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영화〉는서울에서,그리고지금은베를린에서하루하루살아가는이야기를일기처럼기록하다문득그순간에떠오르는영화한편을그날의영화로소개하고있는책이다.때로는영화얘기가너무적어서이게무슨영화에대한책이냐싶기도하고,영화기자나영화평론가라면언급조차하지않았을영화,딱히수작이라할수없는영화도있지만저자에게는‘상관없다’.이책은여느누구와다르지않은일상을살아가면서삶의어느순간저자에게위로가되어준영화,미처알지못했던깨달음을주었던영화들에대한기록이고,그래서이영화들은누가뭐라해도저자에게만은명작으로남아있다.
책에소개된영화의스펙트럼은수십년을넘나든다.비교적최근의신작영화들도있지만〈학생부군신위〉처럼한국영화를‘방화’라고부르던시절의영화이야기도빠지지않는다.
“친구아버지의장례식장에서돌아온뒤,오래전에보았던영화학생부군신위의내용을희미하게떠올리며인터넷카페를이잡듯이뒤졌다.그렇게해서2만원을주고어렵게구한비디오테이프로영화를다시보다가문득그런생각이들었다.넘쳐나는장례대행상조업체들이전부부도가나도이영화한편만있으면끄떡없겠다.이비디오테이프,잘보관해야겠구나…”
-‘아주특별한장례식’중에서
번역가이기도한저자는지금까지80권이넘는책을번역해왔고그중한권이빔벤더스감독의에세이사진집〈한번은〉이다.역자후기역시저자는영화이야기로풀어냈고〈그날의영화〉에서한꼭지를차지하고있다.
“빔벤더스감독이직접시나리오를쓰고연출한작품가운데〈팔레르모슈팅〉이란영화가있다.〈베를린천사의시〉를필두로그의필모그래피를대표하는〈파리,텍사스〉〈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밀리언달러호텔〉에비하면그리많이알려진작품은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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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다.낯선도시에홀로남은주인공핀이‘Makina67’이라는,이미오래전에단종된중형필름카메라하나달랑메고도시를헤매는장면부터난이사진집이자에세이의저자인빔벤더스와영화속사진작가핀을등치시키기시작했다.낯선도시,낯선공간속에서다시는돌아오지않을한순간(Once)을카메라에담기위해반사적으로뷰파인더를들여다보는모습도,때로는카메라를엉덩이높이에들고서‘감’으로셔터를누르는모습도모두영락없이이책에서사진작가빔벤더스가털어놓은자신의이야기와일치했기때문이다.여기까지‘슈팅’은사진찍기의‘슈팅Shooting’이다.하지만그게다가아니다.”
-‘한번은,빔벤더스’중에서
그런가하면멀리베를린에서세월호참사소식을전해듣고잠못이루던저자는제자리를지키라는어른들의말을지키려다희생당한불쌍한아이들을떠올리며전혀엉뚱한서극감독의액션영화한편을떠올리고그러다결국은이렇게한꼭지를마무리한다.
““내가갈때까지꼼짝말고기다려!”
여자는남자가돌아올때까지병원대기실의자에앉아서기다린다.불과3미터앞에서간호사가제발약만좀받아가라고고래고래고함을지르지만여자는꼼짝도하지않는다.마침내남자가돌아오자여자는그제야자리에서일어났던가.영화를보면서여자가한없이사랑스러워보였다.심지어저런여자를만나고싶단생각도해봤다.하지만지금은어른들의말을믿고우직하게그자리를지켰을아이들을생각하면서자꾸만목이메었다.
너와내가정한약속을지켜서좀더편리하게시스템을유지하려는독일인의사고는유연하고관대하다.하지만그약속을어긴사람에대한처벌은냉혹하다.규칙을지키면그만큼편리하지만지키지않으면피해를보는나라독일에서살다보니이상한어른들이정한말도안되는약속을지키다어이없게희생당한아이들이더안쓰럽다.안쓰럽고억울해서도무지잠이오지않는다.”
-‘약속’중에서
일상속에서문득오래전에본영화한편을떠올리고,때로는영화보다더영화같은하루를겪으면서하루하루를살아가고있는저자가긴호흡으로롱테이크영화처럼풀어놓은베를린이야기같은영화이야기같은베를린이야기.
〈그날의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