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글자 낚시 (양장본 Hardcover)

고양이 글자 낚시 (양장본 Hardcover)

$12.13
Description
다른 공간 같은 마음
아이도 유령도 시인도 함께하는 공간
김성진 시인의 첫 동시집 『고양이 글자 낚시』는 세심한 관찰력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빚어진 동시들로 가득하다. 비닐봉지는 바닥을 구르다 고양이가 되고, 글자들은 옹기종기 모여 낚시하는 고양이로 변신한다. 버드나무나 청소함의 대걸레, 과학실의 표본이 사람처럼 행동하며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유령이 산다. 구석에 박혀서 우는 유령도 있고, 단체 사진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귀신도 있다. 무서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유령들. 서로 다르지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아이들은 유령과도 처음 보는 친구와도 친해질 수 있다.
김성진 시인의 동시는 즐겁다. 아이들을 위해 깊은 사유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세계가 그 안에 있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동시를 통해 보여 주고 느끼게 할 뿐이다. 아이들은 『고양이 글자 낚시』를 읽으면서 동시를 읽는 즐거움을 알 것이고, 타자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배울 것이며, 따듯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저자

김성진

2019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
지은책으로동화집『마음상자구해요』가있습니다.
「과묵한친구」로제6회동시마중작품상을받았습니다.

목차

1부검은마녀의우산
까만비닐검은꼬리/고양이이름짓기/고양이글자낚시/담쟁이덩굴/
울음에대한물음/검은마녀의우산/자동우산/모자에서나온동생/
빨빨/룸메이트/누군가귓속을두드릴때/감사의표시/

2부물어볼수없는것들
구석/초대장/야간학습/심령사진/
괴담/폐교/시소/이사/흉가/
물어볼수없는것들/손/엘리베이터에갇히다/

3부너만좋으면나는
먼지아이/손톱깨무는아이/손금보는아이/과묵한친구/
너만좋으면나는/블록놀이/숨바꼭질/장례식놀이/
주워온아이/빠진자리로슬그머니/분실물/

4부위로의미로
위로의미로/농담/앙앙/걸려들다/
손톱자국/무릎에손님/꿈에서도싸웠다/
킁/토끼귀/사라진그림자/

해설|외로움에귀를기울이는법_송미경

출판사 서평

차분히바라보면세계가살아난다

움직이지않는사물도,말할수없는대상도『고양이글자낚시』안에서는생명을얻는다.“굴러가는검은비닐”에서고양이의“살랑이는까만꼬리”가보이고(「까만비닐검은꼬리」),“오래산버드나무”가“아무도안볼때”“긴머리”를“흔들어”댄다(「괴담」).시인은특유의관찰력으로대상의특징을포착하고,기발한상상력으로적합한이미지를연결시킨다.작품속에서이루어지는의인화가자연스럽게느껴지는이유다.작위적이지않은의인화는아이들의상상력을자극하며비유의즐거움을깨닫게해준다.

시인의눈은사물에만머물러있는것이아니다.소통의수단으로만여겨지기쉬운말과문자도그의손에서는상상과놀이의도구로재탄생한다.「고양이글자낚시」와「룸메이트」,「시소」는말이지시하는의미와문자가배치된형태를재미있게결합하고있다.달팽이를““@_”처럼(「누군가귓속을두드릴때」),햇빛에말라붙어“먹기좋게말린”지렁이를“●”처럼문자로그리는방식에서(「너만좋으면나는」),다양한기호를표현의재료로삼는재미를느낄수있기도하다.

유령을알면친구도두렵지않지

대상을차분히관찰하는시인의눈에는유령도보인다.흥미로운것은,외롭고쓸쓸한감정을유령들이느끼고있으며,사람인화자가그들의마음에공감하고위로를보내려한다는점이다.「구석」의화자는“우우우-/울고있”는유령을보고“나도가끔그렇게”“잘보이지않는곳에서”“울고싶은날”이있었다며“왜우냐고무슨일이냐고/묻고싶었”다고말한다.반대로「시소」에서는“싸우는소리가/무서워몰래/집을나”온아이의“둥글게말린어깨를”“귀신”이안타깝게여기며“바라보”는장면이나오기도한다.

김성진시인의세계에서유령은두려움의대상이아니다.그의유령은사람과공감하고소통할수있는존재로그려진다.이는시인이감정을구체화시킬이미지로유령을택했기때문이다.유령은보여도만져지지않는다.감정역시마찬가지다.정든집에서이사가야하는아이의아쉬움을유령도함께느끼고(「이사」),소풍가서친구들과사진을찍는아이들틈에서귀신도즐겁다(「심령사진」).서로“다른공간”에있지만,“아이들도귀신들도”사실은“같은마음”인것이다(「야간학습」).그래서그들은두렵고물리쳐야하는존재처럼느껴지지않는다.동시를읽으며즐겁기도하고슬프기도한아이들처럼,두렵게만보였던유령역시가까워질수있는친근한존재로그려진다.‘유령’의자리에‘친구’를넣어볼수도있다.친구를처음만났을땐낯설고무섭게느껴지지만,그들역시똑같은한명의사람이라는것을알면금세친해질수있다.아이들은유령과친구의자리를바꿔보며친구를이해하고배려해야하는이유를알수있을것이다.

동시와아이가만나는곳

세계를차분히관찰하며대상과소통하길원하는시인의눈은자연스레아이들에게향한다.동시에등장하는인물이어린아이라는의미가아니다.『고양이글자낚시』에수록된작품들이아이들의마음과상상을잘담아내고있다는뜻이다.유령이무서운존재로인식되는것과같이아이들도항상활기차고천진난만하다고여겨지기쉽다.그러나친구의무신경한“농담/한마디”에“마음속먼지”가“먹구름”이되기도하듯(「농담」),아이들의생활에도그들만의난관이있다.김성진시인은그런아이들을놓치지않는다.그는“있는듯없는듯/붕-떠있는아이”에게서“뜨문뜨문/반짝,/빛이나는”모습을발견한다(「먼지아이」).괜찮다는말이나,다잘될거라는말이없어도『고양이글자낚시』가어려움을겪는아이들에게위로를줄수있는것은,누군가차분하고따듯한시선으로그들을바라보고있다는것을느끼게하기때문이다.

김성진시인은아이들을일방적으로가르치려들지않는다.아이들의시선을이해하기위해열심히관찰하고,깊은사유와기발한상상력을동원해고유의세계를만들어보여줄뿐이다.『고양이글자낚시』를읽는이는누구든그세계를활보하며직접느끼고직접생각할수있다.아이들은스스로동시를읽는즐거움을,타자를이해해야하는이유를,자신에게전해지는따듯한위로를발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