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몸짓

여명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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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금렬 시조집 『여명의 몸짓』은 ‘긴 터널’을 통과한 삶이 새벽빛처럼 다시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한다. 서시의 고백처럼 “글귀에 새순 돋고 마음엔 꽃이” 피어나는 자리에서, 시인은 상처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희망의 결을 남긴다.
독자는 짧은 정형의 행간에서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오늘을 견디게 하는 언어의 힘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한 수 한 수가 새벽을 여는 호흡처럼 차분히 이어진다. 어머니의 품에서 인간의 근원을 배우고, 자연의 풍경에서 존재의 윤리를 읽으며, 사회의 상처 속에서 정의를 찾는 시적 태도는 시편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렇게 정화된 언어가 독자의 삶에 빛을 옮겨 심는다. 노재연의 평설이 말하듯, 이 시집은 “한 개인의 서정”에 머물지 않고 “세대의 역사”로 확장되며 독자에게 “당신의 세월은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를 묻는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국어교육을 공부하고, 27년간 교단을 지킨 뒤 교감·교장으로 교육 현장을 이끈 저자의 이력은 작품마다 ‘삶의 책임감’과 ‘말의 절제’를 동시에 새긴다. 시어는 때로 투박하고 때로 서정적이며 때로 냉철하지만, 결국 진정성의 온도로 수렴한다. ‘여명’은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의 몸짓이다. 이 책은 시조가 여전히 현재형의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저자

장금렬

전북남원출생.경기대교육대학원국어교육석사.수원수성고등7개교에서27년간국어교사로재직했으며,용인시현암고·성복중교감,단원중·매현중교장을역임했다.(사)한국시조협회이사,(사)한국문인협회회원및수원문인협회이사로활동중이다.시조사랑제8호‘풍물굿’신인문학상,대은시조문학상,수원문학작품상수상.홍조근정훈장수여.시조집『삶의여울』,『여명의몸짓』외공저다수.

목차

■시인의말
■서문:놀라운연비어약鳶飛魚躍의필봉과소박한인간미__이광녕


1부고목의가지엔뭇별이내려앉고
어떤서법書法
공空
고향의당산堂山나무
사기리탱자나무
남산소나무
창경궁주목朱木
바보대추나무
사과나무엿보기
봉감모전5층석탑鳳甘模塼五層石塔
거실바닥묵란도墨蘭圖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
광화문해치
청자오리모양연적
천년주목,혹은풍장
주목,그붉은뼈대
비천상飛天像
노송老松
광우병?글쎄
명퇴한날


2부사랑!아름다운아픔,그다음은
설움이북받치는밤
그리움
비련悲戀
미움이그리울때
나목裸木의옷
갈대의모정母情
어느한센병환자들의성자聖者
대못
기다림
영지影池에서무영탑을찾다
혼자스러지는종소리
이혼한친구를위하여
우울증탈출
단풍놀이,가슴으로추는막춤
조각보,꽃피우다
총알과험담
어떤불사조
헌책방엿보기
참숯,눈을읽다
헌책방그여자
명지바람떠돌던밤
수학여행


3부천음天音의고요한난타
화병의꽃
원각사지10층석탑
탑동삼층석탑
비즈니스룸에서
이주노동자
중고차와초보운전
섣달그믐밤보신각에서
제도制度가닿지않는그늘
새장을벗어나다
갈대밭일구는봄
한티역스낵카
하오의실루엣
호랑나비안개위만날다
쇠고기두어근
광우병?글쎄
봄판타지아


4부석양,그리고발자국
정서진석양
혼자스러지는종소리
석양,그리고발자국
영종도의낙조
늙은싸움소
유랑견의불망기
저문날의방랑자
어떤별리別離
환생
갈매기오페라단
노을속유랑자
토종닭,처절함을숨기고
누,뿔을세우다
태양을품은거미
저문날의유기견
뜬장삽화
야생으로간백수의왕
잉어의춤사위
등용문을넘는잉어
어떤별리別離ㆍ1
황조롱이,도시의하늘에서길을묻다
날자,검독수리

■해설:정형의윤리와잔광의미학__김태균

출판사 서평

『석양,그리고발자국』-정형의틀안에새긴한생의떨림
배종도시조집북리뷰
어떤문학은조용히,그러나깊게파고든다.배종도시인의시조집『석양,그리고발자국』은그런부류에속한다.말수적은장인이오랜시간정성을들여만든도자기처럼,이시집은삶의결을따라빚어진정형의언어로독자를맞는다.시조라는형식은늘그렇듯단정하고절제되어있지만,그속에담긴내용은단단하고뜨겁다.
배종도시인은시조가‘자유시가아니라정형시’라고말한다.단순한정의처럼들리지만,이는그가시를어떻게대하는지를가장잘드러내는말이기도하다.그는정형이라는울타리안에서치열하게고민하고,감정을삭이며,언어를매만진다.이번시집에서도그자세는한치의흐트러짐없이이어진다.형식을지키는것이시조의본질이라는믿음이,작품전체를관통한다.
총4부로구성된시집은자연과사람,사회,그리고존재에대한사유로채워져있다.1부에서는고목,석탑,묵란도,주목같은대상을통해고요한울림을만들어낸다.단지자연의묘사에머무르지않고,사물안에스민시간과역사,인간의감정을길어올린다.읽는이로하여금자연앞에서있는자신을돌아보게만드는힘이있다.
2부는보다내면적이다.그리움,미련,회한같은감정들이고요히흐르며,개인의기억속을유영한다.사랑에대한회고,상처입은마음의자국,혼자감내한시간들이정형의리듬을타고조심스레드러난다.「이혼한친구를위하여」,「총알과험담」과같은작품에서는인간관계의이면을집요하게들여다보며,언어에깃든상처를기록처럼남긴다.
3부는현실에조금더가까이닿아있다.「쇠고기두어근」같은시에서는밥상머리풍경을통해서민의애환을포착하고,이주노동자나사회제도밖에놓인사람들을향한시선에서는연민과분노가교차한다.과장된표현없이도,잔잔한울림을남기는이유는아마도이시들이삶속에서직접길어올려진것들이기때문일것이다.
4부에서는시인의자화상이본격적으로드러난다.석양과유기견,싸움소,검독수리등의이미지들은삶의황혼기,혹은존재의경계에선인물들의상징처럼읽힌다.특히「저문날의방랑자」나「노을속유랑자」같은작품은스스로를멀리서바라보는시선이깊다.때로는체념처럼보이기도하지만,결국그것은고요한수용이며,품위있는마무리다.
김태균시인은해설에서배종도시인의작업을‘추(錘)’에비유한다.언어의무게중심을잡고,여백과리듬을가늠하며,시간을눌러맞추는도구라는의미일것이다.실제로이시조집은독자에게큰목소리를내지않는다.대신정제된표현과응축된이미지로마음속에잔상을남긴다.다읽고난후에는,조용한침묵이여운처럼이어진다.
배종도시인의시조는화려한언어보다진실된시선을택한다.직업적경험에서비롯된깊이,오랜문학적사유가그언어에깊은농도를더한다.그가보여주는정형은고루하지않다.오히려시대의정서를품은살아있는시조로느껴진다.
이시조집은정형시에대한새로운이해를제공하는동시에,인간존재에대한따뜻한기록이기도하다.‘석양’이의미하듯,하루를마무리하며삶을되돌아보는이들에게이시조집은조용한위로가된다.그리고‘발자국’처럼,흔적은사라지더라도분명히남는것이있다는사실을다시금떠올리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