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이라는제도적공간에스며든통념적은유를파고들며
비판적성찰을바탕으로회복의여정을서정적으로빚어낸책.”
―나타샤트레스웨이(퓰리처상수상작가)
★퓰리처상수상작가나타샤트레스웨이강력추천
★〈릿헙〉〈뉴요커〉등다수의매체선정‘반드시읽어야할책’
읽기는어떻게나를다시일으켰는가
정신병원입원시절에대한회고와문학읽기를교차하며
‘미친여자’에대한낙인을재전유한탁월한에세이이자
우리시대여성문학의중요한성취
여성,정신의학,읽기와쓰기,자기돌봄에대한깊은성찰과그탁월한문학적형상화로미국에서주목받고있는작가수잰스캔런의신간『의미들:마음의고통과읽기의날들』이번역출간되었다.이책은저자가자신의정신병동장기입원과낙인의기억을문학읽기경험에겹쳐내며다시써내려간,회고록과문학비평을아우르는눈부신에세이다.인용과기록,성찰과비평이콜라주처럼맞물리는형식을내세워회고록과문학비평의경계를확장해냈다.
저자는특별히실비아플라스,마르그리트뒤라스,버지니아울프,슐라미스파이어스톤,재닛프레임등마음의고통에천착했던여성작가들의문장과자신의경험을교차해쓰면서‘고통의언어’를‘의미의언어’로이행시키고,‘미친여자’라는낙인의존재를성찰의주체로재전유한다.나아가자신의경험을토대로“읽기가어떻게돌봄이되는가”를증언하며,상실의자리에서삶의의미들을회복하는과정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
문학에얽힌삶,삶에얽힌문학
마음의고통을회복하는여정에문학이있었다
문학과광기는다양한경로에서접점을이루고연결되어왔다.특히페미니즘문학비평에서은유로서의‘광기’는이미하나의장르처럼자리잡았다.미친여자들이등장하는문학작품속에서이들을미치게만든사회문화적맥락을읽어내거나,신경쇠약에(혹은‘히스테리’에)시달리는여성작가들의글을그들의삶과연결짓거나,아예하나의문학적전통으로서‘미친여자’라는존재를조명하는비평들이숱하게존재했다.
『의미들:마음의고통과읽기의날들』은이연결고리끝에‘문학에서의광기에천착하는독자’라는의미심장한축하나를더하여삶을지탱하는문학의자리에가닿으려는시도다.저자는자신을취약하게만든불안,우울,상실,소외등의감정을예리한감각으로들추면서그러한감정들이문학이라는프리즘을통과해어떻게다시우리의삶으로되돌아오는지,그리고그렇게되돌아온빛이어떻게다시금삶에전념하는힘으로작동하는지를보여준다.
이책은다층적인겹과결을지닌텍스트다.문학사속‘미친여자들’을재전유하겠다는목표를품은문학비평서이기도하며,장기입원환자로서정신의료체계의문제를고발한르포르타주이기도하고,저자가자신의‘미쳐있던시절’을기록한내밀한회고록이기도하다.그러나겹겹의의도들은파편적으로흩어지지않고마침내하나의커다란숲을이루어삶과문학의관계를단단히다진다.
이책을읽는동안우리는입원환자의상황에감정을이입한상태로정신의료체계전반을경험하게되는데,이과정은가장문학적인방식으로자기자신을찾아나가는여정이되고,깊은우울에서빠져나오는회복의과정은독서의가장강렬한동기가된다.문학을통해삶에달라붙은슬픔에더명료하게다가서면서,문학이다시예술과우리삶을비추는거울이되는신비로운경험을하기도한다.이런여정의끝에이르면,저자가들려준이모든이야기가우리모두언젠가는맞닥뜨릴수밖에없는상실,그자체에대한애도이자위로였으며,그것이곧문학의본질이기도하다는점이따뜻한빛속에서드러난다.
정신병동에서보낸삼년,아픈시절에대한회고
진단명으로축소될수없는삶의서사를기록하다
아일랜드계이민자출신가족,독실한가톨릭전통,시카고에서80킬로미터떨어진교외백인거주지를배경으로자란저자는스무살때대학진학을위해뉴욕으로이주한다.전자레인지에구운감자외의다른음식들은절대삼킬수없고아무와도얘기하지않고여러날,여러주를보내는게일상이되었다.마음의바닥에서몸부림치던저자는결국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라는고풍스러운건물의돌계단을올라5층병동에입원한다.
저자가정신병동에입원했던시기는‘되찾은기억’이라는개념이정신의학의방법론으로주목받을때였다.저자는의사들에게“다른무슨일이있었죠?천천히생각해봐요”라는요청을반복적으로받았다.저자는,환자들은,그러한의사들의기대에부응해‘기억만들기’에열심히동참했다.그리고그러한상담의끝에‘화학적불균형’을해소하는데목적이있다고알려진약물들을처방받았다.
