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핀 꽃 (노재연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벼랑에 핀 꽃 (노재연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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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과 삶의 근원을 찾는 쉼 없는 발걸음
이 시조집 『벼랑에 핀 꽃』에 나타난 노재연 시인의 시 세계는 무엇보다도 작은 것, 어린 것, 심지어 어리석은 것을 포함하는 모든 약자에 대한 자애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상관이 없다. 예컨대 작은 조약돌 하나에서까지 그것의 소중한 존재 가치를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리고 응원하는 마음이 마냥 따뜻하다. 시인의 마음결에는, 독자로 하여금 저절로 감동이 일게 하는 진정이 서려 있다.
저자

노재연

월암(月巖)노재연(魯載然)
(전북고창출생,서울대학교문리과대학언어학과졸업,(국립)군산수산대학교수역임,수성고등학교교장퇴직,(사)한국시조협회아카데미운영위원장,수원문인협회,경기시조시인협회,(사)한국시조시인협회,한국문인협회,국제펜한국본부회원
수상:한국시조협회-등용문상금상,시조문학상본상,시조문학상대상,수원문인협회-홍제문학상,수원문학상작품상,경기교육대상,국민포장,황조근정훈장

이메일:open2019@daum.net
시조집:달빛세레나데,알타이어의미학,하루치삶의무게,바람의시,비움의미학,이메일:jyro22@hanmail.net

목차

■시인의말:욕망이지배하는시작활동

1부신념의소리
시조의샘
시인의눈
기다림의미학
빗속을거닐고싶다
담쟁이의신념
봄의행진2
임은아직
민초의희망
질경이
겨우살이
흑백논리
대은공시비앞에서
억새의무언극
갈대의신념
겨울내장산,사숙私淑하다
파도가부서지는밤바다
제주동백꽃의슬픈이야기
시대여행
구도求道의길
명량대첩현장에서

제2부침묵의소리
어느참회
낙엽의신세
사회악
어느숙명
벼랑에핀꽃
난을치다
무심
정답찾기
시냇물
도심공원
어린이놀이시설
너럭바위
몽돌
저기압
허물어진고옥
김명국의‘달마상’*을읽다
기억의흔적
호수의여명
코로나19,그후
핼러윈데이이태원참사

제3부소망의소리
소확행
서재
엄마아리랑
고목에움트는사랑
시심의분출
설연화,그집념
목백일홍
밤이되면
벽을넘어
꽃들의노래
이가을,나는
카페에서
어느기다림
명태의변신
시조의얼굴
등대
추암촛대바위
해질녘해변에서
밤바다에서
풍랑만난조각배

제4부삶의소리
사과
파도의사랑놀이
판자촌의비애
민초들의생존경쟁
나팔꽃지듯
암울
바람의서시
바람의기행奇行
바람의가면
강물은
단풍유추
면회
포장마차애환
오일장
인력시장
잡초의생명의지
영생을꿈꾸는장작불
냉장고사망진단
어느운명
민들레씨앗의역정歷程

제5부계절의소리
봄의생명,날엿보다
녹엽을기다리며
봄의유혹
봄의연서
복사꽃추억
선비의자태
풍란
봄바람
삼월계곡수
향리소식
가을의유혹
운림산방
봄을사다
봄비가내린다
유채바다
한여름의정경
여름하일점묘
꽃무릇
강섶에서엿듣다
가을이오는소리

■평설:인간과삶의근원을찾는쉼없는발걸음__125

출판사 서평

노재연의시세계의진면목은인간본성을찾아성실한발걸음을새겨가는과정에있는것으로보인다.그는사물과삶의모든면을관찰하고통찰한다.성찰하고격물치지格物致知한다.그리하여조그만일에서도많은것을발견하고깨달음을얻는다.이러한과정을통하여진실을또는인간과우주의본성과원리를확인해나아가고자한다.모든것이한계가있지만,결코자만하거나포기하지않는다.지켜야할것은반드시지키고높여야할것은반드시높인다.
노재연시인에게어렵거나힘들다는것은결코변명의대상이아니다.열심히추구하며무한히기다린다.그리고집중한다.대단한겸손이요경건이다.거의경외敬畏하는마음으로지성至誠을다한다.그의이러한삶의태도는종교보다도진지하다.〈평설〉중에서

