비난에24시간연결돼있는‘전시성자아’를부추기고,이런셀럽들과자신을비교해실제보다자신을비루하게느끼며냉소와분노,피해정서를강화하는‘미니멀자아’를형성하기때문이다.
이러한관계의틀에서이동하기위해서는중요한것은먼저이동질화의욕망이여성개인의특성이아닌가부장적사회에서비롯된것임을인식하는일이다.가부장제는여성들에게‘실존하는여성개인들간의차이’를이해하고공감하는데필요한시간과자원을허락하지않는다.따라서이런가부장적제도로부터의인지적,물리적,심리적분리가,그리고미니셀럽과의동일시,추종주의,지침에복속된생활로부터의분리가필요하다.나아가실재하는여성뿐아니라동물같은비인간까지포함하는모임,함께놀고나누고대화하며회복과자존의기반을제공하는관계,다름아닌‘능동적자율공동체’를상상해보라고말한다.또다른단계는피해나고통에대한공감능력만을,또는여성의능력과탁월함만을강조하는친밀감의방식,서로를감정배출구로활용하는공동체의형태에서벗어나는것이다.그럼으로써‘가부장없는’여성들간관계의원리와윤리를하나씩다시써갈수있다.
이책은내주변의여성들과이방인들을더이상‘곁눈’으로스캔하지않고,말걸고관계맺을용기를건넨다.또는항상가정과노동시장,시민사회에서무급가사노동자로,잉여인력으로,2등시민으로취급받는불안정한지위에서,그바닥에서부터여성들이자기존재성을설명하고연대와친밀성의장들을만들어내는방법을함께고민한다.페미니즘을통해일터에서의고단함과미래의불안을이야기하고,일상을구원하고싶은여성들에게다가가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