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체를드러낼때가아냐”
우리곁에숨은요괴찾기
강벼리시인의『요괴전시회』속에는요괴들이숨어살고있다.그런데그모습이의외로소탈하고허술하다.구미호는구슬치기를좋아하고,드라큘라는하루종일학교에서잠만잔다.이동시집의요괴들은사람을해치고위협하는존재가아니다.무엇이든새롭게해석하고표현하는시인의상상력이요괴들을무해하면서친근한존재로변신시킨덕분이다.동시집속요괴들은아이들의생활공간에자연스레녹아있다.때문에실제로요괴들이사람으로변신해살고있을것처럼느껴진다.요괴들이아이들과함께생활하는그환상적인공간이바로이동시집의고유한매력이다.
“나랑같이갈래?”
우리를일으켜주는요술
아이들이하는상상은터무니없어보일수있지만,실제로는현실의문제들을이겨내는힘이되어주기도한다.
우리집근처에
자주올라가는정발산이있다
수업시간에정발산을
장발산으로잘못받아썼다
분명히
정발산이라썼는데
손가락이잽싸게산등성이를탔다
나는거칠게뻗은
머리칼을쓰다듬으며
나만보면
‘장발’이라고짓궂게놀리던
동구말이떠올랐다
나는잘못쓴
장발산을
조용히읽어보았다
꿈틀꿈틀
어디에숨어있었는지
장발산이
기지개를활짝켰다
성큼성큼
동구앞으로걸어갔다
-「장발산」전문
자기를“짓궂게놀리던”아이가스트레스였던화자는“정발산”을“장발산”이라고잘못받아적는다.아이들의입장에서좌절할수도있는사건이지만강벼리시인은아이가상상을통해그것을이겨내게만든다.말장난으로우연히만들어진“장발산”을살아있는요괴로만드는것이다.커다란장발산이“기지개를활짝”켜며“성큼성큼/동구앞으로걸어”가는장면은,화자가친구의놀림이나자신의실수에굴하지않고당당하게맞서나갈것을보여주는이미지로읽힌다.강벼리시인의동시집에는이처럼상상의힘으로일상의난제를극복하는동시들이많다.시인특유의상상력으로새로우면서도친숙하게그려지는요괴들이아이들을돕는다.답답하고힘겨운일상을이겨낼수있는원동력이되어준다.“남의물건잘뺏는종철이”도(「탈을쓴아이2」),거짓말로사람곤란하게만드는“뻥쟁이연우”도(「뻥쟁이연우」),요괴들의힘을빌리면이겨낼수있다.상상과현실을넘나드는이동시집은마지막에다시현실에뿌리를내리면서아이들의일상을새롭게만들어줄수있는상상력의힘을발견한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