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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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천재로 추앙되었다가 처참하게 공격받고 사라진 작가,
그의 자취를 쫓는 또 한 명의 젊은 작가
2021년 공쿠르 수상작. 1976년 파트리크 그랑빌(29세) 이후 역대 최연소(31세) 수상작이다. 천재로 추앙되었다가 처참하게 공격받고 사라진 작가 T.C. 엘리만과 그가 남긴 위대한 소설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를 쫓는 또 한 명의 작가 디에간의 여정을 그린 압도적인 작품이다.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놀라울 정도의 흡인력과 속도감으로 전개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문학과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세 개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책」은 디에간이 엘리만과 그의 소설, 그와 관련된 사건을 알게 되고,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손에 넣게 된 그 소설을 하룻밤 만에 읽은 후 1938년 출간 당시의 신문 또는 잡지 기사들을 탐색하는 과정을 그린다. 「두 번째 책」은 식민통치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엘리만 부모 세대의 유년 시절 이야기, 엘리만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과정, 표절 논란 후 문단에서 사라진 그의 행보 등이 펼쳐진다. 「세 번째 책」은 시간상으로는 「첫 번째 책」의 뒤를 잇는다. 고향 세네갈로 잠시 귀국한 디에간은 세네갈 민중 정치에 휘말렸다가, 엘리만을 찾는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엘리만이 태어난 마을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엘리만이 미래의 디에간에게 남긴 놀라운 편지를 발견한다.
수상내역
- 2021년 공쿠르상 수상

저자

모하메드음부가르사르

1990년세네갈에서태어났다.세네갈에서고등학교까지프랑스어로정규교육을받았으며프랑스로건너간뒤파리의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수학했고,박사학위논문을중단하며글을쓰기시작했다.이후자하드민병대가장악한사헬지역에서벌어지는사건들을그린『둘러싸인땅(Terreceinte)』(2015)을시작으로,시칠리아에당도한아프리카이민자들의이야기인『합창대의침묵(Silenceduchoeur)』(2017),세네갈지역동성애자들의삶을그린『순수한인간들(Depurshommes)』(2018)을발표했다.『인간들의가장은밀한기억』은그의네번째장편소설로,2021년공쿠르상을수상했다.1921년『바투알라』로공쿠르상을수상한마르티니크출신의르네마랑이후정확히100년만의흑인작가수상이며,사하라사막이남아프리카출신작가의역대최초수상이고,1976년파트리크그랑빌(29세)이후역대최연소수상(31세)이다.

목차


첫번째책

1부-어미거미의거미줄013
2부-여름일기049
전기적요소1-절대적인책에관한세개의기록135

두번째책

1부-우세누쿠마흐의유언143
전기적요소2-떨림속세번의외침221
2부-조사하는여자들과조사받는여자들235
전기적요소3-샤를엘렌슈타인은어디서끝을맞는가283
3부-밀물에취한탱고의밤323

