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민갑한

어머니, 민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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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녀, 여자,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삶
일제 강점기, 6·25전쟁, 현대까지, 그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 삶의 일대기 『어머니, 민갑한』. 민갑한 할머니는 양반집에 태어나 귀한 딸로 자랐다. 그러다 공출을 피하려 열다섯 살에 시집을 갔다. 결혼한 지 이튿날 밤, 일본군이 남편을 데리고 갔다. 그 후로 첫 번째 남편은 영영 만나지 못했다. 해방이 찾아왔으나 정치적 분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가 찾아왔다. 죽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 도망 다니던 시절이었다. 전쟁통에 피란하여 도착한 마을에서 한 아내를 잃은 남자를 만났다. 열아홉 살에 두 번째 남편을 만나 그 집에서 평생을 살게 되었다. 남편의 전처가 낳은 다섯 아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고, 네 아이를 더 낳았다.

‘내 뱃속에 아홉을 가진 셈이네. 키우기는 다섯을 키웠어도.’
전쟁통에 아이를 잃었다. 배가 고픈 세상에 남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가축을 기르고, 장사하고, 농사를 지었다. 어엿한 한 가정의 어미로서 책임을 다했다.

“고개 하나 넘으면 또 고개 나온다, 그게 인생이야.”
민갑한 할머니는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수많은 고비를 마주해도 살았다. 살아야만 했다. 혼돈과 격정의 시절, 우리네 어머니는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키고자 뼈와 살을 갈아 희생했다.

‘이제는 마음도 많이 내려놓으신 것 같다. 모든 게 가벼워진 모습이다.’
어느덧 96세. 자식들을 잘 키우고, 증손주까지 보았다. 어머니와 함께 늙어가는 아들딸들은 이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향기로운 민들레 같던 소녀 시절, 억센 풀꽃처럼 태풍을 견디던 젊은 시절을 지나, 비로소 단단한 고목이 되어 이 땅에 뿌리내렸다. 고생 끝에 평온한 생애에 다다른 민갑한 할머니의 얼굴에는 복이 가득하다.
저자

민갑한 가족

출간작으로 『어머니, 민갑한』등이 있다.

목차

004 추천글
006 펴내는 글

011 나 어릴 적에
023 열다섯에 시집을 갔어
057 엄마의 삶

069 부록. 어머니, 할머니를 말하다

출판사 서평

엄마, 어딨어? 밥 줘

어렸을 때 엄마가 학교에 오시면 멀리서도 엄마를 알아보았다. 학부형들이 아무리 많이 와도 한눈에 엄마가 보였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엄마 또래들에게서 우리 엄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시에서도, 지방 소도시 장날 장터 여기저기서도 내 엄마 같은 이 나라의 엄마들이 보인다. 꼬부랑꼬부랑 헤어스타일, 허리를 뒤로 젖히고 걷는 걸음걸이, 사려는 물건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는 손동작……. 처음 보면서도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햇살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에 우리 엄마 살아온 세월이 보인다.
살아오신 세월 속에 겪었던 일들이, 정치적 상황이, 된장찌개 끓여놓고 식구들 기다리며 바라보던 저녁 노을이 곱구나, 징그럽게 춥던 겨울이 끝나고 개나리가 필 때 봄이 왔구나 느꼈던 감정이 남편의 술주정이, 아이들의 성적표를 보고 공부 잘하기만을 바라던 염원이 거의거의 비슷비슷해서일꺼라!
매미가 시끄럽게 덥다고 엉엉 울던, 뜨겁고 더운 여름날의 오이냉국이 나를 키웠고 엄마가 꿰매어준 양말을 신고 나는 건강한 아이가 되었고, 등짝에 내리쳐진 빗자루가 정직하라고 가르쳤다.
그뿐이랴! 새학기가 시작되면 달력을 뜯어 새 교과서에 옷을 입혀주셨던 손이 책 읽기 좋아하는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고, ‘아이고 이노무자식아’ 소리가 바른 길로 가게 응원해주셨지. 어머니가 이 세상에 안 계신 지금은 내가 나의 엄마가 되었을까? 으아아! 길이 멀구나!
민 할머니의 회고록에 쬐끔 참여하면서 우리 엄마 곁들여서 할머니까지 보인다.

저세상 가서 엄마 만나면 꼭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엄마, 어딨어? 밥 줘!

2023년 가을 전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