■평설

인간과삶의근원을찾는쉼없는발걸음
-노재연시조의시세계

이석규
(시조시인,가천대명예교수)

1.들어가기

노재연시인은2016년에등단하셨으니시조시인으로활동이이제겨우8년에접어들었다.그런데이번에내는시조집『벼랑에핀꽃』이어느새여섯번째의시조집이된다.그러니까100편이훌쩍넘는분량의시조집을매년한권씩내는셈이다.더구나이제껏낸5권의시조집들이모두출토出土의아픔을견뎌낸천년유물처럼저마다소중한깊이를담고있다.또시조집마다시조한편한편들이모두격조가있어서,마치알곡만모아놓은곡간처럼가멸차게느껴진다.물론이번에내는『벼랑에핀꽃』도예외가아니다.오히려완숙의경지에서오는넉넉한무게감이느껴진다.
보통의경우평설을쓰기위하여좋은작품을고르는것이참중요한작업인데,노재연시인의이번시조집은모든작품이다뛰어나서오히려부족한작품을추려내기위하여고심하지않을수없었다.
이시조집『벼랑에핀꽃』에나타난노재연시인의시세계는무엇보다도작은것,어린것,심지어어리석은것을포함하는모든약자에대한자애와사랑으로가득차있다.그것이사람이든동물이든식물이든상관이없다.예컨대작은조약돌하나에서까지그것의소중한존재가치를정확하게포착해낸다.그뿐만아니라그것을기리고응원하는마음이마냥따뜻하다.주어진환경과여건속에서그것을인내하며성실히적응해나가는생명체의고통과인내를철저하게공감하는시인의마음결에는,독자로하여금저절로감동이일게하는진정이서려있다.
또한가지대부분작품에서는깊은관조와명상을통한자기수련,특히모든것을다내려놓고,무심에이르기까지마음을비우고자하는이른바사무사思無邪의자기다스림이잘그려져있다.나아가그비운자리에더욱소중하고아름다운것으로차곡차곡채우고자하는쉬지않는천착穿鑿과노력,완숙을향하여집중하고몰두하는시인의외롭고도결곡한모습에서겸손과성실의전형을보게된다.
그밖에도언어를다루는예술가로서,시조시인으로서의기량이나열정등은깊이와무게와자유로움에서이미수준을넘어서고있다.더자세한것은본문에서이야기하기로한다.다만그의시조가갖는가치와예술성을찾아서일일이소개하기에는지면과능력에한계가있음을먼저말씀드리고자한다.

2.생명

(생명의아름다움)

촉촉한
봄햇살로
샤워한나의뜰에

이제막
잠에서깬
연초록아가들이

세상이
하신기한듯
호기롭게날본다
「봄의생명,날엿보다」

작고어린생명의이야기다.
세상이뭔지모르는아가들이,하늘이펼쳐준세상,그들의낙원에서첫눈을뜬다.아직추운지도모르고.세속에물들지도않았다.순수한생명이,생명력의아름다움이화자의섬세한감수성을따라서살아난다.모든것이신기하고호기롭기까지하다.

초록옷갈아입고
춤추는네모습에

새들의환호소리
하늘을찌르는구나

녹엽이
기다려짐은
어디새들뿐이랴.
「녹엽을기다리며」

모든의미는생명을가짐으로써시작된다.생명을가진자의소망은모두함께춤추며돌아가는즐거움의충일한발현이다.거기에서만진정한기쁨과환희의극치를살아낼수있기때문이다.풀과나무와새들이함께,모두함께말이다.아마도그것의질료는진정한생명력곧사랑일것이다.화자의기다림은바로그것들이윤무輪舞로하나가되는정점,곧녹엽의계절이다.

