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쉼없이노동하는,
그러나집한채가질수없는삶에대하여
린다메이,예순네살,지프에작은연노란색트레일러를달고광활한국유림으로달려가는중이다.여행을하고있는것은아니다.트레일러는그의집이다.그는그집을‘가지고’일을하러달려간다.여름한계절동안,그는국유림에있는캠프장관리를맡을것이다.운이좋으면주당40시간을꽉채워서,최저임금보다조금,아주조금더받으면서.물론근무시간은회사가원하는대로그때그때조정될것이고,언제든사유나예고없이해고될수있다.
지금미국에는집을포기하고밴이나RV,심지어세단까지,다양한차에서거주하는사람들이있다.이들은일자리를찾아미국전역을누비는데,대부분더는주거비용을감당할수없어진은퇴연령대의사람들이다.이새로운노마드노동자들은많은수가중산층이었고,누구보다사회규범에충실하게,안정을추구하며살아왔다.하지만아무리애써봐도집값은수입을훌쩍뛰어넘고,은퇴는,일하지않고쉬는삶은불가능하다.그들은마침내집을포기하고길위로나선다.이것은사회도,그들자신도상상하지못한미래다.그리고지금,그와같은사람들이너무나도많다.
이들은고용주에게는필요할때에,필요한만큼만일을시키고,최대한낮은임금을주고,언제든해고할수있는노동자들이다.그중가장적극적인고용주인아마존은연말성수기에폭증하는물량을감당하기위해노마드노동자들을모집하는‘캠퍼포스’라는프로그램을운영하고있다.몇년전당시아마존최고경영자였던제프베이조스는자신만만하게2020년까지이런노동자들네명중한명은아마존에서일해본경험이있게될거라고예견했다.린다메이또한그넷중하나에곧합류하게될터였다.
집없는삶은,은퇴이후의미래는선택일까결과일까
우리의삶을되묻는노마드들의이야기
아마존물류창고에서일한다는건,10시간이상을주야간교대근무로일하며,매일하프마라톤거리정도를걷고,반복되는단순동작으로머릿속이멍해진채진통제를몇알씩삼키며,그래도사라지지않는끔찍한통증을견뎌야한다는의미다.노마드노동자들이하게되는일어느하나도흔히상상하는노년의‘소일거리’와는거리가멀다.이들은산더미같이쌓이는사탕무와씨름하며12시간을버티거나,커다란캠프장을관리하며갖가지일을몽땅떠맡거나,각종부상과,때로는죽음을감내하며놀이공원에서피곤한하루하루를보낸다.2016년에이미900만명에달하는65세이상의미국인들이여전히일을하고있다는통계가나왔고,그증가세는멈추지않고있다.몇년전한여론조사는사람들이“이제죽음을두려워하기보다는자산이버텨주는나이보다오래사는일”을더두려워하고있음을알려주었다.죽음보다도두려운삶,“새로운은퇴자들의시대”는그렇게와있다.
아마존과같은기업들은어째서젊고건강한사람들이나할법한고된일에고령의노동자들을선호할까?순응적이고성실한태도때문이기도하고,사회적약자를채용할때주어지는세액공제를받기위해서이기도하다.이들은집을들고나타나작은기업의존형마을을형성했다가필요없어지면사라진다.그러니까아주맞춤하게,간편하고값싼노동력인것이다.
이들의삶은하나의질문으로이끈다.어떻게해서평생열심히일해온사람들이결국집도,영구적인거주지도없이앞날을알수없는저임금노동에의존해살아가게되는걸까.린다메이는갖가지직업을전전하며살았다.트럭운전사,칵테일웨이트리스,종합건설업자,그외에도일고여덟가지쯤.근근이,그래도끊임없이살길을찾으며두아이를거의혼자서키워냈다.아픈어머니를돌봤다.하지만이지칠줄모르는베테랑에게도끝은찾아왔다.어디에도일자리가없었다.린다는궁금했다.모두들대체어떻게노년을살아갈수있나.
