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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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음 기억으로 넘어간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낯익은 거실, 셔츠를 입은 중년 남자 C. 모든 것이 똑같다. 리사는 그것이 조금 전에 봤던 것과 같은 기억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뭔가 이상하다는 사인을 하려고 팔을 휘두르는데, 재이가 그 팔을 붙잡으며 말한다. “그냥 일단 봐.”
민지형의 장편소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에는 기억을 업로드하고 체험하게끔 하는 기기가 나온다. 인간은 망각이라는 특권을 지닌 존재다. 다만 그중 일부는 특권을 포기할 수 있는 특권조차 살 수 있다. 그리하여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잠시나마 즐긴다. 그러나 개인의 기억이란 진실일지라도 사실이 아니며, 하물며 같은 사건을 복수의 당사자들은 다르게 기억한다. 사실과 망상이 섞인 기억이 파일 형태로 공유되는 시대에, 호기심 가득한 가사 도우미 재이, 라이프 랜드스케이프의 개발자 리사는 만난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은 혼자서는 결코 깨고 나올 수 없었을 세계를 산산조각으로 박살 내 줄 이를 만나, 비로소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되는 이야기다.
저자

민지형

1986년생.서강대학교에서국문학과신문방송학,일본학을공부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영화과대학원에서극영화시나리오를공부했다.2015년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조선공무원:오희길전」으로우수상을수상했고,2019년TV드라마[레버리지:사기조작단]의극본을썼다.영화와드라마현장에서작가로일하며한국영화성평등센터소속성폭력예방교육강사로도활동하고있다.

첫사랑은중학교3학년,...

목차

재이는알고싶다
리사는갖고싶다
재이는살고싶다
리사는있고싶다
4+1.리사에게,재이가남긴것
추천의말
작가의말
프로듀서의말

출판사 서평

망각이라는특권

다시는만날수없는사람과의,가장행복했던날.바로오늘,그날로돌아가실수있습니다.라이프랜드스케이프,1세대모델사전예약중.호라이즌.―18쪽

민지형의장편소설《망각하는자에게축복을》에는기억을업로드하고체험하게끔하는기기가나온다.입주가사도우미재이는이기기를통해전혀다른표정을얻은집주인내외를보며호기심을키우고,한사람의가장행복한기억이다른한사람에게는가장끔찍한기억임을알아낸다.슬슬일에질려가던어느날,재이는안방에서난도질된몸을발견한다.낭만적인기기와희대의살인사건이맞물리자,‘라이프랜드스케이프’의개발자이자개발사호라이즌의차기CEO리사가사태를수습하기위해재이를찾아온다.
인간은망각이라는특권을지닌존재다.다만《망각하는자에게축복을》속일부는특권을포기할수있는특권조차살수있다.그리하여기억하고자하는것을기억하고,그기억을잠시나마살아간다.그러나개인의기억이란진실일지라도사실이아니며,하물며같은사건을복수의당사자들은다르게기억한다.한인간의행복이나고통,즉개인성의원천인기억을가촉적인것으로뒤바꾼연금술로인해바야흐로사실과망상이섞인기억이파일형태로공유되는시대에,이야기는모험으로나아간다.재이와리사두사람이서로쫓고쫓기는모습은매초망각되고유실되는세계속에서기억을꼬리잡기하는듯그려지며보는이의긴장감을더한다.

기억이라는의지

이상한것은그다음이었다.피해자가죽었다고알려진이후,다크웹헤비업로더로활동하던판매자들이하나둘씩자취를감추기시작한것이다.그의온라인동료들은그여자가귀신이되어잡아갔나?하고농담을했지만,진짜로웃을수는없었다.―162쪽

