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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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대표작 중 하나로, 격변하는 미국 사회의 풍경을 관통하며 서로 대비되도록 다른 두 여성의 삶과 우정을 세심하게 그린다. 미국 현대사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인 1960년대 말의 분위기와 정서, 그리고 이후 급속히 변화해가는 미국 사회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반전 시위, 민권 운동, 우드스톡, 대마초와 LSD… 소설은 어느 때보다도 기이한 시대였던 1960년대 말, 뉴욕 명문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여성이 어떻게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서로 다른 길을 걷다가 결국 기묘한 방식으로 얽힌 채 살아가게 되는지를 들려준다. 청춘담이자 일종의 성장기, 두 여성의 극명하게 엇갈리는 삶과 우정의 연대기, 흥미로운 시대를 기록하는 역사소설이자 사회소설로, 미국 사회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동시에 개인들이 그리는 굴곡과 그 변곡점들을 애틋한 눈길로 가만히 들여다본다.
저자

시그리드누네즈

미국뉴욕에서태어나고자랐다.1995년장편소설『AFeatherontheBreathofGod』을시작으로여덟편의장편소설을비롯해,수전손택을회고한산문『우리가사는방식』을펴냈다.2018년『친구』로전미도서상을수상했으며,그외화이팅상,로즌솔가족재단상,로마문학상등을받았고,베를린상펠로십,구겐하임펠로십에선정된바있다.2021년미국문예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되었으며,컬럼비아대학,프린스턴대학,뉴스쿨등에서가르쳤고,보스턴대학교수로재직중이다.누네즈의작품들은25개이상의언어로번역되었다.현재뉴욕에살고있다.
『그부류의마지막존재』는시그리드누네즈의대표작중하나로,격변하는미국사회의풍경을관통하며서로대비되도록다른두여성의삶과우정을세심하게그린다.어느때보다도기이한시대였던1960년대말,뉴욕명문대학캠퍼스에서만난전혀다른배경의두여성이어떻게가까워지고,멀어지고,서로다른길을걷다가결국기묘한방식으로얽힌채살아가게되는지를들려준다.청춘담이자일종의성장기,두여성의극명하게엇갈리는삶과우정의연대기,흥미로운시대를기록하는역사소설로,앤이라는강렬한인물에대한관찰이이야기의중심을이루지만,‘나’를비롯한여러인물의삶을촘촘히엮어가며우정과사랑,삶과시간에대한사려깊은통찰을보여준다.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제6부
제7부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1968년가을,나는그애를만났다
뜨거운시대,두여성의엇갈리는삶과우정의연대기

“이책은여성이자신의경험을전달하고해석하는방식에관한이야기다.
정의,인종,정치적이상주의에대한물러섬없는탐구.”
-〈뉴욕타임스〉

1968년,극빈한변방의동네에서뉴욕의명문대학으로필사적으로탈출하듯떠나온‘나’,조젯은상류층백인인앤과기숙사방을함께쓰게된다.자신과“최대한다른세계에서온”룸메이트를부탁했다는앤은그런나에게엄청난우정공세를퍼붓는다.입학과동시에앤은대단히열성적으로좌파운동에가담하고,진보적가치를열렬히좇으며갈수록부모를포함한자신의출신세계전부를적대시한다.그렇게1960년대말의혼란스럽고광기에가까운학생사회의분위기속에서두학년을보낸두사람은각기다른이유로대학교육에회의를느끼고학교를떠나각자의길을걷는다.여전히사회운동에헌신적인앤,잡지사를다니며생계를이어가는나는조금씩멀어지다가어느날앤의흑인애인에대해사소한대화를나누다크게싸우게되어연락을끊는다.그리고시간이흘러,앤은경찰살인죄로신문헤드라인을장식하며나의삶에다시등장한다.


내다시없을사랑들에게
젊고뜨겁고혼란스럽던그사랑들에게

“무엇보다피곤하고,깊은밤과음악과앤의조용한목소리가내게마법을거는시간.
마법이라고한건,사실앤이이야기를하면할수록앤의이야기를더듣고싶어졌기때문이다.”(26~27쪽)

“우리의관계는로맨스의사랑이아니었다.하지만사랑인건맞았고,대부분의사랑이그렇듯이오래지속되지못할터였다.”(55쪽)

