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물거품 - 안전가옥 쇼-트 8

재와 물거품 - 안전가옥 쇼-트 8

$13.00
Description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 김청귤 작가의 경장편 《재와 물거품》은 안전가옥에서 주최한 2019년 여름 원천 스토리 공모전의 수상작이다. 약 1년 6개월 동안 치열한 개작을 거친 이야기는 동화 《인어 공주》 모티프와 퀴어 로맨스의 결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바로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 냄으로써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평생토록 오직 섬마을을 위해 봉사하라는 요구를 받아 왔던 무녀 마리와 섬사람들을 보살피는 존재인 인어 수아는 사랑에 빠질 때마다 각각 재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의 원천이자 불행의 근원이며, 파멸의 원인이자 변화의 동인이 되는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엿볼 수 있다.

줄거리
섬사람들을 대신해 바다에 기원을 올리는 무녀, 마리는 아름다운 인어 수아에게 매료되어 가까이 가려다 바다에 빠진다. 마리를 구한 수아는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함에도 호기심 어린 태도와 다정한 면모로 마리를 사로잡는다. 늘 혼자였던 두 존재가 애틋하게 가까워지는 사이 섬에는 ‘무녀와 요괴가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다’라는 소문이 퍼지고, 태풍이 불어닥쳐 마을에 큰 피해가 생기자 섬사람들은 비난의 화살을 마리와 수아에게 돌린다. 마리를 태울 장작불과 수아를 찌를 작살이 마련된 그때부터 진정한 사랑을 향한 둘의 오랜 여정이 시작된다.
저자

김청귤

아주오랫동안,즐겁고행복하게글을쓰고싶은사람.2019년안전가옥단편공모전에〈서대전네거리역미세먼지청정구역〉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대표작으로는『재와물거품』이있다.앤솔로지로는『미세먼지』『귀신이오는밤』『몰라도되는마음,땅속의귀신들도이미,여름의봄』이있다.

목차

재와물거품·6p

작가의말·168p
프로듀서의말·172p

출판사 서평

사랑해선안될,사랑할수밖에없는
‘재가되다’,‘물거품이되다’.어떠한일이허사로돌아갔다는의미의관용어구다.《재와물거품》의주인공마리와수아에게이표현은단순한비유그이상이다.이들은문자그대로재가되고물거품이되기를불사한다.사랑하는이의행복을위해목숨을거는것인데,이렇듯상황이극한으로치닫는까닭은마리와수아가정반대편에있다고해도좋을만큼상반된존재이기때문이다.

마리는섬에사는무녀로,바다신께기원을드려섬사람들의뱃일이무탈하도록돕는다.무녀의아이는다음대무녀가되니언젠가는남자와맺어져야한다.그런데마리는여자와,심지어인간도아닌인어와사랑에빠진다.섬사람들은둘의사이를용인하지않는다.인어인수아가인간의모습으로사람들의신망을얻은뒤에도둘사이의관계에대한냉대는여전하다.마리는인간에대한증오를쌓아가지만,본디바다와바다에기대어사는사람들을위해태어난수아는따뜻한시선을유지한다.두시선은결국갈등을빚게되는데물을다루는수아와불을다루는마리는결정적인순간에서로의힘을상쇄시킬수밖에없다.그렇다고포기하기에는품은마음이너무나깊다.사람들로부터소외된자신에게눈을맞추고애정을쏟는이를위해서라면무엇이든할수있다.상대방의모습과함께하는시간을묘사하는마리와수아의감각적인언어는자신이얼마나고혹적인상대에게영혼을빼앗겼는지섬세하게묘사한다.서로의성격과능력과주변환경이모두둘사이를말리는것만같아도,마리와수아는어딘가에돌파구가있으리라는희망을추진력으로삼아거침없이나아간다.

나를지키고남을위할때얻게되는것
《재와물거품》은판타지로맨스의외피를두르고소수자와약자의삶을이야기한다.동성을사랑하는,젊은,여자.이중한가지에만해당해도갖가지멸시를당한다.세가지에모두해당하는주인공들의처지야말할것도없다.매력적인존재에게끌리는마음은저절로일어나며연령과성별은뜻대로바꾸지못한다.그럼에도무례한남자들은마리와수아의곁을함부로넘보고,입방아찧기를즐기는이웃은두사람이파렴치한이라는소문을퍼뜨리며거리를둔다.그저타고난대로살아갔기때문에벌어지는일들이다.
마리와수아는자기아닌다른존재가되려하지않는다.바꿀수없는것에몰두해봐야헛일이다.둘은‘나는왜이렇게태어났을까’보다‘이런나로서상대를행복하게해줄방법은무엇일까’에초점을맞춘다.어쩌면그덕분에《재와물거품》의독특한구성이만들어졌을것이다.각장에서마리와수아는비슷한악조건을배경에두고사랑을지키려하는데,새로운장이시작될때마다자신이펼칠수있는다른가능성을꺼내든다.그리하여새로운장마다작은변화와뜻밖의결말이기다리는흥미로운구성의이야기가탄생했다.
마리와수아가아무리변화를시도해도각자가지닌한계가있으니둘은결국재와물거품이되고마는걸까?안데르센의동화《인어공주》는인어가물거품이되어버리는결말로유명하지만,실제작품속인어는짝사랑하던왕자와그의배우자인공주의행복을빌어주고불멸의영혼을약속받는다.보답받지못한다는사실을알면서도타인을아꼈던마음을위로받은셈이다.《재와물거품》의두주인공은한발더나아가자신또한상처를가득안고도누군가를위로하는데이른다.그곳으로어떻게나아갔는지직접확인해본다면,우리도또다시다른이에게손을내밀수있게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