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그림을 그리며 (권택범 시조집)

솔 그림을 그리며 (권택범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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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권택범 시인의 첫 시조집 『솔 그림을 그리며』는 제목처럼 한 그루의 소나무를 오래 바라보며 그 결을 따라 그린 ‘삶의 스케치’에 가깝다. 시조의 단정한 틀 안에서 말은 과장되지 않고, 장면은 작지만 또렷하다. ‘시인의 말’에서 저자는 뒤늦게 시조를 만나 습작의 시간을 버텼다고 고백하는데, 그 태도가 시조집 전편의 톤을 결정한다.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다듬는 느린 성실함이 시의 바탕이 된다.
이 시조집의 매력은 ‘큰 말’보다 ‘자세한 관찰’에 있다. ‘산나물’, ‘감자’, ‘알밤’처럼 구체적인 사물과 식물의 이름들이 자주 등장해 계절과 생활의 촉감을 살려 주고, ‘삼일절’, ‘현충일’ 같은 제목은 개인 서정이 공동의 기억과 맞닿는 순간을 예고한다. 여행지의 풍경도 기념사진처럼 소비되지 않고, 길 위에서 얻은 생각이 한 번 꺾여 들어와 시조의 여백에 머문다. 그래서 읽는 이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된다.
이석규 박사는 평설에서 권택범 시인 시조의 진정성과 성실함, 그리고 끊임없는 관찰을 강조한다. 실제로 『솔 그림을 그리며』를 읽고 나면, 시조가 ‘기교’ 이전에 ‘태도’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한 줄 한 줄을 쌓아 올리는 마음이 페이지마다 배어 있다. 화려함보다 맑은 문장, 멀리 내달리기보다 하루를 견디는 사람의 시조를 찾는 독자라면 이 책이 오래 곁에 남을 것이다. 다 읽고 나면, 소나무 한 그루의 그림자가 마음속에 길게 남는다.
저자

권택범

《시조사랑》 등단(2020)
한국시조협회 이사
시조집 『솔 그림을 그리며』
백두대간 종주

목차

■시인의 말

1부 고향
고향의 봄
산나물
고향
고향집
이사 가는 길
여우 이야기
연원 풍경
이승의 끝날
사모곡
치매 졸업
찔레꽃
꽃 나그네
윤사월
하지
감자
망초꽃
달 이야기
모임
어머니

2부 민들레
민들레 홀씨
흰 목련
풍경
개나리
광교 호수
갈대 물림
이팝나무꽃을 보며
귀한 손님
산수유
능소화
안 봐도 비디오
매미
늦더위
철부지
가을 그림
동화 마을
까치밥
남대리 새벽
흰 눈이
습설이
다음 장면
양수리에서
이별
귀한 택배

3부 권금성
권금성
무릉 계곡
추암 공원
가을 나들이
소금산 추경
족욕(문경)
일터
치과
늙은 면접
동병상련同病相憐
올해도
울렁증
고인의 톡
연말에
빈 망태
한 해를 보내면서
돌림판
고시촌 공원
삼일절
현충일
산책 모임
알밤
새해 조찬
솔 그림을 그리며
한라산 백록담

4부 백두대간
대간 길
지리 덕유산 권역
덕유산을 향하여
비에 젖어
삼도봉
속리 소백산권
봄날에
굽이치는 산길
새재 일출
소백산권
도솔봉
소백산
백두대간 종주
관동별곡
기생 나무
삽당령
초록 목장
설악산권
마등령-미시령-진부령
구룡령

5부 안동 권문
안동 권문
덕의 향기
송고공
사정공 사상
귀봉공
운곡서원
향사
가을 서원
연원 모임
연원의 여름
기로연
용추기운
산불을 보며
시연공 업적

