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안의 숲, 따숲네 : 도깨비마을 촌장의 섬진강 일기

품안의 숲, 따숲네 : 도깨비마을 촌장의 섬진강 일기

$16.00
Description
글쓰고 노래짓고 조각하며
숲에 스며 산 도깨비마을 촌장의 산중일기
섬진강은 임실서 시작해서 하동 거쳐 남해로 길게길게 흐른다. 그 와중에 구비구비를 휘어져 곡성을 지나고 강의 굽이 어느 편 기슭을 타고 산으로 거슬러 오르면 짜잔, 도깨비마을이 있다. 섬진강도깨비마을이다.
이 책은 도깨비마을을 일군 김성범 촌장의 산중일기다. 지금이야 전국적인 유명세에 들랑날랑하는 사람도 차도 많아졌지만, 20년 전 처음 몸 누일 작업공간을 지어 산중생활을 시작한 때의 기록이다.
혼자 산에 깃들어 사는 일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산속 고된 노동과 휘파람 소리로 내려앉은 몸 마음 쉼 이야기가 소근대듯 글과 사진으로 펼쳐져 있다. 그가 도시의 일에서 벗어나 산중 작업실에서 글쓰고 노래짓고 조각하며 사는 일 사이사이 만난 작은 만남이 빼곡하다. 얄미운 꿩과, 두세 마리 반려개들과, 쑥국새와, 나비 벌들과, 거미와, 무수한 생명들과 관계맺기는 스스럼없이 풀, 꽃, 흙 따위로 이어진다.
무심하게 말을 건네고 대꾸를 받아 슬쩍슬쩍 기록해놓은 그의 글 사이사이를 함께 거닐다 보면 푸푸푸 웃음이 터지기도, 가슴 한켠에 보랏빛 등을 켠 것처럼 찌릿 아려오기도 한다. 따순 마음 기운을 머금은 글 사이에서 맘껏, 기세등등한 삶의 태도를 저버릴 수 있다.
어느새 우리도 따숲네에 젖어 따수어진 마음을 누군가에게 마구마구 풀어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테다. 품 안에 숲을 들였으니, 쓰는 작가나 읽는 독자나 아주 느리게 품이 아주아주 넓어져 있는 것도.
그의 숲은 한바탕 두바탕의 물을 받아 품에 채워놓고서는 틈나는 대로 슬그머니 내어놓아 작은 물길을 내고 섬진강까지 닿아있다. 그래서 그의 숲 이야기는 물이고 강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자연, 섬진강 고기잡이 독살(도깨비살) 이야기며, 도깨비마을 연원으로도 이어진다. 그의 숲 이야기는 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여 년 동화 동시 그림책 작가로, 동요 싱어송라이터로, 조각가로 살며 펴내고 지어내고 노래 부른 수많은 책과 노래, 작품들의 원천과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게 이야기마다 노래마다 조각작품마다 따순 기운이 넘쳐날까, 무릎을 치며 알아차리게 된다. 그의 창작의 연원, 도깨비마을의 시작, 그가 숲과 강에서 만난 '덩어리 시간'과 처벅처벅 만나시기를.
저자

김성범

제3회문학동네아동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아동문학평론〉동시부문신인문학상을수상했습니다.지금은섬진강도깨비마을에서어린이들과책놀이,숲놀이에푹빠져살고있답니다.
쓴책으로는장편동화『숨쉬는책,무익조』,『뻔뻔한칭찬통장』,『도깨비살』등과그림책『호랑이는내가맛있대요!』,『도깨비가그림책읽는법』,『우리반』,『숲으로가자!』등이있으며,그밖에동시집『호랑이는내가맛있대!』,『콧구멍으로웃었다가콧구멍이기억한다』,인문교양서적『숲으로읽는그림책테라피』,『도깨비를찾아라!』,『도깨비도문화재야?』와창작동요음반『동요로읽는그림책』,『김성범창작요들동요집』등이있습니다.그림책『책이꼼지락꼼지락』은초등학교국어(1-2)교과서에실려있습니다.