우정은때로연인의사랑보다길고,지난하고,애틋하다.처음에‘나’는앤의일방적인우정을거부하지만잠시뿐,이내간간이끼어드는짧은시간을빼고둘의대화는종일끝도없이이어진다.열여덟살,이제막새로운세계에설렘과두려움의첫발을딛는두사람에게모든것을나눌수있는친구의존재는중요하고또중요하다.특히학생운동과마약과록음악이혼재하던1968년의대학캠퍼스에서라면더욱그렇다.무엇이든다변화하리라는,새로운세상이도래하리라는기대와열망으로터져나갈듯들끓던때,그급류속에서두사람은만나고,서로의이야기에귀를기울인다.좁다란기숙사방에나란히누워밤새도록,담배가떨어질때까지,비밀을용납하지않는그들의이야기는맺을줄을모른다.
앤은거의모든면에서나와대비되는인물이다.어릴때부터주목받으며자란앤,무조건적인사랑과풍요속에서자란부잣집아이,명석하고철두철미하며지칠줄모르는사람.나는앤을사랑하지만전적으로이해할수는없다.“전쟁도,소유도,굶주림도,시기도,탐욕도없는세상”을꿈꾸던1960년대후반,앤은계급과정의,평등에관해배우고들은모든것들을실천하겠노라고마음먹는다.앤은매순간진지하고,누구보다도자신의이상과원칙에충실하며,부자백인미국인이라는자신의계급에철저히비판적이다.자신을애지중지하는부모조차,아니,부모야말로가장날카로운혐오의대상이다.터무니없을정도로급진적이고병적이리만치이상주의적인앤은공공연히비판과조롱과공격의대상이되지만,앤은아랑곳하지않는다.많은이들이그게다뭐였냐며그시절의광기에서빠져나온듯이말하는때가와도앤은불가해한모습그대로남아남들과는다른시간을살듯살아간다.나는앤을두고“자기가뭐라고생각하는거야”쏘아붙이는사람들에게“넌앤을몰라”라고변명하듯말한다.그렇다면달리뭐라고앤을설명해야할지는모르지만나는앤이사람들이쉽게오해하고비난하는그런사람이아니라는것만은안다.

다른사랑들도있다.내가대학에들어오고얼마되지않아집을나가실종된여동생솔랜지.나는그애를폭력적인환경에두고왔다는,한번돌아보지도않았다는죄책감을느끼고,그애가사라진몇년간아파한다.가난과폭력이대물림되고,서로를구해줄수도,화해할수도없는가족들.하지만어느날비맞은고양이처럼문앞에나타난솔랜지를보며나는“그애의심장이내손에들어있기라도한듯”애정을느끼고,둘은가족중유일하게서로를의지하며함께한다.가족은안식처가아닌고통의근원에가까웠지만,솔랜지와나는각자떠나와다시만난그곳에서진정한가족이된다.두자매는때때로무너지는서로를돌봐주고,미워하다가도끝내미워할수는없는사이가되어간다.
그리고그사랑,차마일인칭‘나’로는써내려갈수없는그사랑이있다.삼인칭‘조젯’은마법처럼사랑에빠졌고,조젯이한모든키스가그사람을구원했으며,둘은자신만만하게도불가능한사랑을믿는다.애초부터미래를꿈꾸기힘든처지의두연인.입밖에내자마자풀려버린마법처럼둘의관계는금세끝나지만,그사랑은이후다른모든사랑의기준이된다.다시는그만큼조젯을가질수있는사랑은찾아오지않는다.
책은젊음그자체와마찬가지로다시는되풀이되지않을사랑들에대해들려준다.터미널에도착하자마자가방을도둑맞는것으로대도시에서의첫날을시작한앳된여성이자기삶을꾸리고두아이를다길러내고나이가들어그기억들을돌아볼때까지이기나긴삶의이야기에서우리는우리삶이얼마나많은사랑들과얼마나많은상실들로이루어져있는지를본다.많은것들을잊어버리고마는삶의씁쓸함을,그럼에도얼마나많은기억들이우리에게아문상처처럼새겨져있는지를다시헤아리게만든다.“조개껍질열듯마음을비집어여는진짜칼”처럼사람을무방비하게열어젖히는기억들이거기에늘있음을.


