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문혜영 시집)

숨결 (문혜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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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독한 운명이/ 지독한 사랑을 낳는다

마라토너처럼/ 혼자 달리는 길
뜨겁게 안아 주고/ 묵묵히 믿어주기로/ 내가 나를 응원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까?/ 그만 달리고픈/ 유혹도 끈질기다.
그래서 더 내려놓을 수 없는/ 지독한 사랑, 목이 탄다
〈지독한 사랑〉 전문

그의 정신력의 백미는 지독한 사랑이다. 생명에 대한 무한대의 책임감, 혼자 달리는 마라토너에게 보내는 뜨거운 격려, 자칫 허물어지려는 자신을 믿어주는 마음, 달리 말하면 자기애自己愛. 이십 년이면 지쳐서 그만 달리고픈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내려놓을 수 없는 지독한 사랑. 목이 타도록 품고 있어야 할 사랑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에 대한 최선의 노력, 그 힘이 작가를 오래도록 지탱해 온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우린 모두 생의 무대에서 혼자 달리는 마라토너들이다. 1등도 멋지지만, 끝까지 숨결을 가다듬으며 완주하는 이에게 더 크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김태균 시인의 해설 중에서 -
저자

문혜영

시인,수필가,제7차개정판국정교과서수록작가
시집『겁없이찬란했던날들』,『숨결』
수필집『시간을건너오는기억』외다수,
현대수필가100인선집『바닥의시간』
한국현대100년100인선집『서툴러야인생이다』
조경희수필문학상,현대수필문학상,정경문학상,한국산문문학상등수상
원주수필회장,원주문화재단이사
/네이버블로그:문혜영의서재

목차

1부
타전打電
꽃숨
마법같은내인생
그럴수만있다면
웃음이나네,그냥
비가바람을만나
여기가어디쯤일까?
생은,
겨울비
그리움이
유랑
꽃이진다네
한벌옷
나대지마
순둥순둥
붙들것이남았을까
울렁증
속도와방향감각
기억의발효

2부
내가사는강
바보사랑
2월의폭설
숨터
벌목
Live
어디에계신거죠?
가지치기
아픔조차선물이라일러도
마에스트라
이또한지나가겠지
벽화
균형잡기
희열
적막
충분하다
환幻이어도좋았다
산모롱이돌아가는
모순
마른오징어

3부
지독한사랑
눈물이숨어버렸다
쉬었다가기
걱정주머니
멍때리기
잠에빠져
아무것도안하기
어지럼증
기권해버릴까
그랬더라면
채혈
꿈에서도
환생
행복했으면
보호자솔루션
환자솔루션
맞짱
새신발
암,오기
나는암보다강하다
이러지마

4부
참다행이다
헤픈고백
흘리지말아야지
모든어미는
먼길가려면
세남자
반세기
옆지기
카드놀이
스쳐간생각
연줄
어떻게놓고가지
온기가득한
그렁그렁
​두마리슬픈짐승이
튀밥
어둠내리면
꿈속에서
거울을보다가
미안해

5부
눈이없나봐
마음이몸에게
아무도가두지않는다
걸음마
곰의시간
그말도맞다
그게뭐라고
외롭나보다
너없는봄날
꿈속이겠지
두단어
죽음이벽인가,문인가
말의온도
​모범생
문득
미망未忘
삶은거품이아니라고
서툰사공
그너머
스위치오프
시한부
해설날갯짓을멈추면추락한다,마법이된생명력__143

출판사 서평

■해설

날갯짓을멈추면추락한다,마법이된생명력-문혜영시집 『숨결』 -


김태균(시인)


문혜영시인의숨결을따라들어가며,

평온을유지하는비법,여유
​문혜영작가의시집『숨결』은,그가세번째암투병을겪으며탈고한원고다.고통의시간을발효시켜얻은그의숨결은담담하고여유로워서‘경이로움’그자체다.
평소에마주친작가의인상은늘평온을유지하며해맑은웃음을보여서전혀고통에시달리며살지않은사람처럼느껴진다.그가걸어온삶의내력,특히투병의역사를알고나면,그런고요함을어떻게유지할수있는지그의내면세계가자못궁금해진다.

