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18.96
Description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는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유대인들에 관한 이야기로, 죽은 유대인들을 즐겨 소비하는 세상의 뒤틀린 애착을 흥미롭고도 논쟁적으로 탐구한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알수록 반유대주의가 줄어든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 구멍을 내고, 홀로코스트를 인류의 ‘보편적’ 경험으로 마케팅하는 일이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폄하하는 방식들을 밝혀낸다. 『안네의 일기』가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진짜 이유를 비평적으로 제시하며, 하얼빈, 마르크 샤갈, 한나 아렌트에 관한 전혀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낡고 오래된 편견을 깨부수는 통렬한 문제 제기, 은밀하고 교묘한 차별에 저항하는 신랄한 통찰력, 누구도 얘기한 적 없는 희극적이면서 비극적인 소재를 유려하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시카고 공립도서관〉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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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데어라혼

1977년뉴저지에서태어나하버드대학교에서히브리문학과이디시어문학을공부했고비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하버드대학교,세라로런스칼리지,예시바대학교등에서강의했다.2002년25세에발표한첫장편소설『이미지속에서IntheImage』로전미유대도서상을수상했다.이후마르크샤갈과샤갈이한때러시아에서알고지냈던이디시어를쓰는예술가들을그린『다가올세계TheWorldtoCome』(2006),남북전쟁시기의유대인스파이들에관한『다른모든밤AllOtherNights』(2009),카이로에있는중세히브리어기록보관소이야기인『당혹스러운이들을위한안내서AGuideforthePerplexed』(2013),고대예루살렘에서태어났으나결국죽지못했던한여인에관한『영원한삶EternalLife』(2018)에이르기까지총다섯권의소설을발표했다.『사람들은죽은유대인을사랑한다』는데어라혼의첫논픽션작품이다.

목차


서문유령이출몰하는현재로부터

1장모두가(두번째로)좋아하는죽은유대인
2장얼어붙은유대인들
3장죽은미국계유대인들1
4장처형된유대인들
5장픽션속의죽은유대인들
6장죽은유대인들의전설
7장죽은미국계유대인들2
8장사람들을구하는일에대하여
9장사막의죽은유대인들
10장블록버스터급죽은유대인들
11장샤일록과함께하는통학길
12장죽은미국계유대인들3-페이지를넘기며

감사의말
해설타자(他者)와사자(死者),문명에대한급진적질문정희진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지금한국사회에가장필요한책!
사회적약자의죽음을지배문화가어떻게활용하는지에대한
고전이될만한작품이다.”_정희진(이화여대초빙교수,서평가)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커커스〉〈월스트리트저널〉찬사!
정희진해설수록!

“사람들이어떻게살았는지에하나도관심이없다면
그사람들이어떻게죽었는지에
그토록신경쓰는게무슨소용인가.”

죽은약자들은‘영웅’으로숭배하고소비하고이용하면서,
살아있는이웃의고통에는관심이없는태도에경종을울린다!

『안네의일기』는홀로코스트희생자를기억하는대표적인상징이자고전이다.주인공인안네가살았던‘안네프랑크의집’은해마다100만명이넘는예약관람객이줄을서는전세계적‘인기상품’이다.저자는이박물관에서일하던한젊은직원이겪은해프닝으로인해충격적인생각을떠올린다.‘사람들은죽은유대인을사랑한다.’바로이책의제목이다.젊은직원은유대인남자들이쓰는작고동글납작한모자인야물커를쓰려고했다.고용주는그것을야구모자속에보이지않게쓰라고종용했다.박물관은‘중립성’을지켜야하는데야물커를쓴살아있는유대인은박물관의‘독립적위치’를‘방해’할수있다면서.박물관측은“넉달동안의심사숙고”끝에마침내견해를굽혔다.‘안네프랑크의집’에서일하는유대인에게유대인의정체성을내비쳐선안된다고종용하는것,이것은전세계적으로끊임없이이어지고있는수많은편견과차별의생생한증거이다.죽은유대인은기리고보전하고사랑하면서살아있는유대인의삶은존중하지않는것,죽은약자들은‘영웅’으로숭배하고소비하고이용하면서살아있는이웃의고통에는관심이없는태도,이것이우리가눈감고있는현실이다.

한국사회는예외일까?차별당하다스스로목숨을끊은성소수자에대한영웅시,성폭력피해자에게요구하는피해자다움,살아있을때는계속사이버불링을당하다가자살한뒤운동의진영싸움에‘피해자’로이용되는성매매여성의사례등과모두연결되는이야기는아닐지.