그러나환자가의사에게털어놓은비밀들은그들이겪는모든고통을풀어줄열쇠가될수없다.정신건강을고립된하나의현상,즉‘화학적불균형’의문제로소환해서는문제가해결되지않는것과마찬가지다.저자는정신병동에서대체로‘기분부전증’‘만성우울증’‘양극성장애’등의진단을받고이와관련되어있다고하는치료제를처방받아복용했지만효과를보지는못했다.그렇게삼년동안저자는오히려병적인상태에익숙해지고,“정신과환자로지내는데점점능숙해졌다.”저자가병원을나온것은정신질환환자에대한복지서비스가축소되면서더이상장기입원병동을운영하는것이어려워졌기때문이었다.
‘미친여자들’이창조한문학의공간에서
회복의디딤돌이될나의이야기를찾아나가다
다소억압적인,혹은효과적이지않은정신병동에서보낸날들은,그러나저자에게는자신의광기를들여다보고공부하는시간이기도했다.환자들이만들어내는이야기들,의사들이환자들로하여금만들어내기를원하는이야기들,백색소음을느낄정도로고요한침묵속에서진행된의사와의상담시간,웃지않는여자들,너무웃는여자들,온갖창의적인방법이동원되는자기파괴적행위,‘공허함’이라는단어에공통적으로반응하는환자들.저자는자신의고통을‘학대받은어린시절에대한기억’으로환원하려는시도에,자신의존재가‘우울증환자’라는진단명으로축소될수도있다는사실에끈질기게저항한다.
저자는정신병동에서삼년을보냈고,이후로도몇년은그흔적을달고살았다.그시절,저자의공허함을메운것은문학이었다.무엇보다엉망진창인삶을살다간‘미친여자들’이써내려간문학작품들이었다.붕괴의가장자리에서빚어낸통곡과그리움을위한공간으로서의문학.그공간에서광기는해소되어야할무엇이아니라“나를당혹스럽게하고고통스럽게하는모든것에관한진실”에다가가는통로였다.그리고문학사속‘미친여자들’과의정신적인연대를구축하는가운데저자는마침내자신의고통을더큰맥락속에서이해할수있는실마리를얻는다.
저자가‘형태없는슬픔’혹은존디디온의표현을빌려‘슬픔의소용돌이’로설명하는상실감은의학적서사에서는‘우울증’혹은그와비슷한공식적인진단명으로축소된다.그러나이름붙일수없고,또명명할수없기에해소할길도없어보이는이감정들이문학을만나면폭발적인공명음을일으킨다.저자는이를“허기를품고읽었고,무언가를,밑바닥을찾는”과정이었다고묘사한다.“집어삼킴이었다”라고표현될만큼조금의거리감도허용하지않는과정이었다.그렇게저자는마르그리트뒤라스를,실비아플라스를,버지니아울프를,오드리로드를,쥘리아크리스테바를,재닛프레임을“집어삼켰다.”
“네가네이야기를하지않으면그들이이길거야”
연약한자아가문학을통해자기서사를만들기시작할때일어나는기적
두려움없이,때로는죽음을불사하고라도욕망을갈망하는마르그리트뒤라스의인물들,실비아플라스의자기파괴적인자아,학습된무기력에광기로저항하는샬럿퍼킨스길먼의미친여자,“당신의침묵은당신을보호해주지않는다”라고말한오드리로드,그밖에광기와함께살면서그증상으로환원할수없는성취를거둔여성작가들의작품들이저자의삶을가로질러그녀의언어를직조하는재료가된다.그것은“엄마를잃은내슬픔을담아낼서사의틀”이고,광기를다른무엇으로,“당신이그형태를바꿀수있는무엇”으로전환하는방식이며,결국에는짐짓확고해보이는진단명과같은덫사이에서나의이야기를나만의방식으로찾아나가는과정이다.
『의미들』은우리가맞닥뜨리는수많은이야기속에서자신이품고살아갈‘의미들’을발견하고야말겠다는한탐험가의처절한기록이다.저자가퇴원을앞두고있을무렵,한간호사는저자에게“네가너자신의이야기를해야”한다고조언한다.“그러지않으면그들이네이야기를하게될거라고.”“내가이이야기를하지않는다면,그들이이길것”이라는절박함이느껴지는문장사이사이,독자들은취약한자아가뿜어내는전복적인서사에귀를기울이게된다.승리나구원이아닌,“언제든통보도없이다시닥쳐오며끝내해소되지않는”슬픔또는광기에익숙해지는일,혹은익숙해지지않는일.그것을나라는존재의일부분으로끌어안는일.『의미들』곳곳에는그러한고군분투가있다.독자라면누구나이책의저자가일구어낸,“자아와텍스트사이흐릿해지는경계”에서만나는강렬한독서의경험을갈구하게될것이다.그리고『의미들』은그렇게읽어낸문학을다시금현실로만드는작업의일환으로서,문학을“그어떤진단보다훨씬더실제적인”것으로우리에게선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