생명을통째로삼켜버릴듯한​
맹수의숨결,
그덫에서벗어나지못한채
수년째마주하고있다.
그두려움으로때론단단한얼음이되고
그고통으로때론하얗게재가되지만
그무지함앞에선늘헐벗은알몸이된다.
-시인의말,부분-

시인의말에서언급한대로분명고통의시간을통과하며써냈으련만,그의언어는따뜻한긍정의에너지로가득차있다.맹수의숨결로타격받은신음과불편을느끼게하는어두움조차다걸러내어여과된언어들로직조된결이고운비단같다.그의시에는아픔을포근히감싸는배려와성찰,온화함이느껴진다.이러한여유는아픔조차품을수있는작가의성정에서나오는것같다.

이무더위에에어컨고장이다
배관이다삭았다더니
일주일만기다리란다

여기저기고장난내몸은
기약없는수리공사중
완공일은신만이아시겠지

그런데숨쉬는리듬따라
헤실헤실웃음이난다,그냥
이런내가난너무좋다
〈웃음이나네,그냥〉전문

단단함과유연함
4기암진단을받고정신적으로나육체적으로나절망과고통에시달렸을텐데,매순간을감사함으로받아들이며아기처럼순수하게웃을수있는자신을사랑한다고표현하는것은,달관의경지에이른사람만이할수있는말이다.

비가바람을만나니
자작나무가춤춘다.
여린허리낭창낭창
감출줄모른다,아직어려서

세월을좀더살아
허리굵어진소나무는
까딱도하지않는데
이끼끼도록산나는
흠뻑젖어
자작나무랑마냥즐겁다
〈비가바람을만나〉전문

세월을거쳐허리가굵어진소나무는웬만한비바람에도굴하지않는다.반면,작가는이끼가끼도록살았음에도불구하고,타고난성품인지혹은사유를통해얻은해탈인지,유연하게흔들리며비바람을즐기는모습이다.그의얼굴에서사라지지않는해맑은미소는이러한유연성에서기인하는것으로보인다.어린자작나무처럼허리를낭창거리며힘든비바람의세월을넘어서는것처럼보인다.그럼에도그의내면깊숙한곳에는세월의굵은나이테가씨앗으로자리잡아유연함속에단단함이시마다깊이느껴진다.

두려움이두려움을달래다
4기입니다,선언에
안개저편으로밀어낸
절망이
해일로덮쳐왔다

이번협곡은얼마나험난할지
모든걸기억하는몸이
혈압맥박널뛰기시키며
비상사태를알린다.

나대지마
괜찮아
마음이몸을어른다.
두려움이두려움을애써달랜다.
〈나대지마〉전문

한번도겪기어려운데세번째암진단을십년만에또받았다면,누구라도평정을잃기십상이다.몸은다기억하고있으니그두려움이온몸에비상사태를알린다.그런순간에마음이몸을어르는상황을두려움이두려움을달랜다고표현한다.투병은포탄이터지는또다른전쟁터다.생사의경계에서두려움에떠는병사들의목숨은하나로연결되어있다.우리몸과마음을세상이라는전쟁터에서함께살아내야할동지로인식하는작가.그래서시전편에흐르는메시지는사실마음이몸에게,또한몸이마음에게전하는위로이며감사의말이기도하다.

