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빛나는 - 안전가옥 쇼-트 15

푸르게 빛나는 - 안전가옥 쇼-트 15

$10.34
저자

김혜영

괴물을사랑한다.이말을하기까지오랜시간이걸렸다.단편영화〈BJPINK〉와〈소년의자리〉의각본과연출을맡았고,《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단편수상작품집2021》에수록된단편〈토막〉과안전가옥앤솔로지《호러》에수록된단편〈습습하〉를집필했으며,단편집《푸르게빛나는》을출간했다.

목차

열린문·6p
우물·20p
푸르게빛나는·88p

작가의말·184p
프로듀서의말·188p

출판사 서평

코즈믹호러,거대한공포로평범한불안을말하는장르
코즈믹호러(cosmichorror)라는장르가있다.문자그대로‘우주적인공포’를이야기한다.이장르에등장하는공포의대상은상식밖의무언가이다.그것이어디에서왔는지,왜나타났는지,무엇을원하는지,우리는모른다.미지의존재가너무나압도적이기에대항은커녕사태파악조차제대로하지못한다.이아득한장르는뜻밖에도평범한감정을정확히파고든다.삶전체에낮은배경음처럼깔려있는,완전히해소할수없는불안을짚어내는것이다.

불안의이유①가까이하고픈대상과멀어질때
우리는언제불안을느낄까?《푸르게빛나는》속주인공들은모두가까이하고픈대상과본의아니게멀어진다.〈열린문〉의주인공남매는초등학생임에도부모의보살핌을받지못한다.아빠는집을나가버렸고바쁘게일하는엄마는늘피곤해한다.심각한액취증환자인〈열린문〉의주영은만성축농증환자인친구의코수술을말린다.후각을되찾은친구가자신을떠날지도모른다는생각에두려워서다.〈푸르게빛나는〉에등장하는신혼부부여진과규환은배속의아이가잘못될까봐,결혼하지않은친구들이따돌릴까봐,경기도에서서울로영영이사하지못하게될까봐걱정한다.걱정이깊어지는동안두사람간감정의골도점차깊어진다.

그렇게10대,20대,30대를지나는동안모두가알게된다.가족과친구에게사랑받는것이썩당연하지는않다는사실을.호감을얻으려는노력이언제나보답받지는못한다는것을.지금애정을주고받는사이라해서미래에도그러하리라는보장은없다.그러니계속불안에떨며발버둥쳐야한다.어째서발버둥까지쳐야하는지의문을품어볼수는있다해도‘인간에게는사랑이필요하다’라는대전제에대항하기란불가능하다.

불안의이유②멀리하고픈대상이다가올때
사람들은멀리하고픈대상이다가오는것을감지할때도불안해한다.《푸르게빛나는》수록작주인공들의일상은코즈믹호러의장르특성에충실한미지의존재들을만나면서부터무너진다.지구상의생명체와는다른외양을지닌존재는호기심에이어일종의매혹마저일으키지만,인간을무심하게해치는모습이드러남과동시에바로공포의대상이된다.언제어디에서나타날지예측할수없고일단마주쳤다면피할수없다.

살아남아도문제다.다른사람에게경험을공유하고위험을알리려던인물들은난관에봉착한다.인간의이해범위를넘어선이야기인탓에아무리설명해도상대방이이해하지못하는것이다.〈푸르게빛나는〉의여진은자신의경험담을듣고“상식적으로생각해봐.”라고대꾸하는남편규환을향해절규한다.“내가있다는데!내가봤다는데!내가경험했다는데,내가무섭다는데!”여진은공포에이어고독까지감당해야하는처지에이른다.작중의상황이조금더극적일뿐비슷한일은일상에서드물지않게일어난다.나를온전히수용해달라는부탁의끝에는절망이있다.이절망은사랑받지못할지도모른다는불안으로이어진다.

해결책은없다는쿨한인정
불안을해소할방법은없을까?코즈믹호러는명쾌한해결을말하는장르가아니다.그리고사실,사람들은어떻게해야불안에서벗어날수있는지모른다.가장현실에서먼장르중하나로보이는코즈믹호러는이러한접근법으로현실을‘쿨하게’반영한다.이를테면‘만들어낸이야기’라는안전장치가마련된아찔한번지점프대인셈이다.불안을맛보고즐길준비가되어있는호러독자들은기꺼이이번지점프대에서서뛰어내릴준비를할터다.

《푸르게빛나는》이그저허황된이야기로읽히지않는또다른이유는정교한재현이다.세작품의주인공들은같은지역에살고있다는점을제외하면공통점이많지않다.연령대와사회적위치가각각다른인물들에게가장잘어울리는어조와상황을채택해몰입도를높이는솜씨를보면다음번에는작가가어떤세계를펼칠지절로궁금해진다.뒤이어출간될단편집《그분이오신다》가이작품집과세계관을공유하니,머잖아궁금증을해소할수있을것이다.

줄거리

〈열린문〉
초등학생세나의집은건물바깥계단을올라가면나오는5층에있다.잠이오지않는밤에심심해하던세나의오빠는도둑잡는모습을보여주겠다며야구방망이를들고현관문을연다.열린문사이로도둑이들어오면때려잡겠다는것이었다.두아이는잠들기전가볍게시간을때울만한일을원했을뿐이다.하지만실제로일어난일은,머릿속에소용돌이치는의문중단하나도입밖으로낼수없을만큼충격적인사건이었다.

〈우물〉
주영은외롭게살아왔다.땀을너무많이흘리고체취...


책속에서

P.16타박.타박.계단을오르는발소리가들렸다.다다.누군가가벌써한층을다올라왔다.다다.아래층사람일까.아니면집나간아빠?거침없이다음계단을밟는발소리가들렸다.다다.아니면진짜로엄마가이제야집에돌아오는걸까?발소리가점점더가까워졌다.다다.아니면정말로열린문을지나치지못하는도둑이오는걸까?다다.무언가가오고있었다.다다.분명하고확실하게.다다.온다.
〈열린문〉

P.51~52입안에왈칵들어오는검은물엔어쩐지점성이있어자동차엔진오일이입속으로들어오는것만같았다.아니,바다에버려진폐기름이이런느낌일까.
“끝까지.”
단호한여자의말에나는꾸역꾸역삼켜냈다.마지막한방울까지.액체가위장속에서요동쳤다.울컥울컥하며위쪽으로역행하는액체의움직임에나도모르게바닥에무릎을꿇었다.식도가들어온것을내보내려는듯수축하듯꿀렁이며턱까지액체를밀어보냈다.
“삼키세요.”
〈우물〉

P.129시간이지날수록벌레의존재는공고해져갔다.그럼에도불구하고규환은신종벌레를단한번도마주한적이없었다.남들은존재를알고중요한문제라이야기하는데자신은전혀듣지도보지도느끼지도못한것.바로옆사람이경험을실감나게전하고두려움을표현하는데자신은상상조차할수없는것.어느샌가규환은벌레이야기가여진의임신이야기와비슷하다고여기게되었다.
〈푸르게빛나는〉

P.164[105동정하늘:우리아파트인기가많나봐요.구급차하나왔다고이난리…ㅠ;;]
[101동박호영:무슨일인지아는분계세요?경찰차까지있으니무섭네요.]
[카페지기:확인중입니다.]
[103동이민영:그여자때문아니에요?미친여자돌아다녔잖아요.]
[105동정하늘:미친여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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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지기:집값지키셔야죠.]
〈푸르게빛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