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뱀 메소드

상사뱀 메소드

$16.00
Description
우리의 태생이 세상의 언저리, 은밀한 지하임을 인정하고 매번 허물을 벗기
끝없이 사는 뱀처럼 매 순간의 사인을 찬양하기
생사탕 집의 딸로 태어나 팜 파탈 전문으로 전성기를 지낸 배우 미옥. 팔다리를 잃었지만 예측할 수 없이 움직이는 뱀처럼, 미옥은 다듬어진 껍질을 벗고 나와 과거의 연인, 과거의 자신과 재회한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둠 속, 굶주린 영혼을 찾아온 뱀의 목소리로부터, 그는 진실을 구해 나간다.
시나리오의 구조, 로맨틱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상사뱀 메소드》는 리허설 없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미옥의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행위, 그리고 이를 이끌어내는 내면세계를 집요하게 비춘다.
저자

정이담

대표작《괴물장미》,《불온한파랑》,《순백의비명》
심리학석사졸.상담전문기관에근무하며소설을쓴다.판섹슈얼.장르의구획을넘나드는범경계적작업으로가려진목소리들을드러낸다.

목차

인트로덕션7p
더블캐스팅61p
맥거핀99p
키노드라마135p
오마주187p
논다이어제틱사운드223p
모티프275p
시퀀스319p
미장센357p
작가의말369p
프로듀서의말373p

출판사 서평

어느여배우에관한오해

그러나나이가들고눈가에주름이하나둘늘자날버리려했다.그들에게뱀이란매끈하고유연하며언제나번들거리는모습으로상대에게감겨들어야하니까.미끈거리는살갗으로그들의육체를만족시켜야하니까.멍청이들,나는진심으로그렇게생각했다.진짜뱀들은그렇게태어나지않는다.뱀은자신을찢고나온다.매번새로운존재로거듭난다.언제든독니를드러내어상대를통째로삼킨다.(……)나라는여자는섹스보다죽음에더가까운존재임에도사람들은내육체만을보았고육체로만소비했다.〈상사뱀〉.그작품은내가제일싫어하는영화였다.철중에게그사실은알리지않았다.늙은남자의환상을깨는짓은가혹하니까.

정이담의장편소설《상사뱀메소드》의미옥은주인공을유혹하고만족시킨다음희생되는팜파탈로소비되다잊힌배우다.그는안정이상의가정을꾸리기위해자신에대한환상으로가득차있는의사철중을유혹하고,이과정은그가출연한숱한영화에서만큼이나자연스럽고수월하다.

“그렇게하죠,어쩌면의사선생님께는……제본모습을,모든밑바닥을보여드려도괜찮을것만같아요.이상한예감이죠.그런데제감은틀린적이없어요.선생님,이게여자에게어떤의미인지아시나요.”

|어느예술가에관한진실

영현을생각하자온몸이차가웠다.목을쥐인냉혈동물처럼.모든피가심장밖으로빠져나가는기분이었다.목덜미의반점이욱신거렸다.고온의불은오히려푸르고서늘한법이다.영현은그만큼뜨거운사랑이었다.그래서우린서로에게열렬히끌렸다.지금이욕망은여배우에게는어울리지않는다.당연하다.이집착은예술가의열망이었으니까.난그와함께예술로승화되고싶었다.(……)영현의살을깨물고싶다.이를박고보랏빛뱀이요동치도록독을주입하고싶다.당신의혈관이오직나만을부르짖도록.세상이우리만의무대이도록.그가날떠난바람에모든시절을잃었다.하지만영현이돌아온다면단절된시공간이움직일것이다.영현,당신은내게빚을졌지만난용서할준비가되었다.

놀랍지않게도그런미옥에게진정한사랑은따로있다.이사랑은미옥을보조적인역할이아니라늘주연으로끌어올렸고,쉽사리잊히지않았기에아직유효하며,이제는주연을넘어서감독으로서자리매김하게한다.이사랑은과거의연인영현을향한것이자박제를거부하는자기자신에대한것이기에,미옥은숱한위험을무릅쓰고이사랑을연출해나간다.연기에대한메타포로가득한로맨틱스릴러《상사뱀메소드》는자아라는윤곽을뭉갤수도있는메소드의위험,그러나관객과감독에의해규정되지않고미끄러져나아가는배우의궤적을과감하고섬세하게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