목차

펴내는글…004

산속생활

반달향기…012
꽃이피었습니다…013
귀신이야기…014
불편한사치…017
이세상최고의음악…018
봄이갑니다…019
새를두손으로감싸올렸습니다…020
부끄러운욕심…024
이쁜똥보라색똥…025
드럽게매운고추할머니…027
강이야,달뜬다…029
커피마시고싶은풍경…031
호연지기다!…033
가장기본원칙이
가장소중한원칙입니다…035
애호박을송송송썰어넣고…036
죽음이쌓여갑니다…037
세상에서가장맛있는자두…038
일냈습니다…040
취꽃이피기시작했습니다…042
수확의대가…043
마당에서세수를할겁니다…045
나무를하러다닙니다…047
호랭이물어갈여편네들!…048
발자국따라가기…051
냄비밥의멋…052
풍경…053
오늘은전파가좋은날…054
라디오도지글거립니다…056
하늘을한바퀴도는시간…058
낭만적으로오줌누기…059
추위를이겨내는법…060
방에앉아서내리는눈구경하기…061
내가조선시대문인이었다면…062
깔끔해지고싶습니다…064
시간감옥에서시간여행으로…065
그들은분명외로운거다…066
공교로운일이아닙니다…067
노동이시작되는계절…068
햇살을밥상위에올려놓고…069
싹둑!…070
손님접대용감…072
모두고라니탓입니다…073
봄바람기를삭이는법…074
아끼면똥된다…076
도마뱀탓입니다…078
도깨비살,머리말을썼습니다…079
산은잠시도
가만히있지를않습니다…081
천둥소리보다무서운경적소리…083
산에서가장무서운세가지…085
환장하게밝은달빛…087
에구구구구…089
칡꽃차…090
새의눈이되어서…092
벌레들과생존경쟁…093
농부의마음…094
늘새로운일입니다…096
고맙습니다…097
머슴밥먹는법…098
첫눈이내립니다…099
측간청소를하다가…101
어줍짢은농사꾼들…103

무념과잡념사이

가장큰선물…106
끈…108
비내리는강…109
배웅하는뒷모습은쓸쓸합니다…110
하늘님이찾아오신꽃…111
고추모종을바라보며…113
소나무와찐해졌습니다…114
당당한사슴벌레…115
대물림…116
산풍경을밥상위에올려놓고…117
무념과잡념사이…118
나비사랑법…119
나를타이릅니다…121
20여년만에만든노래…122
동그라미를그립니다…123
그,따뜻했습니다…124
연기론(緣起論)과잡초들…125
무뎌진다는것은…128
무원탑쌓기…129
나도갈빛입니다…131
풀씨처럼살아볼일입니다…132
파리채를들고서성이다가…133
시작을다짐하는날…134
한해를시작합니다…135
잘못쏠아놓은톱…137
다람쥐가되고싶습니다…138
길이지워졌습니다…140
자연은보호하는것이아니랍니다…141

어여쁘거나얄밉거나

강이와물결이…144
노루와산책한날…146
왜?…147
아까워라이향기…148
배추꽃이오종종,피었습니다…149
고라니울음소리를기다립니다…151
강이가새끼를뱄습니다…154
이상한소리가납니다…155
소쩍새한테했던실수는
하지않을겁니다…156
배신자꿩…157
풀풀풀…158
협상의여지가없는칡…159
순산을했습니다…161
어린물고기들…163
애틋한소리들…164
새끼들이사라졌습니다…165
얄미워죽겠습니다…167
강이가또새끼들을숨겼습니다…168
주인행세를했습니다…169
에이,쏙독새같으니라고!…170
판정승을거두다…171
어떡하지요?…172
집한채가더생겼습니다…173
강이가사라졌습니다…174
달맞이꽃…175
정정당당한대결을위해서…177
오이에서찾아낸진리…179
나비가되었습니다…181
숲속친구들…183
두더지의승리…185
돌아온물결이?…186
내가지고말았습니다…187
연이깊어진다는건…189
헛걱정…190
흔적…191
겨드랑이로바람을느껴봅니다…192
고니들이왔습니다…193
멧비둘기의사연을들어줬습니다…195
항의를했습니다…197
원추리와백합…199
그집안그새…201
어이없는놈…202
반딧불이…204
풀벌레탓입니다…205
드디어만났습니다…206

