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노래가 깨어나면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노래가 깨어나면

$25.00
Description
이 책에는 문학평론가 전소영이 2010년대 중반~202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발표한 원고 중에서, 특히 현대시를 통해 타자, 관계, 사랑, 혐오 등과 관련된 시대의 풍경을 조감하게 하는 글들을 추려 수록하였다.
첫 번째에서 네 번째 장까지는, 고독이 만연해진 시대에 ‘혼자’를 ‘혼자들’로 서게 하는 시에 관한 이야기를 누벼냈다. 다섯 번째 장에 이르러서 저자는 우리의 시 읽는 밤이 영원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만히 건넨다. 이 마음의 도정이 책 제목에 고스란히 접어 넣어졌다.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노래가 깨어난다.
저자

전소영

저자:전소영
문학평론가.2011년<문학사상>평론부문신인상을수상하며소설에대한비평을시작한후2013년부터<현대시>,<현대시학>,<파란>등의문예지에시평론을게재하면서문학평론활동을지속하고있다.문예지<작가세계>의편집위원을거쳤으며현재홍익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현대문학을강의하고있다.

목차


서문진입로에서?미완인삶과대화라는꿈_5

제1부세계의밤을견디는감각의유대
세계의일몰과감각하는시의권능_17
느낌의발생학,또는젊은서정의향방_30
공동감정의가연성연료-일상과시,시와정치에관하여_51
커튼뒤의시인과고단한열락의꽃_66

제2부슬픔의공명,결국사랑의발명
모모제인을위하여,‘누구’와‘우리’사이의발명_83
사랑,둘이서는무대_98
당신에게도착한두가지안부_109
슬픔의전염력,끝나지않는우기_122

제3부거리와시차,당신을두드리는시인들의일
태풍의눈으로부터한발자국-강성은론_139
부서져열리는마음들의밤-김안론_151
‘자리’의몫-차성환론_169
밤이길어질계절앞에서,우리의스웨터?임승유론_186
상실의시,기억의의례-서효인론_199
그러니춤추고노래하네-석민재론_208

제4부‘우리’의좌표
우리의정원은우리가가꾸어야합니다_223
고독의박물지_234
세개의의자,혹은ConstructiveSolitude_246
고양이-되기(becoming)의밤_258

제5부영원한,시읽는밤에
말하지않아서말할수있다_271
세계를부수고지으며_283
세계를이제막보기시작한자의눈으로_296
초대장없는집,혹은테이레시아스의파라노이아_305
시-문지방의주술에관하여_321
노동의행간,없는시간으로서의시_335

출판사 서평

나는곧잘작가(텍스트)와독자사이에서손을잡고있는모습으로나자신을그려보곤한다.텍스트를유심히보고성실하게해석하며,난삽하지않은문장과상상의여지를남기는글의구조로대화를이끌어내는비평가를꿈꾼다.진실은누군가의것이아니라,‘다른’사람들사이에서울리는파열음과공명음안에있음을신뢰한다.
그리하여나는당신과의대화과정이곧삶이라는사실을염두에두고글을쓴다.나와다른시간속에서,다른공간위에서이문장을응시할당신을의식하는중이다.부재하는당신의존재가나를늘백지위로초대한다.고독과환멸을기꺼이견디며무언가다시말할수있는용기가당신으로부터나에게도착한다.
문장에서피돌기가시작된다.
_저자서문「진입로에서-미완인삶과대화라는꿈」중에서

