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이산화 연작소설)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이산화 연작소설)

$13.00
Description
“원래는 다 말해 드리면 안 되는 건데, 이렇게 촉이 좋은 사람은 어차피 살다 보면 다 알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말씀을 드릴게요. 혹시 귀신 믿어요? 요괴, 이매망량, 이스시, 버닙, 에너지 생명체, 뭐 그런 종류.”

서울특별시의 영적 균형이 아슬아슬하단 사실을 눈치챘는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아슬아슬할지언정 균형이 지켜져왔다는 뜻이고, 지켜져왔다는 건 지켜온 누군가가 있다는 뜻. 기이가 판치는 서울특별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공조직 ‘기이현상청’이 존재한다. 이곳을 둘러싼 상당히 초현실적인 존재들과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들에 관한 가감 없는 기록이 바로 이산화 작가의 연작소설 《기이현상청 사건일지》다. 기지 넘치는 SF 작가가 초현실의 존재를 빌려 이야기하는 동시대 현실들은 꽤 무게가 나가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식은 예리하고 가뿐하다.
저자

이산화

대표작《밀수:리스트컨선》《증명된사실》
SF작가.변신파충류인간은아니다.장편으로《오류가발생했습니다》와《밀수:리스트컨선》,단편집으로《증명된사실》을출간했고이외에도여러잡지및앤솔러지에단편을실었다.

목차

노을빛
주문하신아이스크림나왔습니다
잃어버린삼각김밥을찾아서
마그눔오푸스
왕과그들의나라
작가의말
프로듀서의말

출판사 서평

|상당히초현실적인존재들
처음만났을당시에비희의표면적인신분은모대형식품제조업체직원이었다.직책은경기도광명시연구개발특구에위치한제3광명신제품연구소의시니어매니저.주요업무는전국대형마트와편의점매대에놓일신제품개발프로젝트관리.하지만연구소소재지가하필광명연구개발특구라는데에서알수있듯이,제3광명신제품연구소의진짜주인은식품제조업체가아닌광명회,즉일루미나티였다.파충류인간들의범국가적카르텔로악명높은일루미나티가직접운영하는시설인만큼,기이현상청에서는연구소를포함한특구전체를1급지정기이단체로분류해매년두차례씩담당공무원을통해정기실태조사를진행하고있다.그리고당시의담당공무원이바로나였다.

《기이현상청사건일지》에는당연하게도기이가등장한다.기이는귀신,정령,흡혈괴물,괴현상등영토,문화,시대에한정되지않는영적존재들이다.기이는그기원과특성에따라이름붙었고,종종불렸으며,불릴때마다믿어질때마다실질적인힘을행사해왔다.기이를다루되,일지형식으로다룬다는점이이소설의미덕이다.기이에게도기이와함께하는이들에게도하루가있고,이하루는반복되며,생활이되고환경을이룬다.그과정에서그들의그날그날은기록된다.기이해서,기이라서,대단하고특수해서기록되는것이아니라,존재하는이들의일상과생활이므로성실하게관찰되고정리된다.
비인간존재에관한집요한기록만큼인간존재의정체성을설명해주는텍스트도없을것이다.《기이현상청사건일지》는하나의시스템을채우는다채로운역할들을서술해나간다.〈노을빛〉에는특수예산과에서예산을편성하고지난지출을점검하는기재부직원이있고,〈주문하신아이스크림나왔습니다〉에는아케메네스왕조시기항아리에살며아이스크림신제품을개발하는두정령을이해하기위해파견나온기이현상청직원및생성적적대신경망원리를배우고적용하는개발자가출연한다.〈잃어버린삼각김밥을찾아서〉에는광명연구개발특구에서시제품을만들고이를유출한직원과그해프닝을해결하는수사관이,〈마그눔오푸스〉에는지역신흥종교의교주와신도,이를해결하러온하청업체직원과그부사수가등장한다.이들은정령과귀신을,그러니까사건을기록하는존재들이지만,《기이현상청사건일지》역시기록이라는점에서작품의주인공은현상청을이루는낱낱의존재들로옮겨간다.

|상당히현실적인문제들
《기이현상청사건일지》는결국공무일지다.그것도철저히2000년대이후대한민국의실정에바탕을둔.그러므로노을을아름답게할지는모르나치명적인환경문제인미세먼지,공과관에스며든사이비신앙,권력자우상화,신도시개발을둘러싼이권대립,공조직의목적전도,국가인프라의수도권집중화,합의에이르지않는시위,내정된지원사업수혜등상당히복잡한동시대문제들이한데논의된다.공조직에는시스템이있고,시스템은시스템이되었으므로굳어져간다.그럼에도여기일하는공무원들의개인성과도덕의식덕분에이조직은아직은어떻게해볼만한이끼들을달고굴러간다.

세종대왕에대한국민적인식이신적기이를만들어낼정도였든어쨌든,더는대한민국에서그때문에무슨중대한기이현상이발생할여지는없다고봐도무방했으니까.나루의마지막일격으로말미암아세종의혼은힘대부분을상실했고,그틈을놓치지않은사후처리반의작업에의해지금은작은스테인리스제신주에봉인되어기이현상청순응실에잘모셔진상태였다.(……)이번만큼은혼을봉인하는대신잘보내드리자는의견도꽤지지를받았지만결과적으로실행되지는못했다.듣기로는‘아무리영혼에새로운정보를가르치는일이어렵다한들,혹시세종이라면10년내로순응을마쳐협조적으로변하지않을까’라는윗선의기대가작용했다는모양이었다.글쎄,잘되면좋으련만.

조선의가장큰성군세종대왕을길잃은정령으로묘사하는〈왕과그들의나라〉는이소설집중에서도단연눈에띈다.칼포퍼는반증될수없는것이아니라반증될수있는것이바로과학의본령이라말한바있다.비판할수있는왕,권력을잃을수있는왕일때,비로소지도자일수있다고이소설은과감하게이야기하는것같다.‘절대’와‘결코’의굳고고이는세계에서‘설마’와‘혹시’의굴러가는세계로《기이현상청사건일지》는독자를안내한다.그곳은비관도낙관도아닌,기이와환상이거하는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