수와희가타고넘던
질풍노도그언덕길

선홍의언어들이
송이져서떠돌다가

실가지
마디마디에
하트처럼앉아있다
「복사꽃추억」

어린날,젊은날을추억한다.그곳은푸르른이미지들이살아숨쉬고있다.젊음에서우러나는사랑의언어들이송이를이루며,가지마다선홍의복사꽃으로내려앉는다.
그렇게어린날들이채색옷을입고되살아나서화사하게웃고있다.얼굴표정은하트모양이다.‘질풍노도’,그것은바로젊음의속성이다.그들의생명력엔거침이없다.비로소화자는인생의참아름다움을기억하게된다.생명의최선의의미는사랑이고아름다움이라는것이다.
심미적감수성을예술적언어로절제하는기량이뛰어나다.

성하盛夏볕탐하더니
용암이솟구치듯

불덩일토해내는
돌틈새맨드라미

시심에
불길이번져
시어들을뿜는다
「시심의분출」

꿈만크다면,소망이아름답다면돌틈새인들문제가되랴.시인은맨드라미의사랑스러운꽃잎표면에서아름다운시어를발견한다.그것은깊은속으로부터우러나오는맨드라미꽃의원질,불덩이,다시말하면생명의DNA이다.그것을이야기하지않을수없다.그것이바로맨드라미의그리고화자의심미적시심詩心의감동적발현이기때문이다.

(함께)

소리가엎질러져질펀하게흘러가고
호반새울음소린강섶이거두어가
가슴에
파도칠세라
흔적없이사라진다

바람을등에업고수다떨며가는여정
망향이앞장서서어서오라손짓하면
바위에
부딪는소리
산산찢겨흩어진다

소리는무료하면강섶에기어올라
잡초처럼제멋대로가을을키워내고
파랗게
열린허공에
함성처럼맴돈다
「강섶에서엿듣다」

강섶에서질펀하게흐르는물소리를듣는다.물소리,바람소리는흐르고달려가며계절의가슴을흐르다가부딪치고흩어진다.물밖으로나가면촘촘한가을의푸나무숲,모두가지껄이며수다떤다.손잡고모두가함께흐른다.가을은끝없이활짝열린허공을창조한다.그렇게맴돌며부서지다사라지며쉬지않고모두가흘러간다.
특히셋째수초장중장“소리는무료하면강섶에기어올라”,“잡초처럼무성하게가을을키워내고”
자연에숨어있는,시인에게만들려오는생명이란존재의아우성이다.하늘과땅과강물의,강섶에서들려오는만상이함께부르는그소리는,세상과우주의소리요,자연속에얽혀있는카오스의함성이다.그것의속성은생명이다.그소곤거림과울음과웃음을,세월과시간과인연의의미를창조하고지우며살아가는우주의,생명의소리다.모두함께익어가는슬픈가을의형상화다.

핏줄처럼얽혀있는내륙의젖줄로서
토양을살찌우고생명을부양하니
강물은생명수이다,어머니의젖샘처럼

-중략-

온갖사연품어안고말없이흘러가며
경사에함께웃고애사에함께우니
강물은공동체이다,희로애락함께하는
「강물은」일부

강물은공동체이다,희로애락을함께하는강물의인정이요강물에부여하는의미의실체다.생명에서생명으로이어주는매개그것은‘함께함’이다.
이시조는각기뚜렷한자기만의개성을갖고있는모든생명의대화합,서로다른개체가일심동체로하나가되어함께하는생명의비밀에대한천기누설天氣漏泄이다.

