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와 시인 (우성훈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카이로스와 시인 (우성훈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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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성훈 시인이 첫 번째 시조집
『카이로스와 시인』를 펴냈다.
우성훈 시인은 자신의 시간이 아니라, 하늘의 시간과 그 의미를 찾아 시상詩想을 얻고, 그것을 시조時調로 형상화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시인은 깊은 사색과 명상을 통하여 하늘의 진실을 찾는 나그네다. 그것이 시인의 길이고 사명이다. 바르고 건강한 시인의 길, 인간의 길을 제시한다.

우성훈 시인의 반듯한 삶의 태도는 타고난 순수성과 여리고 다정한 성품에서 우러나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시조를 두루 살펴보고 느끼는 바는 신실한 믿음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고 단련하는 데서 오는 부분이 생각보다 넓고 크다. 더구나 성실하게 예술 시조를 창작해내면서 풍부한 감정을, 언어를 조탁하듯 알맞게 조절하고 정제하는 습관이 배어 있음도 그의 시 세계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다 보니, 그의 시 정신은 자연과 고향 그리고 사람에 대하여, 정경과 추억과 그로 인한 생각과 느낌을, 꽃밭을 가꾸듯이 가지치기를 하고 풀을 뽑아주며 물을 주어 가꾼다. 그렇게 내면의 성숙을 위하여, 완숙을 향하여 쉬지 않는 삶의 태도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가정이나 국가사회의 바르고 풍성하며, 인정이 통하는 질서와 조화를 끊임없이 지향한다. 무엇보다도 깊은 사색과 명상 그리고 기도를 통하여 생명과 영원의 본질에 대하여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자세를 견지한다.
이석규 가천대 국문과 명예교수의 〈평설〉 중에서
저자

우성훈

(아호曉山)
월간《문학세계》시조등단(2010),계간《한국작가》자유시등단(2014)
(사)한국시조협회상임부이사장,(사)한국시조시인협회회원,(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자문위원,(사)한국문인협회,한국작가협회회원
한국단시조100편선집『현대시조유취』발간위원장
수상:한국시조협회문학상수상,대은시조문학상수상,대한민국시조문학대상외다수
시조집:『카이로스와시인』

목차

■시인의말
■서문:시조時調의꽃밭에서

제1부고향서정
향수鄕愁
그리움
고향서정抒情
신춘유감新春遺憾
부정父情
낙영산落影山
꿈길
사모곡ㆍ1
사모곡ㆍ2
사모곡ㆍ3
사모곡ㆍ4
뚝섬포럼
어머니
봄날은수채화
보너스
어버이날에
산비山雨
낙화암
순례길
탄금대


제2부내마음의정원

할미꽃
울할머니
내마음의정원庭園ㆍ1
내마음의정원ㆍ2
내마음의정원ㆍ3
군자란
이끼
섬진강
태풍매미
아름다운세상
설국雪國
눈내리는밤에
등목
다람쥐
민들레꽃ㆍ1
찬양讚揚
비아돌로로사
갈릴리호숫가에서
청목련
도담삼봉
개미


제3부미완의여백
사월엔
미완未完의여백
사월이오면
신호등
인연
가는해
세월
우포늪연가
달맞이꽃
연꽃
포구와아낙
리더십P
가을
단풍
용문산은행나무
쌍계사
함박눈
동해안
신립장군
겨울파도
들꽃


제4부카이로스와시인
흔적
카이로스와시인
새해엔
시상詩想
산비둘기
불꽃
무시로
불나비
시심詩心
연단鍊鍛
운명
사색
잡초
점點
탐욕
미라
허욕虛慾
나목裸木
바람
폼페이의원혼


제5부사계의미학
춘설春雪
복수초福壽草
백매화白梅花
이른봄날에
봄이오는길목
진달래꽃
축제祝祭
목련
오월의숲
장미
바겐세일
폭염
단풍신부新婦
가을단상
늦가을
코스모스
가을소리
연민憐憫
계절季節
눈길을걸으며


제6부반전의꿈
반전反轉의꿈
얼룩진봄
구직자
공공의적
우이령길
불공정不公正
연鳶
유전자
의혹
탈북민
증언
팔당댐
민들레꽃ㆍ2
폭설경보
월정리역
낮달
대리代理전
업보業報
대는大은공을기리며
심혼心魂의울림