응시,근원에대한물음
내려놓음의끝을보고있다
붙들것이남았을때
주먹도쥐는거니까
나,
아직붙들것이남았을까?
〈붙들것이남았을까〉부분

항암주사의부작용으로탈모증상을겪으면서내려놓음의깊이를실감하기는쉽지않다.탈모를단순한증상으로보지않고,존재의근원을바라보며질문을던진다.생명으로태어나는순간,아기들은주먹을불끈쥔다.어린생명도탄생과동시본성으로알고있댜생명으로존재한다는의미는이제쥐어야할게많다는것을누가일러주지않아도저절로안다.반면에쥐어야할것이남아있지않음을알고힘을푸는것이영면에드는순서이다.
작가의“나,아직붙들것이남았을까?"무심한듯반문하는시어가기막히다.생사의본질을그한마디로꿰뚫고있다.극도로냉정하게툭,던지는시어가저리도록아프게느껴짐도그것이본질이기때문이다.

모든생명과의교감
산새들이잘살아냈다고
온산울리게인사를건네면
그래,나도잘살아냈다화답하려는데
눈물이먼저마중을나온다.
〈희열〉부분

곁에있는의료인들조차쉽지않게여길정도로힘든시간을살아내고있으니,또한번의봄을알리는건너편산의멧비둘기,뻐꾸기울음소리가무심하게들릴리없다.하루하루가기적이며선물인삶.하루를천년처럼산다는작가의시간속으로어느새빠져들게된다.

독무獨舞,자존감으로이끌어가는삶
뼈없어도굽히진않았다​
〈마른오징어〉부분

한평생독무獨舞에익숙했다.
군무群舞에선걸핏하면엇박자가났다.
나홀로흠뻑취해서
멀미가나도록추는춤
〈환幻이어도좋았다〉부분

산소와플랑크톤만있으면
숨을이어갈수있으니까
느릿느릿헤엄치며​
혼자놀기알맞은강,
〈내가사는강〉부분

작가의삶이잘그려지는부분이다.혼자넉넉하게삶을즐길줄아는사람이잘살아가는거라고한다.자존감으로혼자의시간을아쉬움없이채울줄아는작가.외롭지만,어디에도굽히지않고느릿느릿헤엄치며작가나름의삶을추구하며살았음이짐작된다.작가의시간은예전에도지금도그렇게흐를것이다.그속에서문학이숨결을보듬어주고길을열어주니,그힘든투병에도이력이생기는게아닐까?

시는어둠을밀어내는날숨
그에게문학,특히시는,

어둠을밀어내는/유일한내날숨/내꽃숨
〈꽃숨〉부분

또한시집을내는것은절망적인어둠속에서반딧불이로환생하는일이다.

봄날엔반딧불이로살까/어두워질수록더반짝이는,
시집한권엮으면/시와시사이로반딧불이/
요정처럼날아다닐테니
〈환생〉부분

마법이된삶,날갯짓을멈추면추락한다는것을아는작가
작가는자신에게주어진시간을마법에걸린시간으로환치換置한다.

내인생에마법이걸렸다.

몸으로겪는게진짜공부라며
협곡이연이어찾아왔다

자나깨나꿈길을헤맨다.
몽롱하게

분명길이었을텐데
어디까지왔는지
여기가어딘지
어떻게지나왔는지
텅비어있다
새가날아간허공마냥
〈마법같은내인생〉부분

부실하게태어나잔병치레가많았던지나온날을생각하며자신이돌아봐도암을세번씩견디며살아내는일은마법이아니면답을찾을수가없다고여겨지나보다.그러나그는알고있다.마법을건것은다른어떤존재가아닌작가자신임을.

앞으로얼마를더가야할지
가늠할수없지만
수천킬로라해도
날갯짓을할것이다
〈마법에걸린내인생〉부분

작가의투철한생명력이바로마법이다.새가날아간허공마냥,고통의시간을비워내고다시생명의지표따라수천킬로라해도날갯짓을할것임을그는알고있다.철새가계절의변화에따라먼길을날듯,작가역시지금까지살아온방식대로앞으로도힘든여정이될것임을알면서도멈추지않을것임을그자신이가장잘안다.