(큰그릇)

골목길보도틈새핼쑥한잡초하나
오가는사람들의눈치를살피면서
오늘도무사하기를난선難船처럼꿈꾼다

발길에짓밟히면달빛에치유하고
오뚝이일어서듯허리를곧추세워
언제나불사조처럼생명력을잇는다

「잡초의생명의지」일부

노재연시인이소중하게추구하는인생의덕목중하나가어려움을인내로극복하는끈질긴생명력이다.이작품은바로그의이러한인생관을구체적으로잘그려낸작품중하나다.때로불가항력적일때눈치를살피기도하지만어떤경우에도소망과긍정의끈을놓지않는다.이를테면“발길에짓밟히면달빛에치유”한다.“오뚝이처럼”.
허리를곧추세우고불사조처럼생명을잇는인간의소망과노력의끝없는추구와긍정,찬양…,이것이,큰사람의눈에만보이는,생명이란존재가창출하는지상의아름다움인것이다.

싸늘히식어버린저들녘의백발노인
아릿한애환을삭여하얗게웃고있다,
노을이바싹다가오는이승의현관에서
「억새의무언극」일부

이작품은모두3수로된연시조중둘째수이다.이부분만그대로단시조로발표해도전혀부족하지않을것같다.
가을도저물고초겨울쯤되나보다.추수로모든것이사라진텅빈들녘에서억새홀로아릿한애환의생애를삭이며백발노인처럼웃고있다.
하얗게말라버린억새와온기가사라져가는노년의화자사이의동질감을잘어울리게표현하고있다.그러나어찌온기가사라지는것만으로끝이랴.
셋째수는많은슬픔을견뎌낸뒤,이제어린날의추억마저뒤로하고다른세상으로의회귀를무언으로수용하는넉넉함을보여준다.화자의인간적그릇의크기를느끼게해준다,

내유년의허물들이세월에풍화되어
돋보기로찾아봐도흔적조차없구나,
진무루*옛성곽터는성장盛裝하고반기는데

어딘가묻어있을
지문도종적없고

기억은바람처럼
자취를감춰버려

눈에든
온갖풍물이
이국인양생경하다

세월에앞장서온내안의겨울철은
내삶을시베리아로끊임없이내몰고
추억은블랙홀속에소리없이지는구나
「기억의흔적」

진무루옛성터를찾아기억을더듬는다.화자가살아온그싱싱하던순간들,그진실과간절함은어디로간것일까?성곽은더욱새롭게그자리에서반기고있는데,그따스했던소망과꿈은어디로갔나,그냥흔적없이,종적없이블랙홀로사라지고마는것인가?허무하고허망하다
기억을더듬는시인의마음은춥기만하다.그러나언제나그렇듯이추운것이인생이다.언젠가새물결이밀려올것이다.

(작은것,약한것)

고향을묻어두고신천지가그리워서
부초처럼정처없이물길따라떠돌더니
아련히
향수에젖어
넋을잃고있구나

물살이달려와서수시로들때려도
인내가살길인양항변한번못하고
울화를
홀로삭이더니
속살까지까맣네

이제는널입양할살뜰한주인만나
사랑채서가에서귀자貴子처럼자리잡고
오가는
눈길을유혹
네매력을뽐내라
「몽돌」

작고귀여운몽돌의존재방식에감정을이입해서아우처럼,조카처럼그들의아픔과설움을이해하고공감한다.그리고앞날을축복한다.그작고약한것이고통과괴로움으로말미암아속살이까맣게타도록꿋꿋이인내하되불평한마디없다.화자는그모습에감동하며무한한동정의눈길을보내고있다.

산기슭나무위에
집지은까치가족

이따금들려오는
벌목소식걱정이다

또다시
시간을으깨
엮으란다,새꿈을
「판자촌의비애」

시인은또한칠전팔기七顚八起하는까치들의삶의자세가놀랍고감동스럽다.자기능력밖의힘에의해깨어질수밖에없는현실에서다시,또다시‘시간을으깨’가며그들의판잣집을엮어낸다.행복에의소망을위한절대멈추지않는생명의몸짓을보며,시인은못내안타까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