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생맥주 :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

기차와 생맥주 :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

$15.00
Description
일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을 하며 먹고사는
소설가 최민석, 여행 잡지를 창간하다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데뷔,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최민석이 여행 잡지를 창간했다. 제호는 《기차와 생맥주》.

대문호들은 하나같이 날씬했다는 사실에 자극받아 글쓰기보다 다이어트를 먼저 했고, 망원동 집필실로 주5일 출퇴근하는 전업 소설가인 저자는 집필실과 정반대에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부터 구라의 본고장 구라파(유럽), 거대한 대륙 미국 등으로 수도 없이 여행을 떠났다. 문학적 성취를 위해 사비를 탈탈 털어 떠난 여행부터, 외부 기고를 조건으로 떠난 호화로운 특급호텔 여행까지! 여행의 이유는 목적지, 횟수만큼이나 다양했다.

《기차와 생맥주》 ‘창간호’를 펼치면 수많은 에피소드가 세계지도를 정신없이 활강한다. 한라산 등반에서 인간의 의지 대신 우동과 막걸리로 식욕을 실현한 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초등학생들과 놀다 고소공포증을 얻은 사연, 아이리쉬 펍에서 공연을 즐기다 창작의 쓰린 실패를 떠올렸던 일, 미국 사막 한가운데서 자신의 ‘남성적 상징’이 없어지길 기원했던 순간, 그저 한우가 먹고 싶어 KTX를 타고 간 경주와 사랑에 빠진 이유, 문학보다 외국어 공부가 더 쉽다는 얄미운 자랑까지, 온갖 기상천외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쯤 되면 여행 잡지가 아니라, 망원동 집필실 책상 앞에서 온갖 상상을 동원해 쓴 한 권의 소설집을 본 기분이 들다가도, 여행지 곳곳의 생생한 묘사와 관찰은 독자를 다시 세계지도 위로 던진다. 전업 소설가로서 성실히 쓰고 모아온 여행 관련 에세이와 기고문 중 ‘극사실주의 구라’가 농축된 글만이 《기차와 생맥주》 ‘창간호’에 모두 담겼다(다만, 2호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저자

최민석

소설가.때로는에세이스트,방송인,뮤지션,그리고여행자.2010년단편소설「시티투어버스를탈취하라」로창비신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장편소설『능력자』,『풍의역사』,『쿨한여자』,소설집『시티투어버스를탈취하라』,『미시시피모기떼의역습』,에세이『베를린일기』,『꽈배기의멋』,『피츠제럴드』등을썼다.이중『베를린일기』는90일간의베를린체류기이며,『피츠...

목차

미국기차여행/항공이동의고충/작가가살기좋은도시1/겨울산행/프랑크푸르트행열차의저주/‘싸와디캅’과웃음전도사협회/싱가포르와고소공포증/하와이의매력/우리는왜지겨워진일을반복할까/아이리쉬펍과소설/작가가살기좋은도시2/그레이하운드와할리맨/타인의취향/이탈리아인의박수/허머딜레마/미국여행을할때빠트리면섭섭한것/조식에대하여1/조식에대하여2/글쟁이의여행딜레마/멕시코의3요소/프랑스에대한이율배반적감정/KTX타고한끼/부에노스아이레스의시간/외국어를공부하는이유1/외국어를공부하는이유2/“노프라블럼!”/인풋과아웃풋/왜공항생맥주가맛있을까?

사건명‘보고타아침이슬’/사건명‘트럼프호텔’/사건명‘나폴리렌터카’/사건명‘사랑의헌터’

출판사 서평

여행의잔기술로쌓아올린
전업소설가의맵싸한문학적성취

우리에게최민석문학의특징은‘반전’과‘반복’그리고‘변화’다.한방향으로용의주도하게글을몰아가다엉뚱한결론이빠르고단호하게내려진다.이반전은독자의예상과정확히엇박으로반복된다.주제의경계없이독자가배를(충남)부여잡고웃는,부여에가서읽으면더재미있는글을써낸다.