세번째책

1부-우정-사랑×문학/정치=?385
전기적요소4-읽지못한편지들471
2부-마다그의고독479

감사의말541
옮긴이의말543

출판사 서평

천재로추앙되었다가처참하게공격받고사라진작가,
그의자취를쫓는또한명의젊은작가

2008년,문학에끌려시인이되겠다는꿈을품은세네갈청년디에간라티르파이는『흑인문학개설』에서한낯선세네갈작가의이름을발견한다.그작가는풀네임조차알려져있지않은T.C.엘리만이라는수수께끼의인물로,파리로가공부를하다가1938년에『비인간적인것의미로』라는단한권의저서를출간하고역사속으로사라져버린인물이다.프랑스문학계는엘리만에게“흑인랭보”라는수식어를붙여주며그의책을“아프리카흑인의걸작”이자“프랑스에서본적없는책”이라격찬하고열광하지만,이내엘리만은엄청난표절논쟁에휘말린다.어느프랑스인교수가그의책이아프리카바세르족의우주생성신화를그대로가져와베껴썼을뿐인,독창성도윤리도없는작품이라는주장을제기한것이다.이로인해프랑스문학계에는전면적인스캔들이일고,대규모소송에휘말린출판사는결국문을닫고,책은회수되지만작가는끝까지어떤대응도하지않은채침묵을택한다.디에간은이사실을알게되자마자T.C.엘리만에게강렬한매혹과호기심을느끼고그를추적하기시작하지만,이미엘리만은세네갈인들을포함해사람들대부분의기억에서사라져버린뒤다.남아있는것은“양차대전사이의불명예스러운아프리카작가”라는짧은요약,컬트가되어버린엘리만을비밀스럽게숭배하는추종자들,그리고『비인간적인것의미로』의첫머리뿐이다.
2018년,작가로데뷔해파리에서지내고있던디에간은위대한소설을쓰겠다는꿈을꾸지만,자신에게붙은“프랑스어권아프리카문학의유망주”라는꼬리표와“매번새로움을내세우지만사실상문학에서이미늙고지쳐버린것들을내세운좌담에단골손님으로등장”해야하는상황에,즉자신의문학을하기위해프랑스문학계에서얻어야했던승인과그것에따라붙는제도권의절차들에이미얼마간부담과권태를느끼고있다.그러던그앞에T.C.엘리만의『비인간적인것의미로』가다시모습을드러낸다.디에간이우연히만난60대의세네갈인여성작가마렘시가D.가아무렇지도않게『비인간적인것의미로』를읽고있었던것이다.출간하는책마다스캔들을일으키는“사악한무녀”로알려져있던마렘시가D.는엘리만에관한이야기를하며자신도그를찾아헤맸지만더는찾아나설용기가없다는말을들려준다.전설속엘리만의책을손에넣은디에간은비로소80년전그책을둘러싸고일어났던문학적논쟁의진실과,엘리만의과거와현재,그리고그의존재가아프리카와프랑스문학계에서지녔던의미를본격적으로추적해나가기시작한다.과연엘리만은부당한모욕을뒤집어쓰고사라진인종차별의희생자였을까?아니면치졸하게표절을저지른사기꾼에불과했을까?그는무엇에맞서싸워야했으며,항변할기회가있었음에도그가끝까지침묵한이유는무엇이었을까?새로운진실이밝혀질때마다엘리만은디에간을점점더깊은미궁속으로끌고들어가지만,디에간은이외롭고도진지한탐색의길을멈추지않는다.