『안네의일기』에서『베니스의상인』까지,
중국하얼빈의유대인공동체에서피츠버그유대인회당참사까지.
낡고오래된편견을깨부수는통렬한문제제기,
은밀하고교묘한차별에저항하는신랄한열두편의논픽션
이책은총열두장으로이루어져있다.유대인이라는타자를영원히죽음/고통속에박제해놓고싶어하는세상의편견에경종을울리는날카로운비평적장들이한축을이루고,유대인이나유대문화에관해우리가모르거나잘못알고있는것들을깨우쳐주는해설적장들이나머지한축을이룬다.

유대인에대한테러가일어날때마다언론에서자신에게‘죽은유대인’에대한이야기를써달라는요청을받는데화가나서더이상그일을할수없었다는이야기로서문을열고있는저자는1장에서『안네의일기』가전세계적으로그토록인기를끌었던것은역설적으로안네에게미래가없었고(즉,죽었고)그일기에안네가수용소에서본,독자들에게죄책감을불러일으킬학살의참상이들어있지않아마음편히소비할수있었기때문이라고말한다.반면『안네의일기』처럼감금된상태에서쓰였고죽은뒤에야발견되었으며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의지옥같은삶을‘고스란히’기록한잘만그라도프스키는우리에게생소한이름이라고.그의작품은인기도얻지못했고알려지지도않았다고.

“특별히건조된시체소각실에서제일먼저불이붙는부분은머리카락이지만타는데가장오래걸리는부분은머리다.두개의작고푸른불꽃이양눈구멍에서깜빡거린다.이것들은뇌와함께타는두눈이다.[…]전체과정은이십분쯤지속된다.그리고한명의인간이,하나의세계가,재로변했다.[…]5000명의사람들이,5000개의세계가불꽃에먹혀버리는데는그리오래걸리지않을것이다.”(42쪽)

2장은‘유대교의유산이담긴하얼빈의명소들’을방문하고온이야기로,저자는하얼빈얼음축제에매혹되어그곳에여행할계획을세우면서이명소들에도가보게되었다.1896년만주에시베리아횡단철도를건설할때수많은러시아계유대인들이하얼빈에이주해도시의기초를건설했는데,30년후러시아에서혁명이일어나반유대주의러시아인들이들어오면서이유대인들은거의모든재산을몰수당한후살해당하거나국외로추방당했다.하나의도시를거의세우다시피해놓고빈손으로내쫓긴그들의과거는전세계에알려져있지않지만,현재하얼빈에는옛유대교회당을개조해만든,추방된유대인들로부터몰수한물건들과유대인밀랍인형들을채워넣은박물관,껍데기만만들어놓고내용은없다시피한유적들이가득하다.자본주의관광사업의일환이되어있는이유적들의공허함과,하얼빈에서살았던짧은황금시대를그럼에도가장행복한시기로회고하는유대인들을대조하면서아이러니한어조로역사를서술한다.

한편,4장「처형된유대인들」과5장「소설속의죽은유대인들」,11장「샤일록과함께하는통근길」은이디시어/히브리문학자이자소설가인저자의이력이응축된장이라고할수있다.4장에서는소비에트러시아에서이디시어로연극을했던베냐민주스킨이라는한배우의삶을따라가며,소비에트연방이그와같은예술가들을처음에는높게대우해주다가유대인들을비롯한소수민족의정체성을지우기위한목적으로이용했고,목적이다한뒤에는처형해버렸다는기막힌이야기를들려준다.교묘한방식으로이루어지는자기민족에대한‘문화말살’에알게모르게가담해버린한인간의이야기가인간의삶에대해,예술에대해많은여운을남긴다.

5장은일종의문학비평챕터라고볼수있는데,한국독자로서는처음알게되는놀라운관점을제시하고있다.저자는독자로부터받은“조금더사람들의기분을고양시키고즐겁게웃을수있는,인류에봉사하는책을써달라”라는항의편지(에대한항의)에서부터시작해미국/서양/기독교문학의전통과이디시어/히브리문학을비교,대조한다.전자의독자들은이야기를읽을때자동적으로‘좋은인물들이구원을받거나에피파니의순간이있거나인물들에게은총의순간이주어질것’을기대하지만,그것은모든문학에보편적으로적용되는룰이아니다.이디시어/히브리문학에는완결감있는해피엔딩이존재하는대신결말자체가없는경우가많은데,놀랍게도저자는이것을“부서지고회복되지않는세계”를살아가는인간의한계를표현하기위한종교적이고의도적인장치라고설명하고있다.

셰익스피어의『베니스의상인』에흥미를보이는작가의열살짜리아이에게작품의팟캐스트버전을들려주지만그이면에숨겨진반유대주의에많은곤란함을느꼈다는이야기로시작하는11장은일상적이고개인적인이야기로보이지만‘정전들에내포된여성혐오’를지적하는관점들과마찬가지로새로우면서도분노를자아내는,그러면서도통쾌한문화비평이다.저자는『베니스의상인』이유대인샤일록을돈밖에모르는탐욕스러운인간으로묘사하고있고,이작품을쓰기얼마전셰익스피어가살던시기에유럽전반에퍼져있던소문들―유대인들이돈에대한탐욕때문에살인을하고사람의살을매매했다는혐오에찬소문같은―의존재를알려준다.이작품이이와같은반유대주의적분위기에서창작되었을가능성이높지만셰익스피어라는대문호의이름에걸리는추앙때문에그사실을세상사람들도,자신도애써알아보지않으려했고,그럼에도이제알게되어참담하다는,자녀세대유대인들에대한근심을담아내고있다.

