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 호러

도시, 청년, 호러

$16.70
Description
2021년 여름, 호러의 계절을 맞이한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독자들은 여섯 편의 서늘한 이야기를 만났다. ‘도시, 청년, 호러’라는 제목으로 묶인 작품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바탕으로 섬뜩한 상상력을 풀어냄으로써 실감 나는 공포를 선사했다.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 여름에 책으로 엮인 《도시, 청년, 호러》는 원초적인 두려움이 불러일으키는 쾌감 너머로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현대사회의 그늘을 짚는다.

안전가옥의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특색은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흥미롭고도 유의미하게 다가갈 수 있는 테마와, 그 테마를 매력적으로 구현해 내는 믿음직한 작가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 청년, 호러》에 참여한 작가들은 호러 장르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시절부터 꾸준히 공포 콘텐츠를 창작해 왔다. 짜릿한 공포감을 매개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웰메이드 호러 특유의 매력이 수록 작품 전반에 존재하는 이유다.
저자

이시우

바닷가태생.호러소설창작그룹괴이학회의창립멤버이다.딥러닝AI회사의프로그래머로일하며작품들을집필중이다.장편《이계리판타지아》와《과외활동》,개인단편집《넷이있었다》를출간하였고《단편들,한국공포문학의밤》에〈이화령〉을,《출근은했는데,퇴근을안했대》에〈솔의눈뽑아마시다자판기에잡아먹힌소년아직도학교에있다〉를수록하였다.

목차

이시우〈아래쪽〉7
김동식〈복층집〉42p
허정〈분실〉81
전건우〈NotAlone〉115
조예은〈보증금돌려받기〉159
남유하〈화면공포증〉191

작가의말223
프로듀서의말243

출판사 서평

줄거리

〈아래쪽〉
나는약1년전의경험을아무에게도쉽게털어놓지못하고있다.당시나는매일밤세시간씩서울시지하관로정비일을했다.근무첫날팀장님은관로내부가캄캄해도빛을비춰서는안되고,이동할때는반드시팀장님의오른쪽뒤에서따라가야하며,무슨소리가들려도절대뒤돌아보지말아야한다고일러준다.그이후사람을닮은형상이기어와기괴한신음을흘려도애써무시하며일해왔지만결국더는모른척할수없게되는날이오고야만다.아래쪽에서하는일의실체와의미를알게된것도바로그날이다.

〈복층집〉
사회초년생혜화는꿈에그리던복층집을월세로구하면서서울독립생활을시작한다.구질구질한외관과는달리내부가깔끔하게리모델링된새집에서만족스럽게지내던혜화는집들이이후로마음에불안을품는다.초대받은친구들이말하길집주인이영변태같고,누군가맞은편건물에서혜화네집을엿보는듯하다는것이다.집이안전한장소가아닐지모른다는혜화의의심은물건의위치가자기도모르게바뀐것같다고느낀이후더욱심각해지고,불길한예감에힘을싣는단서들은점차늘어난다.

〈분실〉
6년째공무원시험을준비중인석진은생활비를아끼기위해고시원에들어간다.낡디낡은방에서가장신경쓰이는부분은침대쪽벽에있는사람크기만한얼룩이다.얼룩부근에서는누군가자그맣게속삭이는소리까지난다.커터칼을동원해도없어지지않던얼룩을독성이강하다는용액으로처리하고개운해진것도잠시,문제의용액은지워져서는안될것들을향해퍼져나간다.그즈음부터소유물을계속해서잃어버리게된석진은상황을되돌리고자바삐움직이기시작한다.

〈NotAlone〉
미수는경찰서에찾아가사람을죽였다고자백한다.그리고자신의살인이정당방위였음을설명하겠다며긴이야기를꺼낸다.미수는본디활달한성격으로늘무리의중심에있었지만,지방대졸업후대기업에입사한뒤로는화려한스펙을지닌동료들에게철저히무시당한다.외로움에몸부림치던미수는선배로부터‘NotAlone’이라는앱을소개받고,그안에서대화를나누고커뮤니티활동에열중하는동안예전의활기를되찾는다.그과정에서만난한친구에대한호감은미수의목숨을위협하는사건으로번진다.