평설:사색과묵상의길을탐색하는시객

출판사 서평

시조時調의꽃밭에서


김흥열(한국시조협회명예이사장)

먼저우성훈시인의시조집『카이로스와시인』상재를축하드린다.
시인은오랫동안작품활동을해왔지만이번에상재되는시조집이첫번째인걸로알고있다.그래서많은독자의관심과시선이집중될지도모르겠다.시인은대기업에서한국경제사에길이빛날선진국으로진입하기까지그한축을담당해온분이고,퇴직후에는시조에남다른애정과관심을두고(사)한국시조협회가탄생하는과정에서중추적역할을해온분이시다.
시인의인품또한작품만큼이나중후하다.인자하고,겸손하며후덕하다.시인은지금까지어느한순간도시조협회에서아웃사이더(outsider)가된적은없었다.오직(사)한국시조협회의창립정신을구현하고자고민하고노력해온분으로앞으로도협회발전에크게기여하리라믿는다.

우리는왜해묵은유산인시조를지으려하는가를생각해본다.시조는어떤가치를가지고지니고있기때문일것이다.일반적으로가치價値라함은공동체를이루고있는사람들이어떤대상에대하여추구하는감정체계라할수있는데이는사회적,정치적,경제적,문화적측면에서선과악,옳고그름,아름다움등을결정하는행동방식이된다.이어령박사의말을빌린다면“문화는우리민족이가지고있는몸과마음의기호”라고했다.그러므로시조는우리의전통문화중하나로,배달민족만이가지고있는아름답고순박한감정을엮어내서독자들이어깨춤이절로일어나게하는하나의기호라고할수있을것이다.
청구영언의발문跋文을쓴흑와黑臥정래교鄭來僑(1681~1759)는“노래를글로표현하면시詩가되고시를관악기와타악기에올리면노래가된다.노래와시는본디같다.”라고했다.
위글에서나타난대로시조時調는노래의옛말이다.이노래는일정한틀(격식또는형식)이있어이를벗어나면시조로인정받지못하였다.사설시조가나오기전까지는그랬다.
이제이번에상재되는작품중에서몇편을골라시인의심중에일고있는노래를들어보고시인의정신세계를들여다보고자한다.

산하山河를/다태울듯/극심한폭염속에//
의연히/침묵하며/견뎌온풀과나무//
그아픔/안으로삭혀/곱게곱게물들었네
「단풍」전문

이작품은음수의배열이3.4.3.4,3.4.3.4,3.5.4.3으로정형시조의전형典型이라할만하다.이런엄격한틀안에서초,중,종장의독립성,연결성,완결성을이루어낸다는것은말처럼쉽지않다.단수한편을통하여화자는독자에게무슨말을하고싶은것일까?
우리눈에보이는단풍은그색깔이고와‘아름답다’라는표현을사용하고는있지만,그내면을들여다보면한생명체의말못할‘아픔’이배여있는것이다.찌는듯한폭염의바다를건너온그목숨은우리의눈으로는도저히읽어낼수없는영광과성공의시대를끝내고지금부터는자의와는관계없이타의에의해고통을받고있으며치솟는분노와혈압의상승으로벌겋게달아오른고통스런모습을보면서우리는아이러니(irony)하지만아름답다고찬사를보낸다.
그러나시인은나뭇잎이아픔을불평하는것이아니라오히려그저묵묵히안으로삭인다고했다.단순히계절의변화에따른아름다움이아니라안으로삭혀냈기때문에더욱곱게물들였다고한다.아픔을삭이는이유는내년이라는희망의계절이또오기때문이다.우리역시일시적고통을극복해내고나서언젠가는화려한성공신화를만들어낼수있다는적극적사고로희망을품어야겠다.