유럽의문화와예술이어느미국인‘구조자’에게빚지고있음을써내려간「사람들을구하는일에대하여」(8장)는퓰리처상수상작가인톰라이스가“8장만으로도소장가치가충분하다”고말했을만큼흥미로운장으로,전자책으로단독출간되어베스트셀러가되기도했다.2차대전당시유럽에서세계적으로유명한유대계예술가들과석학들(한나아렌트,마르셀뒤샹,마르크샤갈,막스에른스트,클로드레비스트로스,앙드레브르통)에게비자를만들어주고안전한나라로탈출시켰던‘선한비유대인’조력자배리언프라이의생애에관한기이하면서도흥미로운이야기이다.그토록필사적으로유대인들을구했는데도그의이름은역사에거의알려져있지않으며,그에게구조된유대인예술가들대다수는안전해진뒤,구조활동을계속하게작품으로참여해달라는그의요청을무시했을뿐아니라평생감사의인사조차도하지않았다.저자는이런기이한태도기저에깔린심리를분석한다.또한선의에서나온것이기는하지만프라이가당시다른‘보통의’유대인들의구조요청은무시하고오직‘유명한예술가들만’구조해주었으며그때문에(자신의자녀들을비롯해많은이들에게)속물이라비난받았던일,분노조절장애에가까워보였던그의다혈질등그를둘러싼많은이상한뒷얘기와후일담들을전한다.또한할리우드가열광하는‘선한비유대인구조자들서사’에관한이야기와한나아렌트의‘악의진부함’을조금다른시선으로바라보는이야기도등장한다.

10장「블록버스터급죽은유대인들」에이르러저자의분노는깊어지는데,이장은큰흥행을거둔블록버스터전시회〈아우슈비츠〉에대한비판의장이다.이전시회의기획은중국에서인체표본을대량으로입수해비판받은적이있는〈인체의신비〉를기획했던바로그회사가맡았다.작가는이방대한전시회에직접가보고,여기전시된유대인들의물건들이모두실존했던사람들의물건임을지적하며,가스실,고문실,나치즘에관한방등지나치게방대하고자세하고구체적인전시가‘사람들이이전시를보고나면반유대주의에반대하고유대인을존중할것이다’라는의도와는정반대로,홀로코스트를너무도압도적인것으로제시함으로써거기에못미치는반유대주의적혐오와편견들은‘아무것도아닌것’이되어버리는역효과를낸다고주장한다.

“다른이를환대하는일이그렇게미친짓은아니에요.”
타자를대하는윤리

2018년미국피츠버그에서유대교회당총격사건이발생했다.11명이숨진학살현장에서범인은“모든유대인은죽어야한다”고외쳤다.6개월후샌디에이고에서똑같은일이일어났다.피츠버그총격사건이그저일회성이아니었고,유대인박해의역사에있어미국이예외가아님을알려주는사건이었다.이어서2019년저지시티에서미국계유대인들에대한총격사건이다시벌어졌다.이러한유대인‘혐오범죄’가발생했을때저자가다른이들로부터가장자주들은말은“무슨말을해야할지모르겠군요”라는심심한위로에그쳤다.‘혐오범죄’가발생할때언론의요청으로자신의목소리를세상에냈던저자는세번째유대인총격사건이후로는아무도그에게어떤의뢰도하지않는것을깨닫는다.어떤일이반복되어일어나면더는‘뉴스거리’가아니게되기때문이다.“유대인들을혐오하는것은정상적인일”이되었다.

유대문화에대해“평생에걸쳐배울것과끊임없이질문할것을요구하는문화”“불편함을요구하는문화”라고힘주어말하는저자는이책의마지막을그럴듯한해결책이나결론으로마무리하지않는다.선동이나행동지침으로맺는것도아니다.그저우리에게무서운질문을던져놓을뿐이다.‘당신은왜죽은유대인만사랑하고애도하는가.왜살아있는내게서죽은유대인을보는가.당신은왜당신의살아있는이웃을환대하지않는가.’

“우리의세상은부서진세상이다.(…)부서진세상을재건하는일에는몇가지방법이있는데,거기에는겸손과공감,어떤사람도다른사람보다우월하지않다는변함없는인식이필요하다.그변함없는인식에는실천과경계심,모든야경의밤에깨어있는태도가필요하다.”(344,3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