출판사 서평

덩어리시간속으로들어가다

이글은산으로들어와살게되면서쓰기시작한글입니다.고등학교때부터산에서살겠다고되뇌었지만참말로산속에거처를옮기려고계획을세우자,걱정을넘어두려움까지엄습했습니다.

눈딱감고저질렀지요.품격있게말하면용기를냈습니다.사람들과부대끼며생활하는것이거추장스럽거나능숙하지못한까닭이었겠지요.승용차도들어올수없는깊은곳을선택했습니다.내가하고싶은일만하면서살기로했습니다.글쓰고,조각하고,동요를지으면서요.그러다가언젠가내가세상을마무리할즈음에는어린이들을위한장소가되어있으면좋겠다는생각을했습니다.세상이점점가상공간화되어가는게못마땅했으니까요.어린이들에게자연과친해져볼수있는공간도필요하게될거라는생각이었지요.

이곳에서생활을시작하면서일기를썼습니다.bumstar란닉네임으로홈페이지를개설해놓고‘섬진강일기’란방에다하루의일과를두서없이썼습니다.그러다가굳이홈페이지를유지할의미가없었던까닭에폐쇄해버렸는데,시간이지나면서그시절이그리워졌습니다.자연과처음으로접하면서느낀새롭거나신비로움을기록해놓은것이었으니까요.다시는그때의그마음으로돌아갈수없다고생각하니대단한보물이라도되는양아까운생각이들었습니다.

세상에나!20년이지난지금,그파일을받아놓은사람이있었습니다.찬찬히읽어봅니다.이제이곳은나의의지와는관계없이많은사람들이들랑거리는‘섬진강도깨비마을’이란문화예술기업겸숲체험원이되었습니다.그럼에도돌이켜보니내가처음이곳으로들어오면서했던생각은그대로유지되고있어서고마웠습니다.그런데왜하필이순간에이글이나에게왔을까생각해봅니다.

코로나19시대가왔습니다.메르스·사스뿐만아니라집중호우로인한섬진강의범람이나에게는충격으로다가왔습니다.잘은모르지만,사람들의무분별한환경착취에대한지구의보복이시작되었다는생각입니다.대비하기엔너무늦어버린건아닐까,조바심이들기도합니다.

이렇듯거창한생각도해보지만소소하게바라보면나에게산골생활이란결코편하지만은않았습니다.하지만꽤감동적이었고내삶에서이보다아름답고행복한시절은없었습니다.왜그럴까?생각해보았는데…덩어리시간이란결론을내렸습니다.세상살면서늘촘촘하게짜인시간표안에서어긋나지않도록스스로나를다그쳤는데,이곳에서는덩어리시간이주어진것입니다.난산으로들어온것이아니라덩어리시간으로들어온것이었습니다.덩어리시간은나에게수많은선물보따리를풀어놓았습니다.온전한시간을갖게되자자연스레주위를살펴보면서관찰하게되었고차분하게생각할수있는틈이생겨났습니다.풀과나무,곤충과산짐승들!수많은생명들의일어서고스러짐은신비롭지않을수없었지요.자연에대한기쁨과즐거움,경외가늘함께있을수밖에요.이러한생활속의감동들이나를아름답고행복한시절로만들어놓았습니다.

혹시,세상사는일이무료하거나,힘들거나,산골생활을꿈꾸는사람들에게이글이응원이될수있으면좋겠다는생각을해봅니다.

섬진강도깨비마을에서김성범
---「펴내는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