이시대에문학을통한싸움은어떻게가능한가,
문학본연의마법적인힘을되살리는작품

“이제는심지어책을좋아하는약사조차도위대하고불완전하며압도적인작품들,즉미지의세계속에서길을열어주는작품들을읽기두려워해.사람들은위대한스승들의완벽한연습작품들만골라서읽고있어.(중략)하지만위대한스승들이무언가와맞서싸울때,그러니까피를흘리며치명적인상처를입고악취를풍기면서우리모두를위협하고두려움으로사로잡는것과맞서싸울때는전혀관심을보이지않아.”로베르토볼라뇨는『2666』에서한등장인물의입을빌려이렇게말한적이있다.시공간을뛰어넘는문학적대화라는것이존재할수있다면,1990년생세네갈작가로2021년공쿠르상을수상한모하메드음부가르사르의『인간들의가장은밀한기억』은마치볼라뇨의저구절들에대한후대작가의문학적답변처럼느껴지기도한다.흥미진진한미스터리의형식을취하고있고,놀라울정도의흡입력과속도감으로전개되면서도,처음부터끝까지문학에관한진지하고치열한고민들로가득차있으며,무엇보다다음과같은질문을던지고있기때문이다.지금이시대에‘문학으로써싸우고자’하는누군가가있다면,그싸움은어떤형태로가능할까?
우리는모두알고있다.이미전세계의많은사람들에게문학은단순히판매부수와수익으로환원되는하나의상품이자비즈니스생태계의일부그이상도이하도아닌것이되어버린지오래고,문학이지난세기에는어떤위대한힘을지니고있었다한들지금은그렇지않다고생각하는이들이절대다수라는현실을말이다.어떤작가들은그런현실에체념과허무를느끼고,또어떤작가들은새로운시대를받아들이고몸과정신을바꾸어살아남는다.세네갈작가모하메드음부가르사르는누구보다이런현실을잘알고있으며,그의고민은『인간들의가장은밀한기억』에도고스란히반영되어있다.디에간이교류하는작가들중에는수십만명의인스타그램팔로워들을이끌고다니기때문에그앞에서는“제아무리용맹한비평가들도뒷걸음질칠수밖에없는”,그러나함량미달의글을쓰는베스트셀러작가도있고,아침부터저녁까지책과문학이야기를하는일이“참기어려운,추잡스러운,부르주아적인생각”일지도모른다는자괴감에빠지면서도“하지만받아들이는수밖에없어.그게바로우리의삶이야.우리는문학이이세상에서제일중요한것인것처럼굴수밖에없어”라고진지하게고백하는작가도있다.사회적문제앞에서저항하기위해누군가는여전히분신자살이라는고통스러운방식을택하는현실속에서글쓰기에어떤가치가있는가하는무력감과죄책감도존재하지만,그럼에도끝내‘쓰지않기’보다는‘쓰기’를택하겠다고마음먹는작가들도있다.
디에간과동료작가들이처해있는‘유럽에서활동하는아프리카인작가’라는상황은더복잡한고민들을불러일으킨다.T.C.엘리만의작품에쏟아진평가들을추적하던디에간은그의작품이표절이라는주장자체에아프리카에대한몰이해에바탕한부정확한사실들이포함되어있었음을발견한다.유럽인들이엘리만의책을너무도신비로운작품이라칭송했지만,“흑인랭보”라는수식어에서도알수있듯거기에도결국시혜적인타자화의그늘이드리워있었다는사실또한발견한다.노골적인인종차별적견해를드러내며엘리만을프랑스문학계에서몰아내려했던사람이있었는가하면,그의작품이“충분히아프리카적이지않다”고폄하하는시선들도있었다.엘리만의태생의비밀과함께밝혀지는더뿌리깊은갈등들도있다.고국을떠나지않은채생을마감한우세누쿠마흐에게,자신의형아산과그의아들엘리만은태어난땅과전통을버리고지배자들의언어를받아들인배신자이자크나큰상처를안겨준인물이며,엘리만의고향에남아유럽적지식의수혜를받지않고살아가는사람들의삶의이야기는그자체로생생하고가치있는또하나의전통을이루며이어지고있다.아프리카에서태어나더넓은세상에서활동하고자하는작가에게‘아프리카와유럽중하나를선택하라는강요’는필연적으로맞부딪히게되는실존적고민이며,그선택지각각이아무리화려하거나신비로워보인다해도거기에는각각의고통과상처,악취와피와진흙탕싸움이도사리고있음을,그리고그것은어쩌면우리가가장직면하기두려워하는무언가에관련되어있을수도있음을『인간들의가장은밀한기억』은적나라하게펼쳐보인다.
세계제1,2차대전시기에서부터현재까지,다카르에서파리,암스테르담,남아메리카대륙과부에노스아이레스에이르기까지,엘리만의문학적삶을추적하는디에간의여정에는문학과인문학,사회과학,예술에관한풍부한레퍼런스가끊임없이섞여든다.T.C.엘리만은현실에서비슷한경로로침묵당한후사라져간말리의실존작가얌보우올로구엠을모델로만들어진캐릭터이며,작가는이작품을우올로구엠에게헌정하고있다.누군가는디에간의작가적고민에서흑인이지만백인의언어를배우지않고서는존재할수없는상황을“저주”라고표현했던,그러면서도“나는내아버지들의인간성을말살했던그노예제의노예가아니다”“나는과거의결정들에의해내발목이붙잡히도록놔둘권리가없다”라고말했던프란츠파농의『검은피부,하얀가면』을떠올릴것이고,또누군가는엘리만을문학적으로추적하는이작품의탐정소설적면모에서로베르토볼라뇨의여러작품들을연상할것이다.『인간들의가장은밀한기억』에는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와비톨트곰브로비치,실비나오캄포와빅토리아오캄포같은20세기예술계의굵직한인물들이그야말로아무렇지않게슬쩍슬쩍등장하기도하고,홀로코스트에직면해있던20세기사람들의고민과21세기작가의고민이서로에게영향을끼치면서미묘하게겹쳐지기도하며,라틴아메리카의문학적거장들의작품에서찾아볼수있는마술적리얼리즘의분위기가짙게풍겨나오기도한다.
그러나미로처럼펼쳐지는숱한레퍼런스들사이에서이메타소설이지닌가장독창적인점이있다면작가가취하고있는태도일것이다.아프리카대유럽,과거대미래,문학대사회적현실,글쓰기대삶.‘이것아니면저것’하는식으로놓여있는이수많은대립항한가운데서작가는어느하나를선택하고다른하나를전면적으로부정하는대신,그런이분법을거부하고그대결자체를초월해새로운무언가를만들어내겠다는야심을포기하지않는다.『인간들의가장은밀한기억』은동시대젊은작가들의문학적인싸움을가장치열하게그려내면서도,문학과현실,혹은문학과삶의관계에관한고루하거나계몽적인선언을늘어놓지는않는다.대신한편의작품은어떻게잉태되고탄생하는지,자신만의진실을끝까지따라간자가작품속에남겨놓은자취는어떻게시공간을초월해수많은사람들의기억에남을수있는지,한권의책이누군가를설렘속에밤지새우게할수있다면그것은어째서인지,그렇게문학의가장소박하고본연적인힘과비밀에관한질문들을던진다.한번쯤이런궁금증을가져본적이있는독자라면이책이뜨거운필치로보여주는글쓰기의마법같은힘에차근차근설득되고말것이다.

