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양장본 Hardcover)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여기 시가 있고, 사람이 있다
《블랙》, 두 번째 이야기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JTBC의 주말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등장하는 문구다. 철도 건널목 차단 봉에 적힌 이 문구는, 인물들이 통과할 서사를 함축하는 동시에 박해영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때가 오면 꼭/ 날 부수겠다고 약속해”(김송이,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안전을 위한 차단 봉이 되레 우리를 막아 버린다면, 반대로 그것을 부수고 돌파해야 한다.
《블랙》은 매주 한 편의 동시를 카카오톡으로 배달해 주는 레터링 서비스로, 지난 블랙 선집 1 『나의 작은 거인에게』는 작곡가 레마와 가수 이소은과의 협업을 통해 음악으로 재탄생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기존의 동시 플랫폼을 넘어 끝없는 확장을 이루어 나가는 《블랙》의 새로운 선집이 출간되었다.
김송이, 박정완, 신솔원, 안지현, 양슬기, 이유진, 이지우, 전수완, 정희지, 포도 시인 10인의 완연히 새로운 목소리가 담긴 50편의 동시를 묶었다. 그 안에는 갇힌 자리에서 선언하고 놀이로 전복하고 서로에게 손 내밀어 연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10인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시 안부가 날마다 새롭게 우리 앞에 도착할 것이다.
이 동시집은 《블랙》의 두 번째 선집이지만, 《블랙》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목소리들은 태어나고 있다. 《블랙》은 그 목소리들의 자리를 위해 더 넓게 몸을 키워 갈 것이다. 검열의 시대를 건너 디지털 문화의 한가운데까지 달려온 《블랙》. 지금부터가 본격 동시의 시대다. 여기 시가 있고, 여기 사람이 있다.
저자

김송이

2023년제3회『동시발전소』신예작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2025년제9회동시마중작품상을받았습니다.동시집『열손바닥동시』(공저)를냈습니다.

목차

김송이
해피?/오리공장밖으로/유리있음/거북이서핑/갇혔을때돌파하세요

박정완
쇠구두신사춤춘다/바텐더/슬픔아너는뭐가되고싶어/
밤에휘파람을불지마/수박별아이

신솔원
버드나무약국/안녕,할아버지/씨감자/떼구루루구슬/둥섭아저씨께

안지현
뱀꿈/신화를써보자/휴지미라/누가왔을까/소율이와교실과옷장

양슬기
다람쥐가선생님을이기는방법입니다람쥐/개굴개굴/
먹지도못하는거/몰래먹어볼걸그랬어/무한의계단

이유진
선생님의자/아직3월,/아마따씨는언제나맞지/
지킬박사와하이드씨/선생님의자2

이지우
골목안/싸비스할머니/예언자/시의오해/숟가락기도

전수완
줄무늬파자마를입은삼촌/○밝음씨들/박쥐가왜?/
홍길동은서류속에서나와야해요/엄마없는브래지어

정희지
나는나를알아요/내가가장아끼는돼지편지지에이편지를써/
달리기시합/강아지똥강아지/아이예뻐라안녕잘있었지밥은먹었니

포도
유인카페/몸은하나야/사랑뼈/밤/비밀을찾아서

해설|온몸으로돌파하는다정한선언_방주현

출판사 서평

《블랙》,검열을넘어연대로
여기시가있고,사람이있다
연대로나아가는《블랙》,두번째이야기『갇혔을때돌파하세요』


온세상이
네가틀렸다고
땡!
땡!
땡!
실로폰을칠때가올거야

심지어무섭게달려올거야

나까지널앞뒤로막고
옴짝달싹못하게할거야

그때가오면꼭
날부수겠다고약속해

웅크리고있는
네온몸으로

-김송이,「갇혔을때돌파하세요」전문

동시마중레터링서비스《블랙》(https://pf.kakao.com/_xjbBrxj)은‘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사건에뿌리를둔다.당시정부의지원배제대상이었던이안시인은손해배상판결로받은국가배상금중개인지급분1,300만원전액을신작동시원고료로내놓았다.검열이빼앗으려했던것을창작으로되돌려보내겠다는특별한결단이었다.
2022년12월29일첫발을뗀《블랙》은검열에맞선저항의상징이자,시가곧선언임을보여주는예술적실천이다.‘나쁜것의목록’이라는검열속에갇혀있던이름‘블랙’은,웅크린온몸으로차단봉을부수는용기처럼검열너머로돌파해나왔다.보상금이소진된뒤에도독자들의자발적인후원금이원고료를이어받으며《블랙》은멈추지않는다.이제‘블랙’은모든색을품은색이다.시인과독자,저항과창작,다채로운존재들이서로를껴안아이룬단단한연대이다.

블랙의연대가불러온미디어혁명
매주일요일오전10시,카카오톡채널을통해미발표신작동시1편이독자에게도착한다.2026년4월말기준178호,구독자수는3,000명을넘어섰다.『올해의좋은동시2025』(상상,2026)에수록된58편중22편이《블랙》에서선정되었고,같은책의서문은《블랙》을“주목할만한미디어”로조명하며“창작동시의발표지면을온라인미디어가주도하기시작”한변화의한가운데《블랙》이있음을짚었다.
2024년《블랙》첫번째선집『나의작은거인에게』(상상,2024)는가수이소은과의협업을통해음악으로재탄생하며《블랙》의광활한확장성을보여주었다.그리고이제,두번째선집이독자앞에놓인다.