20세기에대한가슴아프도록정직한초상

1960년대후반의분위기를세밀한부분까지생생하게그려내던소설은1968년이제기한문제들을떠안고계속나아간다.젊은이상주의자들은짧게,너무도짧게등장했다사라지지만그들이드러낸문제들은거기에남는다.그것은한때아름답게평화와자유를외치던젊은이들이있었습니다,하고간단히말해버릴수가없는이야기라고소설은지적한다.그들이외치던구호는낡은유물이되어버렸지만미국사회는전혀개심하지않았다.그들이꿈꾸던평화와자유는아직오지않았고그렇기에앤은멈출수도달라질수도없다.앤이라는문제적인물이그극단을보여준,진보를외치는엘리트들의한계는곧미국사회의계급과인종문제를다시한번복잡하게드러내기도한다.앤은기꺼이자신의계급적특권을다포기하지만그조차일종의특권으로여겨진다.앤은흑인남성과사귀지만,그역시조롱당한다.교도소에서순교자처럼살아가지만아무도그‘고고한’호의를곱게보지않는다.앤을향한사람들의비판은때로는가혹하고때로는타당하다.나는그모든평가사이에서다만앤을이해하려고애쓴다.
소설에는앤과나를비롯해,솔랜지,친구클리오,엄마,그밖에여러여성들의삶이등장하고,그여성들간의다양한관계를중심으로이야기가흘러간다.소설은20세기에여성으로산다는것,똑똑하거나어리석거나독립적이거나망가졌거나미쳤거나제정신이거나,뭐가됐든여성으로산다는것이어떤것인지를구석구석날카롭게지적한다.페미니즘의물결과여성지위의상승,성혁명등을비롯한거대한역사적전환을몸소살아내지만그혼돈속에서각자의삶이진보의영광만을누리는것은아니다.삶의여러단계에서여성들은크고작은벽들,위험들,폭력들을맞닥뜨리고때로는꺾이고때로는넘어선다.그리고자매애,우정,모성애,뭐가됐든여성들간의끈끈한유대와애정,보살핌으로그들은서로를잇는다.그관계들이한없이아름답기만한건아니지만,때로는폭력적이기까지하지만,최소한서로를알아보고이해할수있으므로그들은서로를구할수도,위안할수도있다.


그부류의마지막존재들에게
어쩌면마지막이아닐그존재들에게

“앤도그와같지않았던가ㅡ그오랜세월자신의순수성과꿈을,환상을고수하지않았던가.그들둘다10대때만들어진이상적인자아관에끝까지충실하지않았던가.이름을바꾼것,새로운자아의창조를향한헌신,자신의출생배경에서벗어나고자하는굳은결의,
비이기적헌신에대한열정적믿음.그마음.”(600쪽)

젊고뜨겁고혼란스럽던과거는금세웃음거리가되어버린다.때로는너무도순식간이라미처그흔적들을지울새도없이어안이벙벙해진채로다음시대를맞기도한다.1960년대후반은미국현대사에서도폭발적인시기였다.터져나온열기들이젊은세대를,세상을사로잡았다.이소설에서는그시절이얼마나터무니없었는지,얼마나진지했는지를들려주면서그시절이남긴여파를쫓는다.그시절,그후,미국인이라는것은무엇이었나,미국은무엇이될수있었고,무엇이되었나를물으면서.
나는신입생시절『위대한개츠비』를읽고신랄하게비판하고,그평가는나이가들도록변하지않는다.단순하게정형화된아메리칸드림의허상위에선작품,미국적인것의정수를보여준다고평가받는위대한(남성들의)정전.『위대한개츠비』는왜미국인들이유구히간직해야할유산이되었나.소설은꿈과희망,헌신의서사로요약될수없는미국현대사를따라가며『위대한개츠비』라는작품이상징하는미국과미국인이라는신화를지적한다.그리고한편으로역설적이게도,어떤면에서개츠비와앤은비슷한인물이기도함을깨닫는다.현실보다는관념에가까운,무언가추상적인것을구현한듯한인물.
이소설은두여성의삶과우정의연대기이지만,어느시점엔가소멸하고마는어떤부류의마지막존재에관한이야기이기도하다.고집스럽게홀로끝까지남은마지막존재.시대가변화하고개인도변화하지만,그모든사라짐속에서도조금도흔들림없이,강박에가까운순수성을고수하며힐난과냉소와조롱속에서도완강하게자신의길을끝까지걸어가는사람의모습.시대정신에충실했던한인물이시대의변화속에서어떤존재가되어가는지를들여다보면서,이소설은그삶을평가하는것이아니라삶자체를찬찬히곱씹는다.앤이라는강렬한인물에대한관찰이이야기의중심을이루지만,‘나’를비롯한여러인물의삶을촘촘히엮어가며우정과사랑,삶과시간에대한사려깊은통찰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