그의여행기역시다르지않다.다만그의여행기를모아보면각여행기가씨줄과날줄로이어지며하나의소설집이된다.비슷한상황이어떤에피소드에서는비장한느와르가되는가하면,허탈한웃음으로기대를박살낸다.멕시코타코에바르는소스종류만큼이나각자의에피소드가다양한맛을뿜어낸다.
“거기에산이있으니까”라는격언으로시작된한라산등반의목적은폭설,우동과막걸리앞에서속절없이묻힌다.백록담은보지못했어도산행의이유는알아낸다.맥주기행중최고의스폿이었던아이리쉬펍공연도중,저자는가장땀흘려써서가장빠르게실패한소설을떠올린다.하지만공연이끝남과동시에실패의번민도미련없이끝낸다.숀코네리를그리며미국사막한가운데를질주하다애매한자동차좌석에앉은탓으로자신의‘남성적상징’이없어지길기원하면서,무릇삶의재미는결과가아닌과정에있었음을깨닫는다.

그리고‘픽세이(픽션+에세이)’라는전무후무한장르를만들어낸기고문은‘사건명’시리즈로묶었다.여행에피소드에소설적상상력을가미했다고하는데그사건들은상상이상으로비범하다.문학적고뇌와생산을위해떠난콜롬비아에서맥주를사려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민’이되고,이탈리아여행에서는이름을밝힐수없는국내로커와함께마피아의추격을받는다.멕시코시티에서는누구도막을수없는생리현상과미국대통령으로인해국제적굴욕을겪기도한다.

여행기의전형적특징인그림같은광경묘사,아름다운헌사와시적찬양은이책에없다.다만저자는우리가눈을팔기좋은광경때문에놓치는장면들,카메라렌즈바깥에있는날것의문화와생활을글로찍어낸다.용감한도전정신과문학적상상력으로인해저질렀던‘하지말아야할일,만나지말아야할상황’에대한진지한조언은덤이다.어떻게보면가장극사실주의문학에가깝다.


여행이란더깊이있는글을위한예행연습,
더욱극적인다음여행을위한여행연습이다

전업소설가로살아간다는것은,정기적으로창조를‘생산’해야한다는의미다.하지만창조는공산품마냥규칙적으로만들어지지도않는다.전업소설가인저자는최대한의창조를위해주5일제로정기적생산시간을지킨다.그사이사이엔맥주와넘치는사랑에빠졌고,음악과산책을즐겼다.하지만그에게가장무기는여행이다.소설과여행은새로운가상의공간에던져져새로운이야기를풀어나가는것이닮았기에.

일명‘구라문학’의창시자인저자는성실한이야기꾼으로근면히살아가기위해‘여행지창간호’라는약속을내걸었다.다만‘2호’가나올확률은아무도모른다.다만당신이유용한여행정보,숨은맛집소개,아름다운헌사와풍경사진보다여행의바깥에서숨쉬는인물들의모습을보고싶다면?쓴웃음,너털웃음,코웃음,비웃음등국어사전속모든웃음을경험할수있는‘극사실주의’여행문학에매력을느낀다면?2호의가능성은그만큼높아질것이다.



<책속에서>
책속에서

왜러시아에서도스토옙스키와톨스토이,그리고체호프같은대문호가많이탄생했을까.왜겨울이우울한독일에서니체,쇼펜하우어,괴테같은문필가가탄생했을까.이런말은좀미안하지만,겨울에할일이없기때문이다.겨울에백곰과춤출생각이아니라면,러시아의한겨울을나는사람은택해야한다.보드카를마시며인생을한탄하거나,글을쓸것을.서너시면해가퇴근하는독일에서겨울을나는사람이라면택해야한다.추운겨울에도맥주를마시며더추워지거나,글을쓸것을.
-“작가가살기좋은도시2”