선언하고전복하고연대하는목소리
《블랙》두번째선집『갇혔을때돌파하세요』는《블랙》을닮았다.갇힌자리에서선언하고놀이로전복하고서로에게손내밀어연대하는우리의모습이50편의작품에담겨있다.
한아이는두루마리휴지로자기몸을돌돌감는다.아이는비밀이새어나갈까스스로를감추지만,“두루마리속에는언제나/마법의주문이적혀있는법”.아이가“짠,//내가부활해야하니까”외치는순간,갇힘은부활을위한것이된다(안지현,「휴지미라」).“엄마는우주로/떠났고”라며담담히상실을고백한아이는“다른거다/다른거라고,”되뇌다가결국세상에대고외친다(전수완,「엄마없는브래지어」).상실앞에서스스로일어서는이선언은검열속에갇혀있던이름‘블랙’이세상을향해돌파해나온순간과겹친다.부딪히는것이규칙인범퍼카에서“구급차처럼/평화를지키는운전사”를자처하며“알아요알아도싫어요”라고답하는아이역시마찬가지다(정희지,「나는나를알아요」).아이는흔들리지않는자기확신으로세계를재정의한다.낙인을받아들이지않고스스로이름을짓는것,그것이《블랙》의출발이었다.
“잘먹겠습니다람쥐”로시작된한아이의말놀이는반전체로번져,끝내“다람쥐빼”를외치던선생님마저“수업시작하겠습니다람쥐이…….하며/손으로입을가리”게만든다(양슬기,「다람쥐가선생님을이기는방법입니다람쥐」).아이의장난이교실의언어를바꾸고선생님마저끌어들이는과정이《블랙》의유쾌한전복과닮았다.권위는또다른교실에서도흔들린다.“선생님만좋은의자앉는것은불공평하다”며의자를차지한아이들은의자를복도로내보냈다다시불러들이지만,정작“의자는복도에나갔을때가제일좋았”다고말한다(이유진,「선생님의자」).권위의자리에서벗어났을때가가장좋았다는의자의한마디가권력이란무엇인가를조용히묻는다.한편시인이되고싶었던바텐더는신문광고에서오린단어를주머니에넣고흔들어하나씩꺼내입에넣는다.텁텁한“공연”,짭조름한“노래”,식빵에끼워삼키는“고별”을씹고맛보는과정끝에셰이커를흔들어“붉은유리잔한가득/시”를따른다(박정완,「바텐더」).오린단어조각이라는제한된재료로자기만의시를빚어내는이과정,카카오톡메시지한편이라는최소한의형식으로문학의지형을바꿔온《블랙》의방법이다.
버드나무껍질두통약에서출발해아픈엄마를위한상상속길을낸아이는약국에도착할때쯤머리가맑아진엄마가비타민만사들고돌아오는장면까지그린다.그러고는“왠지이길은누가날위해만들어놓은길같아.”하고엄마가“몰랐으면좋겠다”바란다(신솔원,「버드나무약국」).《블랙》이매주일요일아침동시를배달하듯,엄마를향한아이의사랑도소리없이도착한다.이어짐은더묵직한형태로도나타난다.“힘든날아빠는//할아버지숟가락으로밥을잡수시고//천천히잘닦아찬장에올려놓는다”(이지우,「숟가락기도」).세줄뿐인이시에는설명도감정도회상도없이숟가락하나를꺼내밥을먹고닦아올려놓는행위만있다.그러나이행위안에세대를잇는기도가고스란히들어있다.보상금으로시작해후원금으로이어온《블랙》의순환처럼숟가락하나에담긴이어짐은끊기지않는다.그리고무인가게가늘어선거리끝에삼촌의카페가있다.효율과자동화의시대에“여기사람있어요/유인카페로오세요”(포도,「유인카페」)라고말하는것.디지털시대에매주한편의동시를배달함으로써“여기시가있어요”말해온《블랙》이바로그유인카페다.
유해린작가의그림또한《블랙》을닮았다.작가는‘블랙’이라는이름에서처음엔‘까만감각’을떠올렸지만,창간의취지를알고난뒤“《블랙》이소중함(동시)을지켜내기위한단단한울타리처럼느껴졌다”고말한다.처음원고를읽었을때열개의세계가자신에게순식간에몰려오는느낌을받았다는유해린작가는열시인의정서가하나의공간에서서로스미고어우러지도록작업했다고한다.그결과맑은물빛의수채화임에도불구하고어디서도볼수없는씩씩함이담겼다.유해린작가의그림으로인해다채로운존재들이서로를껴안아이룬블랙의연대가한층더맑지만든든하게다가온다.

『갇혔을때돌파하세요』는《블랙》의두번째선집이지만,《블랙》의이야기는여기서멈추지않는다.매주일요일아침동시한편이누군가의스마트폰에도착하는한,《블랙》은계속된다.한시인의결단에서출발한《블랙》은독자의후원으로이어졌고,레터링서비스에서선집으로,선집에서음악으로,그연대의반경은지금도넓어지고있다.그리고지금이순간에도새로운목소리들은태어나고있다.《블랙》은그목소리들의자리를위해더넓게몸을키워갈것이다.검열의시대를건너디지털문화의한가운데까지달려온《블랙》,지금부터가본격동시의시대이다.여기시가있고,여기사람이있다.그이름,《블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