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닿을 수 없는 그곳의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오늘의 우리에게)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닿을 수 없는 그곳의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오늘의 우리에게)

$17.00
Description
『모든 요일의 여행』 이후 오래 기다려온 김민철 신작 여행 에세이
“먼 곳으로부터, 먼 시간으로부터 당신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생생히 발굴해낸 여행의 순간, 생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기록
『모든 요일의 기록』『모든 요일의 여행』의 작가이자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으로 삶을 기록해온 김민철이 효율과 유용에 매달리던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던 여행, 그 무방비와 무계획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차곡차곡 담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미디어창비)를 출간했다.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등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카피를 만들어온 김민철은 시간에 흩어져버릴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에세이스트로서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여행이 멈춰버린 순간, 과거의 여행지에서 보낸 그의 편지가 오늘의 당신에게 무사히 당도한다. 단 한 번의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함께한 찰나의 인연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보내는 쑥스러운 애정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수많은 질문과 선택이 쏟아지는 일상 속에 파묻히다가도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되면’이라는 가정법을 상상하는 일은 가장 효과가 빠른 만능통치약이었다. 다음 휴가 계획도 없이 떠남의 위로를 잃어버린 채 비관과 낙관을 오가던 어느 날, 발코니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다. 언제든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과 그리운 풍경이 떠올랐다. 낯선 도시에서 모험을 서슴지 않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늘 먼저 손 내밀어주던 이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하던 우리가 떠올랐다. 그때의 우리를 잊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를 위해 김민철은 시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싶었다. 휴대폰 속 지난 여행 사진만을 뒤적거리는 우리를 위해, 무엇보다 제 몫의 희망을 챙기기 위해서.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의 오롯한 진심을 고이 접어 고스란히 당신 손에 쥐여주고, 과거의 따스한 온기 앞에 지금의 저를 데려다 놓고 싶었어요. 그곳의 공기와 햇살과 바람과 미소와 나무를 잊지 않도록. 여행이 사라진 시간에도 우리의 여행이 계속되도록.”
_ 프롤로그 「먼 시간, 먼 곳에서 부치는 여행」 중에서

하루아침에 여행을 잃고 나서야 지난날의 ‘떠남’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김민철은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통해 고마운 인연들이 쌓여 지금의 나에 이르렀음을 깨닫는 시간을 걸어본다.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곳곳에서 발견했던 여행의 순간, 오래 잊고 지냈던 따뜻한 환대의 기억과 더불어 그때 그 여행지에서의 시선과 감각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저자

김민철

일상을여행하며글을쓰는사람.글을쓰며다시기억을여행하는사람.《내일로건너가는법》《우리는우리를잊지못하고》《띵시리즈:치즈》《모든요일의기록》《모든요일의여행》《하루의취향》등을썼다.

목차

프롤로그-먼시간,먼곳에서부치는여행

우연을운명으로바꾸는사람(SanFrancisco,USA)-만난적없는당신에게
목적지를잃어버린순간(Gamakura,Japan)-오빠에게
여행자의약속(Bonnieux,France)-B에게
이마에박힌별하나(Venezia,Italy)-규성에게
이모든것을만나기위해여기까지온거야(Ragusa,Sicilia)-은지에게

하루짜리외로움이겠지만(Arles,France)-루르마랭의할아버지에게
우리가여행자의영혼을데리고다니는한(Palermo,Sicilia)-단테서점혹은비소식당사장님께
같은도시를두번여행하는행운(Marv?o,Portugal)-박웅현팀장님께
여기가아니라면어디에도없는(Lyon,France)-수림이에게
아름다움에난파되었습니다(Porto,Portugal)-포르투의둥근허풍아저씨에게

몇개의계절을지나(Aranislands,Ireland)-보미에게
역시사랑은맛있네요,슬란차!(Dublin,Ireland)-아일랜드술꾼아저씨에게
감당할수있을만큼의모험(Portland,USA)-지미혹은제이미에게
작은앤초비모양의행복(Syracusa,Sicilia)-파니니할아버지에게
국물과한식의DNA(Firenze,Italy)-선영에게

그래도처음은단한번(서울)-서울이모에게
하얀눈길위를뚜벅뚜벅가볼게(마이산,진안)-Y에게
그누구도혼자여행하진않아(Milano,Italy)-D에게
천사는꼭당신같은표정을(Aix-en-Provence,France)-이름도모르는당신에게
영원히설익은이별(LA,USA)-미경에게

다른여행을향한용기(Ubud,Bali)-소희언니에게
너는이곳에서안전해(Portland,USA)-장싸롱사장님에게
비수기단골서약서(Cefalu,Sicilia)-하나선배에게
제곁의양지를조금넓혀볼게요(조천,제주도)-만춘서점사장님에게
선물을주고도선물을받은기분(Kyoto,Japan)-K에게
이만큼을바란건아니었는데(Portland,USA)-폴할아버지에게

에필로그-너에게

출판사 서평

“편지를쓰고싶었습니다.가장좋았던순간을가장다정한방식으로기억하고싶었습니다.그순간의오롯한진심을고이접어고스란히당신손에쥐여주고,과거의따스한온기앞에지금의저를데려다놓고싶었어요.그곳의공기와햇살과바람과미소와나무를잊지않도록.여행이사라진시간에도우리의여행이계속되도록.”
_프롤로그「먼시간,먼곳에서부치는여행」중에서

하루아침에여행을잃고나서야지난날의‘떠남’이어떤의미였는지되새길수밖에없었다.김민철은『우리는우리를잊지못하고』를통해고마운인연들이쌓여지금의나에이르렀음을깨닫는시간을걸어본다.앞으로의삶의방향에대한힌트를곳곳에서발견했던여행의순간,오래잊고지냈던따뜻한환대의기억과더불어그때그여행지에서의시선과감각을오랜만에떠올리게될것이다.