■평설: 서정의 눈으로 그린 삶의 풍경__이석규

출판사 서평

『솔 그림을 그리며』- 정형의 틀 안에 새긴 한 생의 떨림
권택범 시조집 북리뷰

권택범의 첫 시조집 『솔 그림을 그리며』는 제목처럼 한 그루의 소나무를 오래 바라보며 그 결을 따라 그린 ‘삶의 스케치’에 가깝다. 시조의 단정한 틀 안에서 말은 과장되지 않고, 장면은 작지만 또렷하다. ‘시인의 말’에서 저자는 뒤늦게 시조를 만나 습작의 시간을 버텼다고 고백하는데, 그 태도가 책 전편의 톤을 결정한다.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다듬는 느린 성실함이 시의 바탕이 된다.
구성 또한 흐름이 분명하다. 1부 ‘고향’은 유년과 가족의 기억을 불러내며 정서의 근원을 다지고, 2부 ‘민들레’에서는 ‘민들레 홀씨’처럼 일상의 순간들이 바람결에 흩어졌다 모인다. 3부 ‘권금성’은 ‘무릉 계곡’, ‘추암 공원’ 같은 풍경의 좌표들을 따라 걸으며 마음의 높낮이를 조율하고, 4부 ‘백두대간’은 ‘대간 길’, ‘새재 일출’ 등 산길의 체험을 시조의 호흡으로 옮겨 놓는다. 제목 작품 ‘솔 그림을 그리며’가 놓인 지점도 의미심장하다. 한 해의 시간, 산책과 여행의 기억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나의 한 그루’를 다시 그려 보겠다는 다짐처럼 읽힌다. 마지막 5부 ‘안동 권문’에 이르면 개인의 시간은 가문의 기록과 예(禮)의 공간(‘운곡서원’, ‘향사’)으로 확장되며, 뿌리 의식이 오늘의 삶과 만나는 지점을 보여 준다.
이 시조집의 매력은 ‘큰 말’보다 ‘자세한 관찰’에 있다. ‘산나물’, ‘감자’, ‘알밤’처럼 구체적인 사물과 식물의 이름들이 자주 등장해 계절과 생활의 촉감을 살려 주고, ‘삼일절’, ‘현충일’ 같은 제목은 개인 서정이 공동의 기억과 맞닿는 순간을 예고한다. 여행지의 풍경도 기념사진처럼 소비되지 않고, 길 위에서 얻은 생각이 한 번 꺾여 들어와 시조의 여백에 머문다. 그래서 읽는 이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된다.
권말 평설에서 이석규 박사는 권택범 시조의 진정성과 성실함, 그리고 끊임없는 관찰을 강조한다. 실제로 『솔 그림을 그리며』를 읽고 나면, 시조가 ‘기교’ 이전에 ‘태도’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한 줄 한 줄을 쌓아 올리는 마음이 페이지마다 배어 있다. 표지의 소개 글이 말하듯 깊은 사색과 묵상으로 ‘따뜻하고 평안한 사회’에 보탬이 되려는 의지도 작품 곳곳에서 감지된다. 화려함보다 맑은 문장, 멀리 내달리기보다 하루를 견디는 사람의 시조를 찾는 독자라면 이 책이 오래 곁에 남을 것이다. 다 읽고 나면, 소나무 한 그루의 그림자가 마음속에 길게 남는다.


서정의 눈으로 그린 삶의 풍경
- 권택범 시조의 진정성과 사유


이석규
(사)한국시조협회 명예이사장, 가천대 명예교수

1. 들어가며

권택범 시인은 맑고 깨끗한 분이다.
무엇을 바라보든 눈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를 본다. 순수하고 정직한 거다. 게다가 섬세하고 예리하다. 더 넓게, 더 깊게 접근하기 위한 관찰과 통찰을 쉬지 않는다. 그것은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이루고자 하는 끊임없는 자기 연단일 것이다.
그는 매우 부지런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보이는 모든 일을 처리한다. 더욱이 남이 보지 못하는 일도 찾아서 해결해 낸다. 내 일 남의 일이 따로 없다. 특히 공적 일에서는 정확한 상황판단으로 필요를 담박 알아차리고 아주 엽렵하게 정리하고 도우며 해결한다. 놀라운 것은 남들에게는 힘든 일이 그의 손안에서는 쉬운 일이 된다. 아예 그 일이 어려운 일일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 같다.
그는 또한 여러 가지 분야에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원예와 식물 분야에 조예가 깊다. 산과 들에 있는 수많은 꽃이나 풀 그리고 나무에 대하여 그 특성은 물론 효용성까지 넓고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일상생활에 잘 활용할 줄 안다.
그가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 못지않게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린다. 그가 다니는 ‘더 사랑의 교회’에서 크고 작은 광고나 게시물을 그리는 일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성실한 크리스천이다. 장로나 무슨 직분을 맡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봉사와 무엇보다도 믿음의 주체이신 예수 앞에 항상 경건하며 성실을 다하고자 한다. 일상생활에서 선함과 겸손과 봉사를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람이다, 당연히 인간관계에서도 부드럽고 긍정적이다. 언제나 일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힘쓰고자 한다.
언어적 감각도 아주 좋아서 뒤늦게 시조를 배우더니 금방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아직 직장 일 등으로 매우 바쁘게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시조집을 내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충심으로 축하드린다.
예술가로서, 시인으로서 큰 경지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질이나 수련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언어운용 예술성 기타 분야를 치밀하게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늘 사색하고, 묵상하며 내적 발전을 위하여 성찰하는 그의 일상을 볼 때, 시인으로서 깨달음이나 기량면에서 상당한 경지에 이르게 될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

2. 고향

지난 100여 년의 세월은 워낙 급변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나이가 든 분들은 너무나도 달라진 현실 속에서, 대부분이 힘들었지만 자유롭고 따뜻했던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을 그리움 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권택범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⑴ 어리던 날

초록빛 떡갈 신갈 푸나무 한 짐 지고
무논에 흩뿌려서 첨벙첨벙 밟아대곤
갈색 물 우러날 때면
풍년 꿈에 젖었지

비탈진 언덕배기 보리 이랑 반짝이고
두메 골 다락무논 정겨운 소몰이 가락
골 가득 메아리 소리
봄 여무는 한나절
-「고향의 봄」

옛날 어린 시절 봄 한 철 농사짓던 산골 마을의 정경과 그 속에서 성실하게 농사짓던 정직한 농부들의 동적인 일과가 그림 같이 묘사되어 있다. 소박하지만 인심 좋던 농경 시절에 대한 추억이 저절로 고개를 든다.

