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어떻게 지내요

$15.00
Description
전미도서상 수상자이자 25여 개국에 번역된 작가인 시그리드 누네즈의 장편소설 『어떻게 지내요』는 누네즈의 최신작으로, 그의 문학적 성취를 다시 한번 확장해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고, 병문안을 하러 낯선 도시로 떠난다. 그리고 친구가 불쑥 내민 뜻밖의 제안. 안락사 약을 구했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끝을 맞으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함께 지내달라고 한다.
『어떻게 지내요』는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죽음,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여성의 삶 등 무거운 주제들을 감상적이지도 않게, 가볍지도 않게 다룬다. 책은 그 여정을 함께하는 두 여성의 우정, 유대감, 서로를 이해하고 지탱해주는 모습을 그려내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삶의 미묘한 단면들을 세심하게 포착해낸다. 〈뉴욕 타임스〉 ‘비평가들이 꼽은 올해의 책’을 비롯하여 〈가디언〉 〈피플〉 등 유수 매체에서 올해의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강력 추천작.

저자

시그리드누네즈

삶과죽음에관한지적인통찰을보여주는미국의소설가.독일인어머니와중국계파나마인아버지사이에태어나뉴욕에서성장했다.바너드칼리지에서문학사학위를,컬럼비아대학에서순수예술석사학위를취득했다.대학졸업후[뉴욕리뷰오브북스]에서편집자로일했다.1995년에이민자가정의이야기를담은자전적소설『AFeatherontheBreathofGod』으로'특별한재능을가진...

목차

1부
2부
3부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흩어지고마는나직한목소리들
무력하고연약한존재들의말소리

“각자어떤식으로든감정적소용돌이에시달리는,각자가부장제사회속자신의자리로인해궁지에빠지고,고립되고,불안하고,혼란스러워하는,그리고자신들이겪고있는것을표현할언어를찾기위해고군분투하는여자들.”(80~81쪽)

마지막여정을함께하는두여성의우정을그려내는이소설에는여성들의말소리가가득하다.‘나’는자신과마찬가지로나이들어가는,‘잃어버린시절’을애도하는여성들의말에귀기울인다.사람들은“다른사람들에게는일어나고,다른모든사람들에게일어나지만,내게는일어나지않는다는듯이”나이듦을부인하다불현듯노년이되어버린다.여성들에게는인생이좀더“고약한장난”을치기도한다.젊음과아름다움에바쳐지는상찬들,원하든원치않든쏟아지는관심과애정,그러다어느날문득낯설고새로운사람,누구도주목하지않고누구도‘그런식으로는’사랑하지않는자신을발견하게되는것이다.
‘나’의관심은무력하고연약한다른존재에게로도향한다.상처입은사람들,외로운사람들,심지어고양이에게도.창밖으로인파를물끄러미내다보다한사람한사람얼굴을가려내듯소설은스쳐가는말소리,흩어지고마는나직한목소리를건져내그고통과상실을어루만진다.이들의이야기는잘들리지않는다.평생을적확한단어를찾으며보낸‘나’와‘나’의친구는더이상언어가중요한뭔가를담아낼수있을거라고생각하지도않는다.때로는힘겹게찾아낸언어가상투적인말들에가로막히기도한다.암환자들의자조모임에서한여자는남편이살날이얼마남지않은자신으로부터해방되기를내심기다린다고털어놓는다.여자는진실을대면하고용케말로끌어냈지만사람들은그의말을즉각부정한다.그런이야기는세상에존재하지않고,존재해서도안되기때문이다.하지만아무위로가되어주지않더라도우리는진실을,내가지금겪는바를말하기위해매번고군분투한다.“말하지않은/말할수없는고통”이거기있고,그것을내가,남이이해해야하기에.

타인과함께한다는것의의미
누군가를오롯이사랑한다는것

“세상에는두종류의인간이있다고했다.고통받는사람을보면서내게도저런일이일어날수있어,생각하는사람과내게는절대저런일이일어나지않을거야,생각하는사람.첫번째유형의사람들덕분에우리는견디며살고,두번째유형의사람들은삶을지옥으로만든다.”(166~167쪽)

그렇게고군분투하며찾아낸말들이닿으려고하는곳은타인이다.우리는각자다른언어를지녔으므로,언어는실패하기마련이므로,자신이아는의미를다른이들에게는전하지못한다.사랑하는사람에게조차도,어쩌면사랑하는사람이라면더더욱.그래서‘어떻게지내요’하고물으며시작한다.무엇으로고통받고있나요.그리고“기꺼이마주앉아”낯선외국어와같은그말들을듣는다.그렇게타인의고통을살피고세계의진실을마주한다.그러려고애를쓴다.
‘나’의전애인은말한다.이제이세계가지속되리라는앎은우리에게서사라졌다고.파국은바로앞에와있고,그파국에서우리는,우리의아이들은면제되지못할지도모른다고.죽어가는‘나’의친구는말한다.내가없는이세계가이제끝나리라는전망이죽음을앞둔자에게도움이될거라는생각은잘못됐다고.“한없이풍요롭고한없이아름다운세상이지속”된다는위안마저없다면정말견딜수가없으리라고.그위안없이우리는제대로살수도,죽을수도없으리라고.
‘나’와친구는“모든인간경험을통틀어가장고독한경험”이될죽음을향해,함께하지만어느때보다혼자인채로떠난다.그러나그여정속에서두사람은말조차불필요한강렬한유대를쌓고“난파당한후뗏목을타고표류하는”두사람처럼서로에게기대게된다.그렇게결국애를쓴다.다른사람에게당신의고통은무엇이냐고묻고,가망없는채로도서로를부여잡고,말로할수없는것을묘사할적확한단어를고르며,애를쓴다.그리하여우리개인은어쩔수없이소멸하더라도,한없이풍요롭고한없이아름다운세상이언제까지나지속되도록,서로의삶이지옥이아닌견딜만한것이되도록.소설의마지막은말한다.애를썼다.실패한다한들무슨상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