여행지에서낯선길을걷다가,이름모를행상이파는,맛을가늠할수없는음식을발견했을때,우리신체의무게에서2%밖에차지하지않는뇌는격렬하게운동하기시작한다.‘저것은대체어떤맛일까?’이때뇌신경세포는인간이사용하는전체에너지의20%를사용하는데,그래도맛을알수없다(당연하다.먹어보기전에는모르니까).이때부터,인간은창의성,즉적극적인상상력을발휘하는데,그때뇌는파업신호를보낸다.‘제발그만!그냥사먹어!’하여,나처럼자신을소중히여기는인간은스스로학대하지않기위해웃는표정으로돈을낸후,한입베어문순간깨닫는다.‘아.돈버렸구나.’
-“조식에대하여1”

택시문을여니,기사의인사와함께음악이새어나왔다.만약택시안을채우고있었던소리를음표로환산해모두고체화할수있다면,문을여는순간택시안에서음표가와르르,하고쏟아져내릴것같았다.(…)더놀란건숙소에서였다.중남미의더운기후탓에멕시코의건물은대부분돌로지어져있었다.이건실내가시원하다는뜻이기도하지만,실내가울린다는뜻이되기도한다.고로숙소로비에서틀어놓는음악의저음이객실침대머리맡에서도울린다.당연히밤에는음악을끌줄알았다.하지만,밤이되니잔잔한음악을틀었다.‘잊었어?여기음악의나라야.’
-“멕시코의3요소”

미국기차는느리기에비싸다.대개기차는느리기에싸거나,빠르기에비싸다.그렇기에이무슨역설인가싶다.‘시간많고,돈많고,인내심많은사람만타란말인가(!)’싶은데,어쩐지이예감은예매를하다보면맞는것같다.일단,모바일예매를하려면앱스토어가미국계정이어야한다.그래서인터넷으로하려면회원가입을해야하는데,미국주소만입력할수있다.(…)그래서정직하게미국기차를타려면,우선미국으로이사를해서주소를얻어야하는데집주인과의마찰이싫은나같은사람은집을사서가는게좋다.하지만집을사봐야영주권이없으면,그집에서살수가없다.그러니,영주권을얻기위해선미국기업에취직해야한다.그래서십년이상우수납세자가되면미국기차를탈수있는데,이것보다간단한방법은학생비자를얻어서유학을가는것이다.
-“미국기차여행”

소설은아무리쓰고,아무리쥐어짜도,정답이없다.소설을십년쯤쓰면잘쓸줄알았지만,처음쓸때보다더어렵고더두렵다.이건소설을사십년쓴대선배도같은심정이라고말해서이미각오하고있다.그런데,외국어는너무솔직해서좋다.그어느누구도전혀듣지않은문장을입으로말해볼수는없다.물론,상상해서조합해볼수는있겠지만,자연스러운표현은모두공부를통해서나온다.즉,외국어학습은하는만큼솔직하게결과가나오는아주정직한세계다.
-“외국어를공부하는이유1”

인도남부지방은긍정을표할때,고개를흔든다.“만나서반가워,기뻐(흔들흔들).”“세시에볼까?”“오케이(흔들흔들).”“이거좀고쳐주실래요?”“오.당연하지.노프라블럼(매우흔들흔들).”이역설적인긍정법이매우헷갈렸는데,어느새전염돼나역시고개를흔들었다.(…)외국인이한식당에와서“이모.여기청국장추가요!”라고외치는느낌이랄까.현지직원들에게우호적인인상을줘야했기에온종일“노쁘라블럼”과“오께이”를외치며,고개를좌우로열심히흔든후저녁즈음이되면내영혼마저흔들린기분이들었다.
-“노프라블럼!”

나는공항에서는생맥주를마시며,내여행의마침표를찍는다.그럴때면아주긴장편소설을쓰고나서마지막문장의마침표를찍을때의기분이든다.고치기위해서필연적으로다시들춰보겠지만,우선은이렇게일단락을짓는다.그때의시원섭섭하면서도,미련가득한감정에젖는다.(…)긴소설의초고를그저마침표하나로끝내듯,내게여행의일단락은언제나‘공항의생맥주’다.누가보든말든…,결국엔공항펍의구석에앉아여행지에서의모든추억과감정을생맥주한잔에담아마지막으로쭈욱들이켠다.꿀떡꿀떡꿀떡…….
-“왜공항생맥주가맛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