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눈사람

마지막 눈사람

$15.00
Description
모두가 사라진 빙하기,
눈사람은 얼어붙은 대도시의 적막과 어둠, 절망과 고독에 직면한다.
눈사람 자살 사건』의 시인 최승호의 『마지막 눈사람』은 공허와 비애, 우울과 불안, 고독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엄습해 오는 고통과 좌절을 고독으로 버틴 시인을 만난다.
그는 어둡고 깊은 슬픔과 절망을 견디면서 무심하게, 때로는 조소하며, 그러나 정직하게 고독을 마주하려 안간힘을 쓴다. 시인의 노력은 어떤 순간에도 경쟁과 불안의 도가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어린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린, 바늘 하나 들어올 틈도 없는 단단한 에고를 가진 우리. 어린 아이 같이 순수하고, 때로는 냉정한 시인의 상상 덕분에 광막한 우주 속에 놓인 우리의 고독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우리가 어느 아득한 먼 별로부터 와서
다시 어느 별로 돌아가는지 모를 때
별들은 더 빛나는 듯하다.
이 책은 우리 은하계의 한구석에 있는
어느 별의 죽음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눈사람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최승호

춘천에서태어나숭실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를지냈다.『대설주의보』『세속도시의즐거움』『눈사람』『눈사람자살사건』『방부제가썩는나라』『북극얼굴이녹을때』등17권의시집을냈다.오늘의작가상,김수영문학상,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등을받은한국을대표하는시인이다.문명과생태그리고인간에대한침착한관찰력과사려깊은이해로긴자장을만드는시를쓰는한편어린이를위한한글그림동시집『물땡땡이들의수업』과『말놀이동시집』『최승호방시혁의말놀이동요집』등순수한동심의세계를놀라운상상력으로그려내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마지막눈사람
해설│얼음도시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_류신

출판사 서평

가슴이있다는것은고통스럽다.공허와비애와우울과불안,고독과절망감과그리움,그모든것이하나의가슴에들어있지않은가.가슴이있다는것은고통스럽다.그렇다고가슴의서랍들을다빼버리고텅빈가슴으로살아갈수도없는일.벽돌은가슴이없다.구름도가슴이없다.가슴이있다는것은고통스럽다.
_「가슴의서랍들」

『마지막눈사람』은최승호시인이생애를통해견딘어둡고깊은절망과고통에대한기록이다.시인은염세조차받아들이고,어떤거짓된위로도거부하며허공과암흑의끝을응시한다.그의이야기는단단한에고에대한담담한타격이며,아름다운그림과함께독자에게가까이가고자하는따뜻한노력이기도하다.
『마지막눈사람』에서빙하기의눈사람은얼어붙은대도시의적막과어둠과절망과고독에직면한다.빙하기한복판에서살아남은마지막눈사람은슬픔,절망,고독,적막,욕망,괴물,유령,공포,불안,허공,조소를거쳐마침내우주가된다.짧고쉽게읽히지만,깊은시적함의와현실을교란하는우화의전복을담지한철학적이고기묘한이야기이다.『마지막눈사람』은눈사람이절망하는그로테스크한동화로,자신의몸이얼어붙는듯한은유로,깊은슬픔과고통의기록으로,문명의폭력에죽어가는생태의이야기로도읽힐수있다.그러나무엇보다도,철저히혼자라는것을함께느껴줄누군가를만날수있다는아이러니가그안에있다.

“그리하여이렇게밤의옥상위에서고독만이나의뼈라고생각하면서,강물이흐르고새들이지저귀는먼봄을마냥기다리고있는것이다.”

『마지막눈사람』의아름다움은눈사람이어떤거짓된위로도거부하며고독을정직하게직시하는데있다.일상에서우울과절망,고통은무시로우리를덮친다.우리는속수무책당하기도하고어떻게든버텨보기도한다.하지만우리모두알지못한다.어떻게버틸것인가.시인은이러한버팀의자세를우리에게펼쳐놓는다.