이책의저자는2010년대에비평활동을시작하며‘이질적인존재들이개성과고유성을간직한채로어떻게유대를이룰수있는가’에관한첫글을썼다.그것을압축해자신이바라는이상적관계에‘원심성의공동체’라는이름을붙였는데그로부터파생된타자,대화,사랑,혐오등의키워드가,그가내내2010년대와2020년대문학을읽는키워드가되었다.그는그것을‘(타자와의)대화’라는말로압축하기도한다.그것이야말로그가삶과사람과문학을사랑하는방식이기때문이다.
이책에진열된모든글은주제상으로도형식상으로도그사랑의표현과관련이있다.첫번째에서네번째장까지는,고독이만연해진시대에‘혼자’를‘혼자들’로서게하는시에관한이야기를누벼냈다.다섯번째장에수록된글들은,‘우리’의시읽는밤이영원할수있으리라는믿음을가만히건넨다.
이렇게다시적을수도있겠다.가파르게기울어진세계위의존재들을사랑하는시들을,사랑하는마음으로읽었고,그사랑을다시독자를향해건네고싶었기에저자는이책에이와같은제목을남긴것이다.‘비로소사랑하는자들의노래가깨어나면.’

책속에서

이즈음의서정은그리하여실존에의증명과(타인의)고통에대한증언이라는두좌표중어느것도간과할수없는데,다행이라면비대해진감각이양쪽을위한유력한도구라는사실이다.고통스러운사실을기록해야하는것은역사의일이었고고통의느낌을보관하는것은문학의몫이었다.그리고대개의경우고통을고통답게복원하는것은뒤의것에가까웠다.---p.47

꽃으로시절을이길수는없을것이다.그러나반복될패배에이시절우리가기대할수있는최선의아름다움이있다.많이쓴다는사실만으로진정성을논할수는없다해도거듭쓰려는마음만은진심인것이다.어둠이언제걷힐지모른다지만시인들은다시꽃을피워달라.그래야우리가달빛을꿈꾼다.---p.79

소설을읽는일에는시간의도움이필요합니다.서사는독자를느릿느릿걷게하고꼭그시간동안특정한삶의양상을비판적으로그들뇌리에영사합니다.그러면읽는이는하릴없이이성을도구삼아과거를들춰보거나미래를더듬어볼것입니다.
반면시는,순간을파고듭니다.갑자기명치를파고드는통증처럼짧고강력하게.논리가아니라감정의영역을공격대상으로삼는서정은종종좀처럼열리지않는어떤마음에마저부지불식간에침범할수있습니다.잘있냐고,괜찮은것이냐고,잃어버린것은없냐고‘마음의안부’를물어보는것입니다.이것은따가우나따스한인사입니다.---p.109~110

누구에게나참혹한순간이예외없이있다는진실을어루만질만한.슬픔을벽삼은밀실안에자기를유폐시키는누군가마저밖으로불러낼만한.고통을가열하게견디는존재들쪽으로계속향하는것이그시의몫.중력마저앗아가는무기력을거스르며내일쪽으로발을옮기는모든여린존재들의뒤를시가따라걷지.비틀거리며춤추며노래하며.---p.219

눈소식은아직인가보다.그래도이즈음처럼바람이냉기의날을잔뜩벼리고달려들면문득어떤순간을기다려보곤한다.이를테면누군가를고통스럽지않게할정도로만소복하게쌓인눈이,익히알던풍경을시야에서거두어가버리는날.이날의눈이란세계를부수고다시세우는건축가를닮았다.그가강렬한백색의마술로세상의모든위계마저눈속에서숨을죽이게하면,그제야익숙함의속박에서풀려난세계가‘실은내가이렇게나아름다웠다’라는주장을시작하는것이다.그럴때마다느꼈던먹먹한놀라움은잘잊히지가않는다.시읽는일도이와크게다르지않을것이다.---p.283

가없이길고어두운숲을급히통과하려던사람은결국출구에도착했을까.숲의한가운데이르러그의동행인이제영혼을기다리기로했을때그는아무래도선택을해야했을것이다.흐르는시간에등떠밀려혼자라도숲의끝으로향할지,혹은동행인의그쓸모없는시간에발을들일지.이이야기의끝을우리는알지못한다.그러나만일후자를택했다면,최소한그는자신의숨가쁜생활을잠시나마정박시키고곁에앉은동행인의주름진얼굴과거친손을물끄러미바라보았으리라.그리고이사소한순간이그를구원해주는어떤날이반드시있었을것이다.---p.349~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