노마드들에겐저마다수백,수천가지사연이있다.2008년금융붕괴로직격탄을맞아집을압류당하거나예금이나주식,개인연금을날려버린사람들도있고,그후이어진대침체기간에사업이기울거나직장에서밀려난사람들도있다.어떤이들에겐경제위기속에서이혼이나부상같은개인적불행을견딜만한안전망이없었다.하지만국가는그들에게개인의일은개인이알아서하라고한다.가난은당신탓이고,당신은온전히당신책임이라고.하지만이들은단순히실패한개인들의합이아니다.경제체제의,국가시스템의실패를말해주는지표다.그리고차량에서살아가게되지않더라도,많은미국인들이그들과마찬가지의변화를강요받고있다.빚을따라잡을수없는수입,점점더벌어지는임금격차는많은가구들의가계상태를위태위태하게만들고있다.더이상사회이동은불가능하고,불평등과단절의골은돌이킬수없이깊어진다.그렇게시스템이변화하는사이,점점더많은사람들의삶이파괴되고,사회질서밖으로밀려나고있다.
텅빈미래로부터탈출하기위하여
길위에서찾아낸전혀다른삶,전혀다른꿈
노마드들은기본적으로막다른골목으로몰리고또몰려서더는갈곳도숨을곳도없이길위로내밀린사람들이다.대부분은절망속에서이삶을시작한다.몰락한사람,홈리스,실패자,낙오자,바닥까지가버린사람이라는생각에잠들지못하는밤들이이어진다.이들은화장실을처리하고,샤워를하는것부터숨을곳을찾아주차하는방법까지모든것을다시다배워야한다.그리고그중에즐겁고아름다운일은별로없다.생존을위해자조적으로“노예노동”이라고일컫는일자리들을전전해야하고,때로는홈리스라는낙인이찍혀가족들로부터도버림받는다.
하지만길위의삶이단지생존인것만은아니다.노마드들은길위에서전혀생각지못한행복,전혀다른삶의방식을발견한다.중산층이라는환상을좇는무리에서밀려날때의막막함과불안은이내사라진다.오히려실은잃은것이별로없음을,마침내지긋지긋한집세와주택융자금의압박에서해방되었음을깨닫는다.밴을집답게꾸미고,생활을되찾고,새로운사람들을만나면서이들은이새로운생활방식을,자유와모험의삶을다시한번받아들인다.
그리고노마드들은혼자떠도는외톨이가아니다.이들에겐그들만의공동체가있고,동류의식이있다.웹사이트에서,온라인커뮤니티에서,길위의만남에서그들은정보를교환하고서로를격려한다.계절성일자리들의해고가시작되는한겨울에는황량한사막을들뜬열기로채우는그들만의행사를열기도한다.어떤이들은가족보다더가족같은‘밴가족’이되어서,함께휴일을보내고생일을축하하고아플때돌봐주기도한다.
그렇다고신산한가난의현실을멋지게포장할수는없지만,그래도우리는이들에게서험난한여정속에서도여전히꿈꾸기를멈추지않는끈질긴용기,삶의품격을지키려는노력들,한곳에정주하지않는삶을하나의생활방식으로받아들이는유연함과낙천성을목격하게된다.3년간이들과함께한저자는이낙천적인태도가현실을부정하는것이아니라고말한다.“그보다는,역경에직면했을때적응하고,의미를추구하고,연대감을찾으려는인류의놀라운능력을증명”한다고,위기의시기에더욱빛을발하는역설적인힘을,순간순간반짝이는행복을발견해내는능력을보여주는것이라고말한다.
우린쓰러지지않게서로를붙잡아줄거예요
놀랍고도강렬한기쁨으로,그렇게연결되어
책은“어디에나틈은있어.빛은그틈을통해들어오지”라는레너드코언의가사로문을연다.틈은체제의빈곳이고,균열의흔적이다.혹은부서진삶의증거일지도모른다.어쨌거나그렇게벌어진틈을통해,빛은들어온다.이들은막다른골목에내몰려어쩔수없이길로나선사람들이지만,그게결말은아니다.길위에선그자리에서삶은다시시작된다.
쓰라리고험난한고난을겪으면서도우리는혼자가아닐수있다.사막같은땅들과지평선이까마득한길들과,곡예하듯구불구불한산길을외로이운전하고있대도혼자가아닐수있다.고된육체노동을견딜수있을지걱정하는한노마드에게린다는말한다.“우린쓰러지지않게서로를붙잡아줄거예요.”
혼자가아니라는감각,좋은일들이,좋은사람들이있을거라는믿음.그렇게그들은길위를홀로달리고,차에서몸을구겨잠들면서도,끝없이희망을,꿈을갱신한다.왜냐하면당연하게도,누구나풍요롭게살고싶어하므로.그냥하루하루살아남는게아니라.린다는“모든것을곱씹어본끝에삶은멋진것이라고”생각한다.그리하여낯설고불안했던길위에서“나는행복하고,기쁘고,자유롭다”고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