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14.80
Description
어느 해 10월 엄마와 딸이 도쿄, 오사카, 교토를 여행하며 나눈 대화, 감정, 기억. 각자 다른 시간에 도쿄에 도착한 두 인물은 함께 저녁 거리를 걷고, 비바람을 피해 조그만 식당에서 식사하고, 미술관과 사찰, 중고 서점에 방문한다. 그동안 둘은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궁금했던 일본의 날씨에 대해, 너와 나의 별자리에 대해, 각자 입은 옷과 과거 기억이 응축된 사물들, 또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그 사이사이로 엄마와 딸의 대화, 화자인 딸의 기억과 상념, 서로에게 가닿으려 하나 실패할 뿐인 옅은 낙담과, 그럼에도 그 마음을 이어보려는 애씀의 시간이 고요히 교차한다.

저자

제시카아우

호주에서태어나멜버른대학에서예술과법을공부했다.중국에서말레이시아로,말레이시아에서호주로이주한할아버지와어머니의경험이저자의삶속에스며들어있다.2011년에출간한첫소설『화물(Cargo)』로캐슬린미첼상젊은작가부문에서적극추천받았고,문학잡지〈민진(Meanjin)〉과웹진〈이언(Aeon)〉에서에디터로활동했다.

『눈이올정도로추운지』는데뷔작이후십여년만에내놓은...

목차

눈이올정도로추운지

작가의말
독서후기이중여행_김화진

출판사 서평

친밀한타인,엄마와일본을여행하는몇주의시간
예정된실패에도서로에게닿아보려는계속의마음

『눈이올정도로추운지』를가로지르는엄마와딸의여행은명확한목적이나분명한이유도없이“왠지그래야”할것같다는딸의옅은다짐에서시작된다.그렇게이제는같이살지도,자주연락하지도않는엄마와딸이각자다른곳에서다른시간에도쿄에도착한다.먼저공항에내린딸은먹고마실거리를사둘까고민하지만엄마가어떤기분일지알수없다는생각에마음을거둔다.끝없이상대를살피나어느한계선너머로까진나아가지못하고머뭇거리는둘의관계가쓸쓸하면서도고요히흐른다.우리모두의시간이그러하듯.

엄마와딸은도쿄에서유명미술관과박물관을방문하고는오사카로,그다음엔교토로향한다.그사이사이둘은운하를따라걷고국수를먹고녹차를마시고중고서점에서예술서를들춰본다.그리고유려히계속되는,엄마에게말을거는화자인딸의목소리.과거기억을더듬으며자기로선이해하기어려웠던수많은타인에대해,동아시아계여성으로서지나와야했던상투적이지만분명한상처에대해,그리스고전과인상파그림앞에서경험했던경이와그저행복했던순간들에대해.‘엄마의딸’보다는한명의존재로서현재에도달하기까지의시간을조용히읊는다.엄마는차를마시지도않고딸의이야기에집중하나고개만끄덕일뿐어떠한말도입밖에내지않는다.

그렇게일본을여행하는몇주의시간,엄마와딸은같은공간을거닐며함께시간을보내지만평행선을그리듯어느한곳에서서로를교차하지않는다.그럼에도서로를눈에담고생각하는것은멈추지않는,가끔은상대의기대를저버리기도하지만그때마저도옅은선의를담은마음이계속된다.‘관계’‘친밀’이라는것을포기하고체념하기보다는각자를구성하는한계의영역을인식하고그에담담히수긍하겠다는진실한마음이이어진다.

타인에게다가서는한가지방법:불충분하고부족한이해

각자의테두리안에서외로이머뭇대는여행은그러나상대를이해해보는시간이기도했다.도쿄,오사카,교토에서의시간사이사이로딸은끝없는상념에빠져과거기억에조그맣게수놓인엄마의조각들을들어올린다.언제나옷의조합을세심히고민해차려입는옷,아주간혹가족을보거나상을치르러홍콩에돌아갈때챙기던큰짐가방,아이를낳고홍콩을떠나새나라에정착하며지나왔을이주초기의시간.또렷한기억,왜곡된기억,상상된기억을통해딸은엄마를이루는조그만요소들을더듬는다.언니와자신을낳고함께시간을보내며좀더단단해졌으나여전히혼자였을그후의시간에대해서도.

한가족이더라도언어,기억,쌓아온지식에기반해향유하는문화생활이다를수있음을딸은직접적이지는않지만여러장면을통해보여준다.‘엄마’로만바라보던상대를,친밀하지만멀게만느껴지던타인을그가지니고있을면면을통해살핀다.그총합이곧상대라는간편한판단은경계하며,세상을살아가는한존재로서엄마를이루는복잡다단하고미묘한결들을하나하나들여다본다.타인을온전히이해하려애쓰기보다는불충분하고부족한방도들로다가가는것이한가지방법이될수있다는듯,어쩌면그것만이유일하고진실하게타인에게다가설수있는방법이라는듯딸은자신을생각하고,엄마를생각하고,현재함께시간을보내는‘우리’를생각한다.

미래를믿기보다는불신하지않으면서
희망을쥐기보다는절망을저버리면서
“가능한한함께있는시간을최대로살아낼것”

엄마와도쿄를여행하던중딸은미술관에서모네의그림을마주하게된다.대학생시절전시회에서보곤마음속에깊이담아둔그림.당시,그리고지금도딸은그작품을시간에대한그림으로이해한다.앞으로해나갈작업을“가능성을품고바라보는젊음의시선”과,과거기억과감정을다시불러내려애쓰지만“그사이지니게된필연성의감각”을저버릴수없는말년의시선.이두시선은화자가엄마를,타인을,삶을바라보는방식과도맞닿아있다.

현재도결국끝을향해사위어가는시간임을분명히인식하면서도그것을마냥불행으로바라보지않는시선.타인을온전히이해할수는없지만그에게진실하고도담담히다가서보려는마음.그러니까,바스러질미래를현재로가져와타인과함께가능한한최대로살아내기.이것이여행끝에도달한딸의마음이다.“어쩌면모든걸이해하지않아도괜찮고,그저보고보듬는것으로충분할수있겠다는”한줄기생각과함께.

추천사

나는『눈이올정도로추운지』의고요한아름다움을사랑한다.
-에두아르루이(소설가)

“제시카아우의소설은일견소박하고특별할것없는일상이야기처럼보이나그아래로는정체성과존재론이라는심원한주제를담고있다.그러니까이런것,타인으로부터겪는외로움과다정한관심은같은순간동시에존재할수있다는것.”_하퍼스

“서로를향한애틋함과그에대한낙담이계속해서휘도는둘의대화에는실패를예감하는희망만이옅은소리를내며숨죽여있다.풍성한감정들로가득한정밀하고유려한이야기.”_커커스

“우리는종종타인을풀어야할미스터리나수수께끼로대하곤한다.『눈이올정도로추운지』는이같은충동을이해하면서도고요히다른접근법을제안한다.어쩌면소설보다도우리의삶에서흔히지나오곤하는,마땅한언어가부족해이렇게정리해볼뿐인풍경,그러니까가능한한함께있는시간을최대로살아낼것.”_뉴요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