작가의날갯짓은매순간,최선을다해살아가는것이다.날갯짓을멈추면즉시추락하는새와같이,그의시간은계속해서날갯짓을하는시간으로연결된다.비록투병중이라할지라도,멈출핑계를찾기보다는매순간을마지막순간처럼최선을다해날갯짓하는것,바로그가마법을가능하게하는이유다.

강의실에들어가면
마지막무대에선
노배우가되어
영혼을활활태운다
〈생은,〉부분

그는마치마지막무대에선노배우처럼,매번영혼을태우며강의한다.그의아낌없는강의에수강생들이호응하는것은당연한일이다.작가의매순간최선을다하는삶의태도는깨어있을때나꿈속에서나변함없다.

최선을다하는거
그거밖에모른다,꿈에서도
〈꿈에서도〉부분

오늘신경외과진료첫날
어떤길이기다리고있을지

오케이,
난준비되었다
〈새신발〉부분

뇌MRI검사결과뇌하수체아래또뭔가가있다는통보를받고도작가는쉽게무너지지않는다.신경외과첫진료를앞두고,그는새신발을준비한다.앞으로의여정이좀가벼워지려나마음을가다듬으며.“오케이,난준비되었다”스스로다짐한다.어떤시간앞에서도당당해지려는불굴의정신력이다.

지독한사랑,자기애自己愛
지독한운명이
지독한사랑을낳는다

마라토너처럼
혼자달리는길

뜨겁게안아주고
묵묵히믿어주기로
내가나를응원했다

이제반환점을돌았을까?
그만달리고픈
유혹도끈질기다.
그래서더내려놓을수없는
지독한사랑,목이탄다
〈지독한사랑〉전문

그의정신력의백미는지독한사랑이다.생명에대한무한대의책임감,혼자달리는마라토너에게보내는뜨거운격려,자칫허물어지려는자신을믿어주는마음,달리말하면자기애自己愛.이십년이면지쳐서그만달리고픈유혹이커질수밖에없다.그래서더욱내려놓을수없는지독한사랑.목이타도록품고있어야할사랑이다.
마지막순간까지생명에대한최선의노력,그힘이작가를오래도록지탱해온동력이되었을것이다.우린모두생의무대에서혼자달리는마라토너들이다.1등도멋지지만,끝까지숨결을가다듬으며완주하는이에게더크게박수를보내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


문혜영시집,『숨결』의해설을마무리하며,

감명깊은시들을모두나열하지못하고,부득이하게해설을마칠수밖에없는것이아쉽다.간결함으로함축된시에너무많은말로답하는것에대해다소미안함을느낀다.그만큼공감하며작가의숨결을느낀시가많아거론하지못함이서운할지경이다.
오십후반에시작된암과의인연을이십년째이어오면서,마치오랜친구와의인연처럼암을다독여온사람,어떻게그럴수있는지경이로울뿐이다.작가의웃음은어디에서왔는지,어떻게자신을다스리면그런평온함이배어나올수있는지,시냇물소리처럼풀어낸시집이『숨결』이다.그야말로작가의숨결로빚은언어들이한권의시집속에서반딧불이로빛을발하고있다.
지독하리만큼아픈운명의시간을여과시키며풀어낸시구들이역설적으로아름답기까지하니놀라움을금치못한다.사람과글과너무나닮았다.
그러면,문혜영을꼭한마디로표현하라면,글과사람이일치하는작가,또한마디를덧붙여말하라면,초긍정인사람,또한마디를허용해준다면,품은사랑이늘청청하다는것.
​생명에대한경외심,알지못하는사후에대한두려움을아주조심스럽게전하는시구들.그런중에도사랑하는존재들에대한마음비우기,내려놓기가더뭉클하게목젖을건드리는이유는작가가품은사랑이유난히깊고크기때문이다.그사랑이아주간결하고담백한언어로속삭이듯들려온다.
​문혜영작가의시어들은순수한날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