우리는소통이라는핑계로새로운관계맺음에집착한다.하지만정작자기자신과의대화는회피한다.잠시라도고독을참지못해스마트폰을만지작거릴뿐이다.고독이소외로이어지는것만은아니다.고독은내면의진솔한목소리를경청할수있는청진기이다.절대고독은자아를세상전체와독대하게만든다.단독자로서무변광대한우주와마주서라!
_“해설”중에서

『마지막눈사람』은“고독이소외로이어지는것만은아”님을일깨워준다.시인의고독은절망과우울로그치지않고우리의존재를우주의일부라고느끼게한다.“없는내가허공으로존재했던6500만년전”의시간부터“나없는나의고독”이있을억겁의미래를왕래하며“태양을2.72년주기로돌고있는소행성2012XE54”를만나고,“소행성99942아포피스가2036년지구와충돌할”“100만분의1이하”의확률을느끼는사이에우리는자신을우주의일부로감각하게되는것이다.눈사람이얼음의“감옥”에서옴짝달싹할수없을때,“마네킹”이“뛰쳐나와울부짖”을때,“물소”가“음험한뱃가죽을내밀고숨쉬면서”“도살의음모에가담”할때,“백지”가“순결함을고집하지않으면서누가당신에게먹칠을하든구겨서찢어버리든그것을상처로여기지않았을”때단단한우리의에고에균열이생긴다.그순간우리는소행성,별자리,눈사람,마네킹과동등한위치에선다.우주의한존재로그들과소통할수있는작은가능성을갖게되는것이다.

믿고싶지않겠지만나아닌것들이모여서나를잠시이루었다해체되듯이,당신도당신아닌세계로흘러드는날이있을것이다.이슬,바람,흙,별,그것들이본래당신의얼굴아니었나.
_「눈다랑어」

우주의타자들과자신을동등하게바라보게되는과정에서,우리는문명과생태에관한시인의질타를듣는다.에고로가득찬우리에게는보이지않고들리지않던세계를감각하며지구와생태를인식하게된다.해설에따르면“최승호는환경위기의원인으로인간중심의자연지배적세계관을지적하며인간우월주의를비판하는생태주의를시의화두로붙잡고궁구해온시인”이다.대도시를“괴물”로비유하고“문어”로문명을조소하며“낡은외투”,“문자”,“낮”,“우주”,“지구”,“망막”,“안구”,“시선”,“눈”,“백지”,“물소”,“도살장의소”,“배터져죽은두꺼비”등이모두동등한존재라고시인은말한다.시인은우리가외면하고자했던그들의죽음을눈앞에가져다놓으며에고를담담하게타격한다.이윤을위해서라면어떤비참에도슬퍼하거나반성하지않는문명을어떤빙하보다도차갑게질타하는것이다.
『마지막눈사람』은그로테스크한우화를끝까지밀어붙인다.‘그로테스크’는15세기말이탈리아곳곳의동굴에서발굴된특이한고대장식에서유래된말로,식물과동물,식물과인간,동물과인간등이질적인요소들의혼재를특징으로한다.그로테스크의미학은현실의질서가파괴된세계를대면하는긴장감과섬뜩함에있는것이다.“망둥어”,“갈매기”,“게”,“낙지”가사람처럼죽어가고,“눈사람”,“마네킹”,“가방”이사람처럼보고느끼고조소하고성찰하는시인의그로테스크적상상력은강렬하다.『마지막눈사람』의그로테스크한우화들은이질감으로우리에게새로운형태의죽음을느끼게한다.이질적으로느껴지는죽음은우리의에고에균열을내며,삶은이전과다른것이된다.인간역시많은것들과함께사라지거나죽어가는존재라는사실이어떤의미인지를조금은더알게된다.마침내,우리는빙하기와같은삶을이해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