산나물 뜯으려고 산등성 돌고 돌아
향기가 흐르도록 머리에 이고 지고
오일장 정겨운 흥정
간고등어 몇 마리
-「산나물」

그 시절은 가난했다. 농사짓는 나머지 시간에 주로 아낙들은 산나물을 뜯어온다. 집에서 먹기도 하지만 장이 설 때는 장마당에 내다 팔기도 한다. 산나물을 뜯어 팔고 그 돈으로 식구들 특히 아이들이 아주 어쩌다 맛볼 수 있는 간고등어 몇 마리를 사 들고 으쓱하는 마음으로 돌아오기까지 하루의 삶의 모습을 단시조 한 수에 간결하게 담고 있다. 쉽지 않지만 부지런한 일상과 가족, 자녀들에 대한 소박한 애정이 스며 있다.

겨울밤 문설주에 달그락 나무 문패
잠 못 드는 새벽녘에 문풍지 바람 소리
더더욱 소름이 돋네
앞산 골 여우 울음

그런 날 아침이면 어느 지붕에 망자의 옷
그놈이 어찌 알고 이른 문상 했었을까
생과 사 미리 아나 봐
묘지라도 파려나
-「여우 이야기」

문명의 이기가 사회를 지배하기 이전의 농촌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그런 예의 대표적인 ‘도깨비’라는 어휘는, 신비롭지만 속담에만 살아 있다. 여우, 호랑이, 귀신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아날로그 이전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종종 두려움에 빠뜨리곤 했다. 그리하여 권선징악(勸善懲惡)을 강조하는 교육 수단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옛사람들의 때로는 어리석다고 느낄 만큼 순진한 모습과 함께, 두려운 일을 두려움으로 여기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⑵ 어머니

등에는 아이 업고 머리엔 한 짐 이고
고갯길 땀 흘리며 이사하는 어린 새댁
길옆에 단풍잎 하나
원 그리며 떨어진다

상수리 큰 나무숲 완만한 마루턱에
누른빛 개를 닮은 산짐승과 마주칠 때
큰애는 돌 주워들고
엄마 앞에 나선다

한 많은 이삿길은 무섭고 어려웠지
새 삶터 찾아가는 진땀 나는 설운 그날
엄마는 용감한 여자
철부지들 울타리
-「이사 가는 길」

아빠는 부재다. 아기와 사내아이 하나, 어른이라곤 엄마 혼자서 인적 없는 숲속 길 지나 업고이고 이사하던, 화자의 어느 어린 날의 회상이다. 외롭고 무서운 상황과 미래가 불안한 한 가족의 서러운 이야기다.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자식들을 보호하는 엄마에 대한 신뢰와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도우려고 용기를 내던 한 아이의 진정이 잘 나타나 있다. 어린 날, 아빠 없는 한 가족의 이사하던 한 장면이 꿈결처럼 안쓰럽다.

연한 순 앞세우고 하얀 얼굴 수줍어라
들과 산 척박한 땅 넝쿨 지어 품어 안고
낮달도 쉬었다 가는
하얀 내음 엄마 꽃
-「찔레꽃」

희고 소박한 그러나 넝쿨로 척박한 땅을 품어 안고 있는 마음씨 착한 찔레나무와 꽃 이야기다. 맑은 향기가 은은해서 낮달이 쉬었다 갈 만큼 예쁘고 예쁜 찔레꽃, 시인은 소박한 찔레꽃에서 친근하고 다정한 엄마를 느낀다. 그렇게 포근하다.

섣달의 엄마기일 서럽고 짧은 일생
오십 년 배고픈 삶 떠나신 지 사십여 년
이 밤도 별빛 되어서
먼 길 달려 오소서

칠 형제 키우시다 신당골에 누우셨네
가신 자 언제였소 노인이 된 우리 형제
추억은 소쿠리 보리밥
먹기 바쁜 철부지들

달 뜨는 밤이거든 산 노루 벗하시어
싸리꽃 향기 따라 이승을 거니시다
소쩍새 슬피 울어도
못 들은 척하세요
-「사모곡」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닌가. 어머니가 세상을 등지신 지 40여 년이 지난 기일을 맞아, 어머니를 추모한다.
물려받은 가난 속에서, 어머니 홀로 7형제를 키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소쿠리에 보리밥을 담아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을 일곱 형제들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