뇌속의해마는기억을관장하는기관이면서동시에상상을관장하는기관이기도하다.즉기억하지않는자에게미래가없다는구호는상징적차원에그치지않는과학적진실이다.저마다끔찍한기억을지닌재이와리사는소설을통과하며,잊으면안되는사실,개인의정체를구성하는역사의빠진고리를맞닥뜨린다.각자아팠던두사람은성장하지만이때는혼자가아니다.《망각하는자에게축복을》은혼자서는결코깨고나올수없었을세계를산산조각으로박살내줄이를만나,비로소잊고있던자기자신을대면하게되는우정과사랑의이야기다.
작중‘라이프랜드스케이프’는기억을사고팔수있는소비재로만드는동시에,그과거를전복하여체험하는복수패치를탄생시키기도한다.괴로운기억은짐이지만,짐을인식할때이를짊어질힘과의지를발견하게되는법도있다고,소설은양날이빛나는‘라이프랜드스케이프’를들어말한다.나아가“가장돌아가고싶은/싶지않은”작가본인의기억에서출발했다고밝힌《망각하는자에게축복을》은창작역시망각에대한대항임을,그러므로소설은단순한전리품이아니라그대항의자명한증거임을보인다.

추천사
최지은작가
살면서복수를꿈꿔보지않은여자가세상에있을까.다른여자의고통과마주할때마다함께이를악물고주먹을쥐었던여자들은또얼마나많을까.도둑,협잡꾼,냉혈한,거짓말쟁이,규칙위반자이자포기를모르는승부사이기도한이소설속여자들은자신들이머무르도록그어진선밖으로질주하며우리가때려부수고싶어했던세계를무너뜨린다.사막한가운데서도,지옥에떨어져도뻔뻔하게웃으며살아돌아올주인공이함께절벽을뛰어넘자며손을내민다면당신은어떨까?주저하기전에기억하자.착한여자는천국에가지만,나쁜여자는어디든간다.

전혜진소설가
사람들의기억이업로드되어행복하고짜릿한기억들만언제든다시생생하게체험할수있다면,그런기억들이타인에게생생하게공유될수있다면,인간의기억과망각이란어떤의미를갖게될까.이질문은이미현재진행형이다.이미인간의두뇌가외부로확장된시대,인터넷과스마트폰이외부기억장치와클라우드접속단말노릇을하고,저마다SNS를이용해보고듣고느끼고누린것을실시간으로공유하는지금,민지형은아직오지않은신기술인“라이프랜드스케이프”가빚어낸미래를통해,첨단기술과자본주의가우리의기억을지배하는시대의명암을그려낸다.마치SNS의확장판같은발랄한기술을통해사람들의기억이업로드되어공유되고재생되는콘텐츠가될때,경험한기억과생생한망상이뒤섞이고,때로는해상도를높이거나낮추며수정될때,기억을콘텐츠로만들고다시체험하는과정에서어떤기억이타인의의지에따라삭제되거나변조될때,우리의“기억”이란어떤의미를가질까.사람들의비밀에관심이많고선을넘나드는트릭스터가사도우미재이와,라이프랜드스케이프를만들었지만정작자신의근원을알지못한채아버지의억압에짓눌려있는리사,그리고재계를대표하는그룹호라이즌의총수로냉혹한신처럼군림하는노아의이야기는,우리들의“기억”에대한패러다임자체를흔들어놓는다.누군가의끔찍한기억이타인의음습한욕망의먹이가되고,개인의기억을권력을쥔자들이입맛대로손댈수있는시대,타인의업적을,정치인의비리를,기업의과실을,대형참사와노동자의죽음을사람들의기억속에서지우고,다크웹을통해누군가의악몽같은순간들이“죽이는파일”의형태로돌아다닐때,이강고한벽에균열을내는것은평생잊을수없는,잊고싶지않은,혹은잊어서는안될기억의힘이다.누군가는욕망을위해이용하는타인의기억에,누군가는공감하고연대하며복수에나선다.시스템에서그기억이지워지더라도,혹은그당사자가죽는다해도,기억을이어받는다는행위는뜻을이어받는일이다.망각하는자에게주어지는것이무지가주는마음의평화라면,고통을기억하고의지를이어가는자에게주어지는것은미래로가는열쇠다.기억하고기록하여과거를미래로만들어가는이들에게영광이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