사하라사막이남아프리카출신작가의역대최초수상,
작품밖에서도계속되는싸움

무엇보다이소설에쏠리는많은관심은공쿠르상역사상최초로사하라사막이남아프리카국가출신작가에게상이주어졌고,그가1976년의파트리크그랑빌(29세)이후역대최연소작가(31세)라는점에근거할것이다.내용면에서프랑스문학계를강도높게비판하고있는작품이수상작으로결정되었다는사실은,보수적이기로유명한공쿠르상이소수자를존중하는것처럼보이기위한일종의생색내기로서이작품에상을수여한것이아니냐는의구심을자아낼만도하다.또한작품내부에서의치열한문학적고민에도불구하고결국에는작가가프랑스제도권의낡은관습에포섭되어버린것이아니냐고말하는사람들도있다.하지만모하메드음부가르사르는마치자신의소설속인물인디에간의현실을그대로옮겨놓은것같은이런상황을회피하지않고정면돌파하고자한다.<뉴욕타임스>와의인터뷰에서이작품에왜공쿠르상이주어진것같으냐는질문에그는이렇게대답한바있다.“정확히어떻게해석해야할지모르겠다.그들[프랑스제도권문학인들]이우리가생각하는것보다유머감각이더낫고자기비하도더잘한다는뜻일까?아니면이것이나를침묵시킬방법일까?혹은상을통해나를지지하겠다는것일까?그럼에도나는그상이무엇보다이책이좋은책이기때문에주어졌기를진심으로바란다.”상의전통과권위를이유로작품외적인부분에집중된호기심들과,그가아프리카출신이라는이유로개별성을무시하고모든아프리카인작가들의현실을대변해말하라는듯한질문을던져대는서구언론들사이에서,작가는작품속에서시작한치열한싸움을작품밖에서도여전히계속하고있는중이다.

프랑스일간지<리베라시옹>과의인터뷰에서

Q:왜작가얌보우올로구엠이라는인물에매료되었는가?
A:그는자신의역사를발견하는모든이를대변한다.『폭력의의무』를발표할당시그는아직서른살이채되지않았는데,훗날그는프랑스인만큼아프리카인들에게도공격을받게된다.나는그의작품을읽으면서매혹되었고,다음과같은질문들을던지면서그매혹은점점더커지게되었다.그는어떤정신상태에있었나?사건이후그는무엇을하였나?왜그는자살하였나?

Q:한편의전기를만들고자생각하였나?
A:전기는내편애의대상이아니다.내취향으론가장훌륭한전기들은언제나상상적인것들이다.나는내가보르헤스나볼라뇨같은전통에속한다고생각한다.전기란언제나불완전하며우리는오직상상적인것으로의발걸음을내딛기로결심함으로써만전기라는기획을충족시킬수있다.

Q:당신은하나의여정의파편들을더욱잘재구성하기위해서사형태를복수화하기로―일기,편지,이야기,플래시백등―선택했나?
A:한명의실존에관해추적하려할때,우리는매우정돈이되어있으면서도그구조가헐거운어떤풍부함과대면하게된다.추적자는이서로다른진실과서사,시간성의덩어리들사이를항해한다.어떤순간에어떤것이말해지는가.그순간에그것을언명하는자에게이는어떤의미를지니는가.이모든전체가매우분산된초상을구성하게한다.

Q:엘리만은“견자”다.그로부터소설속에환상성이라는한축이생긴다.
A:신비주의에경도되고싶지는않지만,내게는사물과존재들에게기울여야할주의가있고,그것은사실의차원에서작동하는주의를가뿐히넘어서는것이다.나에게는어느순간우리가현실이라고부르는것의선형적이고합리적인전개과정의안쪽에문제가생기는문학이,지각과포착의습관적인범주들에속하지않는어떤것이난입하는문학텍스트들이흥미롭다.그러한텍스트들은어떤순간에,아니심지어는단일초사이에,우리로하여금현실이라는것은우리가얘기하는것보다훨씬더두터운것이며,환상성과초현실성의가능성이부여하는어떤깊이를가진것임을느끼게한다.그것은문화적이지만매우문학적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