〈보증금돌려받기〉
성아가사는월세집의계약기간이끝나간다.대낮에는해가들지않아캄캄하고한밤에는유흥가가가까워시끄러운집이다.집주인에게방을빼겠다고전한성아는보증금을돌려받아이사할날을기다린다.그러나집주인은방이나가지않으면보증금을돌려줄수없다며악을쓰고,지방에사는엄마는보증금일부를동생학원비로써야한다며독촉하고,집앞밤거리에서는희뜩한얼굴의남녀무리가창밖을내다보는성아를빤히응시한다.꼬일대로꼬인상황에둘러싸인성아는분노를차곡차곡쌓아간다.

〈화면공포증〉
남자친구와영화관에간나는기묘한사건을목격한다.한남자가상영이시작되자마자자리에서일어나스크린을들이받고는피범벅이된채쓰러진것이다.웹상에는그남자가화면공포증에걸렸으리라는추측이떠돈다.외국네티즌의정리에따르면화면공포증의증상은화면에대한불쾌감으로시작되어환청,극도의공포감을거쳐충돌로마무리된다.화면을많이볼수록발생확률이높아진다는데현대사회의일원이자회사원인내가화면에서벗어날방도는없다.주변에서의심증상을보이는사람이늘어날수록나는불안감에휩싸인다.

**
가깝기에증폭되는공포
‘괴담’이란단어는흔히‘학교’나‘도시’등우리주변의공간과결합한다.오랜시간을보내는,안전해야할장소에위협이도사린다는상상이두려움을증폭시키기때문일것이다.장르소설의주독자층인청년은학교나직장과가까운도시에서생활하는경우가많다.그러니《도시,청년,호러》는호러독자가기대하는기본적인쾌감을배경설정을통해이미준비해두었다고제목에서부터알리는책인셈이다.

호러장르에꾸준히관심을둔독자라면작가진을확인하고반색할수도있다.호러콘텐츠의부흥과발전을꾀하는창작그룹‘괴이학회’의창립멤버인이시우작가와남유하작가,대형커뮤니티공포게시판활동을바탕으로열권의단편소설집을출간하며혜성처럼등장한김동식작가,〈살인의추억〉이세웠던국내스릴러영화관객수1위기록을무너뜨린〈숨바꼭질〉을통해괴담과현실의오싹한접점을포착한허정감독,30년에걸쳐호러를사랑했고근15년동안공포소설을써온전건우작가,지극히현실적인괴로움과상상에기반한섬뜩함을매끄럽게연결하는조예은작가까지,상대적으로척박했던우리나라공포문학계에서굳건한존재감을보여온작가들이한자리에모였다.

가까운곳에서건네는위로
‘도시,청년,호러’는공감을위한테마이기도하다.수록작품들은이시대젊은세대의아픔을고스란히투영한다.우리는노동의의미를배울기회를얻지못한채알아주는이없는일을하다스러진다.여자혼자산다는것이알려지면혹여안좋은일이생길까봐허술하게만들어진집안에서불안에떤다.수많은사람과얽혀살면서도마음둘곳을찾지못해인터넷커뮤니티를떠돌지만,화면속세상을현실로삼을수없다는사실을잘안다.꿈에조금이나마다가가기위해주거환경과인간관계와생활수준을희생해봐도행복이잡히기는커녕더멀어질뿐이다.

도시민이기에,청년이기에괴로워하는이들의손을장르문법을통해맞잡고자했다.때로는고통의강도를높이고범위를늘려강조하는방식을,때로는두려움에통쾌하게맞서는방식을,때로는누적된아픔을견디다못해일그러진존재를보여주는방식을택했다.롤러코스터를탄뒤에내딛는땅이이전보다안전하게느껴지듯,《도시,청년,호러》의마지막장을덮은뒤돌아본독자들의삶이조금덜외롭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