유월이/숲을깨워/빗질하는아침나절//
새빨간/장미꽃이/햇살을털고있다//
잎새로/가시를감추고/요염하게웃고있네
「장미」전문

이작품은독자의시선을끌만하다.몇군데낯선표현이그렇다.12달중에서왜하필유월이숲을깨워빗질하는가?그이유는무엇일까?6월은녹음이우거지기시작하는본격적인계절이며장미의계절이되기도한다.햇살에반사되는모습을단정하게빗질하는여인의모습에빗댐으로써시적묘미를더해주려는화자의의도가깔려있다.그런데중장에서는장미가오히려그햇살을털어내고있다고표현한다.장미의화려한모습에햇살마저밀려난다고생각한다.반사되는빛을털어낸다고표현함으로써시의맛을극대화한다.
똑같은햇살이지만하나는‘빗’이되어아침을장식하고다른하나는장미가털어내는‘빛’이된다.이런장미의오만함이종장에서드러난다.가시를감추고요염하게웃고있는장미는아마도까칠한여인을연상케하고도남는다.마찬가지로모두가그런것은아니지만사람도출세하거나재력을지니게되면겸손하기보다는오히려그권력을남용하려드는사람이더많은것도부인하기어렵다.요즘말로가진자의갑질로대변되기도한다.

매몰차게/몰아치는/혹한이닥쳐와도//
메마른뿌리에서/새싹이돋아나듯//
기어이/자유를찾는/맥박소리요동친다
「탈북민」전문

이작품은독자의가슴을아프게한다.인간에게있어서‘자유’란무엇인가?인간은자연의일부분이지만그본질은영혼이다.영혼은변화하는세계속에있는것이아니라불변하는이데아(Idea)를추구한다.
탈북인들은왜그험난한역경을마다하고그사회를벗어나고자했을까?그것은바로‘자유’때문이다.민주주의의기본이념은자유와평등을바탕으로한다.인간이자신의판단과의지에따라선택하고행동할수있음을뜻하며사회공동체안에서타인을존중배려하는가운데간섭이나구속없는자아실현을목적으로한다.
혹한을견디어내는나무에빗대어탈북민을말하고있는데보조관념만으로짜인작품이다.혹한이지나면봄이오듯이탈북민들은오직자유의세상에서자아를실현하고싶은욕망에서탈북을결심하게된다.그들의핏속에는한겨울에도얼지않은뜨거운욕망이돌고있을것이다.작가의자연주의철학과인간중심의사고가잘나타난작품이다.

찬바람몰아치는골목길어귀에는
전봇대전단지가각질처럼벗겨지며
취한듯비틀거리는사람들이웅성인다.

흉흉한소문들로온땅은뒤덮이고
기름진위선자들악취나는선동속에
거짓은의혹을쌓고우울증만더해간다.

인내의한계점은시시로다가오고
절망의두려움이목구멍을조이는데
계기판경고수치는비상등을번쩍인다.

광장의저함성을새도록베고누워
허리끈동여매고해산날을손꼽으며
하얗게지새는심회心懷불면증만더해간다.
「구직자求職者」전문

이작품은우리사회의현상을잘표현하고있다.첫수중장‘전봇대전단이각질처럼벗겨지며’는가슴을아프게한다.참담한사회상을토해내는웅변처럼그울림이크다.국가의존재는국민을편하게하고잘살게하는데서나타난다.봉건사회같은절대왕조에서는백성은자유가없고오직충성과복종만을강요받는다.
그러나국민이주인이되는사회체제에서는누구나원하면일할수있는권리를누려야하는데현실은그렇지못하다.
봄철만되면상아탑에서몰려나오는수많은고급인력이,먹을것을찾아강가로모여든누우떼를연상케한다.또연말만되면명예퇴직이라는허울좋은명분앞에강제로직장을빼앗긴수많은가장들의고뇌를누가관심있게봐줄것인가.어느하나간과할수없는참담한사회상이현실세계가안고있는현상들이다.그래서화자는넷째수종장에서“하얗게지새는심회心懷불면증만더해간다.”라고그답답한심정을토해내고있다.
4수로된연시조이면서도수마다독립성을유지하고있으며각수는초장중장종장이독립성과연결성완결성을완벽하게구현해내고있다.말하자면시조에서요구하는형식을매우엄격하게유지한작품으로연시조의모범답안이다.어떤이들은연시조를잘못이해하고각수종장말미를연결어미로마감하거나자유시를추종하듯미완결의명사형으로끝내기도하지만이는잘못된작법이다.
지금까지122편중에서단편적으로몇편을살펴보았다.
우성훈시인은시조의정체성을잘이해하고이를반드시실천함으로써전통시조의맥을그대로살려내어계승발전시키는시인임이틀림없다.
앞으로도작품의질적성장은물론이고협회의발전내지는시조의발전을도모하여세계화에크게기여할것으로믿어의심치않는다.
다시한번시조집『카이로스와시인』상재를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