매번처음처럼놀라고,매번다시없을것처럼행복해하던우리에게,
이편지여행끝에는좀더단단한마음근육을가졌으면좋겠어요

여행은왜이토록그리운걸까.몇시간씩좁은비행기좌석안에몸을잔뜩구긴채이동해서는,아무도나를모르는거리위에서빈방이있는숙소를찾아헤매고,마침도착한비구름은그토록보고싶었던장관을가려버린채쉽게보여주지않는다.하루에도몇번씩장대비를난데없이퍼붓더니뒤돌아서면언제그랬냐는듯맑게개는하늘을보면어리둥절한상태가되어버리기일쑤다.
그런데,계획과는너무도다르고예상은빗나가기마련인이무대책의상황에서이상하게도우리는자꾸웃음이난다.마음속깊이뭔가가차오른다.머무름이허락된일정속에서더이상미룰수없는시간이다가오니,빗속이라도자전거를타고달리기를선택한다.아무정보도없이도착한도쿄근교의소도시에서그무엇도궁금해하지않은채바다를바라보며맥주를마신다.밤의곤돌라에몸을싣고까만평화속에머무르다가눈앞에당도해버린아찔한아름다움앞에서자신도모르게눈물을흘린다.막도착한도시에서여행을시작하려는찰나에예기치못한부상이찾아와기대했던와이너리투어도모두취소하게되는불행도불쑥찾아온다.
그럼에도우리는여행안에서라면기꺼이행복해지기위해움직인다.“잘못본지도,놓쳐버린버스,착각한시간,하필떨어지는비(25면)”라는불행으로주저앉기보다우연을운명으로기꺼이바꾸는여행자가된다.자전거를타고빗속을질주하는동안에정리되지않은감정도,짐스러운기대도,잘해내야만하는압박도모두떨어져나가버리니까.무심코앉아서맥주를마시던언덕앞에해가넘어가면서모습을드러낸후지산을마주하기도하니까.그순간재생된음악은앞으로들을때마다이여행의순간으로단숨에이동시킬테니까.밤의곤돌라를타고눈앞에마주한산마르코광장의흰빛은아무도훔쳐갈수없는자신만의별이되니까.포르투의와이너리대신특유의색감을지닌창밖풍경이푸른색에서분홍색으로,다시노란조명으로물들어가는장면을꼼짝않고관찰할수있는호사를누리게될테니까.

억지로불행의핸들을꺾어행복으로향하는거죠.놀랍게도그순간가끔마법같은일이일어나요.의도하지않은삐걱임이문득완벽함으로연결되는거죠.그럼저는기꺼이그우연을운명이라믿어버려요.어떤심오한존재가나를위해세밀하게준비한이벤트라기꺼이믿어버려요.운명이아니고서야이토록완벽할리가없잖아요.(…)여행에서예상치못한불행이조금씩쌓여갈때문득당신이이편지를떠올릴수있길바랍니다.좋아하는음악을귀에꽂고,그불행을정면으로돌파할수있기를.우연을운명으로바꿀수있기를.그리고그순간을여행후에도두고두고곱씹을수있기를바랍니다.(27면)

한편우리의여행은삶과마찬가지로언제나사람으로완성된다.투숙객이라고는단둘뿐인루르마랭의숙소에서네덜란드화가할아버지와서로외롭지않게돌봐주던시간,숙소를구하지못해낙심한이방인을위해기꺼이주변호텔들에연락을돌리고안전하게머물수있도록마음을써주는사람,위급한순간도움을청하기도전에먼저달려와돌봐주는사람들앞에서이토록환한웃음을지을줄몰랐던낯선자신을발견하기도한다.또서점시절간판을그대로달고있는식당의사장님이건넨한마디물음앞에나도몰랐던마음이툭튀어나오기도한다.오랫동안어떻게든쓰는사람이되고싶어서,아직은‘작가’라고스스로선언하지못했던망설였던날들을훌쩍뛰어넘었던그순간.지중해의햇살을받는팔레르모의골목길에서이토록단단하고선명한꿈과마주한다.

아마도평생제가오늘한대답을스스로에게다시돌려주며살게될것같아요.글쓰기앞에서작아진나에게,남들의부러운글앞에서쪼그라든마음에게,나를뛰어넘는글을쓰고싶다는불가능한욕심에게.쓰자고,계속써나가자고말하며살거예요.(94면)

나를알지못하는사람들이가득한이국의여행은지금의나를만들어준사람들을하나둘소환한다.열여섯살,마이클잭슨콘서트를보러서울로떠난첫여행을만들어준이모와이모부,고3시절을버티게해준고맙고그리운친구Y등켜켜이쌓인과거의인연에서타인을기꺼이감싸안는너른품을보여주는소희언니,스쳐지나갈수있었던사람들을인연으로곁에두고정성을쏟는만춘서점사장님등내가앞으로되고싶은모습을그리게하는고마운인연까지.어쩌면여행이란이토록가깝게두고도소중함을몰랐던존재들을새롭게발견하고그리워하도록만드는시간일지도모르겠다.책속애틋함이차고넘치는이편지들을한통씩읽을때마다,어느시절의자신을추억할수있는한번의여행이되기를바라본다.그리하여이책을읽는동안만큼은답답했던마음을풀어놓고그저좋음을만끽하기를,불안이나의무에서벗어나한없이너그러워지는자기자